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66)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66화(66/150)
66화. 변절자(5)
후우웅!
귓가를 자극하는 거친 풍절음. 그 덕에 우리가 빠른 속도로 이동 중임을 알 수 있었다.
‘홀이라…….’
[오랜만이네.]이윽고 바람 소리가 잦아들자, 어둡던 시야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 눈 앞을 가리던 잎사귀족의 나뭇잎이 거둬지고 있었다.
“여기가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홀이네.”
그란텔의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되찾은 시야. 순간적으로 들이닥친 빛으로 인해,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
드류 역시 짤막한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여전히 신기한 곳이구만.]눈이 가려져 있지 않던 오베론만이 담담하게 전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눈이 적응하고 나서야 시야에 맺힌 절경.
“홀…….”
내 기억 속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지름이 수백 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구덩이. 그 속에선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형형색색의 아지랑이들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여기가 홀…… 이구나.”
그 모습에 홀린 듯 중얼거리는 드류. 녀석의 눈에도 그 모습은 신비할 터였다.
“저 아지랑이들은 다 무엇입니까?”
아드문 역시도 입을 벌린 채였다.
“저건 기운들이 응축된 거야.”
“기운…… 이요?”
“응. 자연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 같은 기운들이지.”
그 말에 동시에 신음을 내뱉는 아드문과 드류.
“허……?”
두 사람의 반응은 당연했다.
“얼마나 짙은 기운이기에 눈에 보인단 말입니까?”
마나나 오러 같은 기운은 숙련된 마법사나 기사들도 온 집중을 다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헌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어떠한가. 각 잡고 느끼려 해도 감지하기 어려운 기운들이 연기처럼 흩날리는 모습이었으니.
‘여전하네.’
‘무형’의 기운들은 가시화되어, 쉴 새 없이 두 눈을 어지럽혔다. 하늘로 올라가며 점차 옅어지는 기운들. 그것이 에고의 숲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요상한 곳이란 말이지.]‘그리고 무서운 곳이기도 하고.’
그런 짙은 기운들은 당연히 우리의 몸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내 기운들은 우리의 몸속에도 들락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어…… 어?”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드류와 아드문. 녀석들이 느껴본 적 없을 거칠고 강한 기운들이 몸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얼른 현과를 먹어.”
먼저 녹색의 과일을 베어 물자, 즉각 따라하는 아이들.
후웅!
현과에 잠들어 있던 기운이 체내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전신의 혈도를 타고 흐르며, 군데군데 벽이 생기는 듯한 느낌.
오러와 마나를 쌓는 자라면 기겁할 감각이었지만…….
‘이제 좀 살겠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달가운 반응이었다. 무식하리만큼 강대했던 홀의 기운들은 현과에 가로막혀, 더 이상 몸속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연기들은 마치 우리 몸속에 볼일이 없다는 듯, 우리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오늘은 버틸 수 있겠지.’
현과가 작용하는 시간은 정확히 하루. 우리는 밤이 되기 전 이곳을 떠날 예정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휴우. 방금 저 연기들이 내 몸을 뺏으려는 것 같았어.”
입안 가득 현과를 베어 문 드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고.
“이상한 기분이었네요. 이게 마나를 다루는 느낌이군요.”
아직 이렇다 할 오러나 마나를 느껴본 적 없는 아드문은, 신기한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마나도 있고 다른 기운들도 섞여 있지.”
아직, 오러의 정체는 모른 채 수련하는 아이들.
‘이제 슬슬 오러가 뭔지도 알려줘야겠네.’
홀에서 지내는 시간은, 자신들이 무엇을 단련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아가는 시간이 될 터였다.
* * *
우선 홀 구덩이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내 양옆으로 앉은 드류와 아드문. 잎사귀족 일원들은 그런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야?”
“그러게요. 연기 말곤 아무것도 없는데요?”
드류와 아드문이 의문 어린 목소리를 내어왔다.
“이제 여기 있는 기운들을 조금 흡수해 갈 거야.”
“현과를 먹었는데, 어떻게 기운을 흡수한단 거야? 홀에 있는 기운은커녕, 내 몸에 있던 마나도 운용이 안 되는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드류. 눈앞을 어지럽히는 아지랑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입을 열었다.
“뭘 할 필요는 없어. 그냥, 이러고 가만 앉아있으면 돼.”
내 대답이 녀석들의 의문을 해소해주지 못한 탓일까.
“응?”
“예?”
양쪽에서 동시에 날 바라보는 두 사람.
“말 그대로야. 가만 있는 게 최선이야. 여기 있는 기운들은 우리 수준에선 컨트롤 할 수도 없거든. 아까 현과 먹기 전에 어땠는지 생각나지?”
“아, 응. 기운이 너무 거세더라. 내가 통제할 수도 없었어.”
고개를 끄덕이는 드류였다.
“애초부터 여기서 살아온 에고의 주민들이 아니면, 현과 없이 여기 있을 순 없어. 곧바로 마나 역류에 빠지겠지.”
“흐으. 마나 역류라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과를 먹고 최대한 오래 이곳에 머무는 것뿐이야.”
비록, 우리의 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기운이지만 그것이면 충분했다.
‘워낙 강한 기운이니…….’
그저 이 연기에 몸이 노출되어있는 것만으로도 내 목적은 이룰 수 있었으니까.
“그러면 우리에겐 이곳의 기로 물든 향이 입혀질 거야.”
“기로 물든 향……?”
“응. 이렇게 짙은 기운에 오래 노출되면 생기는 거지. 그걸 난 기향이라고 불러.”
기향(氣香). 누군가가 정의한 용어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발견한 현상에, 내가 부르기 편한 이름을 붙인 것일 뿐.
“홀의 기향이 입혀지면, 자일로 산맥의 마물들은 우릴 건드리지 않을 거야. 우리가 엄청나게 강한 걸로 착각하는 거지.”
“아……! 진짜로 마나를 모으는 건 아니고, 모은 척하는 거구나?”
그런 셈이었다.
[센 척하는 거지.]‘마물들은 기운에 예민하니까.’
약육강식으로 살아가는 놈들. 우리한테서 풍겨 나오는 짙은 기향 덕에, 지레 겁먹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이해했어! 그럼 우린 평생 자일로 산맥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거야? 와, 대박이다!”
이내, 입을 크게 벌린 드류. 아드문 역시도 두 눈을 끔뻑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고개는 저어졌다.
“그건 아냐. 기향이란 건 그렇게 오래 남아 있는 건 아니거든.”
“아…?”
“오늘 하루 기향을 입히면, 내일이면 다 사라지고 말 거야. 대신, 이곳에 오래 머물수록 기향이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 거지.”
“그래서 여기에 며칠 동안 와야 한다고 한 거구나?”
“응. 이제 앙헬이랑 자일로 산맥에 가기 전까지, 매일 이곳에 올 거야.”
그제야 홀에 찾아온 이유를 납득한 둘이었다.
“한 달 정도 머물면, 자일로 산맥에서도 이 주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자일로 산맥에 가기로 약속한 날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그때까지 몸에 짙은 기향을 입혀야 했다.
“오오. 그럼 이제 한 달 동안 여기만 있는 거야?”
“응. 대신 밤엔 숙소로 돌아가고 매일 낮에 올 거야. 해가 지면, 이곳의 기운들이 훨씬 흉폭해지거든. 그땐 현과도 소용없을 정도라, 우리가 버티질 못할 거야.”
“알겠어! 가만있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지!”
그새 적응한 드류는 등 뒤에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건 또 언제 챙겨왔대.’
아그작!
보따리 가득 든 열매를 하나 집어 무는 녀석이었다.
* * *
별다를 것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새벽 동이 터 오르면 홀로 이동하고, 해가 지기 전엔 다시 에이탈의 숙소로 가는 생활의 연속. 잎사귀족의 서포트가 있었기에, 무탈할 수 있었음이라.
‘오늘이 딱 일주일 째구만.’
그렇게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여관 방을 나서려는 때.
똑- 똑-
한발 앞서 들려온 노크 소리. 건너편에 누가 있을지 예상했기에, 곧바로 문을 열어 반겼다.
“전언자를 뵙습니다.”
고개를 숙여 보이는 앙헬. 그가 이른 새벽부터 날 찾은 이유는 단 하나뿐이리라.
“도른이 움직임을 보였나?”
“예. 어제 저녁, 에고 숲 근처에서 놈이 이종족들과 만나는 걸 목격했습니다.”
“거래를 시작하려나 보군. 도른을 만나러 나온 놈들은 어떤 놈들이었지?”
드디어 에고의 변절자들의 꼬리를 잡을 기회였다.
“두 놈이었습니다. 덩치가 크고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더군요.”
“……호족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문헌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겼더군요.”
“하필 그놈들이…….”
이종족 중에서도 전투력으로는 손에 꼽히는 종족.
‘부디 호족 전체가 그런 것이 아니길…….’
몇 놈의 단독적인 행동이길 바랄 따름이었다. 호족 전체가 그런 것이라면, 그들을 막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 필요할지, 감히 예상하기도 버거웠으니까.
“그래서 거래는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
“원인족과 귀광족을 구해오는 대가로 마력 폭탄을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마력 폭탄을?”
“예. 임무를 완수하면 몇 개를 더 준다하였습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에고 내부에서만 살아가는 그들이 굳이 마력 폭탄을 사용할 일은 없었으니까.
“흠. 그럼 원인족과 귀광족은 언제까지 구해온다고 했나?”
“원인족은 하루면 충분하지만, 귀광족은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며 일주일을 달라더군요.”
“일주일이라……. 알겠어. 앙헬 자넨 그때까지 계속 도른의 뒤를 밟아줘. 난 나대로 에고 내부에서 대비할 테니.”
“알겠습니다. 원심회의 실력자들도 거래일에 맞춰 이곳으로 호출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후,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린 앙헬. 또다시 블링크 마법을 구사한 그였다.
‘그란텔에게 전해야겠어.’
서둘러 드류와 아드문을 깨워냈다.
* * *
곧바로 도착한 에고의 숲 초입부. 역시나 잎사귀족들이 우릴 마중 나와 있었고, 그란텔이 현과를 건네왔다.
“다들 나눠 받게.”
이제는 익숙하게 현과를 받아드는 드류와 아드문. 내 몫의 현과를 챙기며 그란텔에게 속삭였다.
“오늘은 홀로 가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만 들어야 하는 이야기인가?”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고의 변절자와 관련한 이야기. 괜한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잎사귀족들은 아직 모르는 편이 나았다.
“그럼 잠시 이쪽으로 가지.”
자연스레 반대편으로 이끈 그란텔.
“그래. 할 말이 무엇인가? 더 필요한 게 있나?”
그의 현기 어린 눈빛이 나를 훑었다.
“그것이 아니라, 예전에 말씀드린 납치 사건과 관련된 일입니다.”
“……실마리를 잡았는가?”
“예. 거래장면을 포착했는데……. 하필이면 호족이 관련된 것 같습니다. 에고 내부에서 납치해 인간들에게 가져다주는 듯했습니다.”
“허어. 정말로 그런 몹쓸 놈들이 있다니…….”
“헌데, 의문가는 점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서일까, 그란텔이 한 발치 더 다가섰다.
“이종족을 넘겨주는 대가로 마력 폭탄을 요구한다더군요.”
“마력 폭탄이라고?”
그의 미간이 급격히 찌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