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0화(1/377)
< 0편 >
쩍쩍 갈라지는 목구멍으로 술이 들어갔다.
좋은 성적으로 행정학과를 나오면 뭐 하나. 하는 일은 결국 공사판인데.
신문을 보면 뭐 하나. 하는 짓은 결국 노가다인데.
요즘은 그 신문도 신통찮아서 결국 만지게 되는 건 스마트폰으로 보는 뉴스였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재수 없게 음량이 최대까지 올라간 스마트폰 덕분에 도널드 트럼프의 목소리가 숙소 방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급하게 음량을 줄이긴 했지만, 적당히 취기가 올라와서 그런지. 아니면 답답한 마음에서인지 음량을 다시 살짝 키웠다.
뉴스인 줄 알았던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편집한 영상이었는데, 아마 뷰튜브가 제멋대로 다음 영상으로 넘기면서 재생된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팍스 아메리카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주인!
대체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보면 볼수록 착잡한 마음에 술에 저절로 손이 갔다.
“어.”
그런데 그 술이 다 떨어진 게 아닌가.
염병.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더 사 올까 생각도 해봤지만, 보이는 건 휘청거리는 시야와 얇아져만 가는 지갑이라 그 자리에 누워버렸다.
이 지랄을 하고 잤으니 분명 내일 아침 알이 배기겠지.
알게 뭐람.
그렇게 김갑환은 잠에 취했다.
* * *
“Hit.”
내 단잠을 깨운 것은 아이들이 단체로 영어 발음을 연습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자신의 숙소에 아이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정신이 확 들었다.
정신없이 눈을 뒤룩뒤룩 굴려보니 과연 아이들이 맞았다. 문제는 그냥 아이들이 아니라 백인과 흑인이 섞인 서양인들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앞에는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촬영하던 이도 있었고 옆에는 경호원과 선생으로 보이는 이도 있었다.
장소는 확실히 학교였는데,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자주 보던 미국식 학교였다.
시점도 이상했다. 분명 앉아있었는데 기분은 마치 키높이 구두라도 신은 것 같았다. 내 신장은 168cm로 평균보다 약간 작은 편이라 친구들에게 자주 놀림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다.
“Steel.”
옷도 그랬다. 런닝구는 어디 가고 말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양복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20세 초반에 면접용으로 큰맘을 먹고 산 회색 양복이었다. 그러나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이름 없는 정장이 아니라 비싸 보이는 정장이었다.
“Plane.”
미리 연습해두었는지. 아니면 교육 방식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아직 완벽히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웃어주는 것으로 회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호원이 긴급히 다가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하는 게 아닌가?
“대통령 각하 미국이 공격당했습니다.”
뭐요?
미국이 왜 공격을 당해? 9.11테러 이후로 미국을 건드리는 간 큰놈이 존재는 했단 말인가?
중국? 러시아? 그것도 아니면 드디어 북한이 미쳐서 미국에 미사일이라도 날린 건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대놓고 자살 희망이 아닌 이상 미국을 건드릴 리가 없었다.
잠깐. 잠깐만. 각하? 지금 나를 대통령 각하라고 부른 건가?
그렇다면 내가 지금 대통령이 되었다. 그 말인가?
내가 대통령이라니?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일단 내가 대통령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어디의 대통령일까? 미국이 공격받았다는 소리를 설마 타국 대통령에게 말하지는 않겠지. 또 타국의 대통령이 미국 학교에서 수업 참관이나 하고 있을 리는 더더욱 없으니 미국의 대통령임이 틀림없었다.
지금 상황이 무척 혼란스럽고 또 당혹스러웠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감이 있었다.
꿈이면 또 어떠랴. 꿈에서라도 대통령이 되어보고 싶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남은 건 어떤 대통령인가였다.
“오늘이 몇 년도지?”
“2001년 9월 11일입니다. 각하.”
경호원이 이상하다는 듯 대답했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2001년. 그것도 9월 11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했다.
“근 백 년 만에 본토가 공격당했군.”
나는 미국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되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해. 당장.”
조지 부시는 이때 아이들이 겁먹을까 봐 7분을 내리 멍을 때리다 욕을 왕창 먹어야 했다.
물론 나는 그 전철을 밟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움직이도록 하지.”
그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해서!
명령을 내린 다음부터는 신속 그 자체였다. 경호원들이 대신 상황 설명을 시작했고 나는 다른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교실을 빠져나갔다.
급히 나오느라 교실 문을 제대로 닫지 못해 빈틈이 생겼는데. 그 틈으로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새어 나와 귓가를 강타했다.
“Hit!”
“Steel!!”
“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