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hides his sword skills RAW novel - Chapter (98)
천재 마법사가 검술을 숨김-98화(98/150)
98화. 치료사(3)
조개 문을 열고 등장한 거구의 사내. 2미터가량 되는 근육질의 남성이 카리스와 이쪽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의 등장은 일순간 방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했다.
[기운 한 번 대단하군.]생김새는 중년 정도 되어 보이나, 그의 턱을 수북하게 덮은 하얀 털. 그리고 그가 쥐고 있는 금빛의 삼지창이 그의 정체를 가늠하게 했으니.
‘수왕족장인가.’
일전에 카리스에게서 들었던, 현 수왕족장의 모습이었다.
“카리스.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어.”
단호히 고개를 젓는 수왕족장.
“그치만, 아버지! 저분은 의인이에요. 이번엔 제가 도움을 드릴 차례에요.”
허나, 카리스 역시 물러섬이 없었다.
“어허!”
결국, 수왕족장이 쥐고 있던 삼지창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고작 한 번의 동작에 불과했으나, 그 무위를 가늠하기엔 충분했다.
‘활력이 넘치는구만.’
산호초의 군락이 모조리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진동이 퍼져 나왔으니까.
필시, 내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리라.
“수왕족장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은 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숙였다.
“자네가 그 에고의 의인인가 보군.”
이미 전해 들은 듯, 내 존재를 알고 있는 수왕족장.
“그리 불리기엔 능력이 미천하나, 다른 족장분들께서 그리 칭해주셨습니다.”
“자네에겐 나 역시 고마움을 느끼고 있네. 이번에 에고를 구해준 것뿐만 아니라, 지난번에 내 딸을 구해준 것도 자네라지?”
카리스의 음성이 쏜살같이 뒤따랐다.
“맞아요! 제 생명의 은인이시라구요. 저분의 요청을 무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카리스. 조용히 하고 있거라.”
허나, 수왕족장은 카리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아무리 우리의 은인이라 해도, 카리스를 인간 마을로 보내는 건 용납할 수 없네.”
충분히 이해는 되는 바였다. 이미 한 차례 도른에게 납치가 되어, 생사가 불명해졌던 카리스. 그런 그녀를 또다시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보낼 부모는 없을 테니까.
“제가 꼭 카리스 양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요.”
하지만 나 역시 그녀의 도움이 절실한 건 마찬가지였다.
“카를레스. 이 소년은 믿을 만하다네. 나도 보증하지.”
그란텔 역시 힘을 실어주었다.
“믿을 만하다라……. 난 그리 생각하지 않네. 아직 난 믿을 수가 없구만.”
“에고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소년이네. 믿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이 소년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일세.”
그란텔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던 수왕족장. 그의 시선이 재차 쏘아졌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내 딸을 지키겠다고? 자네의 목숨을 건다고 해서 나나 그란텔 정도의 실력자를 이길 수 있겠는가? 자네를 못 믿는 건 아니나, 아직 실력은 한참 미흡하다는 소리야.”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의 눈엔 하룻강아지로 보일 터였으니. 허나,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순 없었다.
“저를 따르는 자들이 있습니다.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7성 이상의 실력자들도 수십 명 있죠. 그들을 여정에 대동하겠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원심회의 실력자들을 불러모은다면, 어지간한 왕국도 침략할 수 있는 수준일 터. 카리스를 호위하기엔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다.
“흐음. 그래도 아비로서 쉽게 허락할 수 없군. 거기까지 이동할 수단은 있는가?”
“저와 함께한다면 어려움 없이 포탈을 타고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저희 가문이 힘이 좀 있거든요.”
포탈 관리국의 신원검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델레마인 내게는 통용되지 않는 문제였으니.
‘붉은 눈이라면 무조건 통과니까.’
여태껏 나를 포함한 동료들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던 관리자들이었다. 카리스에게 로브만 뒤집어씌운다면 쉽게 이동할 수 있을 터였다.
“호오. 그래?”
입가가 묘하게 뒤틀리는 수왕족장. 그럼에도 그는 끝내 고개를 내저었다.
“만에 하나, 인간들 중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자들이 습격하기라도 하면 어쩔 텐가? 아니면, 황실의 군대라도 덮친다면? 또다시 납치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 수왕족장. 이쯤 되면 슬슬 이상해지기 시작했으니.
[대마법사나 황실에서 니넬 왜 습격하냐. 너무 비약이 심한데?]‘무슨 목적이지? 그냥 심보 부리는 건가?’
점차 억지 이유를 부리는 듯한 수왕족장의 뉘앙스.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흠흠! 그러니 믿을 만한 실력자가 함께해야겠지. 아무래도 내가 함께 가야 마음이 놓이겠어. 그 조건이 아니라면 딸아이만 보낼 순 없겠군.”
슬며시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 그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했네.’
처음부터 함께할 속셈이었던 그였다. 뒤이은 수왕족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산호초를 뒤흔드는 듯했다.
“후우. 자네는 장난기가 너무 많단 말이지.”
그제야 한숨을 내쉬는 그란텔. 카리스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었다.
“지금 당장 가야 한다고 했지?”
“예.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좋아. 당장 가자고. 카리스, 얼른 짐을 챙겨와. 오랜만에 에고 밖의 공기를 마셔보겠구만.”
왜인지 누구보다 들뜬 듯한 수왕족장의 모습이었다.
* * *
“카를레스. 조심히 다녀오게.”
에고의 숲 초입부까지 마중 나온 그란텔의 걱정에.
“누굴 걱정하는가!”
옆에 있던 거구의 사내가 크게 소리쳤다. 어느덧 거대한 로브를 입고 모습을 감춘 수왕족장, 카를레스였다.
“물 밖에선 그래도 본래의 능력을 사용 못 하지 않는가.”
“그래도 인간에게 곤욕을 치를 정도는 아니지.”
큰 주먹으로 가슴을 쳐 보이는 카를레스.
“그래. 자네를 누가 감당하겠는가. 자네가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흠흠!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에고나 잘 지키고 있게.”
그란텔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봐, 소년. 그럼 가보자고!”
로브를 뒤집어쓴 카를레스. 그가 호기롭게 에고의 숲 밖으로 앞장섰다.
“저어. 카를레스 님.”
“왜 그러지? 또 할 말이 남았나? 얼른 가야 한다면서.”
푸른빛 눈썹을 씰룩이는 그를 말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게 아니라, 포탈 관리국은 이쪽 방향입니다만.”
에이탈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자신 있게 향하던 그였다.
[……쟤 데려가는 거 맞는 선택이냐?]‘뭐, 별일이야 있겠어?’
머리를 긁적이는 그를 데리고 향한 곳. 에이탈 외곽의 포탈 관리국이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로브를 잘 매무시한 후 들어선 곳.
“오, 델레마의 공자님. 요즘 이곳저곳 자주 다니시는군요.”
이제는 눈에 익은 포탈 관리자였다.
“이번에도 라프텔로 갈 겁니다.”
“바로 준비해드리지요!”
포탈 생성기로 다가가 장치를 조작하는 관리자. 그의 시선이 내 뒤로 향했다.
“근데, 이번에는 수행원분들이 바뀌신 건가요? 전에 뵌 분들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워낙 체구가 작은 카리스, 반대로 2미터가량의 거구인 카를레스. 두 사람은 시선을 잡아채기에 충분했을 테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우린 라프텔에 가는 것뿐이오.”
괜히 나서서 움찔하는 카를레스. 그가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하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델레마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 정도만 말해두지요.”
일부러 언급한 델레마. 그 명망 높은 가문의 이름에 관리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흐, 헙! 아아, 알겠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본 것이고, 아무것도 못 들은 것입니다요!”
델레마에서 비밀스레 진행한다는 말에 바짝 얼어버린 그였다.
괜히 대형 가문의 일에 얽혀 곤란한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럼, 포탈이나 잘 부탁드리죠.”
“예예, 알겠습니다!”
그 후론 말없이 포탈을 가동한 관리자.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다음에 또 뵙죠. 에이탈의 관리자님.”
“흐, 흡. 넵!”
잔뜩 긴장한 그를 뒤로한 채 포탈로 향했다.
* * *
“자네 말대로, 인간들이 자네 앞에선 기를 못 펴는 구만.”
어느덧 도착한 라프텔. 다섯 번의 포탈을 지나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제지받지 않고 넘어온 우리였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카리스 양을 안전히 데려 다니겠다고요.”
“하하! 재밌구만. 이리도 쉽게 세상 밖을 노닐 수 있다니!”
라프텔의 포탈 관리국에서 일행들이 있는 숙소로 향하는 길목. 무엇이 그리 좋은지 카를레스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그리고 목소리는 조금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인구가 적은 라프텔. 이곳에서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으니.
“흠흠. 자제하지. 오랜만에 나왔더니 기분이 좋아서 말이야.”
멋쩍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레스였다.
그렇게 도착한 한 건물 앞.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여관이었다.
끼익-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마주한 인물.
“오셨습니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를 마주한 것은 호텔의 주인장이 아니었다.
‘여기도 원심회에서 산 건가?’
그의 목에 걸려있는 원심회의 증표가 정체를 알아볼 수 있게 했으니까.
[그런가 보네. 교주가 머무르는 곳이니, 신경 좀 썼겠지.]앤디와 리카를 통해 원심회 내부에 정보가 퍼져나갔을 터. 그들이 에이탈에서처럼 이곳을 인수한 것이 분명했다.
“앙헬은 어디에 있지?”
“위층에 있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먼저 계단을 오르는 젊은 사내. 그가 안내한 3층의 방엔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었다.
“어? 벌써 왔어?”
가장 먼저 고개를 돌린 드류는 물론.
“오! 무탈히 돌아오셨군요.”
곧바로 뛰어와 내 몸을 살피는 아드문.
“아오, 힘들어 죽겠네! 얼른 와!”
우우우웅!
앙헬의 옆에서 흑마법을 유지하는 아리에스까지. 모든 이가 방 안에 모여있었다.
“으음. 저분인가 보군요.”
한눈에 앙헬의 심각성을 눈치챈 카리스. 그녀가 곧바로 그에게 달려갔다.
“이 조그마한 애는 뭐야? 에게! 설마 얘가 그 치료사야? 고작 이런 애를 데려온 거라고?”
자신의 옆을 비집고 들어온 카리스를 노려본 아리에스.
스릉!
그녀의 목에 어느 순간 기다란 물체가 겨눠진 채였다.
“뭐라 했는가. 감히 누구를 무시하는가!”
카리스를 무시하는 발언에, 품속에서 삼지창을 꺼내든 카를레스였다. 크기를 조절하는 마법이 걸려있는 창이기에, 항상 품속에 소지하고 있던 그였다.
“흐, 흐익! 이건 또 뭐야! 이 사람은 누군데!”
날 선 황금빛 창날에 기겁한 아리에스. 그녀 대신 카를레스를 만류하는 수밖에.
“족장님. 제 동료입니다. 창을 거둬 주시지요.”
그제야 카를레스의 기세는 조금 누그러든 채였다.
“하지만 저 아해가 먼저 카리스를 무시하지 않았는가.”
“원래 말투가 저렇습니다. 마법의 부작용 때문이죠. 악의는 없으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십시오.”
“마법의 부작용이라. 흐음. 안타까운 아해였군.”
결국, 창을 회수한 카를레스. 한 번 숨을 고른 아리에스가 물어왔다.
“……족장이라고? 이 사람들 어디 원시 부족 출신인거야? 아! 설마 무속신앙으로 이놈을 치료하려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무속신앙 따위가 아니에요.”
카리스가 머리를 뒤덮은 로브를 벗어 보였다.
“저희는 수왕족이예요.”
그녀의 투명한 피부에 놀란 아리에스의 표정이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