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310
약먹는 천재마법사 1310화(1310/1315)
약먹는 천재마법사 1310화
대장군의 영묘(8)
소리 없는 절규가 쉴 새 없이 겹쳐 울려 퍼지는 대장군의 묘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간의 손목을 잘라내 사방에 꽂아 넣은 인육의 제단.
그 기괴한 제단 위에 황금빛의 갑주를 입고 잠들듯이 기대 앉은 창백한 흑발의 사내.
아아아아아아!!!!
수천 개에 달하는 손이 시체를 떠받친다. 수만 개가 넘는 손가락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사체를 감싸 안았다.
이미 죽은 육신을 끊임없이 어루만지며 주무르는, 그 혐오스러운 요람의 중심에서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초월자.
사천사화마경 영묘 최심부 대장군의 묘실.
그 어떤 장소보다도 광대한 방 안에 무수한 인육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는 존재.
“아하하학!!! 저것이 광성대장군, 아르스노바에서 가장 잔혹했던 정복자의 시체인가……!!!”
제단 끝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자마자 라리아타가 환희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보자마자 바로 알겠네요. 저런 모습이 아니고서야 광성이란 이명을 받았을 리가 없지. 하하하하핫!!!”
“하아, 하아……!!”
아일렌이 창백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제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축퇴로에서부터 이어진 연전. 마지막 순간 묘실로 진입하기 위해 남아 있는 마력을 모조리 털어낸 결과.
그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수천 개의 손 위에 앉혀 있는 대장군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이럴, 수가…… 설마……!!!”
대장군의 사체를 감싸안은, 수천개의 손으로 이루어진 인육의 요람.
그 아래로 푸른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묘실 전역을 가로지르는 푸른 강물이 되고 있다.
이 묘실에서 대장군이 흘린 피가 사천사화마경 전역에 녹아들며 양분이 되고 있는 기괴한 모습.
그리고, 잠들듯이 고개를 숙인 대장군의 사체 앞에 서서 끊임없이 홀로 무언가를 조정하고 있는-
“아더, 당신이……!!!”
아더 메이슨.
머셔너리의 전쟁용병이자, 영묘 공략을 위해 레녹과 동행하고 있던 8레벨의 마총사.
영묘 진입과 동시에 실종되었던 용병이 누구보다 먼저 대장군의 묘실에 도착해 있는 기묘한 상황.
하지만 아일렌의 말을 잃게 만든 것은 아더가 묘실 안에서 꾸미고 있던 일의 정체였다.
철퍽!
피범벅이 된 손을 들어 자신의 것이 아닌 내장과 장기를 어루만진다.
제단에 솟아난 손 위에 장기를 올려놓고,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술법진을 구성하는 모습.
검게 물든 역안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아더의 표정은 소름 끼치도록 무표정했다.
“영묘 공략에 참여한 초월자들의 능력을 다소 얕보고 있었군. 이렇게나 빠르게 묘실에 도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
“운이 좋다면 마지막까지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역시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제단 위에 잠들듯이 기대앉은 대장군의 미려한 외견.
그 뱃가죽을 갈라 사체의 내장과 장기를 꺼내 제단 위에 올려놓고 공양을 준비하는 섬뜩한 모습.
시체를 모독하는 수준을 넘어, 집요하고도 맹목적인 목적성이 느껴지는 듯한 처참한 제단 주변의 풍경.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들이 예상했던 대로 뻔하게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지.”
아더가 묘실 입구에 선 일행들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에반 마르티네스. 우리가 이 영묘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정작 숨길 생각도 없던 것 같은데.”
손등으로 입가를 훔친 레녹이 아더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꾸했다.
“아더 메이슨의 소우주는 한 번에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는 능력이라 했었지. 가위와 바위를 동시에 낼 수 있는 힘이라고 본인이 말했던가.”
“…….”
“그건 다시 말하자면 한 사람의 내면에 동시에 ‘두 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거다.”
레녹의 냉정한 시선이 검은 역안으로 변한 아더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육신을 그릇으로 삼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외계의 악령을.
“야차. 처음부터 아더의 육체를 새로운 그릇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나?”
검게 물든 역안. 레녹이 기억하는 아더와는 다른 말투.
소중히 여기던 샷건마저 내팽개치고 대장군의 장기를 어루만지는 기괴한 모습.
인간의 감성과는 동떨어진,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부드럽게 느껴지는 말투까지.
묘실 안에서 아더의 모습을 본 순간 이미 그 안에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했는지의 여부.
“태양선이 새로운 선장을 잘 골랐군.”
레녹의 말을 들은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너는 역시 우수한 인간이다.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고도 과정을 알기 위해 여기에 있지.”
“…….”
“분명 네가 살아가는 방식 역시 그와 다르지 않겠지. 이미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성립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면-”
야차가 아더의 얼굴로 웃었다.
“우린, 꽤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
아일렌이 차가운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영묘 안으로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실종된 야차가 대장군의 사체 앞에 먼저 도착해 있는 상황.
야차가 처음부터 일행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해 묘실에 도달하려 시도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그가 인간이 아니라 외계의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처음부터…… 영묘를 공략하려는 생각이 없었군요. 목적이 뭐죠?”
“사천사화마경에 존재하는 대장군의 영묘는 애초에 공략하거나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야.”
야차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 영묘를 타락시키는데 사용된 기술은 본래 우리 문명의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건 어디까지나 회수에 가깝다.”
“그건, 설마…….”
야차가 레녹보다도 먼저 이 묘실 안에 들어와 공양의식을 집도할 수 있던 이유.
애초에 이 영묘를 타락시킨 기술이, 다름 아닌 야차가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면-
“마경을 타락시킨 주체가 외계의 기술이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곳곳에 있었지.”
창백해진 아일렌을 뒤로하고 레녹이 걸음을 옮겼다.
“인간을 죽이고 되살리는 행위를 반복해 외해의 힘을 통제하려는 시도…… 신의 힘을 인위적으로 이용하려는 발상 자체가 현세의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야.”
“…….”
“처음부터, 이 사천사화마경 전체를 네 손 안에 넣는 것이 목표였군.”
야차는 주문연맹에 속해 있긴 하나, 그 본질은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찾아온 외계의 존재.
태양선을 타고 영원토록 암흑의 바다를 방황하던 외계의 악령이라 불리던 존재들 중 하나다.
그럼에도 레녹이 야차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영묘 공략에 있어 주도적인 위치에 속해 있던 공략자였기 때문.
의사권능이나 대장군의 사체를 원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애초에 그 목적 자체가 주문연맹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고향이 멸망한 뒤로, 오랫동안 태양선을 타고 암흑의 바다를 방황하며 새로운 터전을 찾아 헤맸지.”
대장군의 사체를 뒤로하고 몸을 돌린 야차가 말했다.
“무구한 시간 끝에 생명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었으나, 그곳에는 이미 우리와는 다른 문명과 지성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는 제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태양선을 빼앗겼지.”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는 듯한 야차의 대답.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녹은 야차가 전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본래 외계의 함선이었던 태양선 메기도가 제국 황성의 전략병기로 기용되고 있던 이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니까.
“함선은 제국의 전략병기로 개조되었고, 우리들은 모두 이 세계에 강제로 종속되었다. 우리의 문명과 기술은 모두 외해를 이해하기 위한 실험재료로서 끊임없이 소모되어 갈려 나갔지.”
야차가 검게 물든 역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 모든 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건 네가 대장군의 사체를 외신에게 공양하려는 이상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군.”
레녹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대장군의 시체를 공양해 외신을 부르고 소원을 빈다…… 그 과정이 정상적인 방식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겠지. 하지만 내 소원은 어떤 의미로는 너희들이 원하는 바와도 합치하는 종류의 것이다.”
야차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 소원은…… 사천사화마경에서 아르스노바로 향하는 길을 직접 여는 것이니까.”
“……뭐라고요?”
“아르스노바 제국 황성에는 이 별의 인과에 묶이지 않고 세계를 떠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흠칫 놀란 아일렌을 무시한 야차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묘실 천장에 가려진 하늘을 올려다보듯, 검게 물든 역안이 흐릿하게 변했다.
“외신이 된 황제가 이 세계를 떠나며 남긴 외천의 제단. 외우주의 그 어떤 균열보다도 완성된 [외문(外門)]이 황성에 있지.”
“…….”
“나는 그 통로를 넘어 이 세계를 떠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만이 결말이 예정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통로, 라니…… 그런 건…….”
아일렌이 창백한 안색으로 대답했다.
“황성에 그런 것이 존재하고 있을 리가-”
“광성대장군의 사체를 공양물로 노린 이유 역시 그것 때문이었군.”
레녹이 야차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천사화마경 전체가 대장군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대장군을 치우는 것과 동시에 목적을 이룰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건가.”
“그렇다. 원래라면 이 영묘 안에서 아르스노바로 직행하는 길을 여는 건 불가능하니까.”
야차가 동의했다.
“오직 광성대장군만이 모든 인과를 무시하고 가라앉은 황성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지. 그는 제국을 지키는 여섯 대장군 중 하나로서 군림했던 위대한 초월자니까.”
“…….”
“하지만 내가 죽은 대장군을 깨워봤자 그가 나를 대신하여 길을 열어주거나, 그 권한을 넘겨줄 가능성은 없겠지…… 애초에 미쳐버린 대장군에게 그런 일이 가능할지도 알 수 없고.”
광성대장군의 유해를 올려다보는 야차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장군을 외신에게 공양하고, 현세에 강림한 신에게 소원을 빌자고 생각했던 거다. 외신의 진체가 현세에 내려오면 그 정도 소원은 이 자리에서 바로 들어줄 수 있을 테니.”
“크크크큭…… 마경을 지배하는 대장군을 외신에게 강제로 공양해 버리겠다라.”
7사도가 낮게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그녀의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묘실 전역에 쌓여 있는 사화의 꽃잎을 향했다.
“처음부터 영묘 공략을 성공시킬 생각 따위는 없었군요. 이쪽의 전력이 죽어서 영묘의 사기를 더하고, 사화를 피울 동력이 되면 충분했던 건가?”
사화의 꽃잎을 태워 일어난 불길은 물체에 내재된 죽음의 성질을 태우는 능력을 지녔다.
야차는 그렇게 피워낸 불꽃을 대장군의 육체에 쬐어 죽음의 성질을 지워내고.
대장군의 사체를 외신에게 공양할 수 있을 만큼 살아 있는 상태로서 만들어낼 생각이었던 것.
“사천사화마경은 황성이 외해의 힘을 실험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버려진 폐기처리장. 이곳에 자라난 사화와 그에 먹힌 시체들은 황성이 저지른 실패작 그 자체다.”
야차가 몸을 돌렸다.
“황성이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리고 이 세계를 이용했다면, 우리들 역시 황성을 이용해 이 세계를 떠나면 될 뿐이지. 마르티네스, 그러니 너도 나와 함께하지 않겠나?”
“…….”
“지금이라도 의식에 참여하면 너 역시 외신에게 소원을 빌 수 있을 거다. 태양선의 함장이라면 나와 함께 이 세계를 떠나는 것도 가능하겠지.”
침묵하는 레녹을 향해 야차가 말했다.
“너 같은 마법사조차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았던가?”
“……아니.”
레녹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9레벨의 초월자를 외신에게 바치는 일이다. 사화의 힘을 사용해 대장군을 ‘죽지 않은’ 상태로 공양한다면, 그 대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일 텐데.”
“…….”
“그만한 공양물을 받아먹고 외신 중 누군가 현세에 강림한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는 수준을 넘어 남아 있는 모두를 먹이로 삼을지도 모르지.”
인신공양을 통해 외신이 내려주는 힘의 크기는 공양물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9레벨에 도달한 초월자. 그것도 제국의 대장군을 살아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공양한다면.
그것을 맛본 외신이 현세에 내려줄 수 있는 힘 역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대해질 터.
최악의 경우 야차의 말대로 외신의 일부가 이 세계에 직접 강림하게 될 수도 있다.
레녹이 지금껏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했던 외신의 진체(眞體)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유례없는 상황.
“틀린 말은 아니군.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야차가 천천히 고개를 꺾었다.
목을 우두둑 비틀어 레녹을 돌아보는 야차의 눈동자는 썩은 것처럼 검게 문드러져 있었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어차피 그때쯤에는 난 이 세계를 떠나 있을 텐데.”
“……그런가.”
그 노골적인 대답을 전해 들은 레녹도 웃었다.
“그럼 당연히 그 계획에는 내 태양선을 빼앗는 것도 포함되어 있겠군.”
“아, 그것 말인가…….”
야차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턱을 괴었다.
“말했듯이 태양선의 선장인 너와는 함께 갈 용의가 있다. 항해사였던 내가 혼자 배를 조작하려면 많은 제약이 걸리게 되거든.”
“…….”
“그래서 태양선의 해방을 비롯한 여러 기능이나 조작법을 알려주려 했던 것인데, 본인이 거부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허나 애초에…….”
턱을 괸 야차가 느긋하게 속삭였다.
“처음부터, 네 것 따위도 아니지 않았나?”
고오오오!!!
메마른 바람이 불어오고, 레녹과 야차가 서로를 바라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7사도가 히죽 웃으며 시선을 들어 올리고, 아일렌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춘다.
아아아아아아!!!!!
묘실 전역에 돋아난 수천개의 손이 일제히 흔들리며 소리 없는 절규를 토해냈다.
대장군의 사체를 감싸 안은 손길이 사방에서 뒤덮이며 그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가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간 손들이 야차의 몸을 붙잡고 기어오르며 그의 육체를 주물렀다.
뚜둑, 뚜두둑-!
야차를 감싸 안은 손길이 아더의 육체를 주물러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형시키는 듯한 모습.
기괴하고 추악하며, 그렇기에 무심코 눈길이 가는 장엄한 광경.
하지만 가만히 구경하며 준비할 시간을 줄 생각은 없었다.
화륵-
체내의 마력을 전력으로 회전시킨 레녹이 그 자리에서 영창을 완성시키고.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뛰어넘어, 반응할 새도 없이 야차의 관자놀이에 꽂아 넣었다.
떠어어엉!!!!!
무수한 손아귀에 휘감긴 야차의 얼굴이 가려지기 직전 미간을 관통한 화염의 창대.
하지만 야차는 자신의 머리를 사선으로 관통한 화염창을 형상을 보고도 고개를 저었다.
“물리적인 공격은 소용없다. 난 이미-”
쩌어엉!!!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유리가 깨지는 듯한 파열음.
한발 늦게 그 이유를 깨달은 야차의 안색이 확 변했다.
“……!!!!”
“인간의 육체에 기생하는 악령이라고, 네 입으로 직접 말했잖나.”
레녹이 말했다.
“평범한 공격보다 훨씬 더 잘 먹힐만한 방법을 알고 있었지.”
“마르, 티……!!”
화르르르륵!!!!
야차의 미간을 관통한 화염 창대 위로, 거대한 화염의 깃발이 펼쳐져 흩날린다.
레녹이 천번의 신분으로 첫 번째 관문에서 손에 넣은 의식병기 형혹성(熒惑星).
대상의 의식을 강제로 증폭시키는 전단의 무기를 꽂아, 야차의 영성을 강제로 자극했던 것.
“대장군을 공양하는 네 의식을 강제로 확장시키면, 필연적으로 공양의식에도 문제가 생기겠지.”
콰직!!
야차의 관자놀이에 꽂아 넣은 형혹성의 깃대를 비틀면서 레녹이 말했다.
“지금 당장 공양의식을 멈춰. 아니면 네 영혼을 이 자리에서 터트리겠다.”
레녹이 야차의 대화를 받아준 것은 그 목적을 듣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그가 공양의식을 바로 시작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동시에 공양의식의 구조를 파악하고 단 한 번에 의식을 집도하는 야차를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야차가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 인간의 육신이 필요하다면, 아더와 야차의 연결을 끊어놓는 것만으로도 타격이 있을 터.
“……미안, 하군.”
레녹을 바라보는 야차의 눈과 코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러넘쳤다.
아더의 육체와 야차의 영혼이 더 이상 연결되지 못하고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
“공양은, 이미…… 시작됐다…… 외신이 받아들인 이상, 그 주체는 내가, 아니라…….”
파앗!!!!!
그 순간, 레녹의 인지능력이 급격하게 확장되며 묘실 천장을 꿰뚫고 마경의 하늘을 투사했다.
하늘 저편에서 내려오는 불가해한 기척을 느끼자마자 시각을 초월해 의사권능이 강제로 발동.
오오오오오……!!!
자욱한 꽃안개로 가려져 흐릿한 마경의 하늘 저편에, 거대하고 공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너머에서 새카만 물거품 같은 것이 끊임없이 바글거리며 이쪽을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
세계에 강제로 구멍을 뚫고 바깥에서 안쪽을 엿보는 듯한 섬뜩하고 기괴한 풍경.
야차가 레녹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신이…… 곧 마경에 내려온다…….”
정처 없이, 공허하게 맴돌던 ‘시선’이 마경을 배회하다 한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저편에서 떠오르는 충혈된 물거품 같은 눈동자.
잔뜩 핏발선 눈이 아득한 시간과 거리를 넘어 레녹을 마주한 그 순간.
와작.
검은 구멍 너머에서 이쪽을 들여다보던 누군가가 움직이며 세계를 부수는 소리.
동시에 구멍 저편에서 튀어나온 검게 물든 손이 지상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