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93)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93화(93/150)
93화. 설산의 왕
쿠우우웅!
당황할 새도 없이 재차 들려온 굉음. 무언가가 앙겔로스의 신전을 강타하고 있었다.
“이안!”
밖으로 나가 있던 드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바, 밖에, 엄청 커다랗고 하얀 게!”
당황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는 녀석.
‘커다랗고 하얀 거라…….’
[설인인가?]그 간단한 묘사만으로도 정체를 알기엔 충분했다. 이곳은 설인들이 사는 헵타 구역이었으니까.
“앙헬, 이 신전은 기운이 감춰져 있다고 하지 않았나?”
설인들의 눈을 피하려고, 앙겔로스가 직접 마법을 걸어뒀다던 신전.
“아무래도 방금 이곳에서 사용된 마법들 때문에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흑마법의 기운들은 워낙 이질적이니…….”
아무래도 잘 감추어져 있던 이곳이 그들에게 노출된 듯했다.
“……헌데 설인은 저희의 기향을 맡으면 도망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내 의문을 제기한 아드문. 내게도 그 점이 유일한 의문이었다.
“한 번 나가서 보자고. 무슨 일인지.”
어차피 이곳에 있어 봐야, 신전이 얼마 버티지 못할 터.
쿠우우웅!
재차 이어진 공격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요동치는 신전.
투두둑…….
신전의 천장에선 돌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입구로 나선 우리의 눈에 들어온 건.
‘으음.’
새하얀 털이 수북이 난 인간 형태의 마물이었다.
“저게 설인 이군요.”
비교적 담담히 놈을 관찰하는 아드문.
“허어…….”
“저, 저런!”
되려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앙헬과 아리에스가 더욱 당황하고 있었으니.
“다른 놈들 두 배는 되는군.”
“무슨 설인이 저리 크지? 여기 1년간 살면서 처음 보는 놈이야!”
설인을 겪어보았던 그들은 놈이 심상치 않은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었다.
일반적인 설인은 인간의 두 배 정도의 크기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크아아아아!”
지금 우리 눈앞의 놈은 그런 설인들 보다도 두 배는 거대했으니까.
‘저놈이었군.’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의 기향에도 달아나지 않고 접근한 존재.
“저건 헵타 구역의 주인이야.”
모든 설인들의 왕이라 불리는 설왕이었다.
“헵타 구역의 주인이라면…….”
낮은 한탄을 내뱉는 앙헬과.
“서, 설왕? 그놈이 왜 여기에? 여긴 헵타구역 초입부인데?”
급격히 당황한 아리에스. 설왕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공자. 일단 도망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전력으로는 놈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서둘러 발길을 옮기려는 앙헬이었으나.
“이미 늦은 것 같아.”
내 시선에 비친 설왕의 모습. 놈은 신전을 공격하는 것을 멈춘 채.
“크으아……?”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산에서 저놈을 따돌리는 건 절대 불가능해.”
거대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을 가진 놈. 더구나 설산이기에 우리에겐 움직임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맞서 싸우려고? 앙헬도 못 이길 놈인데 어쩌려고.]‘일단 방법을 찾아봐야지.’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곡소리.
“아이고! 다 죽게 생겼네! 내 창창한 앞날 어쩔 거야!”
어느덧 일행의 가장 뒤편으로 걸음을 옮긴 채, 죽을상을 짓고 있는 아리에스였다.
“아리에스. 이곳에 언데드 트랩이 얼마나 더 남아있지?”
분명, 설인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었을 터.
“트랩?”
허나 들려온 그녀의 대답은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좀비랑 스켈레톤 10마리 정도는 더 남아있지.”
너무나 허접한 언데드 군단이었으니까.
“고작 그 정도로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고?”
“굳이 지킬 필요가 없었으니까……. 아까 너희 말대로, 이 근처로는 설인이 안 오더라고.”
앙겔로스가 마련해두었던 블라인드 마법. 그 덕을 여실히 보고 있던 그녀였다.
“그럼 뭐 좀 할 수 있는 거 없어? 시간은 나와 앙헬이 끌어 볼 테니까.”
하지만 포기하기엔 일렀다. 그녀의 능력은 아직 미지수. 어쩌면 설왕을 상대하거나,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으음…….”
잠시 고민하던 그녀.
“없는데?”
너무나 해맑게 외친 말은 우리의 표정을 굳게 했다.
“내가 아까 흑마법서 줬잖아. 그중에 더 강한 언데드라도 소환해 봐!”
“아! 맞다! 나 이제 보고 할 수 있지! 맡겨줘!”
너무도 해맑게 대답한 그녀였지만.
“크아아아아!”
목전에 들이닥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덧 우리를 향해 걸음을 내디디는 설왕. 놈이 화가 난 듯 두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있었다.
“앙헬! 일단 우리가 시간을 번다!”
“알겠습니다!”
“드류랑 아드문은 잠시 피해있어!”
“어, 어? 응!”
“조심하십시오!”
결국, 맞닥뜨린 설왕. 한 걸음씩 다가올수록 그 위압감은 배가 되고 있었다.
쿠우우우…….
그런 놈에게 대항해 땅속에서 튀어 오른 무언가.
화륵!
타오르는 샌드 스피어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처음부터 강한 한 수를 꺼내든 앙헬. 그의 몸 주변으로 세 자루의 불타오르는 창이 떠올랐다.
“크아!”
그 모습에 더욱 흥분한 설왕. 놈의 발이 더욱 빠르게 떨어졌다.
쿠웅! 쿠우웅!
설산을 뒤흔들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놈에게.
후우우웅!
앙헬의 샌드 스피어가 날아들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놈임에도 정확히 급소만을 노린 공격. 두 자루는 놈의 관자놀이를 양쪽에서 노렸고. 나머지 한 자루는 조금의 시간차를 둔 채, 놈의 복부로 향했다.
먼저 날아든 샌드 스피어 두 자루가 놈의 미간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그곳에 있던 설왕의 머리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으니.
후우웅!
샌드 스피어는 애꿎은 공기만을 가를 뿐이었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빠른 속도로 고개를 숙여 피해버린 놈이었다.
‘이 정도론 안 된다는 거지?’
설왕은 오직 강인한 몸과 몸놀림으로만 9성 기사에 준하는 무력을 뽐내는바.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상대가 아니었다.
콰아아아……!
허나, 시간차로 날려 보낸 한 자루의 창이 더 있었으니. 고개를 숙인 놈에게 날아드는 샌드 스피어. 눈앞까지 다다른 그 공격은 언뜻 놈의 미간을 뚫을 듯 보였다.
“크아아!”
허나, 그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오른손을 내뻗는 놈. 엄청난 반응속도였다.
놈의 오른손은 순식간에 샌드 스피어를 낚아채고 있었다. 불에 타오르는 창날 부분은 빼고, 정확히 창대만을 잡아낸 모습.
“……저런!”
앙헬도 당황한 채였다. 그 역시도 이런 식으로 마법이 저지된 것은 처음이었을 터였으니까.
슈우욱…….
샌드 스피어는 놈의 손아귀에 붙잡혀 모래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좋은 시도였어.”
설인은 화염계열 마법을 극도로 싫어하는바. 불붙은 샌드 스피어를 날린 것은 잘한 판단이었다.
“크으…….”
물론 상대가 설왕이라 그마저도 낚아채 버렸지만.
‘동체 시력이 얼마나 빠르길래, 저런 움직임이 나오는 거지.’
[인간의 영역에서 생각할 순 없겠지. 저놈도 결국은 마물이니까.]‘저놈을 상대로 지금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앙헬에겐 평온한 듯 이야기했지만, 내심 불안한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움직임을 캐치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마치, 내 눈에는 놈의 손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비춰졌다.
“차, 찾았어!”
그 순간 뒤편에서 들려온 들뜬 여인의 목소리.
“뭐?”
고개를 돌린 곳엔 아리에스가 감격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저놈 잡을 방법 말이야! 이거라면 무조건 이길 수 있어! 조금만 버텨줘!”
“얼마나 걸려!”
“5분! 5분만 주면 내가 해볼게!”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물을 새는 없었다.
“크아아아!”
자신을 공격한 것이 화났는지, 설왕이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5분이라…….’
아리에스가 날 위해 협조하기로 계약한 이상,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 터.
“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자.”
달려오는 설왕을 마주하며, 검 자루를 움켜쥐었다.
앙헬 역시 곧바로 몸을 움직였으니.
투두두둑!
설왕의 앞에 솟아난 흙의 벽. 앙헬이 펼쳐낸 그라운드 펜스가 설왕을 막아섰다.
“크아아!”
갑자기 나타난 장벽을 향해 거칠게 주먹을 휘두르는 설왕.
쿠우우우웅!
주먹질 한 번에 펜스의 절반이 폭파되듯 날아가 버린 터였다. 7성급의 방어마법도 놈 앞에서는 단순히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어디서 저런 무식한 놈이!”
당황한 앙헬이 연거푸 다음 마법을 영창했고.
‘마냥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되겠어.’
재빨리 오러를 발끝으로 모았다.
탓!
그라운드 펜스가 벌어준 찰나의 순간. 그것을 놓칠 수야 없었으니까.
우우웅!
이동과 동시에 검신에 물든 오러. 무엇이든 베어낼 것만 같은 노란 오러는 설왕을 겨냥한 채였다.
쿠우우웅!
곧이어 들려온 폭음. 다음 주먹을 내뻗은 설왕이었다. 그와 함께 그라운드 펜스는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니.
“크아아아!”
또다시 가슴을 두드리며 표효하는 놈. 그런 놈의 시선은 앙헬에게 고정되어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방해하는 그가 거슬릴 수밖에 없을 터.
‘옳지! 계속 그쪽만 보고 있어라.’
뒤쪽으로 돌아, 놈에게 접근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다.
화아아아아!
내 의도를 눈치챈 앙헬이, 놈의 눈 쪽을 향해 파이어볼을 날려댔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히긴 못하겠지만.
“크으아!”
불을 싫어하는 놈이 눈을 가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나이스! 앙헬!]쉬지 않고 날아드는 파이어볼 때문에 정신이 팔린 놈이었기에. 놈의 근처까지 다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 발목 힘줄부터!’
제아무리 놈의 신체 능력이 사기라지만, 그것도 기동성이 있을 때나 통용되는 법.
한쪽 아킬레스건이라도 끊어낸다면, 놈의 행동에 제약을 가져다줄 수 있을 터였다.
결정을 내린 이상, 행동은 빠른 법. 짙은 오러를 머금은 프라가라흐가 놈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나아갔다.
‘이걸로 죽일 순 없겠지만……!’
앞으로 버텨야 할 5분여의 시간을 훨씬 수월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터. 절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후우우웅!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 횡으로 나아가는 검이 슬로우모션처럼 시야에 비쳐왔고.
카아아앙!
결국, 놈의 힘줄에 정확히 닿은 프라가라흐.
‘카아앙?’
다만 손에 전해지는 감각이 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무언가가 베어지는 감각이 아니었으니까.
[이놈은 얼마나 튼튼한 거야!]오러까지 머금은 프라가라흐였건만, 놈의 살가죽을 꿰뚫지 못하고 튕겨 나온 채였다.
손이 저릿해지는 감각. 허나, 그보다 더욱 크게 다가온 충격은.
‘아직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거였나!’
내 수준으로는 놈에게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집중해!]허나, 그런 상념에 빠져있을 틈은 없었다.
‘알고 있어.’
상처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놈이 내 공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크으……!”
분노 어린 낮은 음성이 귓가에 전해졌고, 놈의 시선 또한 내게로 향해있었다.
이제는 앙헬의 파이어볼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내게로 몸을 돌린 놈.
“크아아아아!”
그 육중한 주먹이 나를 향해 들어 올려졌다.
‘……!’
놈의 거대한 주먹이 시야에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