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222
약먹는 천재마법사 1222화(1222/1243)
약먹는 천재마법사 1222화
견뢰 토벌전(13)
쿠구구구구구구!!!
수백 미터 크기에 달하는 고중량의 마탑이, 초음속의 속도로 가속하여 발칸 영공을 주파.
그에 준하는 크기의 공중요새를 정면에서 들이박아 관통시키는 말도 안 되는 현상.
그 기적을 현실에 이뤄내기 위해 어겨야 할 물리법칙과 부작용이 얼마나 비대한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견뢰의 마탑과 군단의 공중요새가 충돌한 여파가 전장에 한발 늦게 휘몰아쳤다.
드르르르르르륵-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수백 번씩 중첩된 소닉붐이 하늘 위로 폭발하며 상공을 주파하는 비행체들을 모조리 떨어뜨린다.
충격파를 따라 지면이 우그러지면서 일직선으로 패여 폭발하고, 마탑이 가속한 자리를 따라 거대한 운하를 패어냈다.
그 아래쪽에 대기하고 있던 수천 명의 군인과 전차들이 짓밟혀 아작 나고 박살 나며, 피와 육편을 터트렸다.
퍼버버버벅-
으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몸이, 몸이……!!!”
“아, 아무것도 안 보여!! 내 눈!!!”
머리와 사지가 폭발한 군인들의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져 피웅덩이를 이루었다.
마탑이 가속하며 터트린 풍압에 눈알이 터지고 혈압이 치솟으며 감각기관을 망가뜨렸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겹쳐 울리며 섬뜩한 노랫말처럼 메아리쳤다.
쿵!!
콰드득!!
뭉개진 전차의 파편이 추락하며 아직 살아 있는 군인의 머리를 으깨버렸다.
끊어진 캐터필러 잔해가 채찍처럼 회전하며 지면을 내리치자, 시체 파편이 튀어 오르며 피를 흩뿌렸다.
치덕거리는 살점과 뼛조각들이 망가진 전차 위로 쏟아져 흘러내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옥도를 그렸다.
“이럴 리가, 없다…….”
블레이버 마탑의 마법사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건, 마탑이 아니야. 이건…… 토르번 놈들도 이렇게는……!!!!”
탑의 권역이란 이런 식으로 형태를 바꾸고 주물러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전쟁마탑이라는 위명을 지닌 토르번의 마탑조차 뇌신전이라는 강대한 성역을 엔진으로 삼아 이동만을 허락받는 바.
하지만 견뢰의 마탑은 외곽구역 상공에 떠올라 마법을 난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형태를 바꿔 가속해 군단 사령부를 들이받았다.
단순히 중량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 전체를 정지상태에서 초가속시켜 공중요새를 관통하고 터트리는 신기.
대체 얼마나 뒤틀린 의지와 의념을 지니고 있기에 저런 식으로 권역을 조작해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견뢰가 휘두르는 권능과 술식이, 이미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한참이나 초월하여 존재하고 있다.
정면에서 아무런 지성조차 없이 힘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그 편린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연합군의 마법사들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주춤거린 찰나.
3사령부의 중심부를 관통한 황금빛의 마탑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긱……!!!!
거대한 금빛의 동체가 뒤틀릴 때마다, 그에 꿰뚫린 공중요새의 시설과 표면이 망가져 나간다.
요새 안쪽의 복도와 방이 뭉개지며 부러지고, 그 안에 대기하고 있던 참모와 군인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흐아아아아!!!”
“탈출해!! 지금 당장 요새를 탈출해라!!”
마탑의 표면에 접촉하는 것과 동시에 온몸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는 참모.
무너지는 시설 파편에 깔려 심장과 주요 장기들을 관통당해 절명하는 장교들.
공중요새 안쪽에서 끔찍한 비명과 파육음이 터져 나오며 거칠게 흔들린 찰나.
거대한 전투기의 형상으로 변한 마탑의 양 편익이 거센 뇌광을 번뜩였다.
번쩍!!
공중요새를 꿰뚫은 전투기의 선체가 추진력을 받아 속도를 높인다.
중심부가 관통당한 공중요새 역시 추진장치를 이용해 반대 방향으로 가속하며 균형을 맞추었다.
파지지지직……!!!
부아아아앙-!!!
마탑에 흐르는 전격이 폭발하고, 사령부의 부스터가 불꽃을 내뿜으며 충돌.
상공에서 하나가 된 견뢰의 마탑과 군단 사령부가 그 자리에서 회전하면서 사방으로 파편과 마력을 흩뿌리고.
장장 수천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충격파를 하늘에 사선으로 새기며 양쪽으로 튕겨져 나왔다.
쩌어어어어어어엉!!!!!
견뢰의 벼락에 절어진 공중요새의 파편이 지상에 추락하며 폭발.
요새 바로 아래쪽에 주둔하고 있던 군단 본대의 머리 위로 내리찍히며 폭격을 쏟아부었다.
콰과과과과광!!!!
[아아아아악!!!] [후퇴!! 3사령부 근처에 주둔 중인 부대 전원 뒤로 후퇴해라!!] [아니, 앞으로 전진해!! 뒤로 물러서면 오히려 폭격을 피할 수 없-]쾅!! 치지지직-
통신망을 타고 이어지는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외마디 굉음과 함께 먹통으로 변한다.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던 각 군단 부대 상급 지휘관들의 화면이 우수수 끊기면서 암전되는 모습.
3군단장, 로버트 로베라이드는 강습전함의 상황실에서 굳은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2정찰편대 전멸. 기체 손상률 83%……!”
“7습격편대와 통신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4강습편대에서 살아남은 파일럿 회수.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2군단 공성대대 20% 궤멸. 현재 부대 정비 중.”
“8군단 소환분대 대파. 비콘 시그널 로스트.”
“어떻게 이럴 수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3군단 비행편대의 피해 보고와 타 군단의 현황 보고들.
하나같이 모두 절망스럽다 못해, 기괴하게마저 느껴지는 소식들뿐이다.
우두커니 서서 상황실의 화면을 지켜보던 로베라이드가 비틀거리며 돌아섰다.
“내 갑옷을 가져와라.”
“중장님……!”
“안 됩니다. 아직 요양을 취하시지 않으면!!”
“토벌전이 시작하자마자 주력부대의 절반이 죽고 사령부가 무너졌다.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라는 말이더냐?”
로베라이드가 부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돌아서며 거칠게 말했다.
“지휘부의 판단이 틀렸군. 지금이라도 본관이 직접 나서야겠다.”
[로베라이드 중장.]치익!!
그 순간, 시끄러운 통신망을 뚫고 시니컬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의미한 전황에 목숨을 내다버리려는 습관은 이제 고치는게 좋겠군. 한번 죽다 살아난 뒤에도 배운 게 없나?]“……네오소토 중장.”
열병식에서 아펠리아 영좌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토벌전에서 빠져 있던 4군단장.
미르바 네오소토의 목소리를 들은 로베라이드가 우뚝 걸음을 멈춰 섰다.
“귀관이 어찌 여기에…… 벌써 토벌전에 복귀할 정도로 몸이 회복된 것인가?”
[아니, 다른 일 때문에 연락했다. 겸사겸사 중장의 무모한 판단을 말리고자 한 것도 있고.]그제서야 미르바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이 있다면 알겠지만, 저 마법사는 지금 이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미쳐 있는 괴물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날뛴 천번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광인이지.]“……그 말을 듣자 하니 아직 현장에 도착한 건 아닌 듯하군. 실제로 보면 고작 그 정도가 아닐세, 중장.”
로베라이드가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시스템 화면을 바라보는 군단장의 표정은 어색하게 보일 만큼 창백해져 있었다.
“저 마법사는 지금 혼자서 군단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어. 이미 군단의 절반과 사령부가 휘말리기까지 했지.”
[…….]“강대한 마법사라는 건 알았지만, 이만한 술식을 숨쉬듯이 흩뿌릴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돼…… 허나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지금 이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네.”
부관들을 뒤로 하고 돌아선 로베라이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가면 군단 주전부대의 피해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지고 말겠지. 그 전에 내가 이 목숨을 바쳐 견뢰의 폭거를 잠시 막아보겠네.”
상대는 수만명의 초인들이 쏟아내는 화력을 홀로 압도하고 찍어누를 수 있는 동대륙 최악의 대마법사.
하지만 그렇기에 규격을 넘어선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규격을 넘어선 초인이 필요한 법이다.
비록 로베라이드와 견뢰 사이에 존재하는 무위의 격차는, 단순히 레벨로 보이는 것보다 아득하게 멀어져 있겠지만.
마탑과 사령부가 전장의 하늘에서 충돌해 이지러지는 이 순간, 군단이 아니라 초인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 터.
항거할 수 없는 재해의 화신을 상대로 공략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버는 정도면 족하다.
로베라이드가 각오를 마친 표정으로 강습전함의 무기고로 향하려던 그 순간.
[중장. 나는 귀관이 제안하는 방법이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이 아니야.]미르바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다만 중장보다 훨씬 더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초인이 도착했음을 알려주려 했던 것이지.]“그게, 무슨…….”
[내가 왜 이 시점에 통신망에 접촉해 귀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나?]그 말과 동시에, 시스템을 통해 펼쳐진 전장의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최근 1사령부에 복귀하신 그분을 이 전장까지 인도해 드리기 위해서였지.]“……설마.”
슈우우우웅!!!!!
그 순간, 벼락이 번뜩이는 하늘 위로 아주 길쭉한 그림자가 비춰졌다.
아주 거대한 뱀의 모습처럼, 혹은 끝없이 구불거리며 휘어지는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는 기묘한 형상.
로베라이드가 퍼뜩 시선을 들어올린 순간, 하늘 위에 아주 거대한 뱀이 떠올라 있었다.
그 크기만으로 3사령부와 비견되는 거대괴수.
전신이 고풍스러운 나무조각으로 이루어진 날개 달린 뱀이 사이한 녹색의 안광을 번뜩이며 지상을 내려다본다.
목재로 이루어진 뱀의 표면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주술문자와 상징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면류관을 쓴 거대한 나무 뱀의 머리에 서 있는, 헤진 군복을 입은 수염이 듬성듬성 난 남성.
[시스템 접속 완료.]남자가 하품을 하면서 허공에 손짓한 찰나, 통신망에 심드렁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에단, 나 왔다. 다들 어디 있는 거냐?]음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시스템 화면이 통째로 뒤집히며, 해당 프로필이 지휘체계 가장 위로 올라섰다.
프로필 옆에 새겨져 있는 대장 계급을 확인한 지휘관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밝게 변했다.
“바라간 소장님!!!”
“돌아오셨습니까!!”
[어. 아까 진급식 끝냈으니까 이제 대장이라고 불러.]휘오오오오!!!!
수천미터 상공 위에서 날개달린 뱀에 올라탄 남자가 힐끗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프리모 얼럿을 개박살 내고 있는 저 괴물이 견뢰라는 마법사냐?]“그, 그건…….”
[데이머스 놈이 보내준 사진보다 훨씬 뚱뚱하잖아. 어째 묘하게 번쩍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지금 이 순간에도 상공을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금색 전투기를 보며 남자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그것보다 그냥 미친놈인데. 저걸 지금까지 어떻게 상대하고 있던 거냐?]“……면목이 없습니다.”
“군단 주력부대의 절반이 당했습니다. 토벌전에 참가한 세력 역시 막대한 피해를…….”
[아, 됐어. 안 들어도 대충 알 것 같으니까. 애초에 정면에서 상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군.]힘겹게 상황을 보고하는 지휘관들의 말을 끊은 남자가 주력을 끌어올렸다.
[일단 프리모 얼럿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해 볼까.]키이이이잉!!!!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을 부유하던 날개 달린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주력을 끌어올렸다.
나무로 된 뱀의 전신에서 무수한 깃털이 돋아나더니, 이윽고 수십장에 달하는 날개를 더 펼쳤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반색하던 지휘관들이 황급히 무전기를 들고 통신망에 거칠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7군단 기동대대 전원 산개!!!”
“살아남은 2군단의 공성대는 기동대의 뒤를 따라 이동하라!!”
“바라간 님께서 주술을 사용하신다. 모두 전선을 비우고 후퇴!!!”
바라간은 군단 내에서 유이하게 ‘전략급 술식’을 보유하고 있다 평가받는 초월자.
데드라이즈에 존재하는 세명의 대장 중 가장 전쟁에 특화된 능력을 지닌 술사다.
8레벨의 주술사로서 궤가 다른 능력을 다루는 그는, 술식의 출력과 규모에서 특출난 것은 물론이고-
전장 자체를 직접 ‘개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밀법 종문 사락 태하] [아낙 알마 내문 수나]촤라라라락!!!!
거대한 나무 뱀의 몸이 우두둑 뜯겨나가면서, 수천개에 달하는 나무조각들이 지상에 비처럼 떨어져내린다.
기묘한 부적에 휘감긴 나무 파편이 지상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내장되어 있던 주력을 부여.
그 자체로 토템으로 기능하며 주변에 막대한 증강주술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근력강화. 의념증강. 내구강화. 손상수복. 적성부여. 괴사면역.]통신망을 타고 바라간의 목소리가 울려퍼질 때마다, 사방에서 군인들이 하나둘씩 일어선다.
상처가 치유되며 근력이 늘어나고,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눈동자에 초점을 되찾은 군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와중에도 토템에 부여된 주술은 중첩을 더해갔다.
[출력증대. 연료보급. 주력변환. 마력환원. 정신보강. 자재강화.]파바바바바바밧!!!!
바라간이 흩뿌린 토템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주술이 유기물과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부여되면서 힘을 더한다.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고, 망가진 전차와 자주포들이 그 자리에서 수리되기 시작했다.
기동요새의 갑판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판데모니엄의 멤버들 역시 즉시 이변을 알아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이건…….”
“주술인가?”
“토템을 매개로 삼아 전개하는 간이술식의 일종이군.”
기동요새 갑판의 밧줄을 짚고 고개를 젖힌 레녹이 말했다.
흑요석 가면 너머로 붉은 안광이 상공에서 떨어지는 토템을 향해 날카롭게 번뜩였다.
“특정한 상징물을 설치해 술식의 위력과 규모를 끌어올리는…… 굉장히 수준 높은 최고위 주술이다. 군단 측에서 사용된 술식 중에서는 단연코 최고로군.”
하늘을 올려다본 레녹이 냉소했다.
“그렇다면 저 남자가 바로 군단의 세 번째 대장이라는 바라간이라는 술사인가.”
쿠오오오오오!!!!!
마탑과 사령부가 충돌해 부서지는 하늘 위에 나타난 세 번째의 거대구조물.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나무로 만들어진 날개 달린 뱀.
뱀의 머리에 올라탄 남자를 본 순간, 레녹은 그가 데드라이즈의 마지막 대장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벼운 술식을 흩뿌리는 것만으로 발칸 바깥의 평야 일대에 토템을 설치하고, 상징물을 중심으로 최고위 증강주술 수백 종을 중첩해 전개하는 솜씨.
주술은 본래 마법과는 작동원리와 개념이 완전히 달라서, 술식의 규모 면에서 기본적으로 마법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
레녹이 알고 있는 고위 주술사, 그리샤의 주술이나 자성영역이 유달리 방대한 것 역시 그녀가 주술사이기 때문이기도 했었으니.
그런 면에서 그리샤보다 높은 위계에 오른 8레벨의 주술사, 바라간이 사용하는 주술이 이만한 규모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주술의 적용 범위만 놓고 보면 프레이야의 음계술식에 버금갈 정도야.”
하이레아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만한 증강주술을 토템이라는 상징물 하나로 이렇게까지 넓게 중첩해서 부여할 수 있다고?”
“바라간은 중앙전선에서도 전략급 술식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극소수의 대술사 중 한 명이다.”
시스템을 조작하던 박사가 말했다.
“특히 그가 다루는 주술토템, ‘케찰코아틀’은 고대의 마수를 토템으로 개조한 물건으로, 단신으로 전략병기에 준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
“토템? 저 괴물 뱀이 바라간이 다루는 초대형 토템이란 말이야?”
“그것보다 박사. 이상할 정도로 저 주술사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요.”
에르몽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사이라도 되는 겁니까?”
“음? 아, 그렇군…… 여기 모인 멤버들은 만난 적이 없었던가.”
박사가 살짝 놀랐다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레녹이 가면을 고쳐 쓰며 시선을 돌렸다.
“저 바라간이라는 남자. 혹시 편람의 제자 같은 건가?”
“……뭐?”
하이레아의 반문을 무시한 레녹이 말했다.
“우물에서 만났던 승천자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군. 괴상한 영창이나 주술도 그렇고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쿤다라에서 편람 본인에게 직접 받았던 묵린이, 바라간의 등장과 함께 기묘하게 공명하고 있다.
다만 그 사실을 밝힐 수 없기에 빅터의 신분으로 활동했던 우물의 일을 이유로 대었을 뿐.
바라간이라는 주술사가 편람과 어떠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문제는 바라간이 편람과 정확하게 어떠한 연이 있는 것인지의 여부.
“바라간이 어떠한 주술사인지는 나중에 설명하지.”
박사가 말했다.
“그것보다 준비가 우선이다. 모두 아까 논의한 계획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겠지?”
“…….”
“이제 곧 군단 측에서도 시작하려는 듯하군.”
슈우우웅!!!!
그 순간, 흔들리는 기동요새의 갑판 위로 여러 대의 강습함이 속도를 높여 다가왔다.
순식간에 요새 갑판에 착륙하는 것과 동시에 개폐구를 열어젖히는 강습함의 모습.
그 안에서 완전무장을 마친 참모장교가 걸어 나와, 갑판에 서 있는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판데모니엄. 맞나?”
“그건 왜 묻지?”
“지휘부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지금부터 우리는 견뢰의 마탑을 상대하기 위해 전장으로 이동한다.”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단호한 말투.
하이레아가 물었다.
“데이머스는 어디에 있지? 방금 전까지 이 기함에서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을 텐데.”
“중장님께선 사령부의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먼저 이동하셨다. 그분께서도 곧 있으면 전장에 합류하실 테지.”
참모장교가 거침없이 말했다.
“프리모 얼럿은 제국 황성의 순양함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전략병기. 현시점에선 어쩌면 유일하게 견뢰의 마탑을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이다.”
“…….”
“견뢰가 사령부에 시선이 끌리고, 바라간 대장님께서 개입하신 지금이 기회다. 판데모니엄의 능력은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가장 빛을 발하겠지.”
치이이익!!!
연기와 함께 개방되는 강습함 개폐구를 확인한 참모장교가 멤버들을 보며 말했다.
“타라. 구체적인 작전 개요는 가는 길에 설명하겠다.”
“…….”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참모장교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멤버들의 모습.
그 순간, 참모장교를 빤히 바라보던 에르몽이 히죽 웃었다.
“싫은데요.”
“…….”
망설임없이 걸음을 돌리려던 참모장교가,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참모장교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군단 사령부가 당한 시점에서 기존의 작전은 모두 쓸모없어진 것 아닙니까.”
에르몽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그쪽의 지휘를 따를 필요는 없죠. 여기서부터는 우리 마음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