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315
약먹는 천재마법사 1315화(1315/1315)
약먹는 천재마법사 1315화
대장군의 영묘(13)
콰아아앙!!!!
[에반 마르티네스!!!!!]우레카 나이드리의 섬뜩한 전성이 닿기도 전에, 살기가 폭발하며 레녹이 뒤로 튕겨 나갔다.
인육의 제단 위에서 터져 나온 살기가 물질화되어 모든 것을 밀어내고 짓누르는 충격파.
불꽃을 터트려 최대한 속도를 죽였음에도 잔해물 사이에 연달아 처박히는 레녹의 신형.
쿠오오오오오-!!!!!!
인육의 제단 위에 기대앉은 채, 미친듯이 날뛰는 외신의 의지를 온 몸에 얹고도 미동조차 없는 초월자.
범람하는 검은 손이 그 육신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강제로 깃들어가는 와중에도 일체 반응이 없는.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엿보이는, 살기의 폭풍 속에 절어진 창백한 시체의 얼굴.
“쿨럭……!!”
하지만 마른 기침을 토해낸 레녹의 시선은 한순간도 대장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선택은 마쳤다. 결과는……?’
야차가 대장군의 사체를 외신에게 공양한 시점에서, 레녹이 직접 의식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해진 상황.
신녀가 외신의 의지를 대장군의 육신에 강신시키면 사도가 된 대장군이 깨어나 마경의 모든 것을 학살할 터.
그렇기에 대장군이 사도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레녹은 반대로 광성대장군 본인을 직접 깨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사도가 된 대장군을 상대할 것인지, 아니면 영묘의 타락에 먹힌 미친 대장군 본인을 상대할 것인지.
어느 쪽이든 대장군을 상대해야 한다면, 야차가 시작해 신녀가 이어받은 계획을 동시에 망가뜨리는 쪽으로 선회할 뿐.
‘대장군의 의념이 아직 영묘에 남아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그 정도 초월자라면 육체가 죽어도 의식이 쉽게 소멸하지는 않겠지.’
영묘 전역에 펼쳐진 대장군의 의념이 접근을 불허하는 왜곡역장이 되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장군의 의식을 강제로 자극해 각성시킨다면, 죽음을 매개 삼아 잠든 저 초월자를 깨울 수 있을 터.
그렇기에 레녹은 마지막 순간 의식병기 형혹성을 꺼내 들어 광성대장군을 직접 깨우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찢어죽여 주마. 이, 개자식이……!!]신녀 역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레녹을 찢어 죽일 것처럼 노려보면서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 터.
의식병기 형혹성을 꽂아 넣은 시점에서 잠들어 있던 대장군의 의식이 깨어나는 것은 필연.
그렇다면-
두근
멀리서, 심장 박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두근
묘실 벽면을 타고 푸른 혈관이 퍼져나가며 사방을 뒤덮었다.
두근
영묘 전역을 자신의 심장으로 삼은 것처럼 약동하는 강렬한 울림.
우우우우우우웅……!!!
인육의 제단 위에 기대 앉은 사체를 중심으로 일순간 모든 것이 중력을 거슬러 떠올랐다.
풀어헤친 흑발 아래로 가려진 대장군의 고개 숙인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 창백한 하관 아래쪽에서, 비쩍 마른 입술이 희미하게 달싹이고.
어마어마한 살의의 파동이 터져나와 우레카가 선포한 만신전의 성역을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큭……!!”
[빌어먹을-!!!]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왜곡시키는 의지의 척력.
모든 것을 밀어내고 배척하는 의지가 우레카의 성역을 덮고 밀어내며 강제로 벗겨낸다.
위상 만신전을 구축해 금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영묘 전역을 교단의 주구로 삼던 신녀의 술식을 무위로 돌리는 힘.
분노한 우레카가 손을 뻗으며 창백한 성광을 쏟아냈지만, 제단에서 터져나오는 파문은 미동조차 없이 흉험하게 날뛸 뿐.
오히려 다가오는 자극조차 각성을 위한 재료로 삼아, 굳어 있던 육신을 일깨우듯이 섬뜩한 기척이 일렁이고.
한발 늦게 그 섬뜩한 위화감을 눈치챈 우레카가 혀를 차며 손을 거둔 그 순간.
몰아치는 파동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그 안쪽의 풍경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화악!!!
“……!!”
인간의 손으로 재료 삼아 만들어진 기괴한 인육의 제단.
그 위에 떠받들어지듯이 기대앉아 있던 광성대장군이, 희미하게 눈을 뜨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혈관이 충혈되어 검게 물든 초점없는 눈동자. 눈꺼풀 사이로 혈관이 돋아나와 기괴하게 일그러진 섬뜩한 인상.
산발이 된 흑발의 긴 머리칼을 정리하지도 않고, 표정조차 없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공허한 모습.
아르스노바 제국 황성을 지키는 여섯 대장군 중 하나.
가장 잔혹한 정복자라 불리던 광성대장군이 오랜 시간을 넘어 마침내 깨어난 이 순간.
“하아, 하아……!!!”
신녀의 발아래 쓰러져 있던 아일렌이 숨을 헐떡이며 대장군을 올려다보았다.
석장을 뽑아 든 우레카조차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제단을 노려보던 찰나.
어마어마한 살기가 묘실 전역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아, 윽……!!!”
“허억……!!!”
“쿨럭, 우웨에엑!!!”
사제들이 숨을 들이키다 헛구역질을 하고, 제 목을 쥐며 바닥을 구른다.
호흡조차 허락하지 않고 몸을 짓누르며 폐부를 쥐어짜는 섬뜩한 압력.
의지가 곧 무게가 되고, 의념이 곧 질량이 되어 공간을 잡아먹는 듯한 초월성.
역대 승천자들을 마주했을 때나 느껴보았던, 상대방의 존재 자체에 짓눌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
하지만 레녹은 이전과는 달리 떨어지는 의념을 억지로 버텨내며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하……!”
지금 이 순간 저 초월자와 대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레녹이 승천자와 같은 시선에서 구도를 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극뢰마법을 손에 넣고 초월성의 편린을 잡은 시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곳은 언제나 더 위에 있다.
단순히 그들과 같은 시선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레녹이 원하는 것은, 위대한 승천자들조차 찾지 못한 다음을-
탁!!
힘겹게 중심을 잡고 몸을 일으켜세운 레녹이, 저 멀리서 멍하니 시선을 던지는 대장군을 올려다보았다.
‘계획대로 대장군을 깨우는데는 성공했어. 문제는 대장군이 현재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에 있다.’
대장군의 의식을 강제로 각성시켜, 그가 외신에게 몸을 빼앗겨 사도가 되는 것은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광성대장군 본인이 멀쩡한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대장군이 죽어 그 시체가 땅에 묻히고, 사천사화마경에 안치된 지 수십 년이 넘은 지금.
평생 동안 광증에 시달리던 잔혹한 도살자였으며, 사인조차 그 지병으로 인한 결과였다면.
그 육신의 뼛속까지 외해의 타락이 스며든 이상 대장군이 얼마나 더 망가져 있을지는 레녹도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사도가 되는 것보다도 더 타락해,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죽이는 괴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광성대장군에게 우리 모두는 영묘를 침범한 침입자로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 망가져 있지 않아도 먼저 공격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죽은 채로 깨어난 대장군을 이 자리에서 적으로 돌리게 된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레녹은 저만한 초월자가 외신에게 공양당해 신녀의 개가 되는 것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 대장군이 사도가 된다면, 그때부터 대장군은 신녀의 의지에 따라 교단의 편에서 대륙 전역을 학살하는 괴물이 될 터.
어느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든 대장군을 상대해야 한다면, 적어도 마경의 힘에 잠식당해 미쳐버린 대장군 본인을 상대하는 게 낫다.
만약 대장군에게서 도망쳐야 한다 하더라도, 사천사화마경을 벗어나기만 하면 대장군 본인이 따라올 일은 없을 터.
철컥!!
배열장치의 부품을 갈아끼운 레녹이 품 안에서 진통제를 한 다발 꺼내 씹어 삼켰다.
시가를 입에 무는 것과 동시에 깊게 빨아들이고, 폐부에 스며든 연기를 한계까지 내뱉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결전을 앞두고 최소한의 정비를 마친 레녹이 발을 옆으로 뻗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하, 빌어먹을……!!!]추기경의 육체를 그릇으로 삼아 강림한 신녀조차 석장을 든 채 대장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지금.
레녹과 신녀가 서로를 견제하며, 성역 사방에서 대열을 갖춘 교단의 군세가 대장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쿠오오오……!!!!
폭발할 것처럼 날카롭게 달아오른 분위기.
전장의 모든 이들이 광성대장군이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고심하며 경계하는 그 순간.
[에반, 마르티네스…….]흩날리는 살기 속에서 석장을 쥔 우레카가 이를 뿌득 갈며 레녹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소름끼치는 전성이 대장군에게 닿지 않을 정도로 차갑고도 은밀하게 들려왔다.
[감히, 대장군을 깨워 의식을 멈추려는 개수작을 부리다니…… 도저히 곱게 넘어가 줄 수가 없군.]“…….”
[그분께서 행하신 기적을 본녀가 다시 한번 현세에 행하려는데, 네깟 놈이 방해를 해? 신의 위상이 그리도 만만해 보였나?]우레카가 레녹을 향해 섬뜩한 속삭임을 연달아 흘려보냈다.
[저 괴물을 깨운다고 상황이 달라질 줄 알았다면 착각이야. 외신께서 굽어보시는 이상 난 얼마든지 다시 의식을 시작할 수 있어.]석장을 부서져라 움켜쥔 우레카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대장군이 미쳐날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네놈의 사지를 찢어주지. 네놈과 본단의 떨거지들이 죽고 난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의식을-]그 순간.
소름끼치는 침묵을 뚫고 광성대장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장이 깨어났다고 하여 자세를 낮추고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
“……!!!!!”
대장군의 행동에 맞춰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대장군은 뻣뻣하게 굳어버린 수천 명의 인간과 시체들을 뒤로하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묘실 천장을 뚫고 내리찍히는 외신의 증오 어린 원념의 파동.
그 아득한 바다의 어둠을 올려다보는 대장군의 검은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제국이 멸망하고 황성이 가라앉았는데 과거의 영광과 위명이 무슨 소용일까. 폐하께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셨구나.”
“말도 안 돼…… 설마……!!!!”
“위대한 긍지가 흐려지고 충의가 갈 곳을 잃었으니. 나는 빛바랜 약속이로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대장군이, 인육으로 이루어진 제단을 걸어 내려왔다.
대장군의 다리를 부여잡는 제단의 손길을 뿌리치고, 그의 존재를 옥죄이는 외신의 원념마저 무시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묘실의 지면에 내려선 흑발의 장군이 산발이 된 머리칼 사이로 시선을 내렸다.
“미래의 이방인들이여. 소장의 묘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럴 수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나 썩어 문드러지는 육체. 타락에 잠식되어 불어터지고 살점이 흘러내리는 갑주.
눈동자의 혈관이 터져 검게 응어리지고, 얼굴의 피부마저 녹아내리고 일그러진 더럽혀진 추태.
허리까지 자란 머리카락 끝까지 저주와 사념이 깊게 배어들어 망가지고 오염된 육신.
하지만 그럼에도 광성대장군의 의식은 미치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자리의 누구보다 정명한 의지를 갖춘 채 홀로 오롯이 서 있었을 뿐.
제국 황성에 충성하던 군인과 다른 장군들도 버티지 못했던 마경의 타락.
영묘를 지키는 긍지 높은 초인들조차 인육을 탐하는 괴물로 타락한 지옥에서, 대장군 하나만은 멀쩡히 남아 있던 것이다.
[어떻게…… 이딴 일이 가능한, 거지?]우레카가 뻣뻣하게 굳은 표정으로 제단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네놈 같은 초월자가 육체와 정신을, 보존하기란 불가능해……!! 마경의 힘에 잡아먹혔으면서……!! 어떻게 정신은 오염당하지 않은 거냐?!!]“나이드리의 이름을 이어받은 신도인가.”
대장군이 힐끗 시선을 돌렸다.
“구세주를 따르는 계시자는 제국에도 있었지. 소장이 영묘에 묻힌 사이 몇 번이나 그 얼굴이 바뀌었을지.”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고, 세월을 빗겨 간 절대자들만이 계속해서 구도를 논한다. 그렇기에 소장은 황성과는 다른 답을 추구하는 이들을 존중해 왔으나…….”
쿠구구구!!!!
마경 위로 활짝 열린 하늘 위에서 끈적이며 떨어지는 검은 손.
자신의 어깨와 팔뚝을 타고 흘러내리는 외신의 의지를 바라보던 대장군이 중얼거렸다.
“이 몸은 이미 폐하께 바친 것으로, 이제 와서 바다의 신들에게 넘길 수는 없겠구나.”
[하핫……!!!! 헛소리하지 마, 광성!!! 네놈이 무슨 신화 속의 영웅이라도 된다는 거냐……!!!]신녀가 한 손으로 석장을 강하게 움켜쥐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언제든지 다시 의식을 시작할 수 있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창백한 성광이 몰아치며 복잡한 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푸화악!!!!
그 순간, 마경의 하늘 위에서 내리찍히는 외신의 원념이 크게 뒤틀리며 요동쳤다.
공양의식을 통해 현세에 연결된 외신의 의지가 순간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기묘한 모습.
투웅!!
제단을 향해 떨어지던 외신의 힘이 빗나가는 것과 동시에, 마경의 하늘에 열린 균열이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야차와 신녀의 계획을 통해 시작된 공양의식이, 대장군이 깨어나 거부하는 순간 강제로 중단되며 닫혀가는 듯한.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것을 깨달은 외신들 중 누군가, 세계의 바깥에서 분노에 찬 포효를 터트렸다.
좁아지는 균열 너머로 바글거리는 눈동자를 들이밀고, 핏발선 눈으로 마경의 지상을 내려다본다.
의식을 방해한 존재를 지금이라도 찾아내려는 것처럼, 그 존재를 기억해두려는 것처럼 발작하는 격한 반응.
아마 저것이야말로 본래 이 세계의 필멸자들에게 저 바다의 신들이 내비치는 감상의 전부겠지.
레녹이 아닌 다른 모든 생명을 미물보다 못한 벌레로 깔아보고, 영원한 욕망과 충동에 지배당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지.”
하지만 대장군은 하늘에서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흉성을 들으면서도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소장의 존재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어깨 위에 얹혀 있던 긍지도, 무구 위에 올려놓은 책임도.”
“…….”
“이 비루한 육신조차 이제는 영묘에 묻혀 썩어가는 흙더미에 불과할 뿐. 하지만……”
쿠구구구……!!!!
대장군이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무너진 영묘 지하 전체가 덜덜 떨리면서 진동했다.
아주 무겁고 거대한 무언가가 마경의 지반을 관통하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감촉.
콰아아앙!!!!
묘실의 벽면이 박살 나며 황금빛의 반월도끼가 광성대장군의 손에 격렬하게 회전하며 틀어 잡혔다.
대장군의 고유무장, 위성분쇄자를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공간 전체가 밀려나며 으스러지는 환상.
“헉……!!”
“말도 안 돼…… 저건 시체야!!!”
“죽은 인간 따위가 어떻게-”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성역 사방을 둘러싼 교단의 군세가 막힌 숨을 토해낸 찰나.
위성분쇄자를 바닥에 늘어뜨린 대장군이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를 넘어 레녹의 앞에 내려섰다.
후욱!!
죽어서도 3미터가 넘는 창백한 거구. 집채만 한 도끼를 들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가벼운 신속.
레녹조차 감응력을 이용해 겨우 그 움직임을 읽었을 만큼, 그간 상대해 온 초월자와도 궤가 다른 운신.
순식간에 극한까지 가속하는 의식 너머에서 레녹이 이를 악물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반응, 해야-’
레녹은 바로 직전까지 대장군의 사체를 공양받던 외신과 교류하고 있던 존재.
만약 대장군이 잠든 채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가장 먼저 레녹을 노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대장군이 가장 먼저 레녹에게 손을 쓰려 한다면 레녹 역시 곧바로 맞대응해야 한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천 가지 생각. 그 사이에서 승산을 골라내 실행해 옮기려던 그 순간.
창백한 안색의 대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레녹의 옆을 스쳐지나 걸음을 옮겼다.
저벅.
“……!!!”
잔해물 사이에 서 있는 레녹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 도끼를 끌고 묘실 중앙을 걷는 거구의 무장.
허리 아래까지 자란 흑발이 대장군의 걸음에 맞춰 느릿하게 흔들리며, 타락하고 오염된 사기를 내뿜었다.
수천에 달하는 교단의 군세와 전함에 둘러싸인 채 걸음을 옮기는 대장군을, 레녹이 창백한 표정으로 돌아본 그 순간.
“원한도, 집착도, 미련도 없다.”
광성대장군의 공허한 시선이, 아일렌을 밟고 있는 신녀의 영체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허나…… 오랜 시간을 넘어 소장을 깨운 옛 인연만큼은 저버릴 수가 없군.”
[뭔 개소리를-]그 의미를 이해한 신녀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 미친 새끼가-!!!!!]후욱!!
대답은 없었다.
발작하듯 전성을 토해낸 우레카가 석장을 휘둘러 성광을 터트린 그 순간.
대장군의 도끼가 성광째로 신녀의 영육을 짓누르고 터트려 지평선 끝까지 베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