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239
약먹는 천재마법사 1239화(1239/1243)
약먹는 천재마법사 1239화
견뢰 토벌전(30)
빠직, 빠직……!!!!
무심하게 뻗은 팔을 타고 검푸른 벼락이 휘감기며 타오른다.
자신의 육체를 모조리 번갯불로 바꿔버린 듯한 검푸른 뇌신(雷身).
흩날리는 뇌광에 휩싸인 그 우아하면서도 기괴한 자태를 처음으로 가까이서 마주한 찰나.
하지만 누구도 처음으로 지상에 내려앉은 견뢰를 두고 제대로 된 감상을 토해낼 수 없었다.
철퍽!!
부서진 황금빛의 옥좌 사방에서 동시에 접근하던 군단 측의 초월자들.
그들이 전력으로 내뻗은 기감과 마력, 인지능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송하의 심장을 관통한 견뢰의 팔이 한없이 흉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치이익!!!
뚝뚝 떨어지는 핏물이 일렁이는 뇌광에 스러져 증발한다.
피육을 짓이기고 불태우며 생명의 빛을 빨아들이는 재앙의 전조.
“……!!!!!”
한발 늦게, 모두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경악했다.
서대륙 최강의 검사라 불렸던 8레벨의 초월자.
검을 다루는 재능에 있어선 따라올 자가 없다던 천재가, 견뢰의 선공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 전장에서 누구보다 예민한 기감을 지녔을 송하의 간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뚫어내고 접근.
심장을 꿰뚫어 박살내는 순간까지 송하 본인조차 피격을 인지할 수 없었던 신속.
그것을 깨달은 데이머스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초월성을 실감하고 전율했다.
“이런, 말도 안……!!!!”
“멍청이……!!!!”
“아.”
바라간의 고함소리를 뒤로 한 송하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쿨럭.”
눈앞에서 일렁이는 검푸른 뇌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송하가 울컥 피를 토해냈다.
목을 타고 역류하는 피는 그치지 않고, 새빨간 선혈에서 검게 죽은 색으로 변했다.
꾸역꾸역 핏물을 쏟아내면서도 태도를 놓지 않던 송하가, 힘겹게 그것을 들어 올리려다 포기하고 피식 웃었다.
“그, 렇군…….”
[…….]“에단이, 틀렸…….”
콰직!!!
대답은 없었다.
견뢰가 송하를 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그 신형이 검푸른 뇌광에 휩싸여 폭발.
피를 흩뿌리며 튕겨 나간 송하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미궁의 벽면에 처박혀 나뒹굴었다.
콰아아아앙!!
드르르르륵!!!
가슴 중앙에 구멍이 뚫린 송하의 몸이 장난감처럼 튕겨 나가, 벽면에 피칠갑을 하며 주르륵 미끄러진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만신창이가 되어 고꾸라진 그 육체는 희미한 경련조차 내보이지 못했다.
“……아.”
“아, 아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단의 초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아군 전력의 태반을 갈아마시는 처절한 사투 끝에 저지해낸 승천의식.
하지만 의식이 실패하고 현실로 끌려나온 견뢰는 이미 평범한 초월자나 구도자 따위가 아니었다.
이지를 잃고 육신조차 한줌의 벼락으로 바꾸어, 끝을 알 수 없는 살의에 휩싸인 채.
눈 앞에 존재하는 모든 움직이는 것을 죽이고 파괴하는 괴물일 뿐.
송하조차도 그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화풀이를 할 표적에 지나지 않았겠지.
그 무참한 손속이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군인들에게 그 사실을 깨닫게 했다.
“아, 안 돼…….”
“후퇴다……!! 여기서는, 후퇴해야……!!”
직전의 결의가 허무하리만큼, 순식간에 전의가 꺾인 군인들이 소리 지르며 돌아섰다.
군단에 대한 충성도, 명령에 대한 불복종도 잊고 공포에 휩싸인 초인들의 정신이 무너지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그들이 전열을 이탈한 그 순간.
파직!!
흑청색의 전격이 번뜩이며 도망치던 군인들의 머리가 증발했다.
소리도 없이 목만 남은 육체가 피분수를 흩뿌리며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푸슈슛!!!
견뢰는 그 시체 앞에 서서, 그들이 내뿜는 피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데이머스가 경직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찰나, 아직 투지를 잃지 않은 이들이 움직였다.
“우와아아악!!!”
전신을 기계로 개조한 거인이, 처절한 함성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다.
길이만 해도 3m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맞는 순간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고도 남을 중량.
후욱!!
거인이 휘두른 도끼날이 견뢰의 몸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 사라졌다.
순식간에 자루만 남아 가벼워진 도끼 무게에 거인이 휘청이며 중심을 잡기도 전에 견뢰가 돌아서고.
으직.
흑청색의 뇌전이 반짝이며 거인의 상반신을 그 자리에서 증발시켰다.
하반신만 남은 기계거인의 허리 단면에서 내장과 척수가 다리 아래로 줄줄 흘러나왔다.
“이럴, 수가…….”
데이머스가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이, 견뢰가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파직…!!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검푸른 뇌전이 발을 타고 솟구치며 견뢰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움직이는 모든 순간마다 견뢰라는 존재를 새롭게 다시 구축하여 창조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피어나는 벼락이 끊임없이 견뢰를 재정의하고 고쳐 쓰며 개변했다.
“……로베라이드.”
옥좌 아래 서 있던 아티야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군단장을 불렀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창백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거, 보이지?”
“……그렇네.”
“괴물이다. 어쩌면 아까보다 훨씬…….”
“……..”
로베라이드와 아티야 모두 무예를 기반으로 위계를 초월한 8레벨의 전사.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심신을 수양해 온 그들이기에 마주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천지를 꿰뚫고 회전하는 흑청색의 벼락. 군단장을 집어삼킨 검푸른 성운. 군단 주력부대를 전멸시킨 대규모 학살마법.
그 힘을 숨 쉬듯이 자유롭게 휘두르던 직전의 견뢰보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존재를 더 이해할 수 없어졌다는 것을.
승천의식에 실패한 초월자는, 자신의 육체를 잃고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어라, 기대했던 결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핏빛 쌍검을 뽑아 든 사린이 중얼거렸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기가 싹 가셔 있었다.
“승천의식을 망가뜨렸는데 보너스 스테이지가 남아 있잖아요.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위대한 도전에 실패하였음에도 본신의 힘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철쇄용왕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축복받은 은성(銀星)조차 그런 식의 기적은 사역하지 못했다. 지극히 이례적인 사례임은 분명하군.”
“박사의……. 예측이 틀렸나.”
옥좌 아래로 나가떨어져 있던 에스테반이 힘겹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망가진 내장 장기를 수은으로 덮어 지혈한 그가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의식을 저지한 시점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견뢰의, 능력은…… 이미 실패를 넘어…….”
49구역에 진입하기 전 박사가 설명한 계획은 승천의식을 저지하고 견뢰를 끌어내 그를 처리하는 것.
그건 당연하지만 의식에 실패한 견뢰가 이전보다 훨씬 약해져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군 전력 태반이 몰살당하는 대가로 승천의식을 저지해냈음에도, 눈앞에 서 있는 초월자는 완전히 불가해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바.
승천의식에 실패했기에 견뢰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아니면 의식과는 별개로 이미 ‘저런’ 존재였던 건지.
더 이상 그것을 추론해 줄 수 있는 박사는 없다.
이 자리에 그가 남아 있었더라도 답을 일러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대신 지금까지 상대한 것 이상으로 기괴하게 일그러진 괴물이 눈앞에 서 있었을 뿐.
삐빅!!
“시스템 통신망…… 재연결. 현재 가용 전력을 선별해…… 식별번호를 새로 부여했다.”
노이즈가 낀 채 버벅이는 시스템을 띄워올린 데이머스가 힘겹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직전 이벨린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수명을 사용했다 나가떨어진 시점에서 사실상 한계.
지휘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겠지.
“지금부터 내가 작전을 보조하겠다. 다만…….”
다만, 의식이 실패하는 것과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고요해진 것은 착각일까.
현궁의 저격도. 타티아나의 포화도. 포혈공의 혈마법도 느껴지지 않는다.
견뢰의 편에서 싸우고 있던 강력한 초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습을 감춰버린 이 순간.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데이머스는 그 사실을 말하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판단을 흐릴 뿐.
여기서는 눈앞의 초월체를 상대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집중한다.
휘오오오오!!!!
통신망 너머로 들려오는 데이머스의 브리핑을 들으며, 살아남은 초인들이 걸음을 옮겼다.
데이머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한 초인은 모두 죽었다.
이곳에 남은 것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며 살아남을 지성과 능력을 갖춘 실력자들뿐.
[…….]파직, 파직……!!!!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살기를 느낀 견뢰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기이할 정도로 아무런 기척도 존재하지 않는 검푸른 초월체가 한발을 앞으로 내디딘 찰나.
발걸음을 타고 검푸른 뇌전이 휘감기며, 전장이 격변했다.
파앗!!!!
천지사방 눈에 보이는 것들이 흐릿하게 일그러지며, 무아지경으로 달렸다.
마력과 의념을 아무렇게나 뒤섞어 휘두르며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바꾸었다.
푸슈우우웃!!
철컥!!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공간 속에서, 아티야와 로베라이드의 신형이 견뢰의 양쪽에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마력방출을 터트려 건틀렛을 휘두른 아티야와, 소우주를 사용해 중량을 높인 로베라이드의 붕권이 위아래로 폭발한 순간.
양손을 교차해 밀어낸 견뢰가 위아래로 떨어지고 올려치는 두 권격을 동시에 막아냈다.
쩌어어어어엉!!!!!
“……!!!!”
물이 가득 차 있는 댐을 맨주먹으로 두들기면 이런 느낌일까.
소우주까지 사용하며 전력을 다해 때렸음에도, 그 충격이 전달조차 되지 않는 듯한 막막함.
아니. 단순한 힘의 격차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간차로 공간을 부수는 두 사람의 권격을 동시에 끊어내는-
콰직!!
견뢰가 가볍게 손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아티야의 건틀렛과 로베라이드의 아대가 장난감처럼 뜯겨나갔다.
순식간에 장비를 잃고 맨몸으로 노출된 두 전사의 신형. 당황하지 않고 전력으로 몸을 날렸음에도 이미 늦어 있었다.
아티야와 로베라이드의 어깨와 복부를 관통한 벼락이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지면에 처박혀 찌그러졌다.
콰지지직-
뼈와 근육이 뭉개지며 갑주가 박살 나고 살점이 찢어져 뼈를 훤히 드러낸다.
순식간에 육편 덩어리가 되어 나가떨어진 두 군단장을 뒤로하고 초능력자들이 움직였다.
“다들 내 뒤에 서라!!!”
이능개화전단 십좌. 전단 9석 에스카르도 실반.
경화(硬化) 능력자인 실반은 전신을 어떠한 성질도 통하지 않는 절연체로 바꿀 수 있는 이능을 지녔다.
실반의 피부가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물들면서 단단하게 굳은 채 견뢰의 앞을 막아서고.
다른 이능력자들이 집체정신망을 극한까지 펼쳐 견뢰를 향해 그대로 쏟아부었다.
키이이이잉-!
승천의식을 실패시킨 핵심 수단 중 하나는, 에스테반이 직접 견뢰에게 쑤셔 넣은 아펠리아의 영성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주체가 된 정신망을 견뢰의 의식에 강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틀린 판단은 아니었지만-
콰직!!
양 팔뚝을 들어 올린 채, 견뢰의 앞으로 이동하던 실반의 얼굴에 견뢰의 손이 내리꽂혔다.
검푸른 뇌전으로 일렁이는 손가락이 실반의 눈구멍을 파고들며, 그 얼굴째로 잡아챈 그 순간.
실반의 얼굴을 움켜쥔 견뢰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어깨를 휘둘렀다.
뻐어어어어엉!!!!
팔을 털어내는 듯한 견뢰의 움직임을 따라 흑청색의 뇌명성이 검푸른 날개처럼 솟아올라 폭발.
실반을 따라 움직이던 초능력자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그 육신을 말끔하게 증발시켰다.
“으어, 어…….”
견뢰가 휘두른 손에 아직 잡혀 있는 실반의 얼굴은 반쯤 녹아내린 채 줄줄 흐르고 있었다.
고위계 이능조차 무시하고 찍어누르는 화력. 전단의 능력자부대를 전멸시키는 한 번의 대처.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퍼버버벙!!!
탄식하며 기도하는 교단 사제들의 머리와 상반신이 으깨져 하늘 위로 흩날렸다.
시스템 오류를 연달아 호소하는 개조병기들이 부품째로 뜯겨나가 녹아내린다.
군인, 능력자, 광신도, 마법사. 인간과 기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분쇄하는 검푸른 뇌신의 형상.
콰아아아!!!
달려드는 장교의 어깨를 손짓 한 번으로 터트리고, 떨어지는 주술을 향해 손을 뻗었다.
토템을 재료 삼아 쏘아내는 물질을 분해하는 주술포격을 맨손으로 잡아챈다.
손안에서 번뜩이는 진녹색의 주력을, 그대로 힘을 주어 압착한 뒤 소멸시켰다.
드드드득……!!!
듣는 것만으로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기괴한 파열음.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는 견뢰의 뒤에서 사린이 입술을 깨물고 속도를 높였다.
“이건, 마법사가 아니잖아요. 무슨 이딴-”
카앙!!!!
피를 뽑아 만든 쌍검을 쥐고, 발을 채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주력 부스러기를 버린 견뢰가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사린과 견뢰의 신형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격돌.
묵직한 검푸른 빛의 충격파가 연달아 터져 나오며 사방을 어둡게 물들였다.
떠더더더더덩!!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사린의 양 손목에서 쉴 새 없이 선혈이 솟구친다.
견뢰와 한번 맞댄 쌍검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 피를 뽑아 만들어 휘두르는 공격.
아티야와 로베라이드를 보면 정면에서 오래 무기를 맞대는 건 허락조차 되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 이어지는 패전 속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찾아낸 기민한 대처였지만-
콰아아앙!!
“카학……!!!”
정신 나간 속도로 움직이는 사린의 신형을 한방에 잡아채 땅에 찍어누른다.
마치 사린이 스스로 견뢰의 손에 빨려 들어간 듯한, 기묘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
콰직!!
사린의 목을 움켜쥔 견뢰의 팔을 따라 검푸른 전격이 들썩이며 파도쳤다.
견뢰의 오른팔을 따라 휘몰아친 벼락이 거침없이 사린의 육체를 불태우고 폭발하려던 찰나.
눈앞에서 반투명한 보호막이 번뜩이며, 사린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하이베르크가 말한 전언의 의미를 이제 알겠군.”
얼굴을 천으로 가린 에제키엘이, 한 손으로 사린의 목덜미를 잡은 채 서 있었다.
한계를 넘어선 고통에 반쯤 의식을 놓아버린 흡혈귀를 던진 그가 천천히 견뢰를 향해 돌아섰다.
“위대한 실패라…… 그것이 이 전쟁에서 그대가 바라는 결말이더냐?”
[…….]“모든 것을 설계하고도 종국에는 파멸을 추구하는 피학성이라…….”
무심했던 에제키엘의 목소리에 희미한 웃음기가 섞이는 듯했다.
“황제 폐하께서 너를 보셨다면 무척이나 기뻐하셨겠구나.”
견뢰는 에제키엘의 말을 듣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표정이 없는 얼굴을 돌려 전장을 돌아보고.
벼락이 되어 일렁이는 자신의 두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을 뿐.
[…….]피 한방울 묻지 않은 양손을 천천히 움켜쥐며 자신이 무엇인지 실감한다.
이 손으로 직전까지 죽인 이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새긴다.
빠직, 빠직……!!!!
견뢰의 등 뒤에서 피어오른 검푸른 벼락이 날개처럼 솟구쳐 거대한 원을 그렸다.
흑청색의 뇌광이 새하얗게 탈색되며, 이내 불투명한 빛이 되어 머리 위에 떠오르고.
기괴할 정도로 창백한 헤일로가 되어 견뢰의 머리 뒤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기묘한 울림.
견뢰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 공명이 이 자리에 서 있던 모두의 영성을 찍어누른다.
마치 강제로 그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숭배하며, 신앙해야 할 것만 같은 위화감.
기시감의 정체를 인지하기도 전에 견뢰가 손을 들어 가볍게 허공을 두들겼다.
그의 손짓을 따라 새하얀 파문이 대기를 타고 느릿하게 회전한 그 순간.
견뢰의 등 뒤에서 영창을 시도하던 염주의 신형이 공간째로 갈려 나가 뒤로 튕겨 나갔다.
쩌어어어어어엉!!!!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불꽃이 전부 증발하고, 피육과 근골이 으스러져 흩뿌려졌다.
한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피곤죽이 되어 바닥에 처참한 유해만을 남긴 시체.
자신을 숭배하듯 고개를 조아린 채 숨이 끊어진 시체들의 중심에, 창백한 헤일로를 두르고 양손을 뻗은 견뢰의 존재.
“이럴, 수가……!!!!!”
인간의 머리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 기괴하면서도 숨 막히는 신성(神性)에 데이머스가 전율했다.
의식에 실패한 견뢰를 마주한 순간부터, 머리가 고장 난 것처럼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안돼, 이건…… 더 이상……!!”
데이머스 역시 현실에 끌려 나온 견뢰를 상대로 아무런 대책 없이 재전에 돌입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견뢰가 보여주는 무력이 데이머스가 상정했던 수준을 아득하게 초월해 있었을 뿐.
‘의식에 실패한 시점에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힘을 쓰고 있다는 건 분명해. 그런데도……!’
승천의식은 자신의 심상과 육체를 모조리 분해하여 승천자로서 구성하는 과정.
의식이 실패한 시점에서 견뢰의 육체가 완벽하게 구성되지 못하고 현실로 끌려나온 것은 틀림없다.
전신이 벼락으로 물든 저 모습은 견뢰가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벼락을 끊임없이 ‘소모’하고 있다는 증거.
몸을 움직이며 사고하는 매 순간,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뇌력(雷力)을 소모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처음 송하를 상대로 힘을 터트린 뒤, 출력을 낮춘 것도 본능적으로 여력을 아끼기 위한 조치였을 터.
‘교전에 돌입한 시점에서 육체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소모가 격해졌어야 했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 벼락을 소모해야 한다면, 싸우기 시작한 시점에서 소모가 얼마나 클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데이머스가 목숨을 걸고 아군 전력에게 다시 견뢰를 향해 재진입을 명령하고 나선 이유.
그건 싸우다 보면 반드시 견뢰가 육체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마모’되는 시점이 다가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그런 데이머스의 계산을 비웃듯이, 견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아군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것도 방어태세로 일관하는게 아니라, 지금껏 살아남은 강대한 초월자들을 장난감처럼 갖고놀며 부숴 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
한없이 잔혹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공허하며 망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초월적인 힘의 편린.
데이머스는 이제서야 그 힘의 정체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예…….”
토벌전을 계획하던 그 순간부터 결코 견뢰에게서는 상정해 본 적 없는 초월적인 무예의 잔상.
마법사로서 승천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무인으로서 승천에 도달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의 불가해한 무극(武極).
견뢰의 모든 계획을 돌파해 현실로 끌어내린 이 순간,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말도 안 되는 무언가.
그의 식견으로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고절한 무(武)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