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37
37. 최연소 천만 작가의 변덕. (3).
박사원과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온갖 아이디어를 합치고 잘라내고를 반복해 김시우의 아이디어와 매우 흡사하지만 조금 다른 기획서가 완성되었다.
어차피 이 아이디어로 뽑아낼 수 있는 콘텐츠는 한정되어 있어서 기획서 없이 프로그램만 보면 표절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변하는 건 없겠지.
뭐, 김동수나 김시우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지만.
기획서를 읽어본 최대호는 아주 흡족한 듯 바로 회사 소속의 너튜버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너튜버의 눈에도 흡족한 기획서였는지, 바로 답장이 왔다.
“좋아, 박사원. 너튜버한테도 좋은 반응이야. 이번에 잘 만들어봐. 자네도 슬슬 승진해야지.”
“네! 감사합니다. 다 팀장님 덕분입니다.”
“아니야, 박사원이 다했지.”
최대호의 상냥한 말투에 회사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 까칠하기 그지없는 최대호가 부하직원을 격려해준다니···. 입사 이래 처음으로 보는 일이었다..
“그럼, 다들 박사원을 본받아서 열심히 하자고.”
최대호가 박사원의 어깨를 두드리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 열심히 하자고. 열심히.”
이후 `돼지컬 100`은 대본과 촬영장, 출연자를 빠르게 섭외하며 빠르게 제작에 들어갔다.
2주라는 시간이 지나고 홍보 영상이 올라가자 사람들의 기대감과 동시에 최대호의 기분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제 어떻게 반응 할거지?”
최대호는 김시우와 김동수의 반응만을 기다렸다.
지이이잉.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호의 예상대로 김동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야!!!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스마트폰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격분한 목소리였다.
“친구? 누가? 내가?”
하지만 최대호는 이런 반응을 기다려왔기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러면 김시우 작가 얼굴을 내가 어떻게 봐.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
-뭐?
“내가 한 게 아닌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고! 누군 소리 못 질러서 안 지르는 줄 알아? 어! 아무튼 그 얘기라면 나는 더 할 얘기 없으니까 할 말 있으면 회사 통해서 하든지 알아서 해.”
뚝···.
“푸하하하하하!”
통화를 끊은 최대호는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의 행동이 더 큰 일로 돌아올 줄도 모른 채 말이다.
***
이 상황을 모른 채 일식집에 도착한 김시우와 이해수 변호사였다.
“사장님 스페셜 초밥 3인분 주세요.”
“네!”
자리에 앉은 이해수는 피곤한 듯 동그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적거렸다.
“원래 그렇게 일이 많으신 건가요?”
“네···. 뭐 저도 나름 사정이란 게 있어서요.”
“그렇군요.”
“아무튼 어제 살펴보았는데, 실질적으로 막는 방법은 없어요.”
이해수는 확실하게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공론화는···.”
“오히려 역풍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심지어 작가님 기획서랑 다 똑같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르겠죠.”
이해수는 그동안 비슷한 사례와 판례를 이야기해 주며, 아무리 1,000만 영화작가라고 해도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너튜브 계에선 그들이 천만 배우고, 작가고, 감독이라 아마 공론화를 해도 지금 작가님 편은 없을 거예요. 악플만 엄청나게 달리겠죠. 작가님도 너튜브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그곳은 정말 팬덤 차이가 끝이거든요. 사실이 아니어도 이런 불확실한 경우엔 다수가 믿으면 그렇게 인정된다는 거죠.”
“하아···. 그럼 왜 김동수 팀장님 섭외는 왜···.”
“김동수 팀장님이 저쪽 편에 붙으면 복수할 기회조차 사라지니까요.”
이해수의 팩트 폭행에 김시우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냥 포기할까?
어차피 컴퓨터에 남아있는 아이디어는 많았다.
다만, 최대호가 혹평을 한 뒤 자기 것을 훔쳐 간 것이 너무 괘씸해서 그런지 포기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어제 다른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한 이해수의 말이 생각났다.
“그럼 어제 말한 다른 방법이라는 게 뭔가요?”
이해수는 어느새 나온 초밥을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꿀꺽.
“작가님 글 잘 쓰시잖아요. 큰 그림 한번 그려보시는 게 어때요? 예를 들어 저격 영상을 드라마처럼 만든다든지. 물론 뒤는 제가 봐 드릴게요. 음···. 담당 변호사로서 법에 저촉되지 않게?”
“큰 그림···.”
저격 영상이라는 단어에 김시우의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였다.
최대호를 엿 먹일 수 있는 큰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최대호 뿐만이 아닌 초콜릿 엔터를 엿 먹일 수 있는 방법.
“그런데 가능할까요?”
“최연소 1,000만 작가님이신데 그 정도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업계도 결국은 힘센 놈이 왕이니까요. 시간이야 조금 걸리겠지만 작가님이 원하시는 게 돈이 아니라 복수라면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해수의 말에 김시우는 고민이 되었다.
“참고로 제1순위는 돈이에요. 변호사를 하는 이유도 돈을 벌기 위해서고요. 언제나 목표는 하나만 정하는 게 좋아요. 다른 것도 챙기려다 둘 다 놓치는 예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지금도 상담비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해수는 그 와중에 윙크를 날렸다.
“….”
하나의 목표라···.
김시우는 이해수의 말을 곱씹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조용해진 분위기 속 식사를 마친 김시우는 이해수에게 말을 건넸다.
“변호사님. 영화 좋아하세요?”
“글쎄요.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사실 제가 듣고 겪는 일들이 웬만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서···.”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주 토요일에 시간 좀 내주세요.”
“다음주 토요일이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저한테 먼저 가져오세요. 확인해보고 저작권 등록도 해드릴게요.”
“아…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다 돈 받고 하는 건데. 헤헤.”
이해수와 약속을 잡은 뒤 집으로 돌아간 김시우는 필살기를 꺼냈다.
“여보세요?”
-오···. 배신자 아닌가?
“배신자라뇨···. 감독님.”
-누구는 개고생 중인데···. 누구는 집에서 놀고 있고···.
김시우가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박웅덕 감독이었다.
“아이, 감독님 왜 그러세요.”
-용건만 말씀하세요. 김시우 작가님.
“아···. 그게, 혹시 사람 소개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사람? 갑자기 뭔 사람? 여자 소개해 달라는 거냐? 내 또래는 다 시집가고 없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김시우는 너튜브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푸하하하하. 아주 쌤통이구먼, 그러니 얌전히 영화 대본이나 쓸 것이지 무슨 너튜브야 너튜브는. 이참에 잘됐네. 그냥 너튜브 포기하고 영화 대본이나 써서 보여줘 봐. 괜찮으면 내가 또 찍게.
“…감독님. 영화 좋죠. 그런데 요즘 너튜브도 꽤 괜찮아요.”
-에잉, 쯧쯧쯧.
박웅덕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찬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너튜브로 뭐할 건데?
“웹드라마, 단편 영화 찍으려고요.”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돈이나 명성을 원하는 거라면 방송국이나 극장이 더 좋지 않나?
사실 박웅덕의 말이 맞았다.
그냥 영화와 드라마를 찍는 게 돈도 명예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돌려줘야죠···. 딱 받은 만큼만.”
-흐음···. 대신 너도 사람 한 명만 소개받아라. 그럼 네가 원하는 사람 소개해줄게.”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일단 언론 시사회부터 나와.
“앗···. 알겠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그 1보 후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을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부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언론 시사회에 가기로 한 김시우는 심지영과 정세연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그렇게 언론 시사회 당일.
김시우는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질문 폭탄을 받은 것을 넘어 박웅덕과의 술자리도 가져야 했다.
다행인 것은 심지영을 비롯해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도 같이 끌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이놈 얘기 들었냐?”
박웅덕은 김시우가 아이디어를 빼앗긴 것이 재미있는 듯 사람들 앞에서 놀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아이디어나 도둑맞고 말이야. 하하하.”
“아이디어?”
사람들은 김시우가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하자 다들 관심을 보였다.
“혹시 다음 차기작 아이디어?”
“아뇨, 너튜브···. 콘텐츠···.”
“네? 작가님 너튜브 하시려고요? 왜요?”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같은 반응이었다.
다들 대본, 차기작 아이디어를 빼앗겼냐고 물어왔고, 왜 너튜브를 시작하려는 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요···. 이제 돈도 있으니 해보고 싶은 건 해봐야죠···.”
김시우는 반대로 억울했다.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왜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인지···.
“너는 다 좋은데 항상 이상한 데 고집이 있다니까?”
“제가요?”
“네, 당신이요. 이제 앉아서 대본만 써도 네 대본 받아 가려고 굽신거릴 사람이 한가득한데···.”
사람들은 위로주랍시고 계속해서 김시우에게 술을 건네주었고, 김시우는 쓰린 속을 술로 달랬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만. 다들 김 작가한테 술 그만 줘. 아니면 나랑 마시던가.”
박웅덕의 말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러면서도 웬일로 김시우를 챙기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김 작가는 나랑 2차 가야 하거든.”
그것은 챙기는 것이 아닌 확인 사살이었다.
1차가 끝나고 박웅덕은 김시우와 함께 한 호프집으로 이동했다.
그 뒤로 주 사람이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
“뭐야? 심 배우랑 정 배우도 가려고?”
“아무래도 걱정되니까요.”
“저는 그냥 궁금해서요.”
각각의 이유로 김시우와 박웅덕을 따라가는 심지영과 정세연이었다.
“거기에 조금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네?”
2차로 도착한 호프집에는 김시우만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어? 박 감독! 여기야.”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본부장님. 하하하”
박웅덕이 오늘 김시우에게 소개해준다는 사람은 바로 CBS 제작 본부장이었다.
대한민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CBS.
심지영과 정세연도 방송국에서 몇 번 마주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심지영과 정세연이 표봉수 본부장에게 인사를 건네자 표봉수는 머쓱해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방송국 밖에서 만나니까 어색하네요. 아니, 박 감독. 배우들도 온다는 소리는 없었잖아.”
“평소엔 안 따라오다가 오늘은 따라오는 걸 어떻게 하나. 그럼 그냥 버려?”
“아니···. 그게 아니라.”
박웅덕과 표봉수는 마치 격의 없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김 작가를 소개해달라는 게 민망해서라면 걱정 마. 여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맞지?”
심지영과 정세연이 서둘러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러는 사이 김시우는 혼자 멍하니 서 있었다.
“뭐해? 자네도 인사해야지?”
“아···. 안녕하세요. 김시우입니다.”
뭘 모르는 김시우에겐 CBS 제작 본부장이라고 해도 딱히 와닿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동네 아저씨로 보였다.
“김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가 웅덕이 이 친구에게 작가님을 소개해달라고 졸랐는데, 혹 부담이 된 건 아닌지···.”
“아이고···. 아닙니다.”
김시우가 과한 대접에 손사래를 치자 박웅덕이 옆에서 생색을 냈다.
“아니긴! 이 녀석 한번 밖으로 끄집어내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번에도 겨우 데리고 나온 거라고. 그러니까 나중에 비싼 술이라도 한잔 사.”
“알겠어, 박 감독. 고마워.”
박웅덕의 생색 이후 가볍게 술을 마시며 표봉수가 본론을 꺼냈다.
“김 작가님. 혹시 차기작으로 드라마는 생각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