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118
118. 캐스팅은 내 마음대로. (2).
사무실 근처의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은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했다.
“그보다 캐스팅은 잘 되셨나요?”
“뭐…. 일단은 다들 해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 다행이야. 그런데 다음부터는 좀 캐스팅을 바꾸어보려고.”
“매번 똑같은 배우만 나오는 것 같아서요?”
이유진은 단번에 김시우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지. 아무래도 배역이 달라도 얼굴이 같으면 좀 질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긴 하죠….”
“아! 그리고 혹시 아역배우들 리스트는 정리됐어?”
“네. 보내드릴까요?”
“어, 조만간 오디션 좀 보려고.”
“그럼, 리스트랑 스튜디오도 예약해둘게요.”
자신이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잘 맞춰주는 이유진을 보며 편한 마음이 드는 김시우였다.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고, 김시우가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먹으려는 순간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어? 왜?”
“사진 좀 찍을게요.”
“아…. 어.”
이유진은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찍은 뒤 김시우에게 자세를 잡아보라고 하고선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다 됐어요. 이제 드셔도 돼요.”
“어…. 그래.”
김시우는 얼떨떨해하며 다시 포크를 들어 파스타를 먹었다.
식사를 하며 이유진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박세용에게 새로운 연출 방법을 배울 생각에 신이 나 있었고, 김시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열심히 배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중에 우리 제작사 만들까? 어떻게 생각해?”
“저는 좋아요!”
“기획사는?”
“좋아요. 그런데 지금 시우 필름에 소속되어 있는 배우들만 해도 중소 기획사보다는 훨씬 잘나가는걸요?”
“그런가?”
“뭐…. 다 작가님 덕분이긴 한데. 그리고 시우 필름 소속은 아니어도 부르면 달려오는 배우들도 다 유명한 배우들이잖아요. 조금 생태계 파괴 같은 느낌이긴 해요.”
“쩝….”
생태계 파괴라는 말에 김시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나중에 시우 필름 너튜브로 미리 연습시키고 영화나 드라마로 데뷔시키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나랑 같은 생각이네. 그러면 적어도 연기하면서 굶을 일은 없을 테니까.”
이유진은 김시우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수줍어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이후 식사를 마친 뒤 이유진을 데려다준 김시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을 보며 의아해했다.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이렇게 전화하는 거야?”
김시우는 집으로 향하는 길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여러 명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영 누나, 세연 씨, 수연이?”
무려 세 명에게 여러 번 전화가 온 것을 본 김시우는 일단 정세연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세연 씨. 무슨 일이에요?”
-아니, 지금 뭐 해요?
“네? 집에 가는 중인데요?”
-아…. 혹시 유진이랑 같이 밥 먹었어요?
“네?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뚜…. 뚜…. 뚜….
정세연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김시우는 당황하며 심지영과 홍수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화를 끊은 이후 별 이야기가 없기에 김시우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그들이 사무실로 찾아오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지나고 사무실에 도착한 김시우는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의 사무실을 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작가님.”
“어.”
“안쪽에 심지영 배우님 오셨어요.”
“어? 왜?”
“그건 저도 잘….”
“일단 알겠어요.”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에 심지영이 찾아온 것이었다.
“누나,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긴. 대본 받으러 왔지.”
“네? 아니, 어차피 가져다줄 텐데 뭐 하러….”
“됐고, 일단 앉아봐 도시락 싸 왔으니까.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
“네? 아…. 네.”
심지영은 도시락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잠깐!”
김시우가 도시락 뚜껑을 열고 먹으려는 찰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사진 찍으시게요?”
“응.”
순간 김시우는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뭐지? 어제랑 똑같은데?’
심지영은 도시락 사진을 찍은 뒤 이유진과 마찬가지로 김시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됐어. 먹어도 돼.”
“아….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심지영은 일정이 있다며 빠르게 사라졌다.
“뭐야? 그냥 밥 먹으러 온 건가?”
하지만 점심시간에 맞춰 정세연이 온 것을 보고 그녀들이 자신을 만나러 오는 게 그저 밥을 같이 먹고 싶어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이번 사건의 원인은 어제 이유진과 같이 밥을 먹었던 것에 있는 게 확실했다.
“자…. 사진 찍으시죠.”
“아! 네.”
김시우의 입에서 먼저 사진을 찍자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지 정세연은 당황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자 김치.”
정세연은 어느새 김시우의 옆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사진을 찍었다.
“이제 먹어도 되죠?”
“네!”
점심 식사가 끝나자 정세연도 마치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정이 있다고 사라졌다.
“설마…. 저녁에는 홍수연?”
김시우의 예상은 정확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니 그곳에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홍수연이 있었다.
“왔니? 얼른 손 씻고 오렴. 오늘 저녁은 한우니까.”
“네.”
김시우는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
“수연아, 그런데 말도 없이 우리 집에는 웬일이야?”
“어머니께 물어보니까 놀러 오라고 하셔서요.”
“그래! 집에 좀 놀러 오면 어떠니! 딸 생긴 것 같고 좋구만. 어휴…. 우리 집은 남자만 있어서 집이 아주 삭막해 죽겠어. 그러니 언제든 오고 싶으면 오렴.”
“네, 어머니.”
김시우의 어머니는 홍수연을 귀여워했다.
아들만 둘.
아버지까지 남자만 총 3명.
그런 삭막한 집에서 애교도 부리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홍수연의 위치는 꽤 높았다.
거기에다 돈도 잘 벌고 예쁘기까지 하니 며느릿감으로 100점이었다.
“어째 아들인 나보다 수연이를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아니, 사실이야. 엄마는 우리 아들도 좋지만, 지금은 수연이가 더 마음에 드는걸? 어때 수연아. 우리집 며느리 하지 않을래?”
결국 며느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홍수연의 입은 찢어질 듯 위로 올라갔다.
“헤헤. 저야 좋긴 하지만…. 시우 오빠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아이고…. 아무리 우리 아들이 잘나긴 했지만, 수연이만큼은 아니지.”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 홍수연은 자신의 매력을 보였고, 김시우의 어머니는 그 어필에 홀딱 넘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도 그런 홍수연의 애교가 싫진 않은지 딱히 별말씀은 없었지만, 김시우와 홍수연을 번갈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역시 사진은 빠질 수가 없었다.
다만 홍수연은 음식과 김시우뿐만 아니라 부모님과도 사진을 함께 찍었다.
그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고 김시우는 더 바쁜 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
투자처와 미팅이 잡혀있는 김시우는 이해수, 이유진과 함께 이동했다.
2일간의 미팅 끝에 나온 결과는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였다.
같은 대기업에 비슷한 조건.
이유진과 이해수조차 별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흐음….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PPL이랑 배우들 광고 많이 주는 쪽으로 하자.”
“네?”
“뭐 돈도 많이 벌고 좋잖아. 가능하면 광고에 신인 배우도 같이 끼워주고.”
“일단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차 미팅이 끝나고 이유진이 김시우가 한 이야기를 전달하자 상대 쪽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보통 영화 속 PPL은 드라마처럼 대놓고 나오는 편은 아니었다.
잘못하면 영화의 몰입을 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몰입을 깨지 않고 적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에 받을 수 있는 PPL에도 한계가 있었다.
며칠 뒤 각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PPL과 광고를 가지고 온 이유진의 얼굴엔 미소가 얹혀 있었다.
“그래서 어떤 거 들어왔어?”
“일단 PPL은 치킨, 스마트폰, 한복 등이 들어왔고요. 광고는 치킨부터 자사 제품까지 다양하게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그럼 제일 많이 걸린 쪽으로 계약한다고 전해줘. 그 계약서는 이해수 변호사님한테 연락해서 받으면 되고.”
“네, 작가님.”
배우들의 광고와 스태프들의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기는 김시우였다.
투자사와 배급사 계약이 끝나고 다음 스케줄은 제작팀을 만들거나 제작사와 계약을 해야 했다.
사실 찾아온 제작사들이 있었으나, ‘무쌍 조선’의 감독을 맡기로 한 박세용이 속한 제작사가 있기에 그곳에 맡기기로 했다.
덤으로 시우 필름의 스태프들 일부도 현장에서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했고, 특히 이유진은 박세용에게 연출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준비도 다 끝났으니, 이제 주인공이랑 아역배우 만나러 갈 준비를 해야겠네.”
아역배우는 오디션으로.
주인공은 직접 만나러 가기로 했다.
‘무쌍 조선’의 주인공으로 결정한 최승용.
충무로에서부터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엄청난 배우였다.
김시우가 등장하기 전 천만 영화를 달성한 배우이기도 했으며, 코미디, 서스펜스, 액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배우였다.
이번 ‘무쌍 조선’의 주인공도 어느 정도 코미디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승용이 제격이었다.
진지한 모습과 웃긴 모습.
여러 가지 모습을 단시간에 녹여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렇게 회사를 통해 약속을 잡은 뒤 최승용의 소속사 회의실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김시우가 생각한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스크린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조금 더 말랐고, 훤칠했으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오히려 김시우는 최승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그에게 이런저런 분장과 옷을 대입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시우입니다.”
“배우 최승용입니다.”
“이야기는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무쌍 조선’의 주인공으로 최승용 배우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김시우는 최승용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들고 온 서류를 건넸다.
그 서류엔 같이 촬영할 배우, 촬영 일정, 투자 금액, 광고, PPL, 감독과 제작사가 쓰여있었다.
“최승용 배우님이 원하시면 원하는 광고도 촬영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혹시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제 후배 한 명만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정필규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참 연기를 잘하거든요. 오디션을 봐도 좋으니 비어있는 조연 자리에 기회를 한 번만 주실 수 없을까요? 제 출연료를 줄여도 상관없고, 광고를 다른 분한테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많이 아끼시는 후배분인가 보네요.”
“예…. 충무로 시절부터 함께하던 후배입니다. 건설 일용직에 나가면서도 연기를 할 정도로 열정도 넘치는 후배였는데, 저와 다르게 잘 안 풀리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또 최근에는 아이가 생겼다고 이제 연기를 그만둔다고 하는 게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워서….”
“좋습니다. 프로필 보내주세요. 확인하고 간단한 오디션을 좀 보겠습니다. 최승용 배우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연기력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김시우의 말에 최승용이 잠깐 자리를 비운 뒤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후배 배우, 정필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정필규. 지금 내가 문자 보내줄 테니까. 당장 거기로 네 프로필 보내. 당장!”
-어? 프로필? 프로필은 왜?
“오디션 봐야 하니까. 얼른 보내기나 해. 진짜 이런 기회 흔치 않아. 진짜 형 한 번만 믿어라.”
-어…. 어, 알겠어. 형, 고마워.
정필규는 얼떨떨하게 최승용이 보낸 메일로 자신의 프로필을 보냈다.
한편, 최승용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게 김시우는 오히려 좋았다.
새로운 배우가 필요했었는데, 최승용이 보장하는 연기력을 가진 새로운 배우를 얻음은 물론 최승용에게 빚을 하나 만들어 둔 셈이었다.
‘나만 이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