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95화(95/150)
95화. 설산의 왕(3)
‘머리 없는 본 드래곤이라고?’
[혹시 모르지 그런 언데드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오베론도 들어본 적은 없는 존재의 등장에, 시선은 절로 아리에스에게로 쏘아졌다.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머리 없는 본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에스. 그녀의 입가가 씰룩거리고 있었으니.
“저, 저게 뭐야! 무서워!”
화들짝 놀란 채 뒷걸음질 치는 그녀였다.
‘마법진이 잘못된 건가!’
어딘가 엉성한 본 드래곤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설왕은 놈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는 본 드래곤.
[머리도 없는 게 어떻게 울부짖는 거야?]‘내 말이.’
놈은 날아오던 가속도를 살려 그대로 설왕을 덮쳐갔다.
쿠우우우……!
설왕보다도 거대한 몸집. 드래곤의 뼛조각으로 이뤄진 녀석의 몸통 박치기는 커다란 충격을 동반했으니.
“크으아!”
한참을 밀려나는 설왕. 바닥에 쌓인 눈발이 튀어 오르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오, 생각보단 잘 싸우는데?’
[그러게. 머리만 없지 나쁘지 않은 건가.]생각 외로 설왕을 상대로 선전하는 머리 없는 본 드래곤. 녀석은 우리가 눈을 떼지 못하도록 했다.
“키에에에엑!”
휘몰아치는 눈발 사이로 재차 날아오른 놈. 그 뒤로 설왕의 주먹이 뒤따랐지만.
후우우웅!
거칠게 허공을 가를 뿐,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따라잡기엔 조금 부족했다.
‘오!’
그 모습에 우리의 눈가에 기대감이 서라는 것은 당연했으니.
“에, 에헴!”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아리에스는 팔짱을 낀 채였다. 한껏 자신감에 차오른 그녀.
“생각보단 괜찮지?”
“아깐 저게 뭐냐며?”
“아, 어찌 됐든 이 상황만 넘기면 될 거 아냐!”
사뭇 당당해진 태도였으나, 아직 안심하기엔 일렀다.
‘그 말은 맞지만, 뭔가 아쉽군.’
[그러게 말이야.]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설왕을 괴롭히는 본 드래곤. 분명 속도는 설왕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후우웅!
가까스로 설왕의 공격을 피할 뿐, 이렇다 할 공격은 못 하는 본 드래곤이었으니까.
“키에에에에!”
할 수 있는 건 소리치면서 몸통으로 밀어내는 것밖에 없었다.
‘머리가 없는 탓이 분명해.’
본 드래곤은 주로 강인한 턱으로 공격하는바. 지금 나타난 놈은 이빨 없는 맹수와도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크아아아아!”
결국, 또다시 가슴을 두드리는 설왕. 알짱거리는 본 드래곤 탓에, 어지간히 열 받은 놈이었으니.
후우우웅!
별안간 놈의 몸 주변으로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설산으로 이뤄진 구역의 제왕답게.
‘……설풍!’
강력한 눈바람을 통제할 수 있는 놈이었다.
“키에에에에!”
열심히 날갯짓을 해보던 본 드래곤이었지만, 이미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녀석. 순식간에 몰아친 설풍에 휩쓸려 버린 후였다.
거센 바람이 녀석을 빨아들이고 있었으니. 흥분한 설왕의 먹잇감이 되기엔 딱 좋은 상황.
“크워어어어어!”
본 드래곤을 향해 설왕의 주먹이 재차 내뻗어졌다. 지금까지는 허공만을 휘젓던 단순한 공격이었으나.
콰아아아앙!
뒤를 이어 들려온 폭음. 본 드래곤의 갈비뼈 위에 정확히 내려앉은 주먹이었다.
“키에에에!”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진 본 드래곤. 바람에 휩쓸려 기동성을 잃어버린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후우우우웅!
재차 불어닥치는 설풍.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제어한 후.
콰아앙!
설왕의 주먹이 계속해서 꽂혔다.
마치, 본 드래곤에 대한 공략법이라도 찾은 듯이. 미쳐 날뛰는 놈.
“이, 이런! 씨!”
그 모습에 아리에스의 주먹이 부들대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소환만 했어도 저런 놈은 한주먹거린데!”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이 실패작임을 인정한 그녀.
“아무래도 마법진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 빨리 튀자!”
이윽고 내 손목을 잡아채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본 드래곤의 패배는 자명한바. 설왕의 시선이 녀석에게 몰두된 지금 도망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안돼.”
허나, 그녀를 따라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뭐? 무슨 소리야! 지금 안가면 다 죽는다고!”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까.
“앙헬을 데려가야 해.”
아직 눈밭에 피를 쏟은 채, 쓰러져 이는 앙헬. 그의 가슴팍이 미세하게 들썩이고 있었다.
‘숨은 붙어있어.’
분명 큰 치명상을 당했을 그였지만, 이대로 버리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저런 애 챙겨서 뭐해! 여기서 다 죽을 거야? 네 목숨보다 소중하냐고!”
재차 독촉하는 아리에스.
물론, 내 목숨보다 그가 중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천 년 만에 얻은 새로운 생명. 어렵사리 얻은 복수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야 없었으니까.
‘그래도, 아닌 건 아니야.’
그럼에도 동료를 두고 도망가는 것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날 위해 목숨 바쳐 지켜주던 이를 떠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말려도 소용없겠지?]그런 내 성향을 알고 있는 오베론. 그는 이미 포기한 듯싶었으니.
‘응. 해볼 때까진 해야지.’
다른 방법을 찾아볼 따름이었다.
[어쩔 계획이야?]‘아무래도 저 녀석을 이용하는 수밖엔 없겠지.’
설왕에게 무참히 타격을 받고 있는 본 드래곤. 설풍에 휩쓸려 아무것도 못 하는 신세이지만, 지금 믿을 구석은 녀석밖에 없었다.
그나마 설왕의 속도에 반응할 수 있는 건 본 드래곤 뿐이었으니까.
스릉!
결국, 검을 움켜쥔 채, 아리에스의 두 괴물이 싸움을 벌이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큭!’
부러진 발목에서 시큰한 통증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어, 어디가!”
뒤쪽에서 소리친 아리에스.
“본 드래곤이 더 망가지기 전에 승패를 봐야지. 넌 그냥 저 녀석을 조종해서 잠시 설왕에게서 떨어트려줘.”
“어, 어쩌려고?”
“저 녀석에게 이빨을 달아주려고.”
내가 가진 유일한 계획. 본 드래곤이 이빨을 잃은 채 나타났다면, 그것을 채워주면 될 일이었다.
“그게 무슨……?”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으니, 그냥 그렇게만 해줘. 내가 근처에 갔을 때 내가 올라탈 수 있도록.”
본 드래곤이 빠르고 강한 언데드이긴 하나, 설왕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 놈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는 지금으로선, 얼마 버티지 못할 터였다.
놈에게 달아줄 이빨도, 놈이 건재해야 쓸모가 있을 터.
‘시간이 별로 없어.’
그 말을 끝으로 설풍이 몰아치는 곳을 향해 절뚝거리며 나아갔다.
[이빨이 뭔데?]‘보면 알아. 성능 확실한 게 하나 있거든.’
콰아아앙!
지금 이 순간에도 목덜미를 얻어맞은 본 드래곤.
그럴 때마다 불나방처럼 설왕에게 달려들던 녀석은.
“키에에에에!”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날갯짓을 선보였다. 무작정 설왕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 설풍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녀석.
‘옳지. 이쪽이다!’
거친 날갯짓 끝에 설왕에게서 멀어진 놈은 내게로 향했으니.
툭!
올라타라는 듯, 기다란 꼬리를 내려주는 본 드래곤이었다.
타앗!
곧바로 올라탄 녀석의 등줄기. 부러진 발목으로는 중심조차 잡기 힘들었기에, 녀석의 목뼈 부근까지 기어올랐다.
‘어디 한번 다시 붙어보자고.’
그 위에서 마주한 설왕.
후우우우웅!
재차 설풍이 불어닥친 것도 동시였다.
“뼈다귀. 같이 일 한 번 내보자.”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키에에에에에!”
힘찬 날갯짓을 하는 본 드래곤. 매번 설풍에 끌려간 후, 주먹질을 당했던 녀석이었지만.
이번엔 녀석의 목 위에 내가 있었으니.
‘직접 네 녀석의 이빨이 되어주마. 무엇보다 강한 이빨이!’
우우웅!
프라가라흐의 검신이 짙은 노란빛으로 물들어갔다. 단순한 오러는 아니었다.
[끼요오오오오오옷!]온몸의 오러를 집어삼킨 프라가라흐. 녀석이 발광하는 중이었다.
[피! 피를 줘! 누가 나의 제물이 될 것이냐! 끼요오옷!]나오자마자, 괴성을 지르는 프라가라흐.
“키에에에에에!”
본 드래곤 역시 그간 당한 것이 억울했는지, 울부짖는 중이었다.
‘쌍으로 시끄러워 죽겠네. 일단 저 하얀 놈부터 죽여라.’
[오오오! 오랜만에 먹을 만한 놈이로구나! 키야아아아아!]눈바람을 타고 빠르게 접근한 곳. 그 끝에는 설왕이 서 있었으니.
“크아아!”
역시나 주먹을 휘둘러 오는 놈이었다.
“키에에에!”
주먹을 피하지 않고 몸통을 들이미는 본 드래곤.
퍼어억!
또다시 공격을 허용한 녀석이었지만, 이번엔 그 목을 주욱 뻗어냈다. 목 위에 타고 있던 내가 설왕의 얼굴에 닿을 수 있도록.
[키햐야아아아! 이리 오너라!]프라가라흐의 미친 웃음소리를 뒤이은 또 다른 소리.
푸우우욱!
부릅뜬 설왕의 눈알이 꿰뚫리는 중이었다.
“크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설왕. 그 거센 반발에 내 몸도 떨어져 나갔건만.
[좋구나! 피를 더 내놓거라!]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검은, 놈의 눈알에 꽂힌 채 계속해서 피를 갈구했다. 점차 더욱 깊게 박혀가는 프라가라흐. 결국, 그 검신이 전부 파묻힐 즈음이었다.
터어어억!
설왕의 양쪽 무릎 눈밭에 닿더니.
쿠아아아아…….
결국, 그대로 엎어진 놈.
‘됐다!’
뇌까지 파먹어버린 프라가라흐 탓에 단번에 절명해버린 터였다.
[끼요오오옷! 간만에 좋구나!]전투가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뇌를 울리는 프라가라흐의 음성.
[이봐, 주인! 오러 좀 더 넣어줘 봐!]‘이제 없어. 조용히 하고 사라져.’
[뭐, 뭣? 안돼! 이렇게 날 또 보내지 말라고!]놈의 음성은 메아리치듯 뇌리에서 멀어져갔다.
[아, 안 돼애……!]주입한 오러가 모두 소진된 탓이었다.
“키에에에엑!”
허나, 지친 내 귓가를 울리는 또 다른 울음소리.
“너도 이제 좀 사라져라.”
손을 내흔들어 보이자.
퍼어엉!
검은 연기로 모습을 감추는 본 드래곤이었다. 아리에스가 소환을 해제한 것이었다.
“뭐,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냅다 달려온 그녀. 그 뒤로는 아드문과 드류도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내가 이빨 하나 달아준다고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꼬맹이가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느냐고! 어떻게 설왕을 한 방에……!”
당황한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아리에스. 당연히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터였다. 설왕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검술은 듣도 보도 못했을 테니까.
“차차 설명해줄 테니, 좀 비켜봐.”
그보단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앙헬이었다.
‘다행이야. 의식은 없는 것 같지만…….’
다만, 어디가 다쳤는지 알 수 없기에, 무작정 그를 업어 갈 순 없는 노릇.
“아리에스. 마법으로 앙헬을 들 수 있나?”
“음. 그건 어렵지 않지. 들어주면 어떻게 한 건지 알려줄 거야?”
“자일로 산맥 밖까지 나간다면.”
“그럼, 그러지 뭐.”
고개를 끄덕인 아리에스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럼 이제 다 끝난 거야?”
심각한 표정으로 쓰러진 설왕을 바라보는 드류였다.
“아직 하나 할 게 남았어.”
“뭐, 뭔데?”
“기껏 설왕을 잡았는데 그냥 저렇게 버려두고 가긴 아깝잖아.”
그 후 내 시선이 향한 곳.
“쿠앙!”
나무에 박힌 채, 낑낑대는 커다란 다람쥐 한 마리였다.
“저 녀석 밥 좀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