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309
약먹는 천재마법사 1309화(1309/1315)
약먹는 천재마법사 1309화
대장군의 영묘(7)
축퇴로의 폭발과 함께 광장 전체가 무너지며 지축이 가라앉는다.
벽과 천장에 기괴하게 뒤엉킨 사화와, 뇌가 죽은 인간들이 잔해물 사이에 뒤섞여 증발했다.
푸른빛으로 범람하는 폭염의 해일. 연맹 술주와 교단 주교들이 비명과 함께 폭발에 휩쓸렸다.
“아아아악!!!!”
“아, 안 돼……!!!”
“피할 수가 없-”
쿠화아아아악!!!!!
거대한 항성처럼 일그러진 푸른 빛의 구체가 광장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회전했다.
한계를 초월한 열량에 맞닿은 술주와 사제들의 육신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시설 전체를 결집시키던 축퇴로의 인력을, 거꾸로 반발력으로 바꾸어 이 자리에서 폭발시키는 순간.
결계에 휩싸인 레녹과 아일렌의 신형이 폭발의 중심부에서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가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인 잔해물 사이로 수십 번 넘게 처박히고 튕겨 나가 부서지는 결계파편.
그 충격으로 레녹과 아일렌의 몸이 끝을 알 수 없는 묘실 안쪽으로 계속해서 떨어져 내린다.
축퇴로의 폭발에서 몸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부서진 결계 속에서 아일렌이 움직였다.
“마르티네스!”
벽에 건블레이드를 박은 아일렌이 떨어지는 레녹의 옷깃을 붙잡고 몸을 틀었다.
무너져 내리는 광장 바닥 파편을 밟고 건너뛰며 빠르게 낙하 속도를 줄였다.
끼이익!!!
레녹을 잡고 추락하는 잔해물 사이로 빠르게 미끄러지는 아일렌의 신형.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아래로 건너갈게요. 듣고 있어요?!”
“듣고 있다.”
손안에서 일그러지는 축퇴로의 핵을 잡고 안정화시키며 레녹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수납이 가능해질 만큼 안정될 거다. 잠깐 부탁하지.”
“최선을 다해보죠……!!”
촤아악!!!
사선으로 내리찍히는 영묘 잔해물을 타고 쭉 미끄러지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로 뛰어든다.
지면에 발이 닿는 것과 동시에 전력으로 몸을 뒤집어 바닥을 구르고, 벽에 부딪혀 멈춰 선 순간.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박살 난 잔해물이 빗발처럼 떨어지며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뿜었다.
콰과과과과광!!!!!
영묘 전역에 거세게 흔들리며 무너질 것처럼 진동하는 불길한 파열음.
고막을 터트릴 법한 충격파와 굉음이 끝을 모르고 계속되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멈춰 서고.
콰악!!
“사, 살았다…….”
블레이드를 거꾸로 잡은 채 바닥에 꽂아 지탱하고 있던 아일렌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추락지점에 잔해물이 쌓여 있던 틈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충격을 최대한으로 줄인 결과.
얼굴에 새카만 검댕이 덕지덕지 묻은 채 고개를 젖힌 그녀가 레녹을 힐끗 돌아보았다.
“괜찮아요? 아직 살아 있죠?”
“덕분에.”
레녹이 무거운 잔해물 사이에 깔려 엎드린 채 대꾸했다.
“레인저 출신이라 그런지 도망치는 솜씨가 괜찮군.”
“무슨 편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레인저는 도굴꾼이나 도둑 같은 게 아니거든요.”
아일렌이 황당한 표정으로 블레이드를 잡고 일어섰다.
“움직일 수 있겠어요? 축퇴로의 핵을 안정화시키기 힘들면 도와줄 수 있-”
“괜찮아. 다 끝났군.”
후우웅……!!
레녹의 손에 잡힌 채 공간을 왜곡시키던 축퇴로의 핵이, 어두운 보석처럼 음울하게 빛났다.
블랙홀 엔진의 핵심을 이루는 코어의 형상. 재질이나 재원을 전혀 알 수 없음에도 존재 자체만으로 시공간을 잡아 찌그러뜨리는 인력.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사천사화마경을 찾아온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희귀하고 초월적인 기술의 잔재다.
마력과 의념을 갈무리해 조심스럽게 핵을 품 안에 넣은 레녹이 눈을 떴다.
“폭발이…… 거의 다 끝나가는군. 연맹과 교단의 전력은 어떻게 됐지?”
“이쪽에 있어요.”
블레이드로 잔해물을 베어내고 주변의 풍경을 드러낸 아일렌이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아마…… 대부분은 그쪽이 터트린 폭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요.”
“……”
추락한 영묘 파편이 겹겹이 쌓인 잔해.
숨이 끊어진 술주와 주교의 시체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온몸의 혈관이 터져나간 술주의 시체. 뜯어먹힌 것처럼 얼굴만 간신히 남아 있는 주교.
대부분이 축퇴로의 폭발을 피하지 못하고 휩쓸렸거나, 그 여파 속에서 불의의 습격을 당한 시체들이다.
광장이 무너지며 그 자리에 대신 생겨난 거대한 폐허. 끝을 알 수 없는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연무궁(煙霧宮)]휘오오오!!!!
곧바로 술식의 정체를 알아본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연리술주의 술식이군…… 공간 전체를 연무로 감싸 안개의 미궁을 만들어낸 건가?”
“폐허에 연기를 뒤엉켜서 술식의 규모를 키우고 방향을 흐리게 만들고 있어요.”
아일렌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축퇴로의 폭발을 막지 못한 시점에서, 먼저 앞서가는 건 포기하고 이쪽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군요. 연리술주답다고 해야 할까요?”
“…….”
좌장군과 우장군을 죽이기 위해 무향이라는 강력한 손패를 순순히 꺼내 드나 싶었더니, 역시 꿍꿍이가 있었나.
레녹이 축퇴로를 폭발시키는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난 뒤에도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일대를 안개로 덮어버린 술주의 대처.
“연리술식의 장점은 기체조작에 기반하는 압도적인 술식범위와 다변성에 있다.”
생각에 잠긴 레녹이 말했다.
“구름과 연기의 확산을 통해 술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입자밀도를 극한까지 낮춘 채로도 조작이 가능하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마저 열화시킬 수 있기에, 싸움과 탐색 양쪽으로 응용성이 굉장히 높아.”
“연맹의 대술주 중에서 그가 사천사화마경 공략에 낙점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가 이 정도 규모의 안개미궁을 펼칠 수 있음에도 자제하고 있던 건, 지금처럼 혼란이 가중되는 순간에나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축퇴로의 폭발에 휩쓸렸다면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작정하고 술식을 펼친 이상 이쪽의 감각을 혼동시키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려두었을 거다.”
연리술주가 이 근방에 안개의 미궁을 펼쳐두고 이쪽의 길을 잃게 만드려는 건, 바로 이 앞에 최종 목적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
사천사화마경을 지배하고 유지시키는 제국 황성 대장군이 저 너머에 있다.
대장군을 상대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지금은 최대한 여력을 남겨두어야 할 터.
술주 역시 그렇기에 레녹과 직접 싸우는 대신, 뒤를 쫓지 못하도록 작정하고 술식을 뿌린 것이 아니겠는가.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떠오르는 방법들을 갈무리하던 순간, 아일렌이 서슴없이 안개 너머로 걸음을 내디뎠다.
“……아일렌?”
“이런 상황에서도 방향을 잡을 방법이 있으니까 광장을 터트릴 수 있던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아일렌의 손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푸른 핏방울이 인력에 이끌리면서 아일렌의 옆으로 떨어지는 모습.
“가죠. 제가 앞장설게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서 피를 많이 썼을 텐데. 몸이 버틸 수 있겠나?”
마경 바깥에서부터 여러 난관을 헤쳐나오기 위해 이미 적지 않게 피를 소모한 상황.
사도나 술주를 상대하는 싸움만이 아니라, 마경에서도 몇 번이고 진혈을 도구로 사용해왔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아일렌이 며칠 사이 흘린 진혈은 상당한 수준이겠지.
“괜찮아요. 피차 무리하고 있는 건 모두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아일렌은 레녹의 말을 듣고도 상처를 잡아 벌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연맹이나 교단에게 영묘를 넘겨줄 수는 없어요. 둘 중 하나가 마경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중앙의 균형 자체가 무너져버릴 테니까.”
“…….”
레녹의 말을 더 듣지않으려는 듯, 아일렌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영묘의 잔해물이 사방에 산처럼 높게 쌓여, 사방의 시야가 가려진 광대한 폐허.
그 사이로 자욱한 안개가 깔린 채 감각을 혼동시키고 길을 잃게 만드는 구름의 미궁.
“영묘 안팎에 감도는 대장군의 의념이 더욱 강해졌다. 이제부터는 훨씬 더 조심해야겠군.”
레녹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내가 축퇴로의 핵을 뽑아 진혈의 공급을 멈춰 버렸기 때문에, 대장군의 상태가 변한 거다.”
“……최악의 경우 묘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대장군이 깨어날 수도 있겠군요.”
축퇴로는 대장군의 진혈을 마경 전역에 공급하는 심장의 역할을 맡고 있던 바.
레녹이 핵을 적출한 시점에서 대장군의 진혈이 뽑혀 나가던 현상이 멈춘 것은 자명하다.
끊임없이 진혈을 적출당하던 대장군의 상태가 호전되며 의념이 강해지고 민감해지고 있는 것일까.
축퇴로를 손에 넣기 위해 각오했던 일이지만, 여기서부터는 대장군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바.
“최대한 대장군의 의념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다만…….”
힐끗 시선을 돌린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교단과 연맹이 그런 것을 신경 쓸지는 다른 문제다.”
“…….”
촤악!! 철퍽……!!
아일렌의 뒤를 따라 걸을 때마다 미궁 곳곳에서 시체가 많아지고, 피 냄새와 파육음이 격렬해진다.
죽은 술사와 사제들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긴 채 널브러져 피를 흘리고, 발 아래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방대해지고.
피의 강이 흐르는 중심부에 산발이 된 흡혈귀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콰직!! 크드드득!!
“컥!!”
“끄르륵……!!”
“키에에엑!!!”
박쥐 날개가 거세게 펄럭이며 곤두설 때마다, 사방에서 술식을 영창하던 연맹의 술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튕겨 나간다.
안개 너머에서 달려드는 수백 구의 시체들을 쉴새없이 갈아버리면서, 길을 막는 술사들까지 죽여 버리는 압도적인 무위.
미궁 한복판에서 거침없이 날뛰는 7사도, 라리아타 아르무슈의 손에 들려 있는 황금빛의 도끼를 본 아일렌이 숨을 삼켰다.
“저건…….”
“아하하하핫!! 마르티네스으으!!”
촤악!!
한 손으로 술주의 심장을 뚫고 사체를 높이 들어 올린 7사도가 시선을 홱 돌렸다.
피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폐허 더미 사이에 서 있는 레녹을 올려다본 라리아타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 역시 축퇴로의 폭발에 휩쓸리는 여파를 피하지 못했는지, 몸의 절반 정도가 녹아내렸다 재생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
치이익……!!!
“아하, 역시 축퇴로를 터트려놓고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군요…… 역겹기도 해라.”
살점이 뚝뚝 흘러내리는 기괴한 얼굴로 돌아선 7사도가 귀신 같은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큭…… 상식적으로 자폭을 했으면 본인 정도는 뒤져야 맞는 거잖아. 적당히 하고 그만 좀 죽어주면 안 돼요?”
“그쪽이야말로 제국의 장군이랑 싸우다 온몸의 내장이 뜯겨나간 걸 똑똑히 봤는데.”
레녹의 서늘한 시선이 라리아타의 전신을 날카롭게 훑었다.
“축퇴로의 폭발을 정면에서 처맞고도 그새 부상을 수복한 건가. 징그럽기 그지없는 회복능력이군.”
“크힛. 오싹오싹한걸.”
라리아타가 히죽 웃으며 위성분쇄자를 어깨에 덜컥 짊어졌다.
“여기까지 온 뒤에야 제대로 해볼 생각이 든 거야? 나쁘지 않네에. 여기서 죽을 때까지 시원하게 싸워볼까?”
“…….”
상대는 온몸의 내장이 뜯겨나가는 중상을 입고도 5분도 되지 않는 시간만에 수복해 내는 흡혈사도.
사천사화마경 안에서도 단연코 독보적으로 많은 괴물과 생명을 죽여온 살인귀 그 자체다.
진조이자 사도로서 가진 능력이 워낙에 많은 만큼, 타고난 체급 자체가 강력한 괴물.
회생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고 죽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리겠지.
쿠오오오!!!
레녹과 7사도가 마력을 끌어올리고, 짓눌리는 기압 사이로 아일렌이 라리아타를 향해 총구를 겨눈 순간.
폐허 더미 속에서 힐끗 아일렌을 돌아본 라리아타가, 어깨에 짊어진 위성분쇄자를 내려놓았다.
쿠우웅!!
“……?”
“크힛, 역시 안 되겠네.”
초대형 도끼를 내려놓고 팔짱을 낀 7사도가 쿡쿡 웃었다.
“아무리 봐도, 이대로 가면 나만 손해란 말이지…… 열 받아서 다 죽이고 싶지만, 계속 끌려다니는 게 더 열 받아서 못 참겠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대술주. 이 안개미궁 전역의 시체와 전력을 일부러 내 쪽으로 유인하고 있거든요. 그게 무슨 뜻이게?”
흡혈귀가 레녹과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이 미궁 안에서 네 기척은 못 읽지만, 내 기척은 읽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든 나라도 발을 잡아두려고 이 지랄을 떨고 있는 거고.”
“…….”
“여기서 결판을 내려고 시간을 쓰다 연맹보다 뒤처지면 나만 손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괜찮지만, 연맹에 성과를 빼앗기는 건 우리 신녀님도 참아주지 않을 테고.”
철컥!!
위성분쇄자를 들어올린 라리아타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
“레인저. 네가 방향을 알고 있지?”
라리아타가 아일렌을 붉은 눈동자로 빤히 바라보았다.
“길을 잡아요. 그럼 내가 앞장서지.”
“무슨, 헛소리를-”
“어라? 아직 모르겠어요? 이 근방에서 대장군의 의념이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는 거.”
분쇄자를 들어 올린 라리아타가 깔깔 웃었다.
“축퇴로를 사용해 대장군의 진혈을 빼내면서 일부러 힘을 죽이고 있던 거잖아. 그게 멈췄으니 다시 의념이 강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
“그런데 대장군을 자극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우연히도 내가 갖고 있네?”
“……그렇군.”
레녹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분쇄자를 사용해 대장군의 의념을 걷어내고 돌입할 생각인가. 그 대가로 이쪽이 길을 잡아달라?”
라리아타가 들고 있는 도끼, 위성분쇄자는 광성대장군이 생전에 사용하던 고유무장.
그렇기에 이 영묘 안에서 저 무구 하나만이 대장군의 의념을 자극하지 않고 걷어낼 수 있다.
묘실로 접근하다 광성대장군을 깨운다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면서도, 이 자리에서 7사도와 충돌하지 않는 방법이라.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어차피 의사권능을 레녹이 갖고 있는 이상, 대술주나 7사도가 대장군의 사체에 수작질을 부린다는 건 어려운 상황.
어떻게든 광성대장군의 앞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레녹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진다.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일렌과 시선을 교환한 순간.
“아하하하핫!!! 역시, 이해가 빨라서 좋네!!”
광소하며 몸을 홱 돌린 라리아타가 위성분쇄자를 뽑아들며 달려오는 시체들을 향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 죽이고 갈 테니까. 잘 따라오라고. 뒤쳐지면 죽일테니까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앙!!!
산처럼 쌓인 잔해물 더미가 폭발하며 뛰쳐나온 흡혈귀가 붉은 안광을 터트렸다.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위성분쇄자를 휘두르는 순간, 도낏날에 얻힌 수십 구의 시체가 으스러지며 폭발.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폐허 사방에서 달려드는 시체의 파도를 저 멀리 쭉 밀어버렸다.
콰과과과과과!!!!!
얼굴에 시체꽃이 피어난 괴물들, 인간을 태반으로 삼아 지성을 얻고 자라난 이계의 생물체.
인간과 괴물이 뒤섞여 쏟아지는 살덩이의 해일을, 흡혈귀 홀로 미친듯이 헤집으며 길을 열고 앞으로 전진한다.
단기 개체로 수천에 달하는 중량과 속도, 힘을 받아내다 못해 역으로 밀어내기 시작하는 괴물 같은 무위와 체급.
그 압도적인 7사도의 체급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흡혈귀의 뒤를 따라 레녹과 아일렌이 뛰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저쪽이에요!!! 이 너머-!”
콰아아앙!!!
살덩이의 벽과 파도를 터트리듯이 박살내고 무너뜨리며, 폐허 더미를 헤집고 일직선으로 돌파한다.
앞에 있는 것이 괴물인지 잔해물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갈아 마시는 분쇄기와 같은 힘.
“꺄하하하하하핫!!!!”
단 혼자서 영묘 최심부를 박살내기 시작한 7사도의 뒤를 따라 뛸 때마다, 주변의 풍경과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주변이 조용해지고 공기가 희박해진다.
발아래 끈적이는 살점과 시체가, 말라붙은 살가죽과 부식된 뼛조각으로 변한다.
널브러진 술주와 사제의 주검이 절규하거나 웃고 있는 낡은 유해의 그것으로 뒤바뀐다.
덜그럭, 덜그럭!!
벽면을 빼곡하게 뒤덮은 말라붙은 살가죽. 검은 덩굴이 뒤엉킨 뼛조각이 합쳐진 장벽.
발아래 밟히는 웃는 해골들이 산을 이루며 거대한 제단처럼 층층이 높은 계단을 이루고.
인간의 손가락이 사방에 꽃처럼 피어나 음습한 사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
영묘 전체가 인간의 사체나 유흔을 재료삼아 가공하고 장식되어 있는 듯한 처참한 풍경.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아일렌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레녹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 선 그 순간.
살점이 말라붙은 수천 개의 해골을 계단 삼아 만들어진 제단의 위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레녹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찾았다.”
“아……!!!”
“하하하학!!!!”
인간의 손목을 잘라 제단 위에 수천 개 넘게 꽃아 장식해 둔, 무수한 손으로 떠받쳐 만들어낸 제단.
아일렌과 라리아타가 제단의 끝에 위치한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순간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인간의 사체를 토막내고 재료 삼아 장식된 제단 위에 앉아 있는 누군가.
발아래서 손을 뻗고 절규하는 사체들을 굽어보듯 팔을 괸 채 인간의 형상.
허리춤까지 길게 기른 흑발을 풀어헤친, 수려한 얼굴을 지닌 거구의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저것이……!!!”
황금빛 갑주 사이로 비치는 살점은 완전히 푸석하게 말라비틀어져, 창백하게 질려 있다.
이미 숨이 끊어진지 수십 년이 지나 무덤에 안치된. 본래 이 거대한 영묘의 주인으로서 입관했던.
그럼에도 그 사체만으로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초월적인 사념을 내뿜는 위대한 정복자의 유해.
아르스노바 제국 황성 예하 광성대장군(狂城大將軍)이 그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 왔군.”
그런 대장군의 앞에 서 있던 아더가 레녹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겠나? 곧 있으면 준비가 끝날 거다.”
“아더?!!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흠칫 놀란 아일렌이 묘실 안쪽의 풍경을 마주하고 안색을 창백하게 굳혔다.
인육의 제단 위에 기대 앉은 대장군의 사체. 그 뱃가죽을 갈라 내장을 꺼내 제단 곳곳에 올려놓은 기괴한 모습.
제단 위에 놓인 광성대장군의 사체를 내장 단위로 해체하여, 누군가에게 ‘공양’하려는 듯이 준비를 마친.
초월자의 장기와 사체를 해체하여 널브러뜨린 참상의 중심부에 아더가 홀로 서 있었다.
“제국 황성이 멸망한 이래 처음으로 외신의 진체가 현세에 강림하는 순간이다.”
양팔을 벌린 아더의 눈동자가 서서히, 검은빛의 역안으로 물들었다.
“지금부터 신에게 소원을 빌려 하는데, 함께 지켜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