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308
약먹는 천재마법사 1308화(1308/1315)
약먹는 천재마법사 1308화
대장군의 영묘(6)
콰아아아아아!!!!
광장 벽면이 무너지며 사방에서 미친 듯이 굴러떨어지는 무수한 시체들의 모습.
그 아래쪽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사화와 환하게 웃고 있는 제국 상장군들의 형상.
두 장군의 손에 각자 들려 있는 눈을 감은 야차와, 일그러진 추기경의 머리까지.
“어떻게, 야차와 추기경이-”
“우리가 축퇴로를 발견한 시점에서 이미 죽어 있었어. 그래서 기척을 읽을 수가 없던 거다.”
경악하는 아일렌을 뒤로하고 레녹이 장벽 아래서 걸어 내려오는 두 상장군을 바라보았다.
“둘 다 축퇴로에 도달한 시점에서 상장군에게 당한 거다. 그렇다면 그 능력은 아마-”
“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얼굴에 시체꽃이 핀 시체들이 수백 구 넘게 쏟아져 내리며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른다.
기괴한 함성을 지르며 떨어지는 시체들을 향해 교단과 연맹의 초인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전원 전투준비. 놈들에게 발각당했다.”
“처음부터 이쪽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었나?”
“함정이었군. 애초에 피할 수가 없었어.”
야차와 추기경을 죽여 그 기운을 빨아먹고, 처음부터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면 충돌은 필연.
이 앞에 광성대장군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 여기서부터는 남아 있는 모든 전력을 때려 부어 돌파해 내는 총력전.
상황을 파악한 연맹의 술주들이 고유술식을 켜고 달려드는 시체들을 향해 고스란히 쏟아부었다.
푸화아아악……!!!
드르드르륵!!!
금속 드릴이 지면에서 솟구치며 시체꽃을 갈아버리고, 불타는 거인이 일어나 시체들을 움켜쥔다.
대기를 타고 반사된 총천연색의 레이저가 연달아 시체꽃을 관통해 불태우며 지져버렸다.
“꺄하하하하핫!!!! 뭐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였어?”
사방에서 떨어지는 시체가 축퇴로 앞에 서 있던 7사도를 향해 인육의 파도가 되어 몰아친다.
광소하며 분쇄자를 붙잡은 라리아타가 박쥐 날개를 팽팽하게 곤두세우며 마력을 끌어올리고.
제 자리에서 혈마법과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시체들을 엄청난 속도로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과과과!!!!!
“미친 괴물이……!!”
온몸이 시체에게 뜯어먹히는 와중에도 상처를 재생하며 쏟아지는 인육의 파도를 혼자 밀어낸다.
시체꽃에 먹힌 괴물들이 달려드는 공세를 정면에서 모조리 받아내는 충동적으로 보이는 행동.
하지만 양측 정예들은 곧바로 7사도의 의중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묘 전역에서 시체가 떨어지고 있어. 저걸 막지 않으면 광장에는 숨 쉴 공간조차 없어지게 될 거다.”
“흡혈귀가 떨어지는 시체를 갈아버리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이 틈에 장군들을 제압하고 넘어가야 해.”
“전원, 이곳이 마지막이다. 7사도께서 버티는 동안 축복을 펼치고 간이성역을 선포하라!!”
파아아아앗-!!
눈부신 축복이 연달아 솟구치고, 교단의 기사들이 망가진 좌장군과 격돌하며 충격파를 흩뿌렸다.
순백의 갑주와 황금빛의 갑주가 뒤엉키며 근골과 살점을 짓뭉개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뿌직, 뿌직……!!
“끄읏, 으읏…….”
“……아르스노바의 장군치곤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이군.”
뿌직거리며 이를 악문 좌장군을 보며 교정기사가 차갑게 말했다.
“금방 편하게 만들어주마.”
“뿌득……으적…….”
눈을 까뒤집은 좌장군이 다른 손으로 들고 있던 몰튼 추기경의 머리를 허공에 휙 던졌다.
일그러진 추기경의 머리가 붕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교정기사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그쪽에 쏠리고.
단 한방의 권격으로 교정기사의 머리를 터트린 좌장군이 그가 들고 있던 검을 빼앗고 입을 쩍 벌렸다.
퍼억!!
으저저적!!
그 안에 담겨 있는 회백색의 뇌를 서슴없이 한 손으로 움켜쥔 좌장군이 그것을 먹어치운 그 순간.
좌장군의 몸 안에서 새하얀 축복과 가호가 터져 나오며 교단의 사제들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꺽……!!!”
“설마, 식인을 통한 능력 흡수-”
사제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좌장군의 칼날이 머리를 쪼개고 뇌를 저민다.
쓰러지는 시체 사이에서 뇌를 꺼내먹으며 끊임없이 축복과 가호를 휘두르는 좌장군의 기괴한 능력.
축퇴로를 향해 다가오는 시체들을 건블레이드로 쏘아 떨어뜨리던 아일렌이 경악했다.
타앙!!
“식인 괴물로 완전히 개조당했군요. 뇌를 먹고 능력을 빼앗아서……!!!”
외신의 권능을 열화시킨 교단의 기도술식. 대연결에 엮여 있는 연맹의 고유술식.
야차와 추기경을 비롯한 술사와 사제의 뇌를 먹고, 그들의 능력을 빼앗아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상장군들에게 연맹과 교단의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요. 저런 식으로 야차와 추기경을 죽였다면-”
뇌를 먹고 능력을 빼앗은 시점에서 두 괴물들이 각자 교단과 연맹의 기운에 적응을 마친 상황.
그렇기 때문에 술사와 사제가 난사하는 술식과 기도가 상장군에게 쉽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다.
위력을 거의 반감시키는 수준에 이른 듯한데, 저 정도라면 야차와 추기경이 맥없이 살해당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터.
콰직!!
곰방대 끝을 좌장군의 하복부에 박아넣은 대술주의 신형이 자욱한 안개 속에 휘감겨 회전하고.
연기를 밟고 속도와 동작을 보정한 연리술주가 엄청난 힘으로 좌장군을 축퇴로 아래 처박았다.
좌장군의 신형이 축퇴로 아래서 시체들을 갈아버리는 7사도와 거세게 충돌.
흡혈귀와 시체장군의 육신이 뒤엉켜 으스러지며 광장 아래쪽을 나뒹굴었다.
콰아아아앙!!!!
“아하하하핫!!! 이 기분 나쁜 건 또 뭔데!!!”
머리 위로 떨어진 좌장군의 무게에 날개 한쪽이 부러지고 피범벅이 된 채로 폭소하는 7사도의 모습.
그 광경을 향해 떨어진 연리술주가 바로 옆에서 달려드는 우장군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뻐어억!!
“크힛, 대술주. 한번 해보자 이거지?!”
“입 닥치고 집중해. 네놈이 상대를 맡아라.”
연리술주와 7사도, 좌장군과 우장군의 시체가 축퇴로 아래 널브러진 시체들을 밟고 동시에 교차했다.
발아래 나뒹구는 시체더미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체의 파도에 짓눌리는 와중 검격과 술식을 교환.
미친 듯이 번뜩이며 튕겨 나가는 서광 너머로 마력과 의념이 충돌하며 바스러졌다.
쿠과과과과과!!!!!
“아르무슈 님을 지켜라!!”
“놈들이 전장에 접근하게 두지 마!!!”
주교와 술주가 축퇴로 위아래로 뒤섞여 떨어지는 시체를 분쇄하고, 이빨을 벌리는 사화를 잡아 뜯었다.
협정을 맺은 상대측 초인은커녕, 아군조차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엉켜 죽고 죽이는 인육의 지옥도.
쾅!!!
축퇴로 아래서 대술주와 7사도, 두 장군의 신형이 찰나의 순간 수백 번 넘게 갈라졌다 합쳐지듯 달라붙는다.
흩날리는 검기 사이로 연기가 펼쳐지며 세 명의 발을 묶고, 끈적한 핏물이 달라붙으며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좌장군이 축복을 사용해 육체를 보호하고, 우장군이 철령술식을 처박아 내장을 진탕시켰다.
으직!!
“쿨럭!!”
동선이 엉켜 우장군에게 멱살이 잡힌 대술주가 머리부터 처박혔다 연기로 흩어져 목을 조르고.
내장이 뭉개지는 충격으로 피를 한 바가지 토해낸 7사도가 좌장군의 옆구리에 도끼를 꽂아 넣었다.
초음속의 속도로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상대에게 반격을 꽂아 넣는 두 초월자의 기예.
달려드는 시체를 걷어찬 아일렌이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돌려 아래서 싸우는 초월자들을 겨누었다.
철컥!!
이 자리에서 숫자를 줄이려면 어느 쪽을 먼저 노려야 할까.
이다음의 일을 생각하면 어느 쪽을 먼저 쏘아 맞혀야 할까.
상황이 지나치게 복잡해 이 뒤의 일을 한치도 예상할 수 없어지는 순간.
개중에서 그나마 상대하기 편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괜찮다, 아일렌.”
그런 아일렌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레녹이 말했다.
축퇴로를 향해 손을 뻗은 채,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전장의 상황을 모조리 내다보고 있는 듯한 반응.
“대술주와 7사도 모두 내가 축퇴로를 멈추려 한다는 걸 눈치챘을 거다. 엔진의 마력흐름을 읽었다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마르티네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저들은 상장군에게 발이 묶이고, 우린 축퇴로를 멈춰서 묘실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늘한 레녹의 시선이 아래쪽에서 싸우는 초월자들을 향했다.
“가진 패를 더 꺼내 드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상장군을 처리하려 하지 않겠나?”
쿠우웅!!!!
“……흡혈귀.”
우장군의 권격에 맞아 뒤로 쭉 밀려난 대술주가 무릎을 짚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전신에서 흩날리는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가 라리아타를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글쎄? 피만 좀 보충하면 계속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피와 살점을 온몸에 뒤집어쓴 몰골로, 라리아타가 천천히 목을 꺾었다.
“더 싸우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결정타가 부족하네요. 그렇다고 먼저 힘을 더 쓰기는 싫고…….”
“…….”
그녀의 번들거리는 적안이 희미한 조소를 품고 고개 숙인 대술주를 응시했다.
“느닷없이 그런 것 따위를 물어보는 걸 보니 우리 대술주 님께선 벌써 한계인가? 쪽팔리지도 않아요?”
“헛소리를 들어주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인간의 뇌를 먹고 계속해서 여력을 보충하는 두 상장군의 존재.
썩어 문드러진 시체지만, 식인을 통해 의념과 마력을 보충해 생전에 가까운 힘을 내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끌리면 술주와 사도는 상장군에게 묶인 채, 천번 홀로 유유히 대장군의 묘실로 넘어가겠지.
“곧 천번이 축퇴로를 멈출 거다. 광장이 무너지고 묘실로 가는 문이 열리겠지.”
연리술주가 힐끗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때까지 발이 잡혀 있으면 마지막까지 놈에게 농락당할 뿐이다. 여기서는 무리해서라도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겠지.”
“…….”
후욱-
곰방대를 물고 깊게 연기를 빨아들인 술주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내가 좌장군과 우장군을 모두 죽이겠다. 네가 둘을 한자리에 잡아놓도록.”
“아하, 결국 이번에는 먼저 패를 까시겠다?”
라리아타가 히죽 웃으며 도끼를 움켜쥐었다.
8레벨에 준하는 시체 둘을 단 한 번에 죽이겠다는 대술주의 선언.
그건 대술주가 여태껏 숨겨둔 능력을 공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했기 때문.
“내가 패를 보여준다 해도 잡종의 안목으로는 알아볼 수조차 없을 거다.”
희미한 조소를 머금은 대술주가 시선을 돌렸다.
“네 유일한 자랑거리인 체급으로 죽기 전까지 버텨라.”
“저기, 미안한데 나 이런 걸로는 안 죽어요.”
나른한 어조로 답한 라리아타가 피범벅이 된 도끼를 들어 올리며 대꾸했다.
“우리 신녀님은 태생이 미천하신 분이라 그런지, 나 같은 혼혈을 굉장히 아끼시거든. 이른바 동병상련의 감정이랄까.”
“역겨운 잡종다운 생각이군.”
후욱!!
불경한 발언을 서슴없이 지껄이는 라리아타에게 조소한 연리술주의 기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신의 존재를 연기로 바꾼 뒤, 대기 중에 극한까지 희미하게 흩어내어 완벽하게 숨겨버리는 기예.
그것을 느끼자마자 두 시체장군의 일그러진 표정이 홀로 남은 7사도에게 집중된다.
“끼긱…….”
“그, 으엣…….”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까뒤집고 고통에 절어진 두 좌우장군의 얼굴.
두개골이 까뒤집힌 뇌 위로 피어난 시체꽃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기를 빨아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생기를 품은 흡혈귀를 향해 두 장군의 의식이 오롯이 집중되고.
“사도술식 발동.”
라리아타의 속삭임과 함께, 얼룩진 황금 갑주가 폭발적으로 그녀의 신형을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아하하하하하핫!!!”
광소하며 도끼를 휘두르는 흡혈귀와, 타락한 시체장군의 신형이 세 갈래로 나뉘어 충돌했다.
인지의 속도를 넘어선 창검이 충돌하며 새파란 불꽃을 튀기고 충격으로 공간을 굴절시켰다.
8레벨에 준하는 세 괴물이 가속하는 시간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검격을 주고받는 난타전.
쾅!!! 두두두두두!!!
달려드는 좌장군의 발등을 밟고 안다리를 걷어차 중심을 무너뜨린다.
오른쪽 날개로 몸을 지탱하며 도끼를 휘둘러 우장군을 밀어내고, 뒤에서 떨어지는 좌장군의 검극을 받아쳤다.
한 번, 한 번의 공방마다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크레이터가 발생하고, 발아래 깔린 시체더미들이 뭉개지는 혼전.
촤악!! 처버버벅!!!
좌장군의 검과 우장군의 부러진 창날이 양쪽에서 라리아타의 폐부와 복부를 들쑤신다.
새하얗게 일렁이는 마력이 날갯죽지를 찢어내고 내장을 끄집어내 발아래 쏟아냈다.
양쪽에서 쏟아지는 공세를 모조리 받아치고 있음에도, 작은 틈 하나하나가 장기를 쏟아내는 치명상.
하지만 라리아타는 제국의 장군 둘을 상대로 홀로 잡아두고 버티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흘러 떨어지는 핏물을 꾸역꾸역 주워 삼켰을 뿐.
“푸하하하핫!!! 계속하죠. 아직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는데에에!!!”
라리아타 아르무슈가 섬기는 혈겁외신은 외해의 종말 중에서도 투쟁에 미쳐 있는 살육자.
오직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싸우며 죽이는 것만을 자신에 대한 공양이라 여기는 광전사다.
7사도의 사도술식은 온몸이 망가지고 으스러져도 싸우는 동안에는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학살의 축복.
죽어서도 끊임없이 전장에 서 있을 수 있게 만드는 피칠갑을 한 신의 힘이었다.
콰과과과과과!!!!
날갯죽지가 떨어지고 뺨이 뜯겨 날아가며 심장과 폐부가 파여 바스러진다.
내장 절반을 쏟아내고 창자와 간장을 뱉어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분쇄자를 휘두르는 라리아타의 신형.
피의 연무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사도가 시체장군과 뒤엉키며 축퇴로 끝까지 처박혀 멈춰선 그 순간.
연리술주가 움직였다.
무향(無響).
전조도, 영창도, 의념도, 심상도 없다.
자신의 존재를 극한까지 희미하게 바꾸어 세계 안에 녹여내는 무흔(無痕)의 극예.
구름과 연무를 조작하는 연리술주가 한계까지 자신을 지워낸 끝에 손에 넣은 하나의 도달점.
인지의 바깥에서 내려오며 그 누구의 감각에도 닿는 일 없이.
그 어떤 울림조차 없이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하지만 그 일격은 틀림없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닿아-
철퍽!!
“그-”
“아…….”
불투명한 연기의 칼날이, 좌장군과 우장군의 뇌리를 동시에 관통하고 멈춰 선다.
뇌 사이에 뒤얽힌 시체꽃의 뿌리를 정확하게 찔러 끊어내며, 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고.
외마디 신음을 내뱉은 좌장군과 우장군의 시체가 동시에 그 자리에 풀썩 앞으로 엎어졌다.
그와 동시에 레녹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렇군.”
무향. 8레벨의 초월자들조차 인식할 수 없는 무색무취무흔의 일격.
저것이 바로 연리술주가 마지막까지 숨겨놓고 있던 손패의 하나인가.
레녹조차도 좌장군의 머리를 뚫기 직전에야 무향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으니.
단일개체를 지정해 사용하는 그 극의의 살상능력만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수준이겠지.
대술주와 7사도. 주문연맹과 귀도교단의 두 최고전력에 대한 정보 수집은 모두 끝났다.
레녹이 망설임 없이 축퇴로 안쪽에 밀어 넣은 손을 잡고 천천히 바깥으로 빼냈다.
“이쪽도…… 준비가 다 끝났다.”
키이이잉-
흘러넘치는 황금빛의 유선이 끊어지고 절단되는 부분을 찾아 의념을 뻗었다.
광장 중심에 떠오른 거대한 블랙홀의 형상이 서서히 희미해지며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
우우우우우웅!!!!!
광장 중심부에 떠오른 거대한 빛의 왜곡점이 미친 듯이 가속하며 회전하다, 그 자리에서 뚝 멈춘다.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산한 광자들이 산산이 분해되며 소멸해 시공간을 눈부시게 밝히고.
레녹이 축퇴로에 닿은 손을 천천히 빼낸 순간, 엔진 전체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팔을 휘감았다.
콰르르르륵!
엔진 안쪽으로 결합된 수십만 개의 부품이 분해되면서 갈라지는 소리.
하나의 거대한 회로로 연결되어 있던 블랙홀 엔진의 작동이 멈추면서 망가지는 파열음.
왜곡점이 일그러지는 균열 너머에서 팔을 잡아 뺀 레녹의 손안에 어둠에 휩싸인 거대한 보석이 잡혀 있었다.
파아아앗!!!
이 초월적인 블랙홀 엔진의 마력회로를 하나로 통합하여 운전케 하는 기적.
레녹이 블랙홀 엔진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축퇴로의 핵을 적출해 손에 넣은 그 순간.
축퇴로의 인력을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던 광장 전체가 요동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콰과과과과과과!!!!
영묘 전체가 붕괴되며 무너져내리는 듯한 아득한 감각. 사방에서 떨어지며 시야를 가리는 잔해물의 파편.
그 중심부에서 어둠에 휩싸인 축퇴로의 핵을 움켜쥔 채, 상반신을 중심으로 왜곡되어가는 레녹의 모습.
아르스노바 제국 황성이 사용하던 블랙홀 엔진의 핵심 동력부품.
하지만 그 초월적인 동력장치의 핵심부품을 손에 넣었음에도 레녹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미친 듯이 흔들리는 광장 끝에 선 채로, 조용히 시선을 돌렸을 뿐.
“…….”
철퍽!!
7사도가 상장군의 시체를 밟아 뭉개는 것과 동시에, 야차와 추기경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육신을 실체화시킨 연리술주가 축퇴로 아래쪽에 내려서는 것과 동시에 시선을 들어 올렸다.
처음 교단과 연맹의 협정을 체결했던 다섯 명이 생자와 망자로 나뉘어 재회한 이 순간.
“나 참.”
피칠갑을 한 라리아타가 위성분쇄자를 어깨에 짊어진 채 레녹을 올려다보며 실소를 흘렸다.
“인간 하나한테 이렇게 다채롭게 농락당해 본 건 또 처음이네. 너 몇 살이에요?”
“움직이지 마라, 천번.”
연리술주가 느릿하게 곰방대를 털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네놈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알고 있겠지. 더는 수작을 부리도록 허락하지 않겠다.”
“…….”
레녹이 축퇴로를 멈춰 묘실로 가는 길을 열고, 술주와 사도가 상장군을 처리한 이 순간.
본의 아니게 서로 협력하듯 흘러가긴 했으나, 그것이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영묘 공략을 시작한 뒤로 대장군의 묘실 앞에 서기까지, 일방적으로 레녹에게 휘둘려왔을 뿐.
쿠구구구구……!!!!
레녹을 바라보는 7사도와 연리술주의 의념이 날카롭고도 노골적인 살의로 변했다.
지금까지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정을 맺고 아슬아슬하게나마 협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영묘 내에 존재하는 모든 난관을 처리하고 대장군의 묘실을 앞둔 지금은 의미 없는 일에 불과하다.
여기서부터는 영묘 안팎의 난관과 장애물이 상대가 아니라, 직전까지 함께하고 있던 이들이 곧 경쟁자.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견제하고 처리해야 할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축퇴로의 핵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거절은 허락하지 않겠다.”
“마르티네스. 이쪽이 묘실 입구에 더 가깝다는 거 알죠?”
라리아타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허튼짓하지 마요. 힘든 일은 다 우리한테 떠넘겼으면, 순서 정도는 양보할 만하잖아?”
광장 중심부에 위치한 축퇴로를 레녹이 해체하는 사이, 술주와 사도는 장벽 바로 앞에서 싸워온 상황.
거리로만 따지면 레녹보다 두 사람이 대장군의 묘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다는 것은 자명하다.
대술주와 7사도 역시 그것을 알고 있기에 레녹을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일 터.
“그렇군. 인정하지.”
하지만 레녹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쓸만했어. 덕분에 영묘 안에서 일이 편해진 부분이 많았다.”
“…….”
“하지만 너희들이 마지막까지 협정을 성실하게 지킬 거라고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
파아아앗!!!
그 순간, 레녹의 발아래 쌓인 축퇴로의 엔진 잔해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레녹이 손끝 하나 대지 않았는데 엄청난 열기를 토해내며 발광하기 시작하는 엔진의 잔해.
대번에 그 이유를 깨달은 대술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놈. 설마-”
광장 중심부에서 한참 가동중이었던 블랙홀 엔진에 남아있던 열량과 에너지.
축퇴로의 핵을 적출하는 것과 동시에 엔진의 힘을 폭주시켜, 시간차를 두고 폭발하게 유도한 것인가.
빠직, 빠직……!!!!
“협정은 여기서 끝이다.”
축퇴로의 핵을 움켜쥔 레녹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럼 이제부터는 연맹과 교단을 모두 살려둘 이유도 없지.”
“마르티네스, 이 미친-!!”
대답은 없었다.
축퇴로의 엔진이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내뿜으며 광장 전체를 휩쓸고, 연맹과 교단의 초인들을 한줌 잿더미로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