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69)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69화(69/150)
69화. 소탕작전(3)
“귀광족의 결계를 풀 방법이 있다?”
“네. 제 선조께선 귀광족과도 매우 친밀했던 사이셨거든요. 심지어는 귀광이 직접 제 선조를 위한 결계도 제작해줬었습니다.”
날 위해 결계를 제작해줬던 귀광족. 잎사귀족 만큼이나 깊은 연이 있던 사이임은 틀림없었다.
“호오. 그들이 직접 한 인간을 위한 결계를 만들어줬다니. 그건 보통 일이 아닌데……. 어지간히 큰 은혜를 졌었나보군.”
그란텔의 말은 천 년 전의 한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은혜라…….’
귀광족은 유독 조심성이 많은 종족이었다.
그들의 구성이 소수인 탓일까. 자신들의 목숨을 유독 중히 여겼다. 일반적인 이들이 목숨을 아까워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남아야 할 사명이라도 있는 듯,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특이한 녀석들이긴 했지.’
대를 잇는 것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드러내던 귀광족.
허나, 그들의 전투능력은 그리 대단치 않았으니. 결계술을 발전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녀석들에겐 네 존재가 엄청 큰 힘이 됐겠지.]그런 귀광족이 날 은인으로 대하게 됐던 계기.
‘그날 일 덕에, 나도 녀석들의 가족으로 인정받았으니.’
결계를 보수하던 사이, 그들을 들이닥친 마법사들. 그들로부터 구해준 적이 있었기에, 그들에게 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녀석들 결계 안에도 들어갈 수 있게 해줬었지.’
친구를 넘어선 믿음.
가족. 그것이 날 대하던 그들의 마음이었다.
“한 번 가보시죠. 선조께 전해 들은 방법으로, 결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으음. 귀광족이 인간에게 결계를 드나드는 법을 알려줬다니……. 같은 에고의 주민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이들인데, 믿기 어렵구만. 자네 말대로 한 번 시도해보자고.”
만약 결계를 풀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호족이 손을 쓰기 전에 작전을 짤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었으니까.
“그럼 지금 바로 그란텔 님과 저만 가는 것으로 하시지요.”
“그리하지. 자네 친구들은 잎사귀족 일원들이 다시 마을로 보내줄 걸세.”
* * *
에고의 울창한 수풀림.
“이쪽일세.”
그란텔의 안내에 따라 잠시 걷자.
콰아아아…….
조금씩 들려오는 물소리.
“거의 다 왔나 보군요.”
그것이 귀광족의 거처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들의 결계는 거대한 폭포수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자넨 정말로 에고에 대해 모르는 게 없군.”
놀라운 듯 말했지만, 그란텔의 표정은 태연했다. 귀광족의 결계도 풀 수 있다고 한 자가, 그들의 거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니.
“그들이 홀 근처의 폭포에 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 알면 다 아는 게지.”
한 번 피식 웃은 그란텔. 그의 손짓에 따라 눈앞에 놓인 수목들이 계속해서 길을 틀었다.
‘다 왔군.’
그 덕에 빠르게 커지는 폭포 소리. 곧이어 눈앞을 가로막던 나무 하나가 자리를 비켜내자.
쏴아아아!
차가운 기운이 수차례 얼굴을 때렸다. 폭포에서 튀겨져 나온 물방울들이었다.
[여전하네.]눈 앞에 펼쳐진 꽤 큰 규모의 폭포. 원시림 사이에 펼쳐진 폭포는 꽤나 장관을 이뤄내고 있었다.
“멋진 곳이군요.”
“그렇지? 자네도 말로만 전해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일 테니.”
물론,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긴 했지만, 밝힐 순 없었다.
“이쪽일세. 가자고.”
그란텔과 함께 향한 곳. 폭포 뒤 절벽을 따라 작게 나 있는 길이었다.
“듣던 대로군요.”
그 길을 따라 잠시 걷자, 나타난 건.
우우웅!
내겐 너무도 익숙한 주황색의 결계였다. 이아스에 있는 내 거처와 동일한 기운을 뿜어내는 결계. 다만 절벽 위에 그려진 결계는 그 규모가 훨씬 웅장했다.
[이건 볼 때마다 놀랍단 말이지.]오베론마저도 넋을 놓을 광경. 지름이 10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결계가 폭포 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에고의 폭포가 숨기고 있던 것. 그것은 그 어떤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계술의 절정이었다.
“어떤가. 이걸 풀어낼 수 있겠는가?”
여전히 의문 어린 그란텔의 음성. 허나,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스릉!
품속에 있던 단검을 꺼내든 채로.
“자네, 뭘 하려는 겐가?”
“걱정 마십시오. 귀광족을 불러내려는 것이니까요.”
이곳의 결계를 푸는 법은 내 거처와는 조금 달랐다. 그들의 결계는…… 고작 허접한 문답 따위로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후우웅!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단검.
투웅!
그것이 결계 표면을 강하게 때렸다.
동작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퉁! 투둥! 투우웅!
계속해서 내리쳐진 단검. 그란텔은 그저 그 불규칙한 반발음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로 이게 결계를 여는 법이라고?”
“예. 이제 곧 신호가 올 겁니다.”
그렇게 결계를 향한 칼질도 잠시.
쿠우우우우…….
폭포 뒤편의 절벽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 여전히 먹히는구만.]그 현상에 그란텔의 표정이 굳어감은 당연지사.
“……정말로 결계를 풀 수 있었구만.”
귀광족이 결계를 풀고 나타날 때 생기는 현상이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내가 결계를 푼 건 아니지만.’
내가 보낸 신호를 듣고, 귀광족이 내부에서 결계를 해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나는 그들의 방식으로 노크를 한 것이고. 내부에 있던 그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는 셈.
이윽고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하는 주황색 결계.
후우우웅!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은 틈이 결계 위로 생겨났다.
“……누구?”
그 틈으로 머리를 빼꼼 내민 존재. 마치 정령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작은 체구가,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결계를 열고 나온 귀광족이었다.
“반갑네. 잎사귀족장 그란텔이네.”
그에게 먼저 다가선 그란텔. 같은 에고의 주민으로서 경계심을 풀기 위함이었겠지만.
“잎사귀족장이 어떻게 우리의 신호를 알고 있죠? 어디서 훔쳐 들은 게요!”
귀광족은 도로 머리를 집어넣은 채 소리만 내질러왔다. 되려 더욱 경계심이 강해진 듯한 모습.
“신호를 보낸 건 그란텔 님이 아니라, 접니다.”
그가 결계를 다시 닫기 전, 서둘러 입을 열자.
“뭐라고?”
눈살을 찌푸린 귀광족이 재차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훑는 존재. 허나,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우리의 가족 중엔 너 같은 인간은 없어. 네놈 정체가 뭐지?”
반신반의. 그것이 그의 표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였다.
‘궁금할 테지.’
단검으로 결계를 내리쳤던 타이밍. 불규칙한 듯했던 그 반발음은, 이들에게 있어선 필수적인 소음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귀광족들이 사용하는 제2의 언어, 진언(振言)이었다.
조심성이 강한 그들은, 육성과 함께 진언을 섞어 사용하곤 했다. 단검으로 내리쳤던 것처럼, 일정한 진동을 만들어내,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
“전 진언을 배웠습니다.”
물론, 내가 그들의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조리 암기할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단어는 확실히 외워뒀었으니. 그것이 바로 ‘문 열어줘.’ 였다.
그런 그들의 언어를 사용한 자가, 생전 처음 보는 인간이었으니.
“……어떻게 한 거지?”
그로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마냥 나의 존재를 무시할 수도 없을 터였다. 귀광족의 언어가 유출된 경로를 알아야 할 테니까.
“칸. 그게 바로 제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계를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름. 그것이 나의 것이었다.
* * *
순식간에 몰려든 귀광족의 일원들. 열댓 명의 소인들이 폭포 뒤의 절벽에 모여들었다.
“칸…… 의 후예라니.”
“이럴 수가.”
“정말로 우리의 가족이라고?”
주위에서 재잘거리는 귀광족들. 작은 몸집과 대비되는 커다란 귀가 인상적인 그들이었다.
“전 칸의 후예가 맞습니다. 당신들이 만들어준 결계도 이아스에서 잘 사용 중이고요.”
물론, 그곳에서 물건은 모조리 빼낸 상태였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으음. 그런 정보까지 알고 있다니…….”
“칸의 후예야!”
“확실하군.”
그제야 모든 이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게다가 진언까지 사용했다니까? 내가 확실히 들었다고.”
가장 처음 얼굴을 내밀었던 존재가 재차 진언을 강조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귀광족의 진언은 우연의 일치로 조합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의심할 나위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그것도 천 년이나 지나서 말이야.”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였다.
“혹, 장로님이십니까?”
귀광족은 다른 이종족들과는 다르게, 족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장로라는 표현을 사용할 뿐.
“……그렇네만. 후아킨일세.”
“아도니스 칸의 후예, 아인 칸. 정중히 인사드립니다.”
“으음……. 그래서 우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부탁이라도 하러 온 겐가?”
조금은 쌀쌀맞던 그의 눈빛도 조금은 누그러들어 있었다.
“그게 아닙니다. 그 반대죠.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온 겁니다.”
“도움이라?”
“네. 귀광족에게 찾아올 위험을 알리러 온 겁니다. 일부 호족들이 여러분을 습격하려고 준비 중이란 사실을요.”
물론, 내가 도른에게 구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굳이 말할 필요야 없지.’
그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여지는 두지 않는 게 좋았다.
“호족이 우릴 습격할 거다?”
그 말에 혼비백산하는 나머지 귀광족들. 누군가는 폭포 밖을 살폈고, 누군가는 그새 결계 속으로 피신한 채였다.
“예. 이번 보름달이 뜨는 날을 노릴 겁니다. 호족들도 귀광족이 보름달에만 나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 정보는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인간들 중, 이종족을 납치해 거래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자에게서 알아낸 정보입니다.”
“호족이 우리를 납치해, 그자에게 넘긴다는 말이로군.”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을 꿰뚫어 본 후아킨 장로. 비록, 결계 속에서만 산다고 하나, 그 판단력까지 흐린 것은 아니었다.
“천 년 만이라곤 하나, 우리 가족이 한 말이니 믿을 만하겠지. 조심해서 나쁠 것도 없고. 이번 보름달엔 나가는 걸 삼가야겠군.”
감사의 인사를 건네오는 후아킨. 허나, 내 고개는 저어졌다.
“그래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번 보름달은 그냥 넘기더라도, 그다음 달에 또 위험이 도사릴 수 있으니까요. 애초에 귀광족을 노리는 이들을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족과 맞서 싸우란 건가? 우린 그리 무력이 강한 종족이 아니네.”
어느덧 내 이야기에 빠져든 후아킨과 귀광족들.
“그저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사흘 후에 이렇게만 해주십쇼.”
그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