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139
139. 이별은 창작의 어머니. (3).
김시우는 집이 아닌 시우 필름의 사무실로 먼저 향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이 봤다간 좋지 않은 소리만 듣고 쫓겨날 게 분명했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사무실에서 키워야겠네….”
오랜만에 시우 필름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아직 퇴근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반응을 보여주며 김시우를 반겨주었다.
특히 이유진은 그동안 걱정이 컸던 만큼 김시우를 격하게 반겼다.
“오셨어요?”
“많이 힘들었나 보네….”
“작가님이야말로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위었어요. 밥은 잘 챙겨 드시고 있는 거예요?”
“뭐…하루에 한 끼는 먹었어.”
“아니, 사람이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어떻게 해요. 가뜩이나 작가님 원래 하루에 세 끼 꼬박꼬박 드시면서.”
생각보다 격한 잔소리에 김시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손에 든 건 뭔가요?”
“얘? 고양이.”
“고양이요?”
고양이라는 말에 이유진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제 주웠어.”
“그런데 얘 상태가 왜 이래요? 어디 아파요?”
“아니, 건강하대. 지금은 중성화 수술해서 이런 거고.”
“아….”
중성화 수술이라는 말에 유독 남자들이 불쌍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지유야?”
“네, 작가님.”
“변호사는 알아봤어?”
“네. 지금 리스트 정리 다 됐습니다~.”
“그럼 인쇄해서 내 방에 가져다 줘.”
“넵!”
“유진아 얘기는 방에서 마저하자.”
김시우는 이유진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고, 집무실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무려 45일 동안 방치됐으면 먼지가 쌓일 법도 했으나 책상엔 먼지 한 톨 없었다.
“방이 깨끗하네?”
“제가 청소했어요.”
“고마워.”
“아니에요….”
그동안 자신의 집무실을 청소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유진이었다.
이후 자리에 앉은 김시우는 컴퓨터를 켠 뒤 이해수를 가까이 불렀다.
“집에 있는 동안 새로 작품을 만들어 봤는데 한번 볼래?”
“아…그래서 변호사를….”
“뭐, 해수랑은 아직 얼굴 보기가 껄끄러워서….”
김시우는 공과 사를 철저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창피한지 조금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유진은 확실하게 김시우가 이해수와 이별했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그럼 작품 파일 보내주시면 제 자리에서 볼게요.”
“그래, 그럼 보내줄게.”
“그보다 저 고양이는 앞으로 사무실에서 키우는 건가요?”
“아니. 집 구하기 전까지만 일단 사무실에서 데리고 있으려고. 우리 부모님은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
이후 김시우와 이유진은 한 달 반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중간에 황지유가 들어와 변호사 리스트가 적힌 파일을 들고 들어와 건네주고 나갔다.
변호사 리스트는 생각보다 자세했다.
과거 그들이 어떤 작품을 맡았고,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감독이나 작가들이 적혀 있었다.
“역시 인맥이 좋긴 좋은가 보다….”
하루 만에 이 정도의 자료를 모아 정리한 황지유의 능력이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냥 대본은 내 컴퓨터로 봐. 나는 이것 좀 읽을게.”
“아…네.”
이유진이 한쪽에서 대본을 읽는 사이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변호사 목록을 추려갔다.
변호사 목록 정리가 끝났을 때, 이유진은 아직 대본을 읽고 있었다.
김시우는 이유진에게 잠시 나갔다 온다며 고양이를 부탁했고, 밖으로 나온 김시우는 근처 반려동물 용품 마트에서 사료와 밥그릇, 물그릇, 간식, 장난감, 배변 모래 등등 여러 가지를 산 뒤 집무실에 놓았다.
“유진아.”
“네, 작가님.”
“뭐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네. 뭔데요?”
“내일 변호사 만나러 가는 사이 고양이 좀 부탁해도 될까?”
“아! 네.”
그때까지만 해도 이유진은 김시우가 데려온 고양이가 사람을 잘 따르는 줄 알았다.
김시우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김시우에게 한없이 애정표현하는 것을 보고선….
“그냥 밖에 나가지 않게 밥이랑 물만 좀 챙겨줘.”
“네, 걱정 마세요.”
김시우는 이유진이 대본을 다 읽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가자. 태워다 줄게.”
“고양이는 그냥 여기다 둬도 되나요?”
“쟤? 길에서도 잘 살던 고양이인데 이 정도면 스위트 룸이지. 맞지? 나 내일 아침에 올 테니까 여기서 자고 있어.”
“냐~.”
“봐봐.”
고양이가 대답하는 모습에 이유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천재인가요?”
“그럴걸? 대답은 잘하던데? 알아듣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시우의 말에 이유진은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는 스스로 켄넬에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
그 모습을 본 이유진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고양이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
다음날 김시우는 자신이 표시해 둔 변호사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고양이는 사람들한테 말해 두었으니까 잘 챙겨주겠지.”
아침에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한 김시우는 고양이의 걱정은 잠시 뒤로한 채 변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고른 5명의 변호사를 모두 만난 김시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역시 정보가 다 정확한 건 아니네….”
김시우는 직접 변호사들을 만나보니 조사된 내용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독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변호사는 자신에게 흠뻑 취해 자기 자랑하기 바쁜 사람이었고, 실력이 좋다는 변호사는 성격이 한없이 더러웠다.
그 이외에도 김시우가 고른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휴…일단 오늘은 집부터 알아보자.”
김시우는 변호사를 알아보는 것을 멈추고 부동산 중개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곳은 시우 필름 사무실과 홍수연의 집을 구한 사무실이었다.
“아! 전에 오셨던 사장님이시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필요하신 매물이 어떻게 되실까요?”
“집 좀 구하려구요.”
“가격이랑 평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호하는 종류가 있으실까요?”
의자에 앉은 김시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가격은 상관없구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울 거라 동물 키워도 되는 집으로요. 그리고 혼자 살 거예요.”
“전원주택은 어떠십니까?”
“관리하기 너무 귀찮지 않을까요? 제가 귀찮은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흐음…그런가요? 하긴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선호하긴 하죠. 그래도 이번에 괜찮은 매물이 나온지라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음….”
부동산 주인의 추천이라 갑자기 고민이 되는 김시우였다.
“볼 수는 있을까요?”
“그럼요. 일단 사진 먼저 보여드릴까요?”
“아…네.”
김시우는 부동산 주인이 가져온 사진을 보았고, 부동산 주인은 옆에서 집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한남동에서 며칠 전에 나온 매물인데 외국 유명 건축가 부부가 살려고 지었다가 무슨 일인지 급하게 내놓더라구요.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던데…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아마 조금 있으면 팔릴 거 같기도 합니다. 워낙 건물을 잘 지어놓아서요. 사이즈는 대지 200평 정도에 건물 140평 정도입니다. 주변 이웃들도 무난하구요.”
“확실히…엄청 좋아 보이네요.”
김시우는 사진만 보아도 엄청 좋아 보이는 집에 점점 고민이 깊어졌다.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100억 조금 넘습니다.”
100억.
작가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집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의 통장엔 100억이 훨씬 넘는 돈이 들어있었다.
확실히 건축가 부부가 직접 지어서 그런지 손 볼 곳도 없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할 필요도 없었고, 마당에서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김시우의 생각대로 관리가 문제였다.
5평도 안 되는 자신의 방을 치우는 것도 귀찮은데 140평을 치우려면 온종일 청소만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관리하기엔 좀 크죠? 아무래도 4인 가족이 살던 집이라….”
“그렇긴 하네요…일단 다른 매물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럼요.”
부동산 주인은 김시우에게 여러 가지 매물을 추천해 주었다.
김시우는 매물들의 사진을 보았지만, 머릿속에선 처음 본 전원주택이 계속 맴돌았다.
“하아…맨 처음에 봤던 전원주택 실제로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네.”
부동산 주인은 김시우의 말에 이런저런 서류가 담긴 서류가방을 챙겼다.
“차는 제 차로 가시죠.”
“그럴까요? 하하….”
잠시 후 차를 타고 한남동의 한 전원주택에 도착한 김시우는 고개를 들어 집을 바라보았다.
“실제로 보니까 더 좋아 보이네요….”
“제가 다 추천드리는 이유가 있죠. 그럼 안쪽도 보러 가시죠.”
“네.”
건물 안으로 들어간 김시우는 꼼꼼하게 건물을 살폈다.
마치 흠이라도 찾아서 집을 사지 않으려는 듯이.
하지만 건물 내부를 둘러볼수록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여기서 일을 하면 확실히 더 잘될 거 같긴 하네요.”
“건축가 부부가 아이들은 햇빛을 봐야 한다면서 채광에도 엄청나게 신경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부가 사용하던 가전제품들은 다 두고 간다고 해서 따로 살 물건도 적습니다.”
“….”
잠깐의 정적이 있은 뒤 김시우는 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00억은 큰 지출이었지만, 평생 살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곳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계약하시죠.”
“아…네. 네?”
갑자기 계약하자는 말에 부동산 주인도 화들짝 놀랐다.
“100억 바로 드린다고 주인 분께 전해주세요.”
“아…알겠습니다.”
부동산 주인은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얼마 뒤 조금 후련한 얼굴로 김시우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당장 계약하자고 하시네요. 부동산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가시죠.”
김시우는 집에서 나와 다시 부동산 중개 사무실로 향했다.
다시 도착한 부동산 중개 사무실 앞에는 금발 벽안을 가진 외국인 남자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콜린 씨. 들어가시죠.”
“안녕하세요. 미스터 박.”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콜린은 김시우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콜린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시우라고 합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잠깐의 눈빛교환 이후 콜린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뭐 하나만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네, 물어보세요.”
“그…직업이 어떻게 되시는지….”
“저요? 아…작가입니다. 대본 쓰는 작가.”
“오~작가님. 설마 그 김시우 작가님 본인이십니까?”
“아마도 그럴걸요? 저랑 같은 이름을 가진 작가는 본 적이 없어서요….”
김시우는 콜린의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마치 콜린이 자신을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김시우는 자신이 이쪽 업계.
그것도 한국 사람들에게만 유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외국인이 알아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딸 아이가 김시우 작가님 팬입니다.”
“네? 제 팬이요?”
“예. 저희 딸이 배우가 꿈이거든요. 언젠간 작가님 영화에 나오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사인 한 장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딱히 사인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데…그냥 명함을 드릴까요?”
“오…쉣~!”
콜린은 꽤 격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럼 저도 명함을 드리겠습니다.”
명함에는 콜린의 풀네임과 직업, 전화번호, 이메일 등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명함을 교환한 뒤 계약서를 작성했고, 거래를 순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중에 건물 지을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하하…감사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든 김시우는 일정을 마치고 고양이를 보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많이 피곤해 보이는 시우 필름의 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작가님…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