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80)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80화(80/150)
80화. 에고의 원탁(3)
[무슨 개짓거리지?]목숨을 구걸하는 놈. 도른의 갑작스러운 태도는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이봐, 인간. 저게 네놈이 말한 증거냐 물었다.”
호족장의 호통. 대노한 그의 음성에는 비릿한 조소도 섞여 있는 듯했다.
“으음.”
그란텔 역시도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었으니, 족장들의 표정이 점차 굳어만 갔다.
“무슨 소리냐?”
이내 적막을 깬 음성. 도른을 마주한 호족 중 한 명이 낸 목소리였다.
“그, 그게…….”
고개를 푹 숙인 채 대화를 이어가는 도른.
“사실 아직 말씀하신 물건들을 다 준비하지 못해서요. 요구하신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말에 내게 쏠렸던 족장들의 시선이 도른에게로 쏘아졌다.
“물건?”
“예. 마력 폭탄 500개는 저로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기일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도른.
‘후우…….’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저 망할 놈이 간 졸이게 만드네.’
놈이 다짜고짜 목숨을 구걸할 것은 예상하지 못한 바였기에.
[에고 온 이후로 제일 긴장했던 거 아니냐?]등줄기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였다.
‘처음부터 본론을 말할 것이지. 짜식이.’
어찌 되었건, 그제야 호족장의 눈매가 좁혀졌고. 긴가민가하던 여론은 급속도로 바뀌어갔다.
“저놈이 방금 마력 폭탄이라 했는가?”
“히레이 그자가 마력 폭탄을 왜 구하는 게지?”
“심지어 500개라고 했어.”
“그 많은 양을…….”
도른을 마주한 호족들도 할 말을 잃은 채, 그를 바라볼 뿐이었으니.
“그래서 말인데…….”
조심스레 입을 여는 도른이었다.
“혹시, 귀광족은 어찌 되었는가요?”
“귀광족?”
“예. 거래하기로 한 인간에게 보내주어야 해서요. 앞서 보내주신 원인족은 잘 받았습니다만, 둘 다 한 번에 넘기기로 한 터라…….”
“뭐?”
“그, 그자에게 돈을 받으면 마력 폭탄을 더 쉽게 구해올 수 있을 겁니다요. 일주일만 시간을 주시면, 구해오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에 말씀하셨던 무기들도 구해다 드릴 수 있지요.”
거기까지 들은 족장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자부터, 두 주먹을 움켜쥔 채 분노를 표하는 자까지.
다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히레이 그자가!”
“감히 에고의 주민들을 팔아넘긴 게로구나!”
히레이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계획대로 흘러갔구만.]‘다행이야.’
여차하면 귀광족 장로를 내보내, 납치당한 인질인 척 연기를 시킬 계획까지 했으니. 이 정도로 끝맺음을 지을 수 있음이 다행이었다.
“믿어주십시오!”
수십 쌍의 눈이 자신을 지켜보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입을 벌리는 도른.
“앞으로 그자와 거래를 틀 수만 있다면, 히레이 님이 원하시던 모든 물건을 구하고도 남을 겁니다. 온갖 무기들을 구해 인간들과 전쟁을 벌이실 수 있겠죠!”
그 모습에 족장들의 입가에선 한탄이 새어 나왔다.
인간과의 전쟁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 이제야 히레이가 에고의 주민들을 팔아넘긴 진짜 목적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미 충분히 말을 했건만, 도른의 혓바닥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놈은 멍청한데, 돈은 많은 자거든요. 게다가 어린놈이 워낙 변태인지라, 이종족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씁니다요.”
이상한 말마저 나불거리는 놈.
[캬학!]배를 부여잡는 오베론과 눈살을 찌푸리는 족장들.
‘저게 돌았나…….’
이제 슬슬 놈의 입을 닫게 할 때였으니.
“더 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놈을 잡아들이시죠.”
최대한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뗄 따름이었다.
그 말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뛰쳐나가는 한 존재.
‘원인족장…….’
가장 최근에 일족을 납치당한 그였기에,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으, 으이?”
별안간 나타난 새로운 이종족의 모습에 당황한 도른.
“호, 호족 님들! 저놈도 잡아주십시오! 저놈까지 같이 팔아보겠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도 모른 채, 나불거리는 놈에게.
빠아아악!
원인족장의 기다란 팔이 뻗어졌음이라.
‘멍청한 놈.’
고작 한 방에 나가떨어진 도른.
“끄아아악!”
필시 놈은 그의 움직임도 눈에 보이지 않았을 터였다.
얻어맞은 팔이 부러진 듯, 부여잡은 놈.
“이 괘씸한 놈! 이곳이 네놈의 무덤이다!”
그런 놈을 향해 살기를 드러낸 원인족장이었다. 재차 주먹을 쏘아내려는 찰나.
“그만하시게. 일단 생포해서 납치된 이들이 어디 있는지 물어야 하지 않겠나.”
그란텔의 음성이 그에게 닿았다.
어느덧 족장들을 가리고 있던 수풀과 방음막은 거둬진 채였으니.
“흐, 흐익!”
드러난 이들의 실루엣에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는 도른.
그런 놈을 보는 원인족장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단번에 죽여도 모자랄 놈일 테지만, 겨우 이성을 유지하는 그였다.
“이놈을 데려가서 에고의 심판대에 올려놓겠네.”
마력 포승줄로 도른의 손발을 묶어버린 원인족장. 그가 한 손으로 놈의 들쳐멘 채, 숲속으로 향했다.
결국, 내 말이 모두 입증되어버린 상황. 족장들의 싸늘한 시선은 호족장에게로 향했다.
“……좋다. 인정하지. 우리 호족에서 그런 놈이 나왔으니,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 그리고 우리 일족을 대대적으로 수색해서, 히레이를 따랐던 아이들을 모두 숙청하지.”
감정을 꾹꾹 담아 뱉는 호족장. 그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별안간 떠진 그의 눈. 그 날카로운 눈빛은 내게로 향했다.
“다만, 저놈에 대한 심판도 해야 할 듯하군.”
그리곤 내게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호족장.
“그게 무슨 말인가.”
그란텔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인간이 에고에 발을 들였고, 우리의 속사정을 모두 들었네. 우리가 언제부터 인간에게 그런 대우를 해주었지?”
주변의 족장들을 둘러보며 말을 잇는 호족장.
“이곳에 들어온 인간은 쫓아내는 게 에고의 규칙 아닌가? 더구나 히레이를 죽이는 데 동조하기까지 했네.”
“그건 히레이가 먼저 죄를 지었기에, 벌한 것일 뿐이네만.”
그란텔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는 호족장.
“히레이가 어떤 짓을 했건 간에, 에고의 주민을 해한 인간은 사형에 처해야 할 텐데. 그게 에고의 규칙이니까.”
궤변이었다. 에고의 규칙이라는 명목하에, 그저 날 해하기 위해 부리는 억지였다.
‘어거지 부린다 이거지.’
다가오는 놈의 시선을 피해, 등 뒤로 손을 보냈다.
우우웅!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열린 작은 포탈. 일리미타의 공간이 활성화되자.
탓.
작은 존재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라타토스크는 왜? 싸움 붙이려고?]당연히 그럴 일은 없었다. 라타토스크가 아무리 이름난 마물이라지만, 그것도 성체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 지금의 작은 모습으론 호족장의 상대가 될 리 없었으니까.
‘그게 아니라, 앙헬한테 신호 주려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근처에 숨어있으라고 지시했던 터. 원심회의 실력자들이 몸을 숨긴 채 근처에 주둔 중이었다.
[아, 얘가 튀어나오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했지?]‘응. 바라던 결말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굳이 원심회를 끌어들여 싸움을 벌일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이곳을 피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을 뿐.
그렇게 몰래 숲속을 빠져나간 라타토스크. 그 모습을 본 앙헬이 언제든 도움 줄 대비를 할 터였다.
‘후우. 호족장 이놈 성질도 장난 아니군.’
불같은 그를 바라보는 것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 지금.
“이보게, 호족장. 그건 너무 성급한 판단 같군.”
또다시 호족장을 막아선 것은 그란텔이었다.
“……내가 성급하다고?”
“자네 말대로 에고의 주민을 살해한 자라면, 곧바로 죽이는 게 에고의 규칙이지.”
“헌데, 왜 날 막는 거지?”
“하지만 에고의 규칙에도 예외 조항은 있으니까. 자네가 이러는 건 억지를 부리는 것밖에 안 되네.”
“예외라?”
평소 에고에서 그란텔의 신임이 좋았던 탓일까. 그란텔의 꿋꿋한 태도에, 나머지 족장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래. 에고의 은인은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이번의 경우는 특수한 것 같군.”
“히레이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 커.”
점차 붉어지는 호족장의 얼굴. 결국, 그가 호통치고 말았다.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야. 그럼 저 인간이 에고의 은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놓고 기세를 흘리며 이빨을 드러낸 호족장. 나머지 족장들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은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단 한 명. 상인족장은 예외였으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무력으로 호족장에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뭣이?”
“호족장. 그만하지. 확실히 저자는 에고의 은인이야. 일전에 있었던 마력폭탄도 제거했고, 이번에도 히레이가 벌릴 뻔한 일을 막아내지 않았는가.”
“그 정도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수습했어도, 내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
흥분한 호족장의 손목을 부여잡는 상인족장.
“그 전에 피해를 최소화해내었으니, 그게 바로 은인 아니면 무어겠는가. 지금은 납치당한 아이들을 되찾고, 뒷수습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네만.”
상인족장까지 의견을 내자, 호족장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크릉!”
괜히 날 보며 한 차례 으르렁댄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릴 뿐이었다.
‘후우.’
[앙헬이 나설 일은 없겠군.]다행이었다. 원심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일이 해결됐으니까.
‘게다가 은인이라니.’
족장들이 앞서서 나를 보호해준 이유. 나를 에고의 은인이라고 생각한 그들이었다.
“다들 고맙네. 우릴 도와준 이 소년에게 난처한 꼴을 보일 뻔했어.”
그런 그들에게 대신 감사를 표하는 그란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상인족장이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 년 전에도 그런 인간이 있었다지. 우리들을 규합하고 인간들과 어우러질 수 있게 했던 자 말이야. 그 인간 덕분에 에고의 규칙에도 새로운 조항들이 많이 생겨났었고.”
그런 그의 시선이 내게도 닿았다.
“소년이여. 자넨 그 인간에게 고마워해야겠군. 호족장을 막아줄 명분을 제공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말.
[네놈이 스스로 널 구했구만.]‘이래서 착하게 살고 볼 일이라니까.’
천 년 전, 내가 행했던 일이 지금 내게 영향을 끼친 바였다.
“아무튼 고맙네. 에고에 생겨날 뻔한 큰일을 막아주었으니. 내일 우리 마을에 찾아오게. 차라도 한 잔 대접하지.”
장난스레 말을 마무리한 상인족장. 그는 어깨를 살짝 두드려준 후, 발길을 돌렸다.
나머지 족장들 역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걸음을 옮겼으니.
‘생각보다 빨리 인정받았네.’
그들의 동료로 인정받는 순간.
에고의 주민들과 인간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첫 단추였다.
“감사합니다. 상인 족장님. 그리고 다른 모든 분들께도요.”
사라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상인족장이 저리 말하다니. 자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일세.”
그 모습에 나지막이 내뱉은 그란텔.
“그렇습니까?”
“여간 딱딱한 인물이 아니거든. 아무래도 내일 상인족의 마을로 가면,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구만.”
신의가 두텁기로 자자했던 상인족.
[가볼 거지?]‘말이라고.’
그의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