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18
약먹는 천재마법사 618화
엑스 마키나(5)
유물급 제작도구.
레녹이 그 이름을 언급한 순간, 나시사는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독특한 기능을 지닌 유물급 아티팩트는 구하기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입을 다문 나시사를 보며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마이스터급 장인이 굉장히 특수한 공정을 위해 사용하던 장비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 장인의 성격은?”
나시사가 무심코 물었다.
“이 아티팩트를 만든 장인은 어떤 성격이었을 것 같은지 말해봐.”
느닷없이 본론에서 벗어난 질문을 던지는 나시사의 말에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사람의 성격을 물건 하나만을 보고 추측하기에는 비약이 섞일 수밖에 없습니다만…….”
“상관없어.”
“…….”
왜 그런 걸 나시사가 궁금해 하는지 레녹은 알 수 없었지만, 펜던트를 통해 알아낸 추측을 전해주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레녹은 말없이 펜던트의 형상으로 돌아온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극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어째서지?”
“이 자동제작도구에 사용된 발상과 원리 자체가 그렇습니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펜던트를 내려놓았다.
“부품의 제작시기가 차이가 날 경우 드물게 발생하는 마력의 미시적인 입자변질. 그 원리 자체를 응용해 아티팩트로 만들려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질적이죠. 제가 본 아티팩트 중에서도 이런 사례는 굉장히 드뭅니다.”
“…….”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 정교함에 대한 강박. 그런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들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도착적인 성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군요.”
시간선에 다른 마력의 희미한 변질.
레녹조차 카이세의 회중시계를 연구하며 알게 된 원리일 만큼,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탐구하기 어렵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굳이 따지자면, 마력을 통해 시간의 개념에 접근하기 위한 고위계 술사들의 시행착오들 중 하나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개념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이 정도 크기의 아티팩트로 만들어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각자 다른 부품을 시간대가 다르게 제조하여 사용했다는 행적.
그리고 그 사실을 펜던트를 제작한 뒤에도 일절 남기지 않아 수리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펜던트에 남겨진 거의 모든 설계구조가 인격자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
레녹은 거기까지 말하고, 헛기침을 한 뒤 다시 적당히 말을 다듬었다.
“아마 누구보다 장인다운 면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그 순간,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던 마우저가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것이지.”
“마우저.”
나시사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입 조심해.”
“이제 와서?”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인 마우저가 말했다.
“그 펜던트. 다른 고객이 아니라, 그 여자가 직접 장인들에게 수리를 부탁했던 물건이다.”
“…….”
그제서야 나시사가 이 펜던트를 가지고 온 이유를 깨달은 레녹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다른 고객의 물건을 함부로 차용하여 레녹의 능력을 시험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리가.
그 용도와 책임소지 역시 나시사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본인의 소지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하지만 설마 나시사 본인이 레녹에게 펜던트를 맡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녀의 스승에 대해 레녹의 입으로 듣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마우저 역시 그 생각은 그리 다르지 않았는지, 술에서 완전히 깨어난 얼굴로 나시사를 비웃었다.
“흐흐흐, 평생 동안 그 괴팍한 노친네를 아버지처럼 모시더니, 그래도 다른 사람의 평가가 궁금하기는 했나 보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시사를 보며 마우저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영달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미치광이였어. 제자로 들어왔던 장인들조차 갈아서 버리는 소모품으로 생각했지.”
“…….”
“너도 공방을 물려받을 나이가 되었을 때는 알고 있었을 테지. 그걸 알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른 척해왔을 뿐이야. 그렇지 않나?”
싸늘한 침묵이 감도는 공방에서 레녹이 펜던트를 내려놓고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물었다.
“마우저 장인. 지금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스승을 공방에서 모셨다고 하지 않았나.”
마우저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한때 기계도시 최고의 대장장이로 숭상받으며, 화덕진군이라 불리는 노친네가 한 명 있었지.”
“…….”
“지금은 이미 진작에 세상을 떠나고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제자들은 여전히 기계도시 곳곳에 남아서 보란 듯이 위세를 떨치고 있거든.”
화덕진군. 말 그대로 기계도시 최고의 대장장이만이 그렇게 불리는 것이 가능할법한 거창한 이명.
마우저와 나시사 두 사람이 화덕진군의 제자로서 활동했고, 지금은 완전히 갈라진 상황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했다.
화덕진군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이는 나시사가, 정작 레녹에게 그가 만든 펜던트를 들고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까지.
하지만 레녹이 그 모순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나시사는 정신을 차린 듯 펜던트를 챙겨 들고 벌떡 일어섰다.
“……어디까지나 기준을 정하기 위한 평가의 일부였을 뿐이다.”
냉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나시사가 레녹을 힐끗 내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화덕진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외부인의 평가가, 내 생각보다 더 정확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군.”
“…….”
“이 도시에서 네게 새롭게 맡길 수 있을 법한 일이 하나 생각이 났다.”
그렇게 말하며 등을 휙 돌리고 거침없이 공방을 걸어 나가는 나시사의 모습.
레녹이 살짝 턱을 괸 채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물었다.
“그렇다면 공방 이전 위치가 결정이 된 겁니까?”
“…….”
나시사는 살짝 언짢은 듯한 기색으로 레녹을 돌아보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상급 공방지구에서 보지.”
끼익!!
직후 거침없이 공방을 나서는 나시사를 따라, 그녀를 호위하던 군인들이 발길을 돌렸다.
마우저가 그제서야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레녹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공방 안에 남아 있던 군인이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그 모습이 일전에 권총의 무게추를 만져주었던 군인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레녹이 살짝 고개를 기울인 순간.
“……당신은?”
“잘 해낼 줄 알았어요.”
씩 웃고는 손을 흔든 뒤, 서둘러 헬멧을 뒤집어쓴 뒤 대열을 따라가는 모습.
마우저가 어이없다는 듯 레녹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재주도 좋군. 마키나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아뇨, 저번에 공방을 방문했던 고객입니다.”
레녹이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애초에 장사를 한다는 사람이 손님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 않겠…….”
거기까지 말하고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말문이 턱 막힌 레녹의 모습에, 마우저가 마치 건수를 잡은 것처럼 술병을 레녹의 앞에 탁 내려놓았다.
“알았네, 알았어. 내 비록 이성과 교제해 본 지 이십 년이 넘긴 했지만, 술 한잔에 푸념을 들어주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도 아니야.”
푸근해진 얼굴로 작업대에 기대 주저앉은 마우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한번 밤새 그 여성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봄세.”
“아뇨, 그게 아니라…….”
군인 여성이 처음 이 공방을 찾아왔을때 레녹이 해주었던 조언은, 완전히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권총의 무게추를 의도적으로 새걸로 갈아치워 영점을 잡는 감각 자체를 망가뜨리는 일.
그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그녀의 곁에 있는 누군가 총알이 빗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직접 조언을 해주지 않았었나.
그런데 지금 그 군인이 경호하는 대상이, 하필이면 방금 레녹의 공방을 방문한 나시사라는 사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레녹은 마우저가 권하는 술잔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
“아무래도 다시 경고는 해줘야 할 것 같군요.”
“겨, 경고? 무슨 경고?”
“그들이 경호하는 대상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해준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다가는 큰 대가로 돌아오는 법.
레녹은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는 생각하에 일어날지도 모를 위험을 미련하게 흘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공방 벽에 걸린 외투를 집어든 레녹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나시사 장인이 위험해 빠진다면, 이런 공방지구 거리 한복판에 순시를 나온 바로 지금이 아니고서야-”
타앙!!
공방의 방음재를 뚫고 들어올 만큼 강렬한 총소리.
그제서야 레녹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마우저 역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작업대 위에 놓인 망치를 들고 허둥지둥 공방 밖으로 달려 나가는 마우저의 모습.
레녹 역시 곧바로 작업대 근처에 권총을 한 자루 챙겨 든 뒤 곧바로 그를 따라 달려나갔다.
“헉, 헉……!!”
어느새 총소리를 듣고 거리 한복판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살벌한 기세로 돌변한 채 한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 너머를 살핀 마우저의 안색이 쓰라리게 변했다.
“나, 나시사……!!”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나시사와, 그녀를 껴안고 같이 쓰러진 군인이 한 명.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앞에서 표독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는 또 다른 군인의 모습.
“다가오지마!!”
쓰러진 나시사와 군인을 향해 총을 겨눈 암살자가 다른 군인들을 보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이 두 사람.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거기서 다가오면 곧바로 나시사를 죽여 버릴……!!”
사태를 파악한 레녹이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자동사격 알고리즘 ver.5.0]레녹의 손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며 방아쇠를 당기고, 순식간에 발사된 세 발의 총알이 대열 사이를 파고들었다.
조준보정과 궤도수정, 관통특화를 비롯한 8종 이상의 사격보조마법이 담긴 탄환이 있을 수 없는 궤적으로 비틀려 암살자의 육신을 꿰뚫은 그 순간.
푸드득!!
암살자의 몸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그 안쪽에서 튀어나온 무언가 순식간에 거리 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 라이먼!!”
마우저가 화들짝 놀라 레녹을 돌아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녹이 곧바로 군인들의 앞에 섰다.
“부상자의 상태를 살필 테니 비켜주시지요.”
“…….”
군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레녹의 침착한 말과 기억에 있는 얼굴을 확인하고 천천히 길을 열어주었다.
레녹은 곧바로 나시사와, 그녀를 껴안고 쓰러진 군인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위험하군.’
간신히 숨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출혈만으로 쇼크사에 이르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레녹은 지체하지 않고 품 안에서 지혈제를 꺼내 바른 뒤, 두 사람의 목에 강제로 진통제를 주사해 넣었다.
‘억지로라도 감각을 마비시켜서 최대한 충격을 줄여야 해.’
아마 방금 레녹이 쏘아 제압한 군인이 나시사를 암살하려 했고, 그것을 눈치챈 또 다른 군인이 나시사를 껴안고 보호하려다 둘 다 당한 것이겠지.
나시사와 함께 의식을 잃은 군인이, 일전에 권총 정비를 맡겼던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본 레녹의 표정이 순간 차갑게 변했지만.
레녹은 이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얌전히 일어섰다.
이미 진작 소란이 저 멀리까지 닿았는지, 거리 저편에서부터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구급차의 모습.
간단하게 응급처리를 끝낸 레녹이 그제서야 자신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늦게 다가온 마우저가 땀을 뻘뻘흘리며 돌아오고 있었다.
“마우저, 일단 응급처치는 끝냈습니다. 그쪽은?”
“놓쳤어. 미친듯이 빠르더군.”
마우저가 고개를 저었다.
“집행관을 불러야겠어. 엑스 마키나의 위원을 상대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면 틀림없이…….”
“집행관을 부르고 나면 이미 늦을겁니다.”
레녹이 폭발한 암살자의 육신 뒤로 도망친 인영을 떠올리며 말했다.
“일이 질질 끌리기 전에 추적해야겠군요.”
“어떻게?”
마우저가 되물었다.
“아까 그 속도를 생각하면 진작 거리를 빠져나갔을걸세. 어쩌면 이미 장벽 부근에 도달했을지도……!!”
레녹은 더 이상 마우저의 말을 듣지 않고 벌떡 일어나 바로 옆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마우저가 쓰러진 나시사와 레녹을 번갈아 바라보다, 이내 이를 악물고 레녹을 따라 올라온 그 순간.
레녹이 품 안에서 길쭉한 라이플을 꺼내 들어 거치대를 펼치고 탄창을 밀어 넣었다.
그제서야 레녹의 생각을 깨달은 마우저가 입을 쩍 벌리고 더듬거렸다.
“미, 미쳤어. 거리 한복판에서 도망치는 암살자를 저격하겠다고?”
“이런 순간을 위해 총화기 개조를 거듭해 연구를 해온 것 아니었습니까.”
철컥!!
장전을 끝마치고 마력을 불어넣은 순간, 라이플의 형상이 그 자리에서 뒤집히듯 길쭉한 여우의 형상으로 변했다.
[적성탄환 인지부여 : 자동유도 추적지능 활성화]“상대는 도망치기 직전 거의 틀림없이 제 탄환을 허용했습니다.”
여우의 머리로 변한 라이플의 총구가 레녹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그 순간.
“한번 피격당했다면, 이 시점에서는 거의 무조건 뒤쫓을 수 있겠지요.”
명중에 성공한 마탄에 남아 있는 레녹의 잔여마력.
그 마력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를 다비의 연산능력으로 조정해서 3차원 좌표를 구현.
레녹의 공간마법을 이용해 매개체로 삼아 그 좌표를 거의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다.
[도약좌표 지정사격.] [전환.]레녹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그 몸이 한줄기 섬광이 되어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앗!!
눈앞이 새카맣게 암전되는 것과 동시에 좌표지정 직후 이뤄지는 공간전환.
하지만 레녹은 그렇게 암살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성공한 직후,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형체에 멈춰서고 말았다.
“…….”
레녹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암살자.
그의 앞에 거대한 이두팔비의 신상이, 압도적인 위압감을 뽐내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