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8)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8화(8/150)
8화. 드류 깁슨
달빛만이 세상을 비추는 적막한 시간. 낯선 노크 소리가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누구지?’
오베론 역시 눈만 끔뻑거릴 뿐.
‘설마 맥더프가 복수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걔가 아무리 별나도, 기숙사 안에서 난동을 피우겠어?]‘하긴. 그건, 그렇지.’
기숙사로 가기 전, 신신당부했던 알로이였다. 기숙사에서 사고를 친 학생은 곧장 아카데미에서 퇴출당할 거라고. 그리고 그건 델레마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고 말이다.
[그럼 누구지?]‘일단 열어보자고.’
혹여, 오러가 어쨌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상황이 골치 아파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조심스레 다가선 방문. 한 번의 심호흡 후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기자.
“이안!”
갈색 머리의 소년이 통통한 볼을 들이민다.
“드류?”
그 해맑은 미소에, 방 안에 감돌던 긴장된 기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녀석은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발을 디밀었다.
“아직 안 자지?”
“응. 무슨 일이야?”
“아까 너무 멋지더라!”
“……뭐가?”
그러자 허공에서 손을 막 휘젓는다.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아까 맥더프 그 녀석 표정이 볼만했다구!”
어깨를 으쓱했다. 그저 맥더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좀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을 뿐이니까.
“진짜 대단했어. 델레마 중에서도 재능의 차이가 있구나.”
드류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엄지를 들어 보였다.
“고마워. 좋게 봐줘서”
“응? 아, 응!”
“아무튼, 그걸 말하려고 온 거야?”
본론을 말하란 뜻이었다. 굳이 칭찬이나 하자고, 늦은 밤 남의 방에 찾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 그리고 좀 더 친해지고 싶기도 해서!”
“응……?”
허공에서 둘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어색한 기류도 잠시. 드류의 입이 재차 꿈틀댔다.
“그게, 난 딱히 잘 나가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 이곳에 친구가 없거든.”
나로서는 그 말이 아이러니할 수밖에.
‘깁슨 가문이 잘 나가지 않는다라…….’
내 기억 속 깁슨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무가 중 하나였으니까. 물론, 오망성의 횡포 이후, 상황은 반전됐겠지만 말이다.
뭐, 어쨌건 나쁠 것 없었다. 친구야 많을수록 좋겠지.
“그래,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오! 정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드류였다.
‘얜, 뭐가 그리 좋은 거지?’
[델레마의 자식이 친구 해준다고 하니 그런 거겠지. 세상 밖에 나가봐라. 너랑 연 닿으려고 하는 애들이 줄을 섰을 거다.]하긴. 델레마가 가진 힘은 1,000년 전에도 막강했으니. 다만, 깁슨가의 핏줄이 이러고 있는 것이 편치 않을 뿐이었다.
우물쭈물하던 녀석의 입이 재차 열렸다.
“그럼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응? 뭔데?”
“비법을 알 수 있을까 해서.”
“무슨 비법?”
“어떻게 그렇게 마나를 잘 움직였는지 말이야.”
멋쩍은 듯 배시시 웃는 드류. 통통한 볼 위로 자리 잡은 주근깨들이 씰룩거린다.
‘비법이라…….’
순간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베론.’
[왜?]‘얘 내가 키워볼까?’
[엥? 키운다니, 뭔 소리냐? 너도 아직 애야, 임마.]‘아니, 그게 아니라. 검사로 키워본다고.’
오베론이 화들짝 놀라, 공중을 한 바퀴 돈다.
[야, 너 그러다 걸리면 큰일 나! 말했잖냐. 요즘 기사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 시댄데. 더구나 마법 가문에서 기사 훈련하는 건 자살행위라니까?]‘에이. 누가 눈치나 채겠어? 내 수련법이 보통 기사들이 하는 방식도 아니잖아.’
[근력운동?]‘응. 얘도 명색이 무가 출신이잖아. 낮에 보니, 마나 컨트롤은 영 재능 없는 것 같던데. 혹시 알아? 검사의 재능은 뛰어날지도.’
결국, 오베론이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하긴, 깁슨이라는 이름이라면 울던 아이도 뚝 그쳤으니까. 그 미친 재능이 천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이어졌을진 모르겠지만.]‘게다가, 나 깁슨가에 빚졌던 것도 있잖냐. 지금에야 갚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답을 정해놓고 뭐하러 묻냐며 궁시렁대는 오베론을 뒤로한 채.
“드류?”
“어? 응!”
처음 생긴 친구. 드류를 위한 선물을 내어주기로 했다.
“내 비결이 궁금하면 문 닫고 들어와 봐.”
* * *
“……으. 윽. 이거 언제까지 하는 거야?”
드류의 이마에 맺힌 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흥건히 젖은 머리칼은 위아래로 요동치고 있었다.
“앞으로 100개 더!”
“에에에! 배, 백 개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드류였다.
“그래. 그 정돈 해야, 하체의 감각이 느껴지지.”
녀석도 근육의 자극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훈련법이잖냐. 나중에 오러 연공법까지 알려주면, 분명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어휴. 이 무식한 놈.]오베론은 열심히 땀 흘리는 드류를 안쓰럽게 바라볼 따름이었다.
“하아……. 하아…….”
반쯤 녹초가 된 드류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느덧 100개를 더 채운 녀석이었다.
“저, 정말 이렇게 하면 마나를 더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거 맞지?”
“그건 아냐.”
내 대답에 녀석은 두 눈이 똥그래졌다.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벌어진 입이었다.
“아직 이게 끝이 아니거든.”
“으응? 그, 그럼?”
드류를 위해 준비한 루틴은 아직 더 남아있었다. 이제 겨우 한 동작을 완수했을 뿐이다.
“알려줄 테니, 마저 해보자.”
그 뒤로 드류의 거친 숨소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근성은 좋구만.’
역시 깁슨일까. 녀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윗몸일으키기 이후, 팔굽혀펴기를 또 해야 한다고 할 때는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긴 했지만…….
어쨌건 드류는 모든 루틴을 수행한 뒤에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생각보다는 잘 따라 하네.”
열한 살 난 어린아이가 팔굽혀펴기까지 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무가의 피는 다르다 이건가.]그럴 만도 하지. 깁슨은 당시 최고의 기사들을 배출해내던 가문이었다. 스태프나 쥐고 있기엔 아까운 핏줄인 것이다.
“뭐, 그럼 녀석도 갔으니 다음 훈련이나 하자고.”
방구석에 있던 기다란 막대를 집어 들고 횡으로 그었다. 드류에겐 보여줄 수 없는 마지막 루틴. 횡베기 1,000번이 남아있었다.
후웅!
막대기로 허공을 가르다, 오베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근데 나 오늘 친구 잃은 건 아니겠지?”
[글쎄?]* * *
아카데미의 시간은 빨랐다. 계절이 세 번 흘렀고, 어느덧 쌀쌀해진 바람이 얼굴을 굳게 만든다.
“이안!”
아, 참. 다행히도 첫 친구를 잃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되려, 드류는 내 껌딱지라도 되듯 항상 옆을 따라 다녔다.
낮에는 마법 수업을. 밤에는 비밀 훈련을. 녀석은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은 자유 훈련 시간이네.”
알로이의 부재로 인해, 각자의 성취를 연습하는 날이었다. 강당에 도착하자마자 드류의 입이 떡 벌어진다.
“와, 다들 대단하구나.”
나름 마법 가문의 영재들이 모인 곳. 계절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꽤나 긴 시간이었으니.
우웅!
각처에서 마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마나를 못 느끼는 애들은 없구만.’
그중에서도, 에리엘과 맥더프는 발군이었다. 영재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였으니, 두 사람 모두 벌써 그럴듯한 원소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촤륵!
에리엘의 손끝에서 피어난 물줄기가 허공 위를 수놓는다. 아직, 워터볼처럼 특정화된 마법은 아니었지만, 물에 대한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멋지다…….”
그 모습에 드류가 입을 떡 벌렸다.
“부러워할 것 없어.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정말? 그치만, 난 아직 마나를 느끼는 것도 버거운 데…….”
녀석이 부러워하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이번 기수 내에서도 가장 뒤떨어지는 마나 감응력을 보이었으니까.
“지금처럼만 하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 거야.”
허나, 나는 확신했다.
‘이놈은 천재야.’
녀석의 성과는 마나가 아닌, 오러 단련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얘는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구만. 지가 얼마나 재능충인 줄도 모르고.]‘그니까 말이야.’
깁슨이라는 이름은 천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름값을 했다. 나는 물론, 오베론까지 놀라게 할 만큼 빠르게 오러를 느끼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마 마법사의 재능으로 비교한다면 맥더프나 에리엘 정도,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뭐, 아직 그게 오러인지 마나인지도 구분 못 하긴 하지만.’
축 처진 드류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도 지금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마.”
나만 따르면, 저런 애들은 씹어먹을 수 있을 거란 말은 뒤로 삼켰다.
‘정작 문제는 난 데 말이지.’
에리엘과 맥더프의 성장은 날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법 구현이라…….’
3성에 해당하는 마나가 몸 안에 있음에도, 그걸 특정 물질로 구현해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마법은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단순히 마나를 끌어당기는 것과 마법으로 표현해내는 건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너무도 익숙치 않은 감각이었다.
[아무래도 네가 몸 내부의 기운에만 익숙한 탓이겠지. 저건 결국 밖으로 표현해내는 영역이니까.]‘알 듯 말 듯 하군.’
[정 안되면 검술에만 집중하자고. 9성급 기사가 되면 저런 놈들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심지어 이번 생엔 10성까지 될 거라며.]‘그건 안 돼. 마법도 검술만큼 중요해. 오망성이 펼쳤던 마법들을 이해라도 하려면 최소한 8성은 돼야 할 거다. 어쩌면 9성 이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고.’
오망성의 계략을 파헤치기 위해선, 마법을 배우는 것도 등한시할 순 없었다.
‘지피지기면 뭐다?’
[에휴. 잘나셨어, 정말! 암튼 마법 배우는 건 나한테 묻지 마!]‘확, 어디 가서 마법 성좌라도 구해버릴까 보다.’
무릇, 배움이란 한 번씩 이런 벽을 깨부술 때, 더욱 큰 성취로 다가오는 법. 지금이 내게 그 시기란 것을 직감했다.
‘도통 감을 못 잡겠단 말이지.’
그런 내게도 한 줄기 희망이 내려왔으니.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안. 잠시 이쪽으로 따라오렴.”
수업 후 알로이가 조용히 호출했다.
‘왜 나만 따로 부르는 거지?’
[글쎄. 오늘에야말로 테스트 때 일을 복수하려는 게 아닐까?]‘시답잖은 소리 하긴.’
지난 수 개월간 지켜봐 온 알로이는 뒤끝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조금 익살스럽긴 하지만,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뿐. 오베론 역시 그를 파악했기에 장난을 치는 것이다.
“무슨 일 때문인가요?”
“널 찾는 분이 있어서.”
그 말에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비밀 선생님이라도 붙여주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네가 마나는 잘 느끼는데 마법은 못 쓰니까.]‘그럼 다행이고. 얼른 기초 마법들을 익혀서 마탑에 가야지.’
현재의 목표였다. 가문 밖으로 벗어나야, 기사로서 좀 더 자유로운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망성이 행했던 짓들도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우선은 델레마를 벗어나야 해.’
[그래. 이 지긋지긋한 집구석 좀 벗어나 보자. 나가서 떳떳하게 검도 좀 쥐어보고. 뭐 도축장 가서 식칼이라도 잡든지!]알로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 뒤쪽의 한 공터였다. 그곳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 삼촌! 쟤도 오는 거였어요?”
하나는 다짜고짜 소리치는 맥더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저 사람 그때 그 셋째아들 아니냐?]돌잔치 때 행사를 도맡았던 리우 델레마였다.
“여어. 오랜만이다?”
직감했다.
‘이거, 설마! 델레마의 비기라도 전수하려는 건가?’
[오오?]말로만 듣던 명가들의 후계양성 시간이 찾아왔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