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71)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71화(71/150)
71화. 1등 전사
“왔는가.”
여느 날처럼 에고의 숲 초입부까지 마중 나온 그란텔. 어쩐지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있었다.
“네. 가시죠.”
몇 시간이 지나면 보름달이 떠오를 터. 그에게도 오늘은 긴장되는 날이었다.
익숙하게 우리를 감싸 안는 잎사귀족 일원들. 그들의 인도에 따라 빠르게 홀에 다다랐다.
후우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홀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달랐다.
“오늘은 좀 더 거친 것 같아.”
드류와 아드문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홀의 구덩이를 살피었다.
“원래 보름달이 뜨는 날엔 홀의 기운이 좀 더 거세지거든.”
“그럼 오늘은 위험한 거 아냐?”
“그래도 해가 떠 있는 동안은 괜찮을 거야. 오히려 기운이 더 많이 방출돼서 오러 모으기가 쉽겠지.”
“아하, 그럼 완전 이득이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홀은 달의 기운에 크게 반응했다. 특히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낮부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곤 했으니까.
“오늘은 평소보다 세 배는 많이 모을 수 있을 거야. 바로 앉아서 집중하자.”
“정말? 얼른 하자!”
편한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드류. 아드문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 * *
[슬슬 가야겠어.]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점차 거세지는 바람. 갈피를 잃은 아지랑이들이 이리저리 휘날리기 시작했다.
‘마침 그란텔도 돌아왔네.’
나머지 잎사귀족들만 남겨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던 그였다.
후우웅!
강하게 부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린 그란텔.
“이제 그만 가지. 보름달이 뜨는 날은 더 위험하니.”
“네. 가시죠.”
꽤나 아쉬운 듯, 드류와 아드문은 애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오러가 정말 잘 모인다.”
“그러게요. 평소보다 기운도 많고 느끼기도 쉽네요.”
하지만, 언제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입는 법.
“오늘만 기회가 아니니. 내일 또 오자고.”
“응!”
“알겠습니다.”
적절히 물러설 때를 알아야 했다.
“둘은 먼저 에이탈로 가 있어. 잎사귀족 분들이 데려다주실 거야.”
“응? 넌 오늘도 늦게 오려고?”
“난 그란텔 님과 할 일이 좀 있거든.”
“오……. 뭔지 궁금한데. 우리도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거겠지?”
“좀 위험할 수도 있어서.”
그 말에 기겁하는 아드문.
“위험하다고요? 안됩니다!”
오로지 내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였다.
“괜찮아. 내가 다칠 일은 없을 거야. 너희 생각보다 난 다양한 능력이 있거든.”
“으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흠……. 그것보단 여기 더 있는 게 훨씬 위험할 것 같은데?”
어느덧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아지랑이들.
쿠우우!
여러 색의 연기들이 이리저리 섞여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보름달의 기운을 받은 기운들이 이윽고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헙! 일단 여기서 벗어나시죠!”
그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느낌 드류와 아드문. 그제야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이었다.
“그럼, 먼저 가 있어. 오늘은 나 기다리지 말고.”
“알겠어. 조심히 다녀.”
“꼭 무탈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빠르게 사라지는 잎사귀족들. 드류와 아드문의 걱정 어린 표정은 그렇게 멀어져갔다.
“그럼 저희도 슬슬 출발하시죠.”
“그러지. 호족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자고.”
* * *
콰아아…….
에고의 숲 어딘가. 폭포에서 튄 물방울이 여지없이 이마를 적셨고.
“오셨군요.”
그와 함께 우리를 반긴 건, 잎사귀족의 1등 전사 클랄이었다.
“아직 호족의 아이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참 전부터 이곳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주시한 터. 호족이 언제부터 나타날지 몰랐기에, 정찰을 자처한 그였다.
“아침부터 고생 많으셨군요.”
“별말씀을. 에고를 위한 일인데, 이 정돈 해야지.”
그가 폭포 옆의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다.
“족장님. 저 나무 위쪽이 숨어서 지켜보기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폭포를 향해 나뭇가지를 내밀고 있는 거대한 나무. 무성한 잎사귀 덕에 셋의 몸을 숨기기엔 충분했다.
‘저 위치면 상황도 다 보이겠네.’
폭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장소. 호족들을 대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시죠.”
그란텔의 손짓에 따라 나뭇가지를 내려주는 나무. 손쉽게 그 위로 몸을 숨겼다.
자리를 잡고 앉자, 잎사귀들이 우리의 사방을 감쌌다. 그란텔의 의지대로 나무들이 움직여준 결과였다.
이제 남은 건 놈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나무를 한차례 쓰다듬어준 그란텔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자넨 긴장 안 되는가?”
“긴장이랄 것 있겠습니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인데요. 게다가 그란텔 님도 함께 계시지 않습니까.”
“으음. 그래도 이런 경험은 많지 않았을 텐데. 매번 느끼지만 참 비범해.”
그가 보는 내 모습은 고작 열다섯의 앳된 소년. 오늘 상대해야 할 자들이 8성의 무위를 지녔음을 알고 있기에,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정작 나는 클랄보다도 태연한 모습이었으니.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전생에선 밥 먹듯 전투를 해왔던 터. 전투경험으로만 친다면, 그란텔보다도 몇 수 위임이 분명했다. 9성의 기사가 괜히 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네가 고인물인지 알 턱이 없겠지.]심지어 지금은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적들은 우리의 정체를 모르고, 우리는 그들의 전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바.
“그저, 그란텔 님과 클랄 님을 믿고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강한데다 경험도 많은 분들이시니까요.”
딱히 긴장될 일은 아니었다.
“잠깐.”
그 순간 입가에 검지를 댄 클랄. 그의 귀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온 건가.’
자연스레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이 옮겨졌다.
폭포수 건너편으로 등장한 거구의 인영들. 다섯의 호족이 모습을 드러낸 채였다.
‘생각보다 많군.’
게 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한 존재.
‘저놈인가…….’
다른 호족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호족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자가 호족의 1등 전사일세.”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란텔. 역시나 놈이었다.
“아무래도 저놈을 구심점으로 모인 것 같군요.”
“그렇겠지. 호족들은 힘을 숭배하니까.”
자신들보다 강한 자가 아니면 따르지 않는 호족의 특성상, 1등 전사가 저들 무리의 실질적인 리더임이 분명했다.
‘생각보다 기운이 더 거세네.’
내 기억 속 호족의 1등 전사는 8성 기사와 견주었던 터. 허나 놈의 기세는 그것을 훨씬 웃도는 듯했다.
“저자는 히레이라는 자인데, 현 호족장과 비등할 정도로 강하다는 설이 있네. 그래서 저자를 따르는 자들도 생긴 게지.”
연이은 그란텔의 설명. 역시나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별일 없겠지.’
그들은 폭포 근처에 자리 잡고 앉아 폭포 뒤편을 응시할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별다른 작전 없이, 귀광족들이 나오면 덮치려나 보군요.”
일말의 긴장감도 없는 모습. 그저 자신들의 힘을 믿고, 귀광족을 기다리는 호족들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흘러갔다. 어느덧 밤하늘을 밝게 물들인 달.
“슬슬 때가 된 것 같구만.”
보름달이 중천에 자리 잡았고.
쿠우우…….
폭포 뒤쪽이 세차게 진동했다. 예의 귀광족의 결계가 움직인 결과였다.
[놈들도 움직이는군.]그에 따라 몸을 일으키는 호족들. 놈들 입가에 자리 잡은 비릿한 미소가 심기를 거슬렀다.
“저희도 슬슬 준비하시죠.”
긴장된 순간, 폭포 뒤로 드러난 작은 실루엣들. 약속대로 귀광족들이 호족을 유인하기 위해 결계 밖으로 나섰고.
“크르…….”
호족들이 폭포 뒤로 접근했다.
“지금이에요!”
그란텔과 클랄의 나뭇잎 손 역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들이 폭포 뒤로 접근한 순간이 가장 습격하기 좋은 때였으니까.
놈들이 귀광족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폭포 뒤 통로 양쪽을 그란텔과 클랄이 각각 막아섰다.
“크르!”
그곳엔 호족들이 이를 갈고 있었으니. 귀광족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는 그들이었다.
촤락!
그런 호족들을 향해 굵다란 나뭇가지들이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호족들의 팔과 다리를 감싸 안은 나무들.
“잎사귀족?”
그제야 호족들의 시선이 우리를 훑었다. 그들이 나무들에 엉겨진 사이.
“흐익!”
“다시 들어가!”
귀광족들은 도로 결계 안으로 숨어들었고.
“흥!”
그란텔의 손짓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쿠우웅!
폭포의 양쪽 입구를 가득 메우는 수목들. 빠져나갈 틈 없이 절벽 주변을 에워싼 형세였다. 양옆의 입구를 가득 메워버린 탓에, 형성된 퇴로 없는 전장.
단 하나 나갈 틈이 있다면.
콰아아!
거센 폭포 아래로 뛰어드는 것뿐이었다.
“……그란텔과 클랄인가.”
그란텔을 흘기는 호족의 1등 전사. 히레이의 눈에는 아직도 여유가 물들어있었다. 그란텔과 클랄이라고 해봐야, 자신을 포함한 호족 다섯의 상대가 될 순 없을 테니까.
“무슨 짓이지?”
역시나 그의 팔에 힘줄이 솟아나자.
파아앗!
팔을 감싸 안았던 나무줄기가 터져나갔고. 다리에 힘을 주자 속절없이 끊어지는 수풀들이었다.
“그 인간은 또 무엇이고.”
그런 그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어?”
그리고 그 뒤에 있던 호족의 눈이 크게 뜨여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저놈이 그놈입니다. 얼마 전에 에고에 들어왔다는 어린 인간이요.”
락훈의 일당이 에고에서 마력 폭탄을 터트리려 했던 날.
‘그놈이군.’
인간들을 무참히 학살했던 호족이었으니까.
“네놈.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죽으러 왔구나.”
그때에는 그란텔의 기세에 주눅 들었던 그들이었지만, 이번에는 호족의 1등 전사도 있는 터.
“두 번이나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적인 우위까지 가진 그였기에,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나머지 호족의 일원들 역시 어렵지 않게 속박을 끊어내자, 히레이의 입이 재차 떨어졌다.
“그란텔 족장……. 이게 무슨 짓인지 물었다. 인간을 데리고 에고의 깊은 곳까지 온 것도 모자라, 우리에게 손톱을 드러내는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네만.”
“뭐?”
“어찌하여 에고의 주민들을 납치하는 겐가.”
처음부터 본론을 꺼낸 그란텔.
“……어디까지 알고 온 거지?”
히레이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가는 순간이었다.
“자네들이 에고에서 하는 일들은, 나무들에게서 모두 들었네.”
“그 요상한 능력은 여전한가 보군.”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게지?”
“그야, 에고의 미래를 위해서지. 인간보다 월등한 우리가 이곳에서 숨어 살 이유는 없다. 우린 에고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살 것이다!”
“호족장도 동의한 일인가?”
“그럴 리가.”
씁쓸하게 웃는 히레이. 허나, 이내 그의 입가에 차디찬 미소가 실렸다.
“그분은 이제 사리분별을 못한다.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셨지.”
“자네들의 생각이 에고에 더 큰 화를 불러오는 걸 모르는 겐가?”
“호족장과 똑같은 말을 하는군. 상관없어. 우리를 막으려 하면 그란텔, 당신도 죽음을 면치 못할 거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편에 서라. 그럼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할 테니.”
그와 함께 발톱을 드러내는 호족의 일원들. 두 번 권할 의지는 없는 듯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을 막는 게 에고를 위하는 길이네.”
그란텔 역시 재차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는 히레이. 놈의 고개가 다시 들어졌을 땐, 그의 양손엔 날카로운 손톱들이 돋아나 있었다.
“여기서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