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s Possessed Game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13
713화 – 퍼펙트 마인드, 퍼펙트 바디 (2)
딥바디(Deepbody).
정확히 말하면 체성분 분석 장치의 한 브랜드 이름이었다.
하지만 캡슐 하면 ‘리얼리티’가 떠오르는 것처럼 운동인들에게 체성분 분석은 곧 딥바디를 의미했다.
“뭔가 최근에는 자주 이런 장치에 들어가게 되는 것 같네요.”
“아, 맞네요. 바크2에서 스캔하실 때도 그러셨지.”
이경복이 원통형 장치에 들어가며 말하자 민둥산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하지만 저희! 머슬갤러리 짐에서 구비한 딥바디는 다릅니다! 운동 좀 오래 하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예전에는 체성분 분석이 손이랑 발에만 전류를 흘렸었잖아요?”
“이야, 진짜 그것도 추억이네요.”
-딥바디 구형모델은 뭔가 폼이 웃겼음ㅋㅋㅋ
-???: 겨드랑이에서 팔을 떼시라구욧!
-오프라인 T자 버그 ㅎㄷㄷ
-그건 키 측정 안 돼서 오히려 좋았는데…
-앗…!
시청자들도 그에 옛 시절을 되새겼다. 민둥산은 채팅 반응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겁니다! 뭐, 아직 구 모델을 쓰는 곳도 있긴 하지만, 이게 정확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설명은 여기까지! 자, 퍼플 님! 준비되셨나요?”
“네.”
“좋습니다! 바로 지금! 퍼플 님 데뷔 이후 최초 공개! 퍼펙트 프로필 측정을! 시자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민둥산이 텐션을 올리며 장치를 닫았다. 이어 투명한 디스플레이 위로 이경복의 신체를 복제한 듯한 실루엣이 떠올랐다.
“오오! 지금 홀로그램 보이시죠!? 미세 전류가 퍼플 님의 몸을 쫙! 훑어 주고 있거든요?!”
민둥산의 손끝을 따라 화면이 확대됐다. 시청자들도 이에 그 진행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Height : 185.7cm]이윽고 가장 먼저 공개된 수치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WA! 퍼펙트 신장!
-비율 개쩐다 했는데 역시나였구욬ㅋㅋ
-아닠ㅋ 진심? 187 정도는 되는 것 같던데?
-갓플이 머리가 작아서 키가 더 커보이긴 함ㅋㅋㅋ
-아무튼 작을 거임! 그럴 거임!
-머리 얘기하는 거 맞죠?
-형님? 1cm만 나눠주시면 안 됩니까?
-YAAAAAA! 세상 혼자 사냐!
감탄과 부러움이 가득해지는 와중 딥바디는 제 할 일에 충실했다.
여러 그래프가 추가되고 그 아래로 새로운 숫자가 나타났다.
[Weight : 88.6kg]공개된 그의 체중에 민둥산과 시청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뭐야!? 이 정도시라고!?”
-생각보다 몸무게가 좀 있구요?
-키가 커서 많이 나올 줄은 알았는디 ㅎㄷㄷ
-거의 90인데? 이 형 핏 보면 좀 이상한 거 아님?
-그만큼 근육이 대부분이란 뜻이잖슴ㅋㅋㅋ
-ㄹㅇㅋㅋ 단순 BMI만 보면 갓플도 과체중임ㅋㅋㅋ
-엥? 나돈디?
-팩트)지방보다 근육이 같은 부피 대비 무겁다
-팩트(아프다)
시청자들이 술렁이는 와중 진행도 막대가 마지막에 도달했다. 이어 들려오는 간결한 효과음에 다들 눈을 부릅떴다.
[Body Fat : 9.53%]마지막으로 공개된 세 번째 수치에 모두가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아! 여러분! 보셨습니까!? 9%대! 체지방이 무려 9%대입니다! 이게 진짜 엄청 힘든 거거든요!? 바프 한 번 찍어 보신 분들은 아시죠?!”
민둥산이 놀라 소리를 높이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네? 바프요?
-그거 안마기 브랜드 아님?
-그거겠냐곸ㅋㅋㅋㅋㅋ
-햄? 트수들은 그런 거 안 해욧!
-와 ㅁㅊ 무슨 겜방송하시는 분이;;;
-이것이 퍼펙트 루틴의 효과?
-제발… 제발 식단 좀…!
-진심 컷팅 진짜 빡센데 ㅋㅋㅋ
아는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사이 장치가 열리며 이경복이 밖으로 나왔다.
“오?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네요?”
“괜찮, 아니이! 퍼플 님, 이게 어떻게 괜찮은 수준이십니까!? 대충 계산해도 지금 그 몸에 체지방이 약 8! 8kg밖에 없으신 거라고요!”
민둥산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경복과 카메라를 번갈아 봤다.
“9%, 이게 운동을 업으로 삼지 않는 분들은 진짜 달성하기 힘든 수치거든요?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프로 보디빌더분들의 비시즌 때랑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비시즌이라도 프로 수준이신 거죠!”
“아, 그래요?”
“하! 선생님…! 그냥 그래요, 라고 하실 수준이 아닙니다. 와, 진짜 식단을 어떻게 하시기에….”
이경복이 눈을 껌뻑거리자 민둥산이 연신 헛숨을 삼켰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이 터졌다.
-민둥산햄ㅋㅋㅋ 찐텐ㅋㅋㅋ
-ㄹㅇㅋㅋ 선생님 나오면 뭨ㅋㅋ
-???: 이거 개쩐다니깐?! / ???: 그릉가?
-답답잼ㅋㅋㅋㅋ
-게스트가 운동 못해서 답답한 건 봤어돜ㅋㅋㅋ
-얼른 퍼펙트 식단 내놔잇!
이경복은 민둥산과 채팅창을 번갈아 보고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식단에 관해서는 나중에! 저희가 Q&A 시간을 준비했거든요? 그때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하고요. 민둥산 님, 이제 준비가 끝났죠?”
“후아, 그렇습니다. 사실 이 정도 체중이실 줄은 몰랐거든요? 이러면 퍼플 님의 도전 기준도 함께 올라가게 됩니다. 그 기준은 도전할 때! 각각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민둥산도 숨을 돌리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행을 이어 나갔다. 이내 그는 이경복과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그럼 모두가 기다리셨던! 3대 운동! 퍼플 님의 퍼포먼스를 측정해 볼 텐데요. 이게 또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네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벤치프레스와 스쿼트, 그리고 데드리프트를 할 텐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사실, 이건 정답이라는 게 없습니다. 케바케, 사바사 아시죠? 하지만 저는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는 이어서 하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렇다면 벤치프레스를 두 번째로 하겠습니다. 저는 민둥산 님의 운동법을 배웠으니까요. 한 사람의 근성가이로서 당연한 일이죠?”
“아니히, 퍼플 님…!”
민둥산이 움찔하며 이마를 짚자 이경복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자! 그럼 바로 가 보죠! 첫 번째 측정, 그 종목은 바로 스쿼트입니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들썩였다.
말 그대로.
-캬 ㅋㅋ 퍼지컬 측정 가즈아아아!
-퍼펙트 스쾃! 퍼펙트 스쾃!
-즉.시.앉.기
-퍼벅지! 퍼벅지! 퍼벅지! 퍼벅지!
-와 ㅋㅋ 대체 얼마까지 가려나
-포인트 베팅 한 번?
-뭐지? 신앙심을 테스트하는 거신가?
그의 힘을 증명할 때였다.
* * *
민둥산의 코칭과 함께 이경복은 스트레칭을 끝냈다.
“오케이! 좋습니다. 자, 지금 보시다시피 스쿼트랙에 미리 세팅을 해 두었거든요? 퍼플 님, 얼마나 올리셨죠?”
“아, 처음은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봉 무게까지 해서 100kg으로 올려 뒀습니다.”
“그렇습니다! 간혹, 힘을 최대한 아끼시기 위해 워밍업을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빈 봉으로라도! 꼭 워밍업을 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민둥산의 당부와 함께 이경복이 자세를 잡았다.
-워밍업이 0.1톤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진짜로 쉽게 해버리고?
-사실 원판이 아니라 플라스틱인건?
-플라스틱으로 저런 질감 낼 수 있으면 속아줘야지
-와 ㅋㅋ 진심 가볍게 해버리네
그야말로 준비 운동이었기에 민둥산도 보조를 하지 않았다. 이경복이 가볍게 바벨을 다시 올려놓자 그가 박수를 보내며 입을 열었다.
“아! 좋습니다! 자세 너무 좋았죠!? 자, 그럼 이제 기준을 설명드릴 텐데요. 퍼플 님 능력 정도면 중급자는 패스! 먼저 상급자 기준, 본인 체중의 약 2배! 2배로 스타트를 하겠습니다.”
“음, 제가 거의 90이니까 180으로 가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성공하신 후 여유가 있으시다면 20kg씩 올리고, 이건 도전이다 싶으면 10kg을 올려 볼게요.”
두 사람을 설명과 함께 원판을 올렸다. 시청자들은 이내 준비된 바벨을 보며 절로 입이 벌어졌다.
-와앀ㅋㅋ 갑자기 180ㅋㅋㅋ
-아까 봤던 0.1톤이 선녀같구요?
-WA! 갓플이 둘!
-20키로 쌀가마니 9개 ㅎㄷㄷ
-아 ㅋㅋ 바로 무릎 꿇을 자신 있다
-진심 잘못하면 사고날 듯;;;
-그래서 민둥산햄이 보조해준다구웃!
워밍업 때와는 전혀 다른 중압감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긴장했지만 정작 이경복은 곧바로 바벨을 잡았다.
“후, 갑니다.”
“고!”
그의 선언에 뒤에 자리 잡은 민둥산도 살짝 몸을 낮추며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모두의 걱정이 무색하게 이경복은 가뿐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 좋습니다! 180, 성공!”
민둥산이 손뼉을 치며 흡족해했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다들 혹시나 그의 몸에 이상이 있는 걸까 싶었지만.
“음… 20 말고 40 더 올려도 될까요?”
이상한 건 그의 기준이었다.
“40, 40을 한 번에요!? 바로 220을!?”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상급자?
-아아, 이것은 최상남자라고 하는 것이다.
-으이그! 최상남자한테는 최상급자 기준을 적용했어야지!
-킹직히 이건 바벨봉 입장도 들어봐야 된다
-???: 형? 나도 무게를 버티는 건데?
-여기서도 블랙기업 본성이?
-Aㅏ! 너무 무섭다!
민둥산과 시청자들의 상반된 반응에 이경복은 여유롭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게 더 힘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아, 여러분! 이건 진짜 따라 하시면 큰일 납니다! 퍼플 님이시니까 더블로 가는 거예요! 이거 흉내 내시면 진짜 뱁새, 다리 찢어질 수 있습니다!”
민둥산은 당부와 함께 다시 원판을 올렸다. 준비가 끝나자 이경복은 숨을 고르고 바벨을 잡았다.
“햐, 느낌 옵니다.”
-아닠ㅋ 40이나 올렸는데 느낌이 와야죸ㅋㅋㅋ
-형? 형도 어쩔 수 없는 근성가이였구나?
-무거워서 오히려 좋아하는 나
-저건 들고만 있어도 키 줄어드는 거 아님?
-0.2톤을 드는 남자 ㅎㄷㄷ
-이것이 블랙기업 사장이 짊어진 무게?
-???: 엥? 저는 직원들 부려먹는데요?
-사장이 고생하는 블랙기업ㅋㅋ
시청자들은 농담을 던졌지만 이내 민둥산을 보고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전과는 달리 그가 단단히 자세를 고정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지 않나.
“퍼플 님, 억지로 드시면 안 됩니다.”
“네. 후, 가겠습니다.”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민둥산의 신호가 필요 없었다. 온전히 이경복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도전이었다.
“흡…!”
그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반바지 위로 드러난 허벅지 근육이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와 ㅅㅂ 미쳤다
-가즈아아아아아아아!
-간바레 퍼벅지!
-???: 아빠 일어나!
-플레멘타인이냐곸ㅋㅋㅋ
-아니;; 바벨 좀 휜 거 아님?
-뭐하냐구! 얼른 퍼기옥 모으라구!
-퍼집중 ON!
시청자들의 응원과 기대가 차올랐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후아!”
곧 이경복이 일어나 숨을 뱉으며 스쿼트를 랙에 걸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 성공! 성공입니다! 퍼플 님 스쿼트! 220Kg 달성!”
-컄ㅋㅋㅋㅋㅋ
-갓플 우승! 갓플 우승! 갓플 우승!
-와 ㅁㅊ 이걸 일어서넼ㅋㅋ
-한 번에 40 올리는 패기 ㅁㅊㄷㅁㅊㅇ
-찐근성 킹정합니다…!
-3대 500중에 벌써 220을 채워버렸고?
-야앀ㅋㅋ 이정도면 3대 500은 기본이잖슴ㅋㅋㅋ
민둥산과 시청자들 모두 기쁨에 겨워했다. 이경복은 그 모습에 미소와 함께 숨을 돌렸다.
“햐, 이거! 이거 진짜 대단한 겁니다. 거의 본인 체중에 2.5배에 가까운 무게 아닙니까? 이건 상급자 위 단계! 엘리트 기준에 근접한 거거든요! 프로가 아닌데 이런 스트렝스는 정말…! 와!”
연신 감탄을 표하는 민둥산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웃는 와중이었다.
“후우…! 근접이면, 아직 도달한 건 아닌 거죠?”
“네?”
“90에 2.5를 곱하면… 맞네, 225네요.”
이경복은 이마에 맺힌 땀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230으로 가 보죠.”
“여기서 더!? 괜찮겠습니까!?”
민둥산이 그에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그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퍼플 님,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됩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 벤치랑 데드도 하셔야 되거든요? 체력 안배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힘을 너무 쏟으면 다음 측정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도 그에 동조하며 술렁였지만.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경복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할 수 있어요.”
-캬 ㅋㅋㅋ 요거거덩ㅋㅋㅋ
-WA! 퍼피셜!
-이러면 끝났쥬?
-엘리트 등급? 이걸 어케 참음?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돌아간다? 못 참거등욬ㅋㅋㅋ
-시작하면 끝을 본다, 그게 상식이잖아?
그는 언제나 자신이 한 말을 지켰으니까.
* * *
비슷한 시각, 어느 가정집.
넓은 거실에서 중년의 남성이 소파에 몸을 묻은 채 TV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TV 화면에 나오는 건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이었다.
[햐, 여러분! 이건 진짜 엄청난 차이입니다. 단순히 10kg만 추가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퍼플 님은 프로 레벨에 도전하시는 거예요!>화면 속 민둥산의 말에 그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햐… 이거 진짜 되나?”
“뭐가?”
불쑥 튀어나온 대답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와 TV를 번갈아 보았다.
“당신, 저녁 촬영이라며 안 나가 봐도 돼?”
“에이, 아직 시간 좀 있어.”
“하긴, 당신이 PD인데 뭘.”
DBC 디지털 미디어 부 산하 웹예능 제작팀 총괄 PD.
그것이 그의 직함이었다.
“근데, 저 사람 민둥산 님이잖아? DBC에서 또 섭외하는 거야?”
아내는 그리 웃으며 그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음을 던졌다.
“아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어머, 뭐야. 저 사람 진짜 잘생겼다!”
의아해하던 그녀는 이경복이 화면에 잡히자 더욱 눈이 커졌다.
[후우, 이건 좀 긴장되긴 하네요.>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자는 실소를 흘리며 턱짓했다.
“저 친구 때문에 보고 있던 거야. 비주얼 괜찮지?”
“배우는 아닌 것 같고. 와, 몸도 몸인데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 그럼 아이돌인가? 어디 소속사야?”
“연예인 아니야. 게임 방송하는 사람.”
“진짜? 아니, 무슨 게임하는 사람이 저렇게 몸이 좋아?”
“그러니까. 아무튼 그, 뉴스 팀 맡은 내 동기 알지? 걔가 좀 체크해 보라고 하더라고.”
남자는 그리 답하면서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웹예능에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해 줘서 보고 있긴 한데…”
“아… 그런데 게임하시는 분이면 좀 어렵지 않아?”
“그치. 그런데 오늘은 운동 방송한다고 해서 좀 보고 있는 거야.”
그는 그리 말하며 슬쩍 아내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어필하기는 역시 어려워 보이네.’
그간 지켜본 바로는 이경복이 게임 업계에 가진 입지는 확실했다. 그러나 그는 웹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였고, 그가 기획하는 방송은 가상현실 게임 쪽이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전문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외골수고.’
그 역시 지켜보면서 이경복의 매력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직 낯선 인물이었다.
‘그나마 처음제당이랑 한 콜라보가 대중적이긴 한데, 이것도 히스토리를 알아야 될 테니….’
그는 눈을 굴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어 시간을 확인하고 그가 리모콘을 든 순간이었다.
[오, 오오! 우와아아아! 됐다! 됐다아아아아!>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큰 함성이 화면에서 터져 나왔다. 이경복이 또다시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주의를 빼앗은 건 다른 쪽이었다.
“와!”
바로 탄성을 내지르며 절로 손뼉을 치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어우, 못 드는 줄 알고 놀랐네.”
“…왜?”
“응?”
“아니, 당신… 저 친구 처음 보잖아?”
“뭐야, 잘생긴 사람 응원했다고 질투해?”
아내가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남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곧 고개를 내저었다.
“나, 진지해. 알잖아, 당신 반응이 나한테 중요한 거.”
“아… 그런 의미로?”
남자에게 아내는 ‘대중’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녀의 반응을 통해 그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의 방향성도 가늠하곤 했다.
그제야 아내도 사뭇 진중한 태도로 눈을 굴렸다.
“그러게… 왜 그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바로 안 떠오르는 거면 됐어. 슬슬 나가야겠네.”
돌아온 대답에 남자는 실망하지 않았다. 아내는 전문가가 아닌 만큼 ‘직관’적인 느낌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피식 웃고는 아내의 어깨를 두드리고 채널을 바꾸려 했다.
“잠깐.”
“응?”
“…저거.”
아내가 곧 옅은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가리켰다.
[역시, 운동도 어려운 게 재미있네요.>해맑게 웃는 이경복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진짜 좋아하는 게 느껴지지 않아?”
“…진짜?”
“아까도 그래. 막 저런 거 어깨에 올리면 난 되게 걱정되고 그럴 거 같거든? 실패하면 어떡하나, 다들 실망하면 어떡할까…. 근데 저 사람은 안 그러더라고.”
“그런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그야… 웃고 있었으니까?”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이경복의 미소가 다시금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그래.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냥 저 사람이 계속 웃는 걸 보고 싶다. 그런 느낌?”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이어 들려온 그녀의 대답에 남자는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다시 돌아온 아내의 대답에 그는 직감했다.
“아니, 뭐… 초면이 문젠가? 다 같이 웃으면 나도 기분 좋잖아?”
사람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대단한 걸 보여 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저렇게 기록을 세운다고 이러지는 않겠지.’
오히려 이경복을 체크해 왔기에 간과한 맹점이었다.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본 아내의 말을 통해 그는 깨달았다.
‘긍정적인 감정의 공유가 핵심이구나.’
그간 쌓아 온 PD로서의 촉일까.
남자는 머릿속 섭외 목록에 ‘퍼펙트플레이’를 다시 짙게 새겨 넣었다.
“여보, 고마워.”
“응?”
이경복의 방송에 쉽게 빠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그가 누구나 바라는 두 가지.
“덕분에 큰 도움이 됐어.”
좋은 일(慶)을 하며 그로 인해 느껴지는 행복(福)을 선사하기 때문이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