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52
약먹는 천재마법사 652화
승천의 자격(2)
기계도시 전속 공방지구.
끝없이 솟아오른 거대한 공방탑의 끄트머리.
각 층이 공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 사방에 자리한 기계화병단의 지상 3군단.
하지만 단 한 사람을 향해 모든 포화를 집중하고도, 피와 살점이 으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으드드득!! 카각!!
나사와 못이 부러지고, 강철과 판금이 으스러지며, 합금이 찢겨나가는 소음.
그 사이로 번뜩이는 우레의 광채만이 기름을 불태우고 철을 녹이며 피 대신 흘러내릴 뿐.
[철갑보병 3열 앞으로 전진!!] [대공포대는 중장기병의 돌진을 보조해라!!] [장갑척탄병단 이동 중.] [은신기동 17소대 전멸……!!]콰아아앙!!
통신망 너머로 쉴 새 없이 바쁘게 울려 퍼지는 다채로운 음색.
하지만 정보전달을 반복하는 그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경탄과 두려움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괴물이……!!]투우웅!!
누군가 참지 못하고 중얼거린 그 말이 망 사이로 흘러든 그 순간.
반으로 쪼개진 전차가 철갑보병의 머리 위를 붕 날아 수십 미터 뒤편에 처박혔다.
퍼버버벙!!
착탄 지점에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 전차가 미친 듯이 대공포를 쏘아대던 포병들을 일시에 짓눌렀다.
공방탑을 둘러싼 포진 일부가 무너져내린 찰나의 허점.
직후 포위진 한복판에서 솟아오른 천둥벼락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대로 대형 한복판을 꿰뚫었다.
[사벽궁(蛇霹弓)]콰아아앙!!!
“아아아악!!”
화덕진군의 공방탑을 포위한 기계화병단 3군단은 전원이 신체를 기계로 개조하고, 외골격 파워슈트를 착용한 마력사용자.
마키나 군용장비의 화력은 저위계 화력술식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그 정도 화력을 대량으로 양산하여 통일하고, 질서와 대형을 갖추어 일사불란하게 퍼붓는 포격.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대치구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입을 다문 침묵 사이로 공간이 흐트러진다.
슈우우……!!
요란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먼지바람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마법사의 형상.
조용히 걸어 나와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 외견에는 이렇다 할 상처 하나 없다.
더러운 작업복을 걸친 채 지친 기색으로 서 있지만, 이 자리의 모두가 그 볼품없는 행색 이상의 것을 보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나풀거리는 작업복 사이로 저릿하게 솟아오르는 벼락줄기.
등 뒤에서 나찰의 형상처럼 피어올라 포효하는 강렬한 마력의 자태.
쿠오오오!!!
[이럴 수가…….]보이지 않음에도, 그 격차를 제대로 실감할 수 없는데도 모두가 직감한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저 남자는, 라이먼이라 알려진 장인이 아니다.
기계화병단 3군단과 정면에서 화력을 교환하고도 역으로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위계를 쌓아올린 마법사.
일대 공간의 마력을 입자 단위로 조작해 지배하는 대마법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우와아악!!!”
패닉에 빠진 중장기병이 레녹을 향해 악을 쓰며 무기를 휘둘렀다.
두꺼운 철갑 형태의 슈트 접합부 사이로 격렬한 증기를 내뿜으며, 압력을 줄이고 출력을 높여 근력 자체를 증폭.
들고 있던 거대한 할버드가 사방으로 갈라지며 부스트를 내뿜어 속도를 더한다.
쾅!!
중장기병 자신의 전력을 아득하게 상회하는 힘과 속도로 휘둘러진 급습.
무게만 수백㎏에 달하는 기병이 제 몸을 내던지듯이 휘두른 일극에, 일대 지축이 순간 흔들리는 착각이 일 정도.
하지만 그 충격조차 마법사에게 닿지 못하고, 그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힌 듯이 멈춰 섰다.
끼기기긱……!!
마법사의 코앞에서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뭉개져 내리는 할버드의 형상.
그 반동으로 중장기병의 팔뚝부터 어깨, 가슴팍까지 장착된 슈트 접합부가 파열되며 요란하게 피를 흩뿌렸다.
“끄하악!!”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는 중장기병의 모습을, 레녹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철컥!!
손에 쥐고 있던 새하얀 리볼버를 들어 올려, 그대로 기병의 헬멧 위에 겨눈다.
방아쇠를 당긴 순간, 새파란 마력이 혈관을 타고 흐르듯 새하얀 총신 위로 흘러 모여들고.
타앙!!
깔끔하게 중장기병의 헬멧을 터트려버렸다.
헬멧 안쪽 내용물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위력을 조정한 정밀사격.
“허억……!!”
박살 난 헬멧 안쪽에서 파리해진 안색의 남성이 레녹을 올려다보았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얼굴 곳곳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반점.
틀림없이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어딘가 기괴하게 일그러진 듯한 이목구비.
“인신공양을 통해 구세계의 기술력을 몸에 접합시켰군. 조정을 거치지 않아 반동이 꽤 심해 보여.”
레녹이 유심히 그 얼굴을 관찰하며 말했다.
“신진대사가 망가진 상황에서 슈트에 몸을 접합시켜 생명을 유지하고 있군. 기계화병단이란 이름값을 지나치게 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과다한 호르몬 투여로 신체 여러 곳이 불규칙하게 일그러진 상황.
생체기전과 신진대사는 망가진 지 오래고, 대부분의 기능을 파워슈트에 의존하고 있는 신세다.
사용자의 안전을 챙기기보다는, 구세계의 기술력을 무리하게 접목시키며 양산에 집중한 결과겠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자신이 어떤 기술을 통해 강해졌는지도 잘 모르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고개를 끄덕인 레녹이 리볼버의 탄창에 직접 탄환을 채워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네 몸을 그 무거운 슈트와 접합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을 갈아 넣었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겠지?”
“…….”
“모를 수가 없지. 애초에 그 지식과 사용법을 네 머리에 꽂아 넣으려면, 공양 과정에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아무리 호르몬을 과다하게 투여하더라도, 이미 성장이 끝난 육신이 이 정도로 변형되는 일은 흔치 않다.
인신공양에 직접 관여하며 자신의 영체까지 영향을 받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신체변형.
“귀도처럼 교리에 미친 광신도 정도는 되어야 공양의 부작용을 조정할 수 있는 거다.”
침묵하는 기병의 얼굴을 보며 레녹이 피식 웃었다.
“뭐, 그래도 기계화병단 전원이 헤르메스의 의지를 따르고 있다는 건 알겠군.”
철컥!!
리볼버 총구를 남자의 이마 위에 가져다 댄다.
“자, 잠깐……!!”
아직 식지 않은 총구의 열기에 이마 피부가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남자가 발악했다.
“나, 난 아니야!! 어디까지나 억지로……!!”
타앙!!
남자의 이마 위로 구멍이 뚫리는 것과 동시에, 그 뒤통수로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눈이 뒤집힌 채로 숨이 끊어진 시체를 넘어 걸어 나온 레녹이, 자신을 둘러싼 포위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켜. 길을 열어준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그 순간, 수십 대의 전차와 철갑보병 사이로 쩌렁쩌렁한 전성이 울려 퍼졌다.
전차들 위로 홀로그램의 형상이 되어 떠오른 거대한 얼굴의 모습. 3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 테르모어 신의 의념이다.
[귀관이 사용하는 장비와 마법의 형상을 대륙 공용 네트워크와 마탑의 데이터베이스에 조회를 요청했다.]“…….”
[새하얀 리볼버와 기괴할 정도로 강력한 전격마법. 모두 전과가 있는 마법사의 것이더군.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굳이 확인할 이유는 없겠지.]테르모어가 물었다.
[거대도시 발칸의 견뢰. 라이먼의 이름으로 마키나에 잠입한 이유가 무엇이냐. 사유에 따라서는 그 책임을 발칸 시의회에 따져 물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책임?”
레녹이 웃었다.
“거대도시 시의회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는군.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난동을 피우는데, 엑스 마키나 산하 초인들 말고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군.”
집행기관, 사이드스쿼드, 기계화병단.
레녹과 마이야가 기계도시 전역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는데도, 상대하고 있는 것은 평의회 직속으로 편성된 이 세 가지 무력조직뿐.
하지만 전투를 진행하며 극한까지 예민해진 레녹의 감각권 사이에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레녹과 헤르메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철저하게 상황을 관망하는 자들의 시선.
그 시선 너머로 느껴지는 힘은 대부분이 성위급 이상. 어쩌면 그 너머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기계도시 전체가 헤르메스의 계획에 따르는 것은 아니었나.”
레녹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마키나의 양지에 속한 초인들.
하지만 반대로 기계도시의 음지, 무인가지구에 기거하는 초인들 역시 작금의 사태를 인지하고 관망하고 있다.
기계도시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위계를 완성한 강자들, 혹은 이미 초월해 8레벨에 도달한 괴물들.
그들이 헤르메스의 의지에 찬동하기보다는, 역으로 기척을 감추고 돌아가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증거.
3군단장이 싸늘한 음색으로 레녹을 비웃었다.
[사이드스쿼드 기동대와 집행기관, 기계화병단의 지저 2군단과 보급 8군단이 근처에 도착해 있다. 부상을 입은 몸으로 네가 홀로 이 탑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나?]“…….”
[발칸 시의회에 대해 물은 것은, 네 행동에 거대도시의 의사가 개입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일 뿐……. 도시 간 전쟁의 우려가 없다면, 이 자리에서 미친 마법사를 토벌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쿠우웅!!
그 말과 동시에 공방탑을 둘러싼 기척과 마력의 압박이 한층 더 강력해진다.
3군단장의 말대로 화덕진군의 공방탑을 포위한 전력이 늘어나며, 일제히 레녹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이잉……!!
그리고, 전차 수백 대가 넘는 대열의 끝에서, 자신의 육신을 전차와 결합시킨 테르모어가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헤르메스 위원은 이번 일을 마키나를 위한 대계로 삼으려 한다. 문 너머에서 위대한 영을 불러내는 것은 그 시작에 불과할 뿐.”
철컥!!
포탄을 장전한 전차와 대공포대, 저격수와 철갑보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대열을 정비한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금속의 마찰음 사이로 3군단장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기계도시에 새롭게 자리한 승천자와 함께, 우리는 문의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리라.”
쿵, 쿵, 쿵, 쿵!!!
머리 위에서 비행선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조명을 비추고, 사방을 둘러싼 철갑보병이 회전하며 움직인다.
슈트를 입은 보병과 중장기병의 이동에 따라 강철의 흐름이 파도치듯 일렁였다.
와아아아악!!!
정면에서 핸드캐논과 샷건을 들고 달려드는 철갑보병들을 보며 레녹이 중얼거렸다.
“레이스 샷건, 군달 핸드캐논, 클레이 아머…… 보다 보면 하나씩 기억이 나는군.”
WORLD 2.0의 아이템과 장비들을 이 세계의 기술력과 조합해 만들어진 마키나의 장비들.
그 형상과 내력을 기억하면서도, 떠올릴 때마다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만다.
레녹이 게임으로 플레이했던 두 번째 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현실이었다는 사실에.
그가 느꼈던 즐거움이 끝내는 끔찍한 결말로 마무리되어, 그 찌꺼기만이 이렇게 남아있다는 현실이.
가벼이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종말의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조차 두렵다.
그리고 어쩌면, 레녹의 결말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머리 위에서 번뜩이는 수백 갈래 광채를 바라보며 레녹이 피식 웃었다.
“나는…….”
기계도시 마키나에 들어와, 문 너머에서 멸망의 기억을 엿보았던 그 순간까지가 번뜩이듯 스쳐 지나간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결말을 짓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세계의 결말에 대답을 내놓을 거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다를 거라고, 나는 다르다고 외치는 그 대답조차 끝내 말하지 못한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치지 못한 독백을 대신하듯 피어오른 뇌광이 레녹의 전신을 휘감고, 천지를 떨쳐 울리는 용오름이 되어 쏟아지는 포화를 받아냈다.
[백락(白落)] [역동(逆動)]콰아아앙!!!
새하얀 우레의 빛줄기가 거대한 뇌명성과 함께 거꾸로 솟아오른다.
3군단의 초인들 모두가 그 아름다운 광채에 시선이 쏠린 찰나.
[분뢰상천(分雷上踐)] [주광련(柱光聯)]백락의 뇌광이 폭발하더니, 그 자리에서 수천 갈래로 갈라져 번개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두두두두두!!!
손가락만 한 굵기의 뇌전이 층간 전체를 메우고 쉴 새 없이 내리찍힌다.
그 열기에 슈트가 망가지고, 전차의 포대가 비틀리며, 끌어올린 마력마저 녹아내렸다.
혼비백산하며 흩어지는 3군단의 보병들 사이를, 휘몰아치는 벼락의 창대가 꿰뚫었다.
[뇌광정(雷光井)] [관천(貫踐)]쩌어어엉!!!
폭발하는 뇌광 사이로 솟아오른 마법사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군단의 대열 사이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대공포를 쏴라, 저 괴물을 막아!!”
“중장기병은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쏟아지는 번개의 비와 대공포화 속에서 전진하는 레녹의 신형을, 육중한 슈트를 입은 거인들이 일제히 막아선다.
개개인이 움직이는 전차 수준으로 무게와 체급을 개조한 개조장갑병.
오인사격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불을 뿜는 전차의 지원사격까지.
“죽여!!!”
“죽어어어!!!”
등 뒤에서는 척탄병이 쉴 새 없이 폭약을 투사하고, 몰아치는 화염의 파도 사이로 마력을 덧댄 군인들이 달려든다.
하지만 그런 화력과 살의의 해일 사이로 차가운 마력이 번뜩인 순간, 길을 막고 선 모든 생명과 금속들이 조각나 으깨졌다.
전격계열 고유마법
이중영창
[괴벽붕성(怪霹崩聲)] [섭색비전(燮色飛電)]소리처럼 파문을 그리며 뇌명성이 퍼져 나가고, 그 마력이 물질과 맞닿은 순간 색채를 통째로 반전시켜 파괴한다.
뚜두두두둑!!!
“아아아아악!! 몸이, 몸이……!!”
신경계를 파괴하고 좀먹는 뇌전에 정면으로 노출된 정예병들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지면에 고정장치를 박아넣고 대열을 지키던 전차가 지면째로 가라앉아 망가진다.
피와 강철, 기름이 으깨져 비산하고 물들어가는 전장을 갈아마시듯이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스쳐 질주했다.
카가가가각!!
가로막는 전차부대와 공병, 포대를 천둥벼락으로 녹이고 짓누른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철갑보병을 상대로는 충전식 샷건을 난사하며 충격파를 터트리고.
발 밑으로 몰아치는 화염은 염열마법으로 그러모아 부풀리며 쉴 새 없이 피와 철을 녹이고 증발시켰다.
으드드드득!!!
레녹이 앞으로 전진할때마다 굉음과 파쇄음이 걸음 소리를 대신한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후회섞인 절규가 마력의 회전음 사이로 섞여들었다.
상대가 어떤 수준의 장비를 갖추었던, 어떤 위계에 도달한 초인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콰드드득!!
코앞에서 마주친 순간 충전식 샷건을 한 발 갈기고 시작.
전차조차 관통하는 집중사격을 호흡 한번에 준비해 격발하고, 허공에서 집약된 마력이 뇌전이 되어 강하한다.
발 밑에서 회오리친 홍염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솟아오르며, 자색의 사슬이 대공포와 전차를 잡아뜯고 분해했다.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군단 전체를 갈아버리는 마법사의 압도적인 무력.
후방에서 작전 지휘를 위해 상황을 지켜보던 참모들이 그 처절한 풍경에 토악질을 해댔다.
“우웨엑……!!”
“이건 미쳤어!!”
“후퇴해야합니다, 지금 당장……!!”
“다른 군단과 합류해야 합니다, 군단장님…… 이대로는 저희 모두가……!!”
거대도시의 견뢰.
전투와 피에 미친 마법사로, 그 잔혹함이 지나간 전장마다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광인.
그러한 존재가 지금까지 라이먼이라는 신분으로 위장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잠시 잊고 있었다.
그 정도로 흉악한 유명세를 쌓아올렸을만큼 무수한 전투를 지나쳐왔으면서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대마법사.
주체할 수 없는 광기와 잔혹함을, 그 재능이 진작에 뛰어넘었기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여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숫자로 찍어누른다고, 머릿수로 압도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여기 모인 3군단 모두를 통틀어서 합해도 비견될 수 없는 재능과 그를 뛰어넘는 무수한 전투경험.
재능과 경험, 시간을 헤아릴 수 없이 쌓아 올린 끝에 탄생한, 살아 움직이는 전략병기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