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8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85화(85/150)
85화. 자일로 산맥(3)
앙헬은 처음부터 봐줄 생각이 없는듯했다.
[워우. 장난 아닌데?]그의 양손으로 모여든 심상치 않은 마나의 흐름. 터질 듯 모여들던 기류는.
투둑!
그의 손끝에서 수백 개의 작은 모래로 탈바꿈했다.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손으로 땅을 짚는 앙헬. 겉보기엔 간단한 동작인 듯했으나.
그의 손짓에 따라 땅에 닿은 모래들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투둑! 툭!
빠른 속도로 땅속에 스며든 모래들.
모래가 흡수된 대지가 꿈틀대는가 싶더니.
콰아아!
순식간에 흑랑들의 발아래에서 무언가 솟구쳐 올랐다.
“허! 말도 안 돼!”
그 광경에 드류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녀석이 놀랄 만한 광경이긴 했다.
‘후우. 이 정도라고?’
흑랑들을 아래에서 덮친 건 대지의 손이었으니까. 드류나 나 역시도 사용할 수 있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마법.
다만 동시에 발현된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모래알갱이 하나하나가 모두 대지의 손으로 발현된 터였다.
“크르릉!”
“크라아!”
갑작스레 튀어나온 모종의 손길에 몸부림치는 흑랑들. 그제야 드류와 아드문의 얼굴에 서려 있던 근심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와아. 너가 구한 용병님, 엄청나시다! 이렇게 응용할 수 있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어!”
“앙헬 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비록 난이도가 쉬운 마법이라지만 한 번에 수백 개를 사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근데, 이안.”
감탄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것도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드류.
“응?”
“우리한테는 마물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래서 에고에서 기항 입힌 거잖아.”
“그랬지.”
“근데 저놈들은 왜……?”
당연한 의문이었다. 마물들이 알아서 피하게 하기 위해, 한 달간이나 에고에서 생활했던 것이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 급이 되는 놈들한테나 먹히는 거야.”
“급?”
“응. 흑랑은 굳이 따지자면 5성 정도밖에 안 되는 약한 놈들이야.”
생긴 건 흉포하지만, 자일로 산맥에선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존재들이나 다름없었다.
“저놈들은 아직 자신보다 한 참 위에 있는 기향을 맡을 능력이 없는 거지. 다섯 살 된 아이가 대마법사를 겁내지 않는 것처럼.”
“아아!”
기향이 통하는 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마물에 해당하는바. 흑랑들은 상대와의 실력 차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저 무지성으로 달려들 뿐.
“그럼 저놈들은 앙헬 님이 상대해줘야겠구나.”
“그렇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구역부터는 아마 마물들의 그림자도 볼 수 없을 테지만, 첫 번째 구역인 모노에서는 무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화륵!
대지의 손 이후, 앙헬이 선보인 마법은 파이어볼이었다. 이번에도 수십 개의 파이어볼을 동시에 만들어낸 앙헬. 비교적 마나 소모가 적은 마법들만 사용하는 그였다.
‘힘을 아껴두려는 건가.’
[보기보다 전투 센스가 있군.]‘무작정 강한 공격만 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니까.’
비록 초보 마법사들도 사용 가능한 마법이라지만, 5성급에 불과한 흑랑들에겐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마법들.
적은 힘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준은 되었기에, 다수의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케엥!”
“크아!”
전신을 휩싸는 화마에 몸부림치는 흑랑들.
“크르릉!”
허나,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불에 타오른 흑랑들을 뛰어넘으며 또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파즈즈즉!
이번에는 체인라이트닝이 뻗어졌으니. 선두에 있던 흑랑이 순식간에 타들어 간 채였다.
‘공격 연계도 훌륭하네.’
적절히 흐름을 타며, 전장을 제어하는 앙헬. 원심회의 교주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듯, 아직 이마에 땀 한 방울 없는 모습이었다.
[근데 안 도와주려고? 보아하니, 앙헬도 흑랑들 쫓아내는 법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계속 마법들을 난사하겠지.]각종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앙헬. 분명 그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으나.
[저대로면 밤새워서 싸워야 할 텐데.]흑랑들을 상대함에 있어, 결코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다. 앙헬이 흑랑들보다는 훨씬 강하다지만, 그 수가 너무나 많았으니까. 수만에 가까운 놈들이 절벽 위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마도 밤샐 각오인 거겠지.’
이런 식이라면, 해가 떠올라 흑랑들이 사라질 때까지 전투를 벌여야 할 터.
[좀 알려주지그래?]‘그래야지. 잠깐 앙헬 실력도 좀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이야.’
동이 터 오르기 전, 흑랑들을 쫓아내는 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놈도 어디 있나 찾아봐야 했고.’
[저놈인가?]오베론과 내 눈이 동시에 향한 곳. 앙헬의 마법이 빗발치는 전장 속에서, 유일하게 으르렁대지 않고 있는 한 마리의 흑랑.
‘그런 것 같아.’
절벽에 붙은 채로 전장을 살펴보는 듯한 놈이.
‘저놈 말곤 우두머리라 할 만한 놈이 없어.’
이 흑랑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자일로 산맥에서 비교적 약한 마물인 흑랑. 그들이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과 같은 강한 조직력 때문이었으니.
‘저놈만 혼 좀 내주면 다 도망가겠지.’
이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선 우두머리를 공략하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슬슬 가보자고.’
여전히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앙헬.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는 그의 옆으로 다가섰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제가 버티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계속 싸우려고?”
“어차피 이놈들은 해가 떠오르면 물러설 겁니다. 낮에는 돌아다니지 않거든요.”
밤을 새워 싸우겠다는 의지. 물론, 앙헬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지금 다 쫓아내 버리자고.”
“죄송합니다. 한 번에 저놈들을 몰아낼 실력이 제겐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도, 한 차례 마법 세례를 쏘아내는 앙헬.
“그게 아니라. 내가 끝내고 올게.”
한순간도 쉬지 않던 그의 손이 잠시 움찔했다.
“예? 전언자께서요? 방법이 있으십니까?”
“응. 그냥 내 주변에 달려드는 놈들이나 처리해줘.”
그 말과 함께 발끝으로 오러를 모았다.
투웅!
땅을 박차고 쏘아져 나가는 내 목적지는.
‘오랜만에 마물과 싸워보는구나!’
절벽 근처에 붙어 있는 우두머리였다.
“크릉!”
“크라아!”
순식간에 내 주변을 둘러싸는 흑랑들. 물론, 나 혼자라면 우두머리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겠지만.
파즈즉!
별안간 날아든 전기가 놈들을 구워냈다. 앙헬의 엄호가 이어진 덕에, 내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타앗!
계속된 도약에도 적절히 엄호해주는 앙헬. 그 덕에 순식간에 우두머리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
“크으…….”
여태 달려들던 흑랑들과는 달리, 우선 몸을 낮춘 채, 경계부터 하는 놈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확실하군.’
[무조건 이놈이 우두머리지.]놈의 온몸을 뒤덮은 수많은 자상. 그것이 놈이 살아온 세월을 대변하는 듯했다.
먼저 움직인 것은 내 쪽이었다. 달려오며 영창 해두었던 마법.
푸화아악!
대지의 손이 놈의 뒷다리를 향해 튀어 올랐다.
“캬악!”
그러자 예상했다는 듯, 뛰어오르는 놈. 허나, 내 공격은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화라락!
이미 놈이 뛰어오를 곳을 예상해, 쏘아진 파이어볼이었다.
제아무리 우두머리라지만, 일대일 전투 능력은 다른 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바. 기껏해야 5성에서 상위급 정도에 머무르는 실력인 놈.
“케에에!”
치밀하게 계산되어 교묘히 틈을 파고든 파이어볼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정통으로 파이어볼에 얻어맞은 놈은 화마에 휩싸인 채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크릉!”
“크으으으!”
우두머리가 당한 모습에, 이를 가는 흑랑들. 허나 놈들이 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믿음직스럽구만.’
앙헬이 견제용 마법을 계속해서 던져준 덕에, 내게 접근조차 못 하는 놈들이었으니까.
오로지 우두머리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 충분히 혼자서도 승산이 있었다.
“크르으!”
바닥에 몸을 비벼 불을 꺼트려낸 놈이 이를 갈아댔다.
그것도 잠시.
탓!
내 품을 향해 빠르게 달려드는 놈.
민첩한 몸놀림으로 상대를 당황시키는 것은 흑랑의 특징이었다.
‘오냐. 들어와 봐라.’
빠르게 다가오는 와중에도, 좌우로 몸을 흔들며 내 빈틈을 노려댔고. 그 거친 숨결이 지척까지 다가왔을 즈음이었다.
“커헝!”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아가리를 찢는 놈. 짐승 같은 외형이기에, 그 정도의 공격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캬아아악!”
마물은 마물. 벌어지던 아가리는 부지불식간에 1미터 가량으로 늘어나 있었다.
심지어 그 이빨들까지 함께 거대해진 모습이었으니. 한때 자일로 산맥을 찾은 수많은 모험가들을 당황케 했던 흑랑의 공격방식이었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다만,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을 뿐.
이미 놈의 공격방법은 알고 있는 데다.
채애앵!
나 역시 5성의 오러를 지니고 있는바.
단순한 무력으로도 놈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처지였다.
‘좀 더 가까이!’
심지어 검제에 올랐던 검술과 전투 센스는 여전했으니. 오러를 머금은 프라가라흐를 놈의 아가리에 그대로 찔러 넣었다.
푸우욱!
거칠게 요동치는 프라가라흐. 그 시끄러운 녀석의 능력을 빌릴 필요도 없었다.
“케, 케에에!”
그저 정확한 타이밍에, 놈의 아가리에 검을 찔러넣는 것이면 충분했으니까.
목구멍에 정확히 틀어박힌 검.
푸확!
그것을 뽑아내자, 검은 피가 튀어 올랐다.
“크으…….”
아직 죽지 않고 거친 숨을 헐떡이는 놈. 나를 올려다보는 두 눈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두려움 가득한 눈빛. 이미 전의를 상실한 놈에게 그 이상 손을 쓸 필요는 없었다.
“꺼져라.”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연명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던 것일까.
“크에에…….”
낮게 그르렁거리며 잠시 뒷걸음질 치던 놈은.
타앗!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우우우!”
“우우우우-!”
그러자,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주변의 흑랑들. 그들로부터 시작한 하울링은 협곡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녀석들만의 신호인 듯, 하나둘씩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으니. 우두머리가 꼬랑지를 내린 탓이었다.
[쉽게 끝났군.]‘앙헬이 잘 엄호해준 덕이지.’
둘러싸고 있던 놈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일행들이 몰려들었다.
“고,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역시나 아드문이 가장 먼저였고.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당황한 드류의 표정이 뒤를 이었다. 앙헬 역시 영문을 모르는 듯, 처음 보는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인 채였다.
자일로 산맥 탐사가 활발했던 천 년 전. 그땐 이 방법을 모든 이가 알고 있었으나, 앙헬로서는 전혀 몰랐던 공략법이었을 테니까.
[쟤 몇 년째 여기 온 거지?]‘그랬댔지. 교주가 되면 매년 와야 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올 때마다 밤새워서 싸운 거네?]‘뭐, 그런 셈이겠지.’
[……현타 제대로 왔겠구만.]또다시 알 수 없는 단어를 쓰는 오베론. 그 뜻을 물을 틈은 없었다.
“아아! 역시 빛의 검의 힘이란!”
소리 내어 탄복하는 앙헬. 흑랑 무리가 달아난 이유를 잘못 짚은 그였다.
[……넌 앞으로도 몇 년 더 고생해야겠다.]오베론의 씁쓸한 위안이 전해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