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76)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76화(76/150)
76화. 권능(2)
지금의 움직임대로라면 히레이의 공격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지!’
쓰러지던 그대로 몸을 날렸다. 우선 공격은 피해야 했으니, 차라리 넘어지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몸이 기울자, 시야에 강가의 돌멩이들이 가득 들어섰다.
탓!
겨우 왼손으로 돌조각 하나를 짚는 순간.
파아아아!
머리 위로 스쳐 가는 기파.
‘후우…….’
절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으니.
[이제 어쩌려고?]다음 행보가 걱정될 수밖에.
‘일단, 검은 계속 휘둘러야지.’
넘어진 순간에도 오른손은 프라가라흐를 놓치지 않은 터. 권능이 주는 반응속도는 유지해야 했다.
[무슨 소리야! 지금도 몸이 못 버티면서!]‘그럼 이대로 죽으라고?’
어차피 권능이 사라진다면 히레이를 상대할 수 없는 노릇.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목이 달아나 버릴 터였다.
[하아.]어쩔 수 없었다. 권능을 유지하려면 검을 휘두르는 수밖에.
넘어지며 땅을 한 바퀴 구른 후.
후우웅!
하늘을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커헉!’
순간 몰려든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고통.
[괜찮냐! 그만둬!]허나,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크아아아!”
몸을 날려 다가오는 히레이가 눈앞에 비쳤으니까.
후우웅!
그렇게 또 한 번의 검을 휘둘렀다. 극심한 고통 탓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빨라진 내 속도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을까.
몸을 일으켜 세워보았지만, 그게 고작이었다.
‘……!’
움직여도 결국 고꾸라질 것을 알았기에. 더는 발을 뗄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
다시 한번 넘어진다면, 히레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정 안 되겠으면, 움직이지 말고 검만 휘둘러. 정신 집중하고.]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권능을 놓치지 않고, 반응속도를 유지할 방법을 제시한 오베론이었다.
‘그게 낫겠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히레이를 향해 무의미하게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속도만큼은 히레이에 못지않은 검격. 그 덕에 놈이 다가오는 것을 한 차례 저지할 수 있었으나.
‘크악!’
더욱 아려오는 심장은 어쩔 수 없었다. 오베론의 권능이 주는 부담을 더는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크라아아아!”
내 검격에 뒷걸음친 것이 분한 것일까. 재차 땅을 박차는 히레이.
다가오는 놈의 주먹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였다.
쿠웅! 쿠우웅!
순간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장.
[뭐, 뭐야 이거?]당황한 오베론의 음성과 함께, 몸에 변화가 찾아왔으니.
‘……?’
검을 쥔 손 주변을 이질적인 기운이 둘러쌌다. 단순히 느낌만 이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손 주변에 자리 잡은 검은색의 기운.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심장을 쥐어짜던 고통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으니까.
몸의 변화를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파아아앙!
정면에서 쏘아져 오는 히레이의 기파에 대응해야 했다.
타앗!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바. 놈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위력과 속도는 어마무시하나, 놈의 공격은 항상 직선적이었으니까.
‘몸만 따라준다면, 이 정도쯤이야!’
옥죄어오던 고통에서 해방된 데다, 거듭된 가속으로 인해 반응속도는 더욱 빨라진 상황.
‘이거 이대로 좀만 더 빨라지면, 아도니스 때 움직임처럼도 할 수 있겠는데?’
위기에 놓였던 것도 잠시. 전성기 시절 나의 몸놀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희열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아아아!
우측에서 날아오는 기파는 가볍게 몸을 숙이며 피해내고.
투우웅!
검을 휘둘러 놈의 허리를 베어낸다.
열이 잔뜩 오른 놈이 위에서 아래로 양손을 찍어 누르지만.
타앗!
그 정도는 예상한바. 이미 내 몸은 옆으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크아아아!”
데미지는 주지 못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재밌는데.’
오랜만에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몸. 검제 때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피를 들끓게 했으니까.
“또 덤벼봐, 호랑이 새끼야. 다 피해줄 테니까.”
놈을 향해 검을 재차 겨냥했다.
그러자 시선을 잡아끄는 검은 기운.
‘원래 이렇게 컸었나?’
오른손에 자리 잡고 있던 그 기운은 어느덧 팔꿈치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일단 저놈부터 상대하고 보자고.’
그렇게 놈과의 전투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주먹을 피하고. 검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피해내고. 또다시 검으로 베어내고.
순식간에 펼쳐진 10번이 넘는 합. 다만, 둘 모두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놈의 가죽은 철갑이라도 두른 듯 내 공격을 튕겨내고 있었고. 나는 놈의 공격을 맞질 않았으니까.
‘뭐 이리 튼튼해.’
슬슬 똥줄이 타는 건 내 쪽이었다.
‘이제 더 빨라지면 안 될 것 같은데…….’
계속해서 빨라지는 속도. 지금은 알 수 없는 기운이 막아주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지 몰랐다.
‘한 방만 제대로 먹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순간 떠오른 한 가지 생각.
‘이 정도 오러면 되려나?’
그건 바로 프라가라흐를 깨워내는 것이었다. 검의 혼을 불러낸다면, 놈에게 한 방 먹여주는 것도 가능할 터.
한 달간 홀에서 오러를 모았기에, 현재 모인 건 5성에 해당했다. 그 정도라면 프라가라흐를 잠시나마 깨워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확실히 시도해볼 만해.’
다만, 문제는 한 방을 제대로 노려야 한다는 것. 히레이 역시 괴물 같은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야만 했다.
‘기회는 한 번뿐.’
오러를 물먹듯 집어삼키는 프라가라흐. 두 번의 기회는 없을 터였다.
“크아아아!”
또다시 달려드는 놈.
콰득!
이제까지와는 달리 내 손에도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제대로 한 방만!’
괴성을 지르며 벌어지는 놈의 아가리가 유독 확대되듯 비쳤다.
‘그래. 네놈 입에다 쑤셔 박아주마.’
놈이 샤르크의 입속을 공략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러기로 마음먹은바. 곧장 전신의 오러를 흘려보내려 했다.
놈의 뒤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전까진.
촤아아아아아!
강물이 회오리치며 솟구쳐올랐다. 마치 용오름이라도 생겨나는 듯했으나.
“이 고양이 놈! 잘도 빠져나갔겠다!”
그 틈에서 등장한 건,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샤르크! 무사했었나!’
히레이의 공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그가, 재차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안 님! 괜찮으신가요!”
그런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탄 카시르. 그녀가 그를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
“크릉!”
내게 달려들다 말고, 샤르크를 응시하는 히레이.
덩치가 워낙 큰 탓일까. 아니면 아까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놈의 관심은 온통 샤르크에게 빼앗긴 듯했다.
곧바로 다리의 근력을 터트리는 히레이. 내가 아닌 샤르크를 향해 날아드는 놈이었다.
‘그래. 시선 좀 끌어주면 고맙고.’
샤르크가 돌아온 이상, 무리해서 오베론의 권능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터. 계속해서 휘둘려지던 검은 그제야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에 따라 점차 사라져가는 권능의 기운.
‘……어?’
그리고 팔에 머물러있던 검은 기운까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건 뭐였지?’
히레이와 공수를 주고받느라 무시했던 기운. 이제야 그 정체가 신경 쓰이는 바였다.
[뭐긴 뭐야!]다시 옆에 모습을 드러낸 오베론.
[넌 내가 사라졌는데 궁금하지도 않냐?]녀석은 다짜고짜 화를 내고 있었다.
‘엥? 사라진 게 아니라, 권능 때문에 내 몸에 들어온 거였잖아.’
[무슨 소리야! 한참 동안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어?]그러고 보니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버린 오베론의 음성.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알아채지 못했지만, 분명 조용해졌던 녀석이었다.
‘그러게. 왜 조용히 있었던 거야? 너 말하는 거 제일 좋아하잖아.’
[말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니! 아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까 그 검은 기운 막느라고 내가 얼마나 쌩 고생을 한 줄 알아?]‘뭐?’
[그 검은 기운 나온 후부터 내가 말이 없어졌잖아. 네놈 몸속에서 너 못지않게 싸우고 있었다고.]‘엥? 무슨 소리야. 검은 기운이랑 싸우다니?’
[하아! 말도 한마디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고.]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검은 기운의 정체도 모를 판에, 그걸 오베론이 힘겹게 막고 있었다니.
‘일단 지금은 나 괜찮은 거지?’
[그런 것 같아. 권능을 안 쓰니까 그놈도 사라졌어.]오베론이 칭하는 그놈이라는 존재.
‘일단 그건 좀 이따 얘기하자.’
분명 궁금한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샤르크를 도와줘야 해.’
한 번 히레이에게 당했던 그였기에, 도움을 주어야 했으니까.
[프라가라흐가 응답할까?]‘글쎄. 그래도 지금은 오러가 꽤 모였으니까. 해볼 만해. 클랄이 데려오는 지원군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순 없어.’
[흐음. 그래 시도는 해보자고.]히레이가 샤르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빈틈을 노리면 될 터. 샤르크와의 전투를 관찰하기 위해 조금씩 다가서던 때였다.
‘엄청나네.’
몸 전체를 드러낸 샤르크. 폭포의 좁은 공간이 아닌, 강물을 노니는 샤르크의 위엄은 상당했다.
게다가 거대한 몸집이 무색하리만큼 빠른 몸놀림까지 보유했으니. 체공하며 따라붙는 히레이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속도였다.
[이래서 낄 수나 있겠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그런가.’
잠시 괴물들의 전투를 감상할 찰나.
이어진 샤르크의 행동이 오베론과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째서!’
또다시 그 거대한 입을 벌리는 샤르크였다. 아까도 같은 방식으로 당했음에도, 재차 입을 열고 만 것이다.
“크아아!”
역시나 히레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입속으로 몸을 날렸다.
[허, 참. 샤르크 쟤 피지컬은 좋은데, 전투 센스는 안 좋은 거 같은데?]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할 찰나.
‘응?’
파즉!
순간 귓가를 자극한 이질적인 소리.
파즈즈즉!
샤르크의 코끝에서 번개 다발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설마……?]그리곤 다가오던 히레이를 향해 쏘아지는 번개. 그 광경은 오베론과 내 입을 떡 벌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보일 법한 위용이었으니까.
[쟤……. 전기 뱀장어였어?]입속을 노리고 날아들던 히레이는 정통으로 번개에 노출되고 말았고.
“크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물가로 파묻혀버렸다.
‘허…….’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 히레이는 물론, 그 주변 수십 미터가량의 지형이 까맣게 타들어 간 채였다.
‘아까는 일부러 안 쓴 건가?’
[……그랬나 보다. 근처에 있던 니네까지 휩쓸릴까 봐.]샤르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어때요? 샤르크 님이 제대로 힘쓰면 굉장하죠?”
그리고 더 신난 듯 소리치는 카리스.
물론, 대단한 건 맞았으나.
“크르…….”
그 가공할 공격에도 몸을 일으키고 있는 히레이였다.
[진짜 끈질긴 놈이네.]비틀거리며 일어선 놈. 절뚝거리며 샤르크를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본능만이 남아 있기에, 몸이 움직일 수 있다면 계속해서 싸우려들 놈이었다.
‘역시 한 방 갈겨줘야겠지?’
[뭐, 한번 해보자고.]프라가라흐를 꽉 쥔 채 좀비 같은 놈의 뒤로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