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97)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97화(97/150)
97화. 치료사(2)
“이랴!”
채찍질에 박차를 가한 앤디와 리카. 두 사람이 쉬지 않고 움직여준 덕에 금세 라프텔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우선 너흰 전부 앙헬이랑 이곳에 머물고 있어.”
일행들에겐 카리스를 데려오겠다고 이미 말해둔 터.
“정말 혼자 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발목도 다치셨으면서.”
아드문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왔다.
“그게 더 편해. 잠깐 걷는 것쯤은 문제없기도 하고.”
이미 에고의 주민들에겐 은인으로 기억된 나였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래도 걱정이군요. 수왕족이 사는 곳은 물 속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숨도 못 쉬는 것 아닙니까?”
항상 나를 걱정해주는 아드문.
“괜찮아.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 마음이 이리 고마울 수 없었다.
“아, 참. 아드문, 그 신발 사용법이나 익혀두고 있어.”
발길을 떼기 전 가리킨 그의 발. 경매장에서 샀던 카타의 신발을 신고 있는 아드문이었다.
“아아! 알겠습니다. 열심히 연습해두겠습니다!”
라프텔로 오는 동안, 오러를 주입하는 법을 알려줬던 터. 그의 씩씩한 대답이 이어졌다.
[어째 밤새 그것만 연습할 것 같냐.]내가 시킨 일이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기세의 녀석. 항상 누구보다 묵묵히 지시한 일을 수행해온 그였다.
“너무 열심히는 안 해도 되고. 그냥 적당히 해. 쉬어가면서.”
“넵!”
“드류도 훈련은 빼먹지 말고.”
“물론이지. 너나 조심히 다녀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길이 향한 곳.
“아리에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앙헬을 잘 부탁하지.”
“문제없으니까, 얼른 가기나 해!”
앙헬의 상태가 더 나빠질 것을 막아줄 그녀이기에, 당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다들 다녀와서 보자고.”
그 길로 곧장 포탈 관리국으로 향했다.
* * *
우우우웅!
어느덧 통과한 다섯 번째 포탈.
“에이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포탈 관리자의 환대 속에 발길을 재촉했다.
에고의 숲에 가기 전에 따로 들를 곳은 없었기에, 발걸음은 울창한 숲을 향해 옮겨졌다.
한 달여 간 지나다녔던 길. 들판을 넘어 에고의 숲에 도달하는 것은 눈을 감고도 가능할 성싶었다.
그 숲속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꺼내든 건 돌돌 말린 나뭇잎이었다.
‘이걸 이렇게 불면 된다고 했지.’
잎사귀족장, 그란텔이 주었던 선물. 나뭇잎 피리에 입바람을 불어넣자.
피이이이-
숲속에 퍼져나가는 맑은 음색. 그와 함께 풀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이라도 부는 듯, 수풀들이 좌우로 고갯짓을 하길 잠시.
사락.
그 틈에서 나타난 검은 그림자.
“역시 자네였군.”
이제는 익숙한 얼굴인 잎사귀족의 1등 전사, 클랄이었다. 언제든 잎사귀족을 호출할 수 있도록 피리를 전해준 그란텔 덕분이었다.
“엄청 빠르시군요. 피리를 분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숲속에선 우리가 가장 빠르단 걸 알고 있지 않은가. 마침, 이 근처를 지나가던 길이기도 했고.”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인 클랄. 그의 입이 재차 떼어졌다.
“근데, 벌써 에고에 다시 찾아왔는가? 한동안은 안 올 것처럼 하기에, 수개월은 걸릴 줄 알았더니. 아, 물론 자네가 다시 이곳에 찾아온 것이 싫다는 것은 아닐세.”
“사실, 이번에는 수왕족을 찾아왔습니다.”
“수왕족?”
그 말에 잔잔하게 웃고 있던 그의 입가가 굳어졌다.
“……설마, 이번엔 수왕족이 문제를 일으켰나?”
호족 때와 같이, 에고에 변고가 생겼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런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다행이군. 그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정말로 막기 힘들었을 텐데.”
가슴을 쓸어내리는 클랄.
“무슨 부탁을 하려는 건가?”
“제 동료가 다쳤습니다. 카리스 양의 능력을 좀 빌리고 싶습니다.”
그의 눈빛이 재차 심각해졌다.
“으음. 좋지 않은 일이었군. 카리스 양이 필요할 정도면 큰 부상이란 소리일 텐데…….”
곧바로 손을 건네오는 그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겠군. 당장 데려다주겠네. 마침 그란텔 님께서도 거기서 마저 치료를 받고 계시니, 가서 뵐 수 있을 거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 *
촤아아아아!
시원한 물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 에고의 숲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강가의 최하류에는.
“여기야.”
바다라고 해도 믿을 만큼 광활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수왕족이 터전으로 자리 잡은 곳, 생명의 호수였다.
톡.
호수 위에 나뭇잎 하나를 띄워 보내는 클랄. 은은하게 빛나는 나뭇잎이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나뭇잎은 호수의 중심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또로록!
그 순간 나뭇잎 주변으로 튀어 오르는 공기 방울들.
첨벙!
그와 함께 물속에서 작은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누군가 했더니, 잎사귀 족의 1등 전사였개골!”
개구리를 똑 닮은 작은 수왕족이었다.
“오랜만이군, 프로그.”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찾아온 개골?”
“이 소년이 카리스 양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해서.”
그제야 내게로 시선이 향한 수왕족이었다.
“인간? 아! 혹시 이 소년이 바로 이번에 에고를 떠들썩하게 한 그 소년인개골?”
“뭐, 떠들썩하게 했다면, 한 셈이지. 족장님들의 인정을 받았으니.”
“호오! 에고의 은인이로군! 카리스 양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들었개골! 내가 안내하겠다!”
수면 위를 점프하듯 다가온 프로그. 그가 내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감사합니다.”
잠자코 고개를 숙이자.
척!
그의 손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공기 방울이 얼굴을 감쌌다. 마치, 투구처럼 얼굴 주변을 둘러싼 공기층이었다.
“호오. 신기하지 않은가 보군? 겪어본 적이 있개골?”
수왕족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물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헬멧이었다.
“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어서요.”
물론, 천 년 전에 직접 경험해본 것이기에, 놀라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렇군. 그럼 출발하개골.”
클랄에게도 공기층을 씌워준 그는.
첨벙!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도 가자고.”
그 뒤를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클랄. 나 역시도 수왕족의 터전으로 몸을 집어 던졌다.
* * *
[수왕족은 참 가지각색이란 말이야.]생명의 호수 아래 펼쳐진 수왕족의 터전. 프로그를 뒤따르며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제각각이었다.
새우처럼 콧수염이 길게 난 이도 있었고. 은빛 지느러미가 매력인 소녀도 눈길을 잡아 이끌었다.
‘인간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
대개의 인간들이 알고 있는 수인족은, 육지에 있는 이들에 한했으니. 물속에 있는 수왕족을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개골!”
잠시 수왕족들을 구경하던 찰나 도착한 곳. 프로그의 뭉툭한 손끝이 가리킨 곳엔 거대한 산호초가 존재했다.
어지간한 왕국의 성만큼 거대한 산호초 군락.
‘수왕족의 성은 오랜만이군.’
수왕족장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스릉!
그 근처로 다가가자, 주변을 에워싸는 이들.
“누구지?”
“인간? 한 명은 잎사귀족이군.”
“프로그. 이자들은 누군가? 이 앞은 수왕족의 성이다. 확인되지 않은 자는 다가갈 수 없다.”
해마와 비슷한 생김새를 한 이들이 삼지창을 든 채였다.
“개골! 이들은 카리스 양의 손님…….”
프로그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
촤아아…….
거세게 물살을 가르며 등장한 새로운 존재.
“경비병들은 창을 거두어라. 이들의 신원은 내가 보장하지.”
그의 목소리에 일사불란하게 도열을 맞추는 해마 모습의 수왕족들이었다.
“헙!”
“샤르크 님!”
수왕족의 1등 전사.
[전기뱀장어군.]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나타난 샤르크였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덕분에요. 몸은 회복하셨습니까?”
“회복할 것까지도 없지. 그따위 고양이 놈을 상대했을 뿐이니.”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 이미 그의 실력을 보았기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신감이었다.
“카리스 양을 찾아왔다고? 이쪽으로 오게.”
먼저 앞장서 길을 터주는 샤르크. 그 뒤로 우리와 경비병들이 뒤따랐다.
‘편하군.’
그 큰 몸집으로 물살을 갈라주니, 가만있어도 절로 몸은 이동했다. 그 덕분에 순식간에 도달한 산호초 군락.
[이게 이 정도로 컸었나?]가까이서 마주한 수왕족의 성은 기억 속보다 훨씬 커져 있는 상태였다.
‘천 년 사이에 훨씬 확장했나 보군.’
그런 산호초 사이로 나 있는 수백 개의 틈. 샤르크는 그중 하나로 우리를 인도했다.
“여기가 입구야. 안에 들어가면 그란텔 족장님과 함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리고는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사라지는 샤르크. 경비병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난 여기서 기다리갰골!”
“나도 여기 있을 테니 다녀와.”
프로그와 클랄은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으니.
탓.
산호초 틈으로 발길을 내디뎠다.
짧게 이어진 복도 끝에 있는 거대한 조개로 만들어진 문.
내가 올 것을 기다렸다는 듯.
끼익-
그 문이 열렸다.
“이안 님!”
그 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소녀. 카리스가 반가운 미소를 띄운 채였다.
“경비병들이 기포로 이안 님이 오셨다고 전해줬어요. 이곳까진 어쩐 일로 오신 건가요? 제가 보고 싶으셨던 건가요? 아, 우선 안으로 드시죠!”
문 너머에 있는 존재.
“왔는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란텔 족장님. 이곳에 계신다곤 들었습니다.”
그란텔이 의자에 앉아 다쳤던 팔을 치료받는 중이었다.
“매주 한 번씩은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말이야. 자넨 꽤 일찍 돌아 왔구만.”
“카리스 양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요.”
그 말에 카리스의 눈가가 빛났다.
“제게요? 뭔가요! 뭐든 말씀만 하세요!”
이내 내 발목에 고정된 그녀의 시선.
“헙! 혹시 그것 때문인가요? 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
어느덧 달려와 내 발목을 어루만지는 카리스였다. 그녀의 푸른 기운이 따스하게 몸을 감싸왔다.
[엄청난 능력이군.]순식간에 뼈가 맞물리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으니, 나 역시 신기할 따름. 허나, 방문한 목적은 고작 발목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이것 때문이 아니야. 내 동료가 심각하게 다쳐서. 네 능력을 빌리고 싶어.”
“아? 물론 도와드려야죠. 그분은 어디 계신가요? 성 밖에 계신가요? 아니면 에고의 숲에?”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
“아니,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이곳까지 데려올 수 없었어.”
“아, 그럼 그분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지금은 라프텔이라는 마을에 있어. 알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자일로 산맥 근처에 있는 인간 마을이야.”
이어진 내 말에 그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인간 마을이요?”
얼마 전 도른에 의해 납치되었던 그녀였기에, 두려움이 앞섰으리라.
“네 안전은 내가 보장할게. 너의 도움이 꼭 필요해. 내겐 에고의 주민들만큼 소중한 사람이거든.”
“으음.”
찰나의 고민에 빠진 카리스. 끝내 그녀의 고개는 끄덕여지고 있었다.
“알겠어요. 이안 님과 함께라면 안전하겠죠.”
절로 안도가 되는 대답이었다.
“고마워. 최대한 빨리 출발하고 싶은데, 언제 나갈 수 있어?”
“마침, 그란텔 님도 지금 나가려던 참이니. 바로 가는 게 낫겠죠?”
“그래 주면 나야 정말 고맙지.”
“그럼 짐을 좀 챙겨올게요!”
조개 문을 향해 달려가는 카리스. 대신 그란텔이 심각한 표정을 지어왔다.
“자네의 동료는 무슨 일을 하다가 그런 변을 당한 겐가.”
“자일로 산맥에서 마물에게 습격당했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회복하기 힘들 것 같아, 카리스 양을 찾아왔습니다.”
“허어. 큰일이구만…….”
그란텔의 진심 어린 걱정이 이어질 찰나였다.
끼이익-
카리스가 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먼저 열린 조개 문.
“누구 마음대로 카리스를 인간 세상에 데려간다는 건가!”
그 너머에서 우레와 같은 호통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