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7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73화(73/150)
73화. 1등 전사(3)
“……네놈. 정체가 뭐냐.”
차가운 시선을 보내오는 히레이. 무시하듯 대하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었고, 되려 경계심이 극에 달한 모양새였다.
“정체라…… 글쎄.”
그런 놈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에고의 친구랄까?”
미간을 찌푸린 채, 양팔의 근육을 부풀리는 히레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놈이 다시금 손을 뻗어왔다.
“네놈. 영약을 먹고 노화를 늦춘 인간이로군!”
“엥?”
“그러지 않고서야, 네놈 나이의 인간이 내 공격에 맞설 수 있을 리 없지. 어쩐지 어린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담대하다 했어.”
지레짐작한 히레이는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래 봐야 소용없다! 네놈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해도 이 정도 거리에서 우리를 상대할 수는 없어!”
곧바로 양팔로 기파를 쏘아내는 놈. 이전보다 배는 강력한 기운이 머리칼을 쓸어넘길 찰나였다.
촤아아아……!
재차 내 앞을 막아선 폭포수. 갑자기 튀어 오른 물줄기들은 이번에도 무리 없이 히레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놈!”
결국, 흥분해버린 놈이 무차별로 기파를 쏘아대기 시작했으나.
촤라악! 촤아악!
여지없이 물줄기에 흡수당하는 모양새.
“이 개 같은 인간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성질을 이기지 못한 히레이가 소리를 질러왔다.
“아무 짓도 안 했어.”
“이 망할 인간이! 아티팩트라도 지닌 게냐!”
“아니?”
“개소리하지 마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빨리 워터쉴드를 전개한다고?”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흥분한 놈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난 네놈 말처럼 영약을 먹은 노인네도 아니고, 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너한테 비빌 수는 없겠지.”
“……무슨 선문답이냐. 날 능멸하려 들지 마라.”
“말 그대로야. 난 그냥 평범한 꼬맹이거든.”
물론, 환생한 검제이긴 하지만……. 어찌 됐건 놈에게 있어서 지금의 난 평범한 어린 인간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개소리! 두 번 속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리를 부풀리는 히레이. 예의, 연속기를 구사하려는 놈이었다.
“그래 봐야 소용없을 텐데.”
쿠우우우우……!
그란텔의 나무뿌리를 상대할 때보다도 강한 에너지를 담은 기파.
촤아아!
허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물줄기에 가로막혀버린 채였다.
팔에서부터 쏘아진 기파에 비하면 훨씬 출렁이긴 했지만, 물줄기도 수 배는 더 두꺼워져 있었으니까.
순식간에 수십 차례의 발길질을 해온 놈이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미, 미친! 인간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놈 대체 뭐냐!”
결국, 놈의 얼굴에 서린 것은 경악. 처음 공격이 막혔을 때보다,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막은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제야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히레이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내가 무슨 수로 네놈 공격을 막겠어.”
“뭐…? 그럼 누가 막았단 말이냐.”
“네가 에고의 왕이 될 거라고 했지? 그럼 그런 자격이 있는지 한 번 붙어봐.”
“그게 무슨……?”
다시금 입을 떼려던 히레이. 허나, 부연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쿠우우우우…….
폭포 너마로 거대한 실루엣이 들어서고 있었으니까.
“서, 설마!”
당황한 히레이의 짤막한 음성과 함께. 낙하하던 폭포의 물살이 좌우로 나뉘기 시작했다.
“……에고의 왕이라.”
그 틈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
“객기 어린 젊은이로군.”
폭포 사이를 뚫고 나온 건 거대한 사이즈의 머리였다. 두꺼운 비늘로 덮여진 유선형의 머리.
뱀과 같은 형태의 머리이나, 그 크기가 비현실적으로 크다는 것이 괴리감이 일게 만들었다.
[꼭 이무기같이 생긴 놈이군.]‘이무기? 그건 뭐야?’
[그런 게 있어. 다른 곳에 있는 마물 같은 놈들이야.]오베론도 흠칫 놀랄 외형. 겉모습만 본다면 어지간한 마물도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것이 분명했다. 어찌나 거대한지, 머리통 외에 전체 몸이 다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으니까.
“수, 수왕족?”
그 흉포하던 히레이조차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게 만드는 존재. 물속에선 그 누구도 이길 자가 없다는 수왕족이었다.
‘어떠냐. 멍청한 놈.’
물속에서만큼은 호족도 한 수 접어야 한다는 수왕족.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내 전략이었다.
수왕족이 힘을 실어준다면, 호족의 1등 전사라 할지라도 막아낼 수 있을 터이니. 귀광족이 이번 작전을 허락한 것도 다 그 덕분이었다.
[그때 경매장에서 수왕족 여자애 구해주길 잘했지.]‘이래서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니까?’
수왕족 소녀로부터 받은 증표 덕에, 이번 작전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잎사귀족 일원에게 수왕족의 증표를 주어, 수왕족 전사를 데려오게 했으니까.
“이 미친 인간이, 에고에 무슨 짓을 벌이는 거냐!”
결국, 히레이의 화살이 향한 곳은 나였으니.
“내가 빽이 좀 있거든.”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태연자약한 내 태도에 히레이의 인상이 팍 구겨지는 것도 당연했다.
“수왕족까지 개입시키다니!”
나타난 수왕족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 그런 놈에게 내가 미처 목소리를 내기도 전.
“당신이 호족의 1등 전사로군요. 요즘 에고를 시끄럽게 만든다면서요?”
대신 공간을 울린 여린 음성. 수왕족의 머리 위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히레이와 더불어, 우리의 시선까지 그쪽으로 옮겨졌으니.
“이안 님! 오랜만이에요!”
익숙한 외관의 소녀가 그곳에 올라타 있었다. 작은 물갈퀴가 달린 손을 흔드는 소녀. 안티의 경매장에서 구해주었던 수왕족 소녀, 카리스였다.
[오, 저 아이가 직접 왔구만.]‘잉? 쟤도 왔네?’
냉큼 달려와 고개를 숙이는 소녀.
“다시 뵙고 싶었어요!”
“너는 여기 왜……?”
그 모습에 그란텔의 표정이 묘하게 비틀렸다.
“자네……. 수왕족장의 여식과도 연이 있었던 겐가?”
“……수왕족장의 여식이라고요?”
“허! 자네 앞에 있는 그 소녀말일세.”
해맑게 웃고 있는 소녀. 그때의 상처는 이미 회복한 터라, 그 피부가 더욱 투명하게 비쳤다.
“너……. 수왕족장 혈육이었어?”
“헤헤. 저희 아버지세요.”
나조차 모르던 사실이었다. 그저 수왕족의 증표로 도움만 좀 얻고자 했거늘.
“그럼 혹시 이분이……?”
소녀와 함께 등장한 거대한 수왕족.
“아, 저희 아버진 아니고. 수왕족 1등 전사, 샤르크라고 해요.”
무려, 수왕족의 1등 전사였다. 이종족들도 생김새가 무척이나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수왕족은 더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어류와 인간이 합쳐진 형태. 모든 어인들을 통합해 수왕족으로 부르곤 했으니까.
[이놈은 그럼 뱀장어인가?]‘그런가 봐. 엄청 크구만.’
뱀처럼 생긴 수중 생명체. 나 역시 떠오르는 건 오베론과 비슷했다.
[물속에 있는 수왕족 1등 전사면……. 너 전성기 때 와도 힘들겠는데?]‘흐음. 이 정도까지의 지원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더욱 확실히 승기를 잡은 상황. 은인을 위해 이렇게 달려와 준 카리스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좀 늦었네요. 그란텔 족장님, 시간 벌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잠시 고개를 돌려 그란텔을 바라본 카리스.
“이젠 저희 수왕족에게 맡겨주세요.”
“흠흠. 부탁함세.”
“뭘요. 저희 수왕족도 에고의 주민인걸요.”
점잖게 고개를 숙여 보인 그녀의 시선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히레이였다.
“호족의 1등 전사시라고요? 어디 한 번 에고의 왕이 될 힘이 있는지 확인해보죠.”
“뭐, 뭣?”
“샤르크 님 정도는 우습게 이기셔야, 저희 수왕족도 아래에 둘 수 있지 않겠어요?”
카리스의 말과 함께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는 샤르크. 그 모습에 다급히 사지를 부풀리는 히레이였다.
“이런 미친 생선 놈들이!”
그와 동시에 놈을 향해 쏘아진 거대한 물줄기. 샤르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방대한 양의 물살이 호족들을 향해 덮쳐갔다.
“크릉!”
다리 근육을 부풀리며 땅을 박찬 히레이. 놈은 샤르크의 물줄기 아래로 파고들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어쩌려는 거지?’
[상대가 안 될 텐데.]수왕족이 육지에 있다면 호족이 비벼볼 만할 테지만, 현재는 폭포수에 몸을 담그고 있는 상황.
물속의 수왕족, 더구나 1등 전사는 히레이가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설마 싸워볼 생각인 건가?’
찰나의 생각이 스쳐 갈 무렵.
파아아앙!
부풀어 오른 다리를 터트려 기파를 방출한 놈. 이미 가속도가 붙은 터라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모든 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 때.
‘응?’
놈의 몸이 향한 곳은 샤르크가 아니었다.
[도망치는 거야?]샤르크의 턱 아래를 파고들어, 폭포 밖으로 탈출하려는 히레이. 나머지 호족들이 휩쓸리든 말든 뛰쳐나가려는 놈이었다.
“어딜!”
쿠우우우!
예상이라도 한 듯, 턱을 아래로 찍어버린 샤르크. 폭포 뒤의 공간이 무너질 듯 요동쳤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반응속도.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이들은 대게 느린 속도가 약점이나, 샤르크에게는 그 점이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샤르크 님이 괜히 1등 전사가 된 게 아니거든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카리스.
‘역시 무서운 종족이라니까.’
같은 편에 설 수 있음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나머지 호족들은 내가 붙잡아두고 있을 테니, 자네들은 히레이만 상대해주게!”
그란텔 역시 두 팔을 걷어붙이곤, 물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호족들을 낚아챘다.
“크아앙!”
“이것 놔라!”
나무줄기들에 의해 치렁치렁 매달려버린 놈들.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굴욕적인 최후였다.
‘남은 건 히레이뿐이군.’
부하들마저 버리고 도망치려던 놈. 샤르크의 턱에 깔려 있는 히레이에게만 집중하면 되었다.
“크아아아아!”
분노로 가득 찬 그의 울분이 샤르크의 턱 아래에서 터져 나왔다.
파아아앙!
그 뒤를 잇는 폭발음. 놈이 쏘아낸 기파가 샤르크의 턱을 강타한 것이 분명했다.
“걱정 마세요.”
그럼에도 여유 있는 카리스의 모습.
“샤르크 님의 비늘은 강철보다도 단단하거든요.”
어지간히 그의 능력을 믿어주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호족한테 육탄전을 건 거겠지.”
카리스의 말대로 샤르크의 거대한 얼굴이 조금 들썩였을 뿐,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샤르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재차 턱을 들어 올렸고.
“뭐, 뭐 하는 짓이냐!”
콰아아앙!
당황한 히레이를 향해 다시금 찍어 내릴 뿐이었다.
캬아악!
히레이의 외마디 비명.
샤르크가 또다시 턱을 들어 올린 곳엔, 바닥에 반쯤 파묻힌 히레이가 있었다. 사지가 골절된 듯 뒤틀린 채로.
피를 내뱉으며 히레이가 작게 흘린 말.
“……이 뱀장어 새끼. 그래. 소원이라면 다 죽여주마.”
허나, 지금의 놈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기에, 모두가 콧방귀 낄 따름이었다.
그란텔의 당황 섞인 음성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서, 설마!”
바닥에 누워있던 히레이의 안광이 붉은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