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198
약먹는 천재마법사 1198화(1198/1203)
약먹는 천재마법사 1198화
열병식(12)
콰아아앙!!!
[뿌우우우!!]타운센드의 등 뒤에서 집채만 한 코뿔소가 나타나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붉게 물든 안광을 줄줄 흘리면서 포효할 때마다, 연무장의 지반이 무너지고 흔들렸다.
몸을 한껏 기울인 채 굽어진 뿔로 레녹을 후려갈긴 찰나, 굉음과 함께 대기가 폭발했다.
뻐어어어엉!!!!
연무장 사방의 돌기둥이 무너져내리고, 석판 조각이 흩날리며 떨어졌다.
점멸을 사용해 옆으로 피한 레녹이 흔들리는 연무장에 발을 딛고 비틀거린 찰나.
레녹의 발아래 지면이 갈라지며 거대한 지네가 튀어나와 괴성을 내질렀다.
[키에에엑!!]수십 개의 다리를 꿈틀거리면서 균열을 넓히고 레녹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벌레의 모습.
거대한 가오리가 지느머리를 흔들 때마다 떨어지는 칼바람을 피해 고개를 숙이면서 손가락을 튕긴다.
불꽃을 허공에 저어 마법진을 그린 찰나, 레녹의 앞에 내려앉은 타운센드가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즉시 반응한 레녹과 타운센드의 팔뚝이 충돌하고, 팔꿈치가 회전하며 거리를 좁힌다.
연무장의 중심에서 몸을 회전시킨 두 초인의 손이 복잡하게 뒤엉키며 둔탁한 파열음을 흩뿌렸다.
터터터텅!!!
관절끼리 충돌하며 스쳐 지나가는 순간조차, 대기가 밀려나며 가벼운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천번의 신분일 때만 사용하는 진둔의 정륜결계가 육체를 보조하며 육탄전을 성립하게 한다.
흘러넘치는 마력이 자동으로 결계를 구축을 신체를 보강하며 복잡한 법진과 함께 회전했다.
탁!!
목을 움켜쥐려는 타운센드의 손목을 잡아챈 레녹이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느껴지는 마력이 독특하다 했더니,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소환수를 부릴 줄 아는 다중소환사였나.”
“뛰어난 지휘관은 아랫것들을 부리는 일에도 능해야 하는 법이지.”
타운센드가 코웃음을 쳤다.
“본 사령관이 곧 군단이나 다름없으니. 무릇 군단장의 소양이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타운센드가 찰나의 교전 동안 보여준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소환술을 주력으로 다루는 것도 특이한데, 세 마리 이상의 소환수를 동시에 부릴 수 있는 다중소환사.
그러면서도 육탄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권술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소환사와 소환수가 동시에 싸우는 스타일 자체는 특이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레녹이 힐끗 시선을 들어 올렸다.
‘신경 쓰이는 건 역시 저 봉황 쪽이군.’
[삐오오오-!!!]전투 시작과 동시에 타운센드가 소환해 둔 환수종, 수신봉황.
온몸이 흐르는 물결로 이루어진 거대한 환수가 하늘에서 푸른 안광을 흩뿌리며 레녹을 내려다본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한 수류계통의 이능이나 술식을 갖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형상.
하지만 정작 수신봉황은 소환 직후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이쪽을 관망하고 있었다.
애초에 전장을 방관하는 저 행동 자체가 타운센드가 의도한 움직임이라는 증거.
“혼자 생각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생각에 잠긴 레녹을 보며 타운센드가 잡혀 있던 손목을 비틀어 손가락을 튕겼다.
“소환술.”
우우웅!!!
타운센드의 뒤에서 거대한 종이 솟구치며 기묘한 공명음을 울리면서 진동한다.
사방에서 날뛰던 소환수들이 종소리를 듣자마자 이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리고.
레녹과 타운센드가 서 있던 자리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아앙!!
흙바닥을 드러낸 연무장의 벌판 위에서 소환수들이 뒤엉켜 충돌했다.
코뿔소와 지네, 가오리가 몸을 겹쳐 나뒹굴고, 레녹과 타운센드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대한 소환수들의 몸 위에서 레녹의 화염과 타운센드의 권각이 엄청난 속도로 교차해 폭발했다.
터터터터터텅!!!!
사방으로 흩날리는 불꽃을 타운센드가 엄청난 속도로 쳐내면서 거리를 좁힌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소환수의 몸 위에서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질주하는 모습.
끊임없이 거리를 좁히면서 염열마법의 발동을 견제하고, 자신은 소환술을 영창한다.
소환술은 소환수와의 계약을 재현하는 간단한 트리거만 있으면 발동하는, 외부변인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술식.
소환수와 사전에 합의되어 있다면 복잡한 공정을 대거 생략할 수 있기에 긴박한 전투 중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지금같은 고속 전투에서 그 장점을 활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바.
어느 쪽이든 타운센드가 시간을 끌려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타아앙!!
불꽃의 장막을 둥글게 흩뿌리면서 늑대 소환수의 발톱을 튕겨낸 레녹이 허공에서 몸을 홱 비틀었다.
격돌하는 교전지를 향해 달려드는 소환수들의 돌진을 피해, 검지로 타운센드의 명치를 겨누었다.
[소염시(燒炎矢)]타아앙!!!
검지 손가락을 타고 양쪽으로 미끄러진 두 갈래 불길이, 한곳에서 모여 그 반발력을 가속으로 삼는다.
예열이 끝난 직후 최대속도로 사출된 불화살이 타운센드의 가슴에 초음속의 속도로 틀어박히고.
붉은 파문이 폭발하며 타운센드의 몸이 뒤로 홱 젖혀져 밀려났다.
파아아앙!!!
“…….”
지네 소환수의 몸 위를 미끄러지듯이 밀려나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군단장의 신형.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레녹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흥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켜보던 이들 역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저건-”
“이럴 수가. 막았어!!”
치이익!!!
어느새 타운센드의 가슴 위에 소환된 자라가 소염시를 대신 받아내고 있다.
자라의 등껍질을 관통한 불화살이 타운센드를 꿰뚫지 못하고 멈춰 섰던 것.
“화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소환술을 사용해 자라를 방패 삼은 건가?”
천천히 손을 내린 레녹이 중얼거렸다.
“소환술의 발동 속도도 빠르지만, 판단이 나쁘지 않군. 소환술을 다루면서도 일선에서 싸울 수 있는 이유가 있었나.”
“아랫것들을 잘 부리는 것이 지휘관의 소양이라면, 아랫것들을 잘 다루는 것은 지휘관의 의무지.”
불화살에 꿰뚫린 채 그을린 자라를 떼어낸 타운센드가 말했다.
“하지만 해별(海鼈)의 등껍질로도 완벽하게 받아내지 못할 줄은 몰랐군. 원래라면 네 공격을 받아내면서 반격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
“뭐, 됐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귀찮게 치고받을 필요도 없겠지.”
레녹의 앞에서 양손을 합장한 타운센드가 말했다.
“소환. 진신융합.”
콰아아앙!!!!
그 순간, 지금껏 전투에 개입하는 일 없이 하늘을 비행하던 수신봉황이 지상으로 강하했다.
흐르는 물길로 이루어진 날개를 양쪽으로 펼치면서 타운센드의 신형을 끌어안은 순간.
군단장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봉황의 내면에 녹아드는 것과 동시에 하늘 위로 솟구쳤다.
푸른 빛의 충격파가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고, 사방으로 물길이 터져 나왔다.
“수신봉황을 소환해 놓고 다루지 못하던 것이 아니었군.”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레녹이 중얼거렸다.
“환수종(幻獸種)과 자신의 육체를 융합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었던 건가.”
[수신봉황은 산불을 먹고 살며 그 존재만으로 비구름을 몰고 다닌다는 전설 속의 영물이지.]수류를 날개 삼아 날아오른 봉황과 하나가 된 타운센드가 기묘하게 울리는 전성으로 포효했다.
[네 불꽃을 찍어누르기 위해 본 사령관이 준비한 선물이다. 어디 한번 그 자랑하는 염열마법으로 받아봐라-!!] [수혼(水混)]쿠오오오오!!!
거대한 수신봉황이 연무장을 비행할 때마다, 지상에 엄청난 양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환수의 날갯짓을 따 물결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솟구치며 레녹의 눈앞에 거대한 해일을 드리웠다.
“미친…… 타운센드 중장!!!”
“당장 그만둬. 사령본부를 호수로 만들어버릴 셈이냐!!”
“부관이 죽어서 화가 났다고 해도, 원수께서 계신 자리에서 감히……!!!!”
지켜보던 사절들이 당황하는 건 물론이고, 군단장들조차 불쾌함을 드러낼 정도의 극대규모 술식.
이대로라면 연무장은 물론이고 사령본부 인근에 주둔한 군단과 시설마저 휩쓸려 버리고 만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레녹은 머리 위로 기울어지는 거대한 해일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았다.
“이 정도면 화력을 키워도 여파가 바깥으로 뻗치는 일은 없겠지.”
타운센드를 상대하는 동안 위력이 큰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염열마법이 예열을 통해 위력과 규모를 키우는 힘이기 때문.
조금만 조절을 잘못해도 연무장은 물론이고 구경하던 이들까지 함께 휩쓸려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술식의 출력과 규모를 키워서 승부에 나선 이상, 레녹 역시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
레녹이 그런 타운센드를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움켜쥐듯이 손을 펼치며, 영창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새롭게 익힌 술식을 보여주마.”
우웅……!!!!
눈을 감고 주먹을 쥐어 들어 올린 찰나, 레녹을 중심으로 퍼져나온 열기가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다.
거대한 열기를 품은 무언가가 레녹을 통로 삼아 호흡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시공간을 뒤덮고 퍼져 나간다.
두근, 두근……!!!
뜨거운 숨결이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공명하며, 레녹의 주변으로 범위를 넓힌다.
열기는 연무장을 넘어 하늘 위로 솟구치고, 대기와 습기마저 모두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불꽃을 피우지 않고 열기만으로……?”
쿠구구구구!!!
경악하는 관중들의 머리 위로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하늘 위에 떠 있던 태양이 ‘무언가’에 가려지면서 개기일식을 재현하고.
“심상기 압축연소. 발화기관 작동.”
레녹이 하늘 위로 손을 뻗으면서 희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환.”
사아아악……!!!
레녹의 머리 위로 쏟아지던 해일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연무장에 흘러넘치던 물길이 순식간에 소멸하고, 입이 바짝 마르게 하는 열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쿠구구구구구!!!!!
하늘을 검게 물들인 무언가가, 아득한 거리를 뛰어넘어 레녹의 손안에 빨려 들어가듯 회전하고.
레녹의 손안에서 휘몰아치는 검은 태양의 형상을 그린 찰나.
타운센드가 타고 있던 수신봉황이 ‘증발했다.’
[-!!!!!!]파아아아앙!!!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육신을 증발당해 역소환되는 환수종의 거체.
수신봉황과 융합해 있던 타운센드의 육신이 폭발하듯 튕겨 나와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뭔, 잠깐……!!!”
콰앙!!
폐허가 된 연무장에 떨어져 몸을 들썩이면서도 마력을 끌어올리는 타운센드가, 이내 표정을 굳히면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소환한 환수종의 육체와 융합하는 술식이 타의에 의해 억지로 취소된 상황. 아무리 뛰어난 소환사라도 반동에 휩쓸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네놈, 이게…… 우욱……!!!”
레녹의 눈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타운센드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토악질을 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군단장을 향해 다가서는 레녹의 모습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레녹의 손안에 쥐어진 검은 태양이 회전할 때마다, 사방의 수분이 메마르며 지상이 사막으로 변해간다.
그 자리에서 레녹을 중심으로 일대 시공간을 완전한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초소형 염열계 영역.
“압축 현현.”
검은 태양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느릿하게 그것을 휘감은 레녹이 타운센드의 앞에 펼쳤다.
“천련추-”
“아, 잠깐만.”
그 순간, 레녹의 등 뒤에서 새햐얀 코트를 입은 청년이 걸어 나왔다.
아무렇게나 길러 넘긴 풍성한 백발. 허리춤에 매여 흔들리는 거대한 태도.
하지만 레녹은 청년이 나타나는 순간까지도 그 기척을 인지하지 못했다.
레녹을 쓱 돌아본 청년이 곤란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쯤이면 대충 끝난 거 맞지?”
“……너는.”
“어라, 아니었어? 그럼 계속할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레녹의 앞에 아무렇게나 서 있던 청년이 허리춤의 태도에 손을 얹은 순간.
무릎 꿇은 타운센드의 신형이 꼬챙이에 꿰인 것처럼 연무장 반대편 벽면에 처박혀 매달렸다.
쐐애액!!
“컥……!!”
어깨를 관통당한 타운센드가 연무장 벽면에 매달린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시선을 들어 올린 군단장이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하려 고개를 치켜들었다.
레녹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 전신의 뼈가 뭉개진 것이 아닌가 싶은 섬뜩한 파열음.
느닷없이 개입한 청년의 공격으로 인해 거의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처참한 모습. 지켜보던 레녹이 표정을 찌푸릴 만큼 손속이 잔혹하다.
하지만 정작 타운센드에게 청년에 대한 적의나 살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청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려는 듯 벌벌 말을 더듬었을 뿐.
“소, 송…….”
“자, 됐다.”
청년은 그런 타운센드를 무시하고 그제서야 검에 올려둔 손을 떼어냈다.
“내가 대신 복수해 줬어. 부족하면 더 해둘까?”
“…….”
레녹은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앞에 서 있는 청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렇게나 뒤엉킨 백발. 어딘가 살짝 맹한 표정. 레녹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마른 체격.
하지만 그 몸에서 피어오르는 예기는 레녹이 만난 그 어떤 검사보다도 압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름을 물을 필요는 없었다. 레녹은 이 남자를 알고 있었으니까.
8레벨의 검사이자 분신계열 초능력자.
분신을 셋으로 나누는 대신 지능도 함께 셋으로 나눈 멍청이.
에단의 기억이 적힌 파피루스를 찾아 요르타를 돌아다니던 기인.
수십년 전 발칸 내전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들 중 하나라고 불렸던 괴물.
데드라이즈의 정점에 군림하는 세명의 개인전력.
“송하 대장님……!!!”
단상 위에서 사태를 관망하던 군단장들이 일제히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원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부디 지휘부의 안내를……!!”
“아, 괜찮아. 다들 편하게 있어.”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하고 손을 휙휙 저은 송하가 태연하게 말했다.
“도착하자마자 에단을 만나고 왔거든. 멀쩡하게 잘 살아있던데?”
“……그건.”
“오랜만에 보는거라 뭔가 변한 줄 알았는데 잘 모르겠더라. 달라진 것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지금은 내가 데려온 이능개화전단의 손님과…….”
군단장들을 무시하고 혼자 중얼거리던 송하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런 이야기는 바깥에서 하면 안됐나? 다들 못들은 걸로 해주라.”
“…….”
요르타에서 빅터의 신분으로 만났을 때처럼, 듣고 있기만 해도 멍청해지는 듯한 특유의 말투는 여전하다.
다른 군단장들 역시 송하의 성격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지,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투가 역력했다.
“아, 맞다. 너한테 할 말이 있었지.”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검집을 톡톡 두들긴 송하가 그제서야 레녹을 향해 돌아섰다.
“네가 바로 에반 마르티네스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멀쩡하게 생겼네?”
“…….”
“타운센드 녀석에게 화가 난 건 알겠지만 그런 기술은 자제해야지.”
송하가 하늘을 가리키며 고개를 좌우로 느릿하게 흔들었다.
“그거, 이런 자리에서 썼다가는 다 죽었을 거야. 모르는 녀석은 피하지도 못했을 거라고.”
“내가 뭘 하려했는지 알고 있나?”
“그럼. 대충은 알지.”
송하가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래전에 에단이 찾던 물건들 중 하나 아니야?”
“…….”
대답하지 않는 레녹을 두고 송하가 서슴없이 걸음을 돌렸다.
“어쨌든, 타운센드는 내가 더 혼내줄테니까 이만 가봐. 팔다리에 구멍을 슝슝 뚫어주면 되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지금 어딜 가라는 거지?”
“아, 맞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자꾸 말을 하다가 까먹네.”
송하가 뺨을 긁적거렸다.
“지휘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거든. 네가 한 일 때문에 상부의 방침이 변했어. 무슨 뜻인지 알지?”
“…….”
“임명식을 앞두고 에단이 네 이름을 군단장 자리에서 빼버렸어. 더 이상 넌 5군단의 내정자가 아니야.”
“……그런가.”
이만큼 소란을 피웠으니 지휘부 측에서도 레녹이 군단에 합류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겠지.
그 시점에서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고 에단이 결정을 내렸다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면 역시 에단과 독대하기 위한 방법은 다른 쪽으로 찾아보아야겠지.
단장이 레녹에게 준 ‘선물’을 이용하면 꼭 군단에 합류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방법은 있다.
생각에 잠긴 레녹이 걸음을 돌린 순간, 송하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레녹의 어깨를 잡았다.
“어딜 가는 거야? 사령본부는 그쪽이 아니라고.”
“군단장의 자격을 잃었다면 더 이상 내가 임명식에 참석할 이유는 없을텐데.”
레녹이 서늘한 눈빛으로 송하를 돌아보았다.
“아니면, 내정자 자리에서 빠지자마자 나와 직접 싸우기라도 할 셈인가?”
“아니, 네가 5군단장 자격을 잃어버린 건 그것 때문이 아니니까 그렇지.”
송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드라이즈에서 군단을 이끌 수 있는 건 중장들뿐이니까. 그 위로는 애초에 군단을 지휘하지 않는다고.”
“……뭐?”
“에단이 지휘부에 직접 명령을 내렸어.”
레녹이 그 자리에서 멈칫거린 찰나, 송하가 평탄한 말투로 말했다.
“데드라이즈에 존재하지 않았던 네 번째 대장의 자리에 네가 오르게 됐어. 이제 에단이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할 거야.”
“…….”
경악하는 군단장들 사이에서 송하가 씩 웃었다.
“아무래도 에단이 어지간히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