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67화(67/150)
67화. 소탕작전
“아무래도 위험한 짓을 꾸미는 것 같구만.”
“짐작 가는 게 있으신가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란텔.
“먼저 요즘 호족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군.”
좁혀진 미간으로 날 응시하는 그였다.
“에고의 나무들에게 듣기론, 요즘 몇몇 호족들 사이에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네.”
“이상한 바람이라면…….”
“그들의 주장은 단순해. 인간보다 뛰어난 자신들이 왜 에고에만 갇혀 살 듯 지내야 하냐는 것이지. 이곳을 벗어나 활동지역을 넓히자는 것일세.”
“으음. 그러기 위해선 인간들과 마찰이 있을 텐데요.”
작은 한숨으로 공감을 표하는 그란텔이었다.
“그게 문제야. 그들은 인간과 전쟁을 치르더라도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해. 아니, 어쩌면 애초에 인간들과 싸우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르지. 전에 마주쳤던 그 녀석이 바로 그런 부류라네.”
아무리 호전성이 강한 호족이라 하나, 에고를 벗어나 활동지역을 넓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인간. 즉, 마법사들과 벌어질 필연적인 다툼. 그 크나큰 전쟁에는 무시 못 할 피해가 뒤따를 것이 자명했으니까.
“아마도 그 전쟁을 대비해 마력 폭탄이나 무기들을 모으고 있는 것 같구만. 얼마 전부터 에고에 인간들의 장비들도 들여오기 시작했다더군.”
“아무리 그런 것들로 전쟁을 대비한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 텐데요. 수적인 차이가 워낙 심하니까요.”
“내 말이 그 말일세. 인간들이 이곳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홀 때문인 것을…….”
홀에서 뿜어나오는 무지막지한 기운. 인간들은 현과 없이 버틸 수 없기에, 에고를 건드리지 않는 것뿐이었다.
‘에고 밖이라면 말이 다르지.’
아무리 이종족들의 각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 하나, 마법사들의 수준은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개죽음뿐일 텐데.’
호족이 아닌 에고의 주민 전체가 규합한다 하더라도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일테니.
“이종족들이 에고 밖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인간들과 싸워선 안 됩니다. 인간과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겠죠.”
“그 옛날 자네의 선조께서 해주셨던 것처럼 말이지.”
은근한 시선을 보내오는 그란텔.
‘갑자기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보는 거야.’
그가 보내는 시선에서 막중한 책임감이 전해지는 건 착각일까.
[네가 그 역할을 해달라는 거겠지.]‘……천 년 전의 힘을 되찾는다고 해도 쉽지 않을 텐데.’
기사로서 막강했던 그때는 오망성 말고는 날 막을 자가 없었다지만.
‘지금은 나 혼자 날고 긴다고 될 일이 아냐.’
기사가 배척되는 지금의 상황에선, 나 역시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믿을만한 동료를 모으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닐 테고, 대륙 전체의 마법사들과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를 테니까.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지금은 엇나간 호족들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그래도 그란텔 님의 말씀대로라면,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왜 그리 생각하는가?”
“혹여, 호족 전체가 이번 일에 관여되어있을까 걱정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수준에서 막기 힘들 테니까요.”
그란텔 역시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아. 아직은 일부 녀석들만 잘못된 생각에 빠진 것 같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상이 에고 전체에 퍼져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그래. 부디 철없는 애송이 녀석들의 치기일 때 바로 잡아야지.”
그란텔이 재차 부담스러운 눈빛을 쏘아냈다.
“그래서 계획은 따로 있는가?”
추후 계획까지 묻는 모습.
[어지간히 네가 똑 부러진다고 느꼈나보구만.]이제는 꽤나 내 능력을 높이 산 듯한 그였다.
“물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고요.”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짓하는 그란텔.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무언의 표시일 터. 입가가 살며시 올라갔다.
“에고의 안과 밖. 두 가지 문제를 바로 잡을 겁니다.”
“안과 밖이라?”
“예. 에고 내부의 변절자들을 색출하고, 에고 밖의 인간 상인도 혼쭐을 내줘야겠지요.”
“그렇지. 그래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인간 상인 쪽은 제가 손봐줄 방법이 있습니다. 그란텔께서는 원인족과 귀광족의 행태를 살펴주십시오. 제가 구해달라고 의뢰한 종족이 그들입니다.”
“으음. 알겠네.”
뭔가 미심쩍은 듯, 그의 눈썹이 한차례 꿈틀댔다.
“헌데 원인족은 그렇다 쳐도 귀광족은 우리 잎사귀족들도 자주 볼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네만.”
“네. 그래서 일부러 귀광족을 구해달라 한 것입니다. 그들은 에고 안에서도 결계를 치고 생활하니까요. 호족이라 할지라도 쉽게 그들을 잡을 순 없겠죠.”
결계술의 달인이라 불리우는 종족. 귀광족은 에고에서도 주민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조심성이 극도로 강한 그들이기에, 직접 만든 결계 속에 숨어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야.”
“그래서 귀광족이 이번 작전의 핵심입니다.”
“핵심이라?”
“그들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오는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귀광족도 주야장천 결계 속에서만 생활을 이어나갈 순 없기에, 유일하게 나오는 때가 있었다.
“보름달이 뜰 때.”
한 달에 한 번. 귀광족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
“그들을 잡으러 온 호족을 덮치는 겁니다.”
“보름달이라. 사흘 뒤로군.”
호족의 변절자들도 귀광족을 납치하기 위해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럼 그 전엔 원인족에게 주의를 주고 있겠네.”
“네. 좋은 생각입니다.”
변절자들이 원인족을 잡으려는 사이에, 놈들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원인족도 잡으려면 고생 좀 할 테지.’
잎사귀족 못지않게 빠른 종족.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다니는 그들이기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엔 힘들 터였다.
“알겠네. 그럼, 일단 자네는 홀에 데려다주지.”
그렇게 에고의 숲을 살리기 위한 음지의 노력이 시작됐다.
* * *
“그럼, 저녁에 봄세.”
우리를 홀에 데려다준 후 인사를 건네오는 그란텔. 몇몇 잎사귀족 일원들만 남겨두고 떠나가는 그였다.
‘아직 사흘은 시간이 있으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홀의 기향을 입히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들 어제처럼 앉아있자고.”
수백 미터 지름의 거대한 구덩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천 길 낭떠러지 옆에 걸터앉았다.
“근데, 아지랑이들 색은 왜 전부 다른 거야?”
드류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형형색색의 연기들이 녀석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각각의 기운이 내재한 힘을 나타낸다고 보면 돼.”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드류.
“아, 속성 같은 건가?”
“뭐 비슷하지. 여기 있는 기운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을 대변하는 거니까.”
붉은색은 불을, 푸른색은 물을 나타내는 식이었다.
‘틀릴 일은 없겠지.’
천 년 전, 잎사귀족의 족장. 카분이 알려준 내용이었기에 자신 있게 설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모으는 마나보다도 한 단계 더 세분화된 기운들이지. 수십 배는 순도가 높다고 볼 수 있어.”
“와……. 그런 게 있다니. 이런 건 마탑에서도 안 알려줬었는데.”
당연했다. 이종족들의 도움을 받아, 홀에 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러고 보니, 속성을 대표하는 색들이 전부 있네!”
이제 막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가, 주변의 모든 글자를 읽어내려가듯.
“전기도 있고, 풀도 있어! 어, 저건 그럼 흙이구나!”
드류는 아지랑이의 색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한참 동안 각종 속성들을 읊어 내려가던 녀석.
“……응?”
그 입이 다물어지고, 내게로 시선이 향했다.
‘슬슬 알려줄 때가 됐지?’
[그치. 자기 몸속에 뭘 쌓고 있는지 정돈 알아야지.]자신이 도통 알 수 없는 색이 하나 있었을 테니까.
“근데, 저 황금색은 뭐야?”
이따금 튀어나오는 금빛의 아지랑이들. 녀석이 알기에 그런 색을 띠는 속성은 없을 터였다.
그게 바로 오러가 가시회된 형태였으니까.
“내가 너희에게 느끼라고 했던 기운 있지?”
비록 오러는 모르는 두 사람이었지만,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니었으니.
“헉, 설마 그게 저거야?”
“오……. 그러고 보니 공자께서 집중하실 때, 몸 주변에 나타나는 금빛이랑 비슷하네요.”
두 사람 다 그 정체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맞아. 저게 바로 너희가 습득하고 있는 그 기운이야.”
“오오. 역시. 그래서 저게 무슨 속성인데?”
신기한 듯 이리저리 눈짓하는 드류.
“드류. 넌 날 믿고 있지?”
그런 녀석의 두 눈을 마주했다.
“물론이지. 너처럼 좋은 친구도 없는걸.”
“친구라……. 그렇지. 우린 친구니까, 나도 널 믿어도 되겠지?”
그러자 눈살을 찌푸리는 드류였다.
“당연한 소릴! 이제 와서 섭섭하게 그런 말을 해?”
괜스레 코까지 찡긋해 보이는 녀석.
물론, 믿을 수 있는 친구이긴 하지만, 오러를 밝히는 것은 나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래도 언젠간 해야 할 일이야.’
깁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결심했던바.
천 년 전의 내 전우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녀석에게만큼은 오러를 전승할 계획이었다.
[그래. 이젠 알려줘야겠지.]‘오러가 뭔지 알아야 앞으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내 수족과 다름없는 돌프에겐 말할 것도 없었고.
내 표정이 사뭇 진지해져서일까. 드류 역시도 이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미안, 미안. 지금부터 할 얘긴 좀 심각한 이야기라.”
“뭔데, 그래?”
“넌, 너희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녀석.
“우리 가문이야 잘 알고 있지. 델레마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 천 년이나 된 가문이라고.”
뭘 그런 걸 묻냐는 듯, 설명을 쏟아낸 드류였다.
‘기사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한 건가?’
그 누구보다 긍지 높은 기사 가문이었던 깁슨가이기에, 가문 어딘가엔 기사의 정체성이 전수되어왔을 터.
허나, 드류는 자신의 뿌리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긴 아직 애니까.’
깁슨 가에 대한 역사는, 내가 아닌 가문에서 직접 듣는 게 나으리라.
괜히 내가 나서서 ‘넌 기사 가문의 후예야.’라고 하면, 되려 정체성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터였다.
[깁슨의 어른들도 다 생각이 있겠지.]언젠가 때가 되면, 알려주려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 역할을 내가 가로채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깁슨 가 전체가 기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면, 그때 가서 드류의 길잡이가 되어주면 될 일이고.
‘그래. 지금은 오러에 대한 얘기만 하자.’
그 순간 우리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금빛 연기. 드류와 아드문 모두 그 금빛 기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금빛으로 물든 때. 천천히 입을 떼었다.
“드류.”
이내 금빛 연기로부터 시선을 내게로 돌리는 녀석. 그 해맑은 눈빛을 마주했다.
“넌 오러란 것에 대해 알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