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화(10/377)
< 9편 >
1973년 7월 17일. 이국의 땅 로마. 조국으로부터의 거리 약 6000km. 그곳의 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한 중년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소식은 쿠데타로 인해 왕이 폐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왕이 적극적 개혁과 근대화 그리고 선정을 추구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에서는 중립. 세계 대공황에서는 안정기에 접어들어 아프가니스탄은 유례없는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료 부분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진국의 발끝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실로 한이었다. 그는 고질적인 요통 정도는 참을 수 있었지만,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눈병이 있었다. 그의 조국의 낙후된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다.
그의 이름은 모하마드 자히르 샤. 아프가니스탄의 국부이자 군주였다.
외국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자히르 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이탈리아에서 망명 군주로 저 멀리 떨어진 자신의 조국을 간간이 신문으로 접할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2001년 9월 13일. 28년 만의 일이었다.
중년은 노인이 되어 있었고 참을만한 요통은 뒤척일 때마다 신음이 나도록 좀먹어갔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보던 신문은 정권이 탈레반에게 넘어간 이후부터 거들떠 조차도 보지 않았다. 그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지나가듯이 TV에 나오는 뉴스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명백히 늙어 죽어가고 있었다.
“돌아가?”
누군가가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면서 접선을 해왔다. 그는 태생이 중동이었지만, 28년간의 유럽 생활로 대충 유럽 인종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명백히 미국인이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거절했다. 지금 돌아가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부 자체가 자히르 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특히 탈레반 그 치들이 집권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자히르 샤에게 권하자 어쩔 수 없이 적당히 못 이기는 척 전화를 받는 수밖에는 없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분명 지나가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세상에 최대한 관심을 끊고 살아가는 그였지만, 이렇게 거대한 사건은 듣기 싫어도 귀에 들어오는 법이었다. 미국에 어마어마한 비행기 테러가 났다는 소식은 TV에서 질리도록 들려줬기 때문에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난리를 쳐놓았으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전쟁에는 수많은 국민이 희생될 것이었고.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면, 젊은 날처럼 밤마다 슬픔으로 지새우겠지.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도대체 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양손에 다 쥐지 못할 만큼의 금이 있으면 어떠하랴. 고래 등처럼 큰 집이 있으면 또 어떠하랴. 마지막에 돌아갈 곳은 결국 집이거늘.
“지금 나더러 미국의 괴뢰정부가 되라는 거요?”
「아니요.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과 당신의 나라에 관해서 관심 자체를 끊어주겠소. 나는 선의에서 말하는 겁니다. 바라크자이 왕조의 마지막 왕인 모하마드 자히르 샤이시여.」
선의라. 자히르 샤는 이유 없는 선의 따위를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잃는 사람이 있으면 얻는 사람이 있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구태여 말한다면 중동의 등대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등대?”
「민주주의의 등대입니다. 저는 당신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민주주의의 대통령이 되길 원합니다. 이미 연옥이 되어버린 아프가니스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는 없습니다.」
“무어라?”
「좋은 대답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길래 나에게 이리도 호언장담을 할 수 있는 것이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신 조지 워커 부시 각하십니다.”
“아, 그것참….”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 * *
나는 거물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압둘 하크.”
하크는 무하마드가 계시한 예언서인 쿠란에 충실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했다. 비록 알라께서 허락하셨기에 과분한 임무를 맡았지만, 올바른 세상이었다면 그 누구보다 쿠란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압둘 하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세상이 비뚤어졌다는 소리겠지.
2001년 9월 11일. 압둘 하크는 목격했다. 조국에서 태어난 불씨가 일말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자신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신이 내리신 기회였다.
“듣고 있소.”
하크가 차고 있던 전자시계가 알람을 울렸다. 전자시계는 밀레니엄 버그로 한창 시끄러울 때 산 물건이라 연도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시계는 2001년 9월 13일 13시 19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크. 당신이 앞으로 나올 대통령 선거에서 모하마르 자히르 샤의 힘이 되어줘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부를 맡을 수 있는 연륜과 실적을 가진 사람은 하크 당신밖에 없소. 특히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압둘 하크. 젊은 날에는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그는 무자헤딘의 지도자이자 전쟁영웅이 되었다. 전쟁통에 다리를 절게 되자 그는 말을 타고 소련군과 전쟁을 이어갔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그는 탈레반부터 알 카에다는 물론 적들로부터는 용감한 전사라는 평을 받았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입성해 정권을 차지했을 땐 탈레반 정권 스스로 내무장관을 하크에 바치기까지 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도력과 영향력을 자랑했다.
미국에 있어서 그는 냉전 시절에는 중동에서 제일가는 아프가니스탄 정보통이었다. 냉전이 끝나자 그는 두바이에서 기업을 일궈내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UN으로부터 평화 중재인을 임명받았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거의 국부로 취급된다는 사실이었다. 카불에는 압둘 하딘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았고 군사적 식견과 지도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9.11이 일어난 직후 그는 탈레반의 세가 쇠할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가 그만 10월 26일에 탈레반의 함정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그렇지.’
그랬다. 원래대로라면 남은 수명이 2개월 채 남지 않은 인물이었다. 미국 대통령씩이나 되는 인물이 부르지 않았다면, 그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장렬히 산화할 예정이었단 말이다.
그러나 부시의 손으로 역사는 바뀌었다.
아니, 바뀌고 있었다!
“이러한 제의를 하는 저의가 무엇이오?”
“그건 당신이 유일하게 서방 민주주의와 동유럽 공산주의 이슬람 민주주의를 전부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유가 아니라 저의를 물었소만.”
“난 중동이 좀 더 평화롭게 변하길 원합니다.”
“민주주의가 평화를 뜻한 건 아니오만.”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순간 다른 서방 국가나 러시아가 한결 건드려지기 어려워진다는 건 사실이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네가 그렇게 만들겠지만. 이슬람 문화권은 서방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네. 왜냐하면….”
“종교와 생활이 분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서방세계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민주주의의 장점을 설파하고 이해시키기만 할 수 있다면, ‘야만적인’ 아랍권의 정치성향이나 문화도 크게 바뀌리라 착각하고 있었다. 서방세계는 아직도 ‘좋았던 시절’이라 부르는 구시대의 향수에 젖어있었다.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이 착각은 사실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한국이 그랬다. 일제의 식민지에서 소련 공산주의와 서방 민주주의로 분단되기는 했지만, 남한은 확고한 친미국가였으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지금까지 그걸 아는 미국 정치인은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인류학자나 극소수의 평화주의자들. 혹은 쿠란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이를 깨닫기는 해도 정치인은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렇게 해드리면서 당신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사심은 있습니다. 전쟁은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짓기야 했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침략자니까요.”
“쉽사리 장담은 못 하겠군. 나는 결국 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걸세.”
“제가 지원해드리는 보조금이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당신이면 믿을 수 있죠.”
“내 경력만 보고 판단하는 건가?”
“저는 원래 선수를 뽑을 땐 경력만 보고 뽑았습니다.”
부시와 하크의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동안 식사가 나왔다. 미국에서 나오는 식사란 거기서 거기인지라 하크는 거절하거나 할랄에 대해서 말하려 했지만, 곧 메뉴를 보고 당황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야채만 줄줄이 나오기에 채식주의자 전용 식사인가 싶었더니 곧 양고기와 닭고기 요리. 생선 스테이크 등이 나왔다.
“사우디에서 공수해온 할랄 재료들을 쿠웨이트에서 고용한 이슬람 셰프가 만든 음식들입니다. 아, 물론 조리도구와 식기 또한 완전히 새것이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소. 대체 어떻게 이렇게 이슬람에 자세한 거요?”
미국인이 쿠란을 알면 다행이었고 할랄까지 알면 인류학자였으며 이슬람 율법에 대해서 알면 그 사람은 아예 무슬림이었다.
“당신 혹시 무슬림이요?”
“저는 감리회입니다.”
“그건 안타깝구먼.”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이윽고 접시 위에 아름답게 플레이팅 된 음식이 동이 날 때 즈음 하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이후에 다른 정권이 들어섰을 때 친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약속은 못 드리겠소.”
그건 압둘 하크가 무슬림으로서 알라께 드리는 약속이기도 했다.
* * *
“USA! USA! USA!”
미국은 완전히 승전보에 미쳐있었다. 몇몇 평화주의자와 과격한 제국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승리의 물결에 모두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평화주의자는 체포 작전과 전쟁이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지적했고, 제국주의자들은 점령 없이 철군했다는 점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소수의 목소리는 언제나 다수의 목소리에 묻히는 법이었고 지금의 부시 정부는 욕하는 놈은 죄다 매국노가 되어있었다. 네오콘 소속 로비스트들이 여론을 주물럭거리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있는 사실 그대로를 보도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것만으로도 여론은 폭발적으로 부시 정부를 지지했다.
“부시! 부시! 부시!”
그리고 나는 반쯤 전쟁영웅이 되어있었다. 아마 아버지 부시가 전쟁영웅이니 아들 또한 비슷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모양새였다. 좋은 방향으로 세상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무거워졌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링컨 기념관 광장에 도착하자 애국주의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비유가 아니라 사람이 하도 몰려서 실제로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단상 위에 서서 연설문을 매만졌다. 그건 부통령이 준비해준 4페이지짜리 길디긴 연설문이었는데, 지나치게 강렬한 단어나 불리할 수 있는 단어는 최대한 배제한 연설문은 마치 정교한 정치적 논문이나 연설문 교과서에 가까운 것이었다.
“상원의장, 하원의장,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밤 우리는 비극적이면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9.11 테러의 산증인으로서….”
조까.
“아, 집어치우죠. 우리 부통령이 열심히 써주긴 했는데. 내용을 잘 보니까 역시 이딴 건 필요 없습니다.”
나는 연설문을 뒤로 집어 던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말하면서 다음 장을 쓱 한번 훑어봤더니. 부통령 이 빌어먹을 작자가 거의 마지막 즈음에 이라크니. 중동이니. 악의 축이니 참으로 엿 같은 문장과 문구로 채워놨기 때문이었다.
“어엇!”
“저, 저!”
뒤에 서 있던 부통령의 얼굴은 보나 마나 노발대발 일보 직전일 거고, 나머지 상하의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뭐 어쩌라고.
“앞으로 그들이 저희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중동에 대한 개입은 거의 없을 겁니다. 미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니까요.”
평화. 이것보다 좋은 단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나는 이것을 말하면서도 이게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속으로 낙담했다. 아마 이렇게 된 이상 세계는 내가 아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리라는 사실 하나는 확실했다.
남은 건 세계라는 굴렁쇠가 내 손안에서 굴러가느냐, 아니면 내 손에서 벗어나 저 멀리서 굴러가다 엎어지느냐의 차이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이뤄진 군사작전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상자 수 없음에 자축을 보냅니다. 체포 작전의 목적은 완전달성했으며,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대비는 충분히 했다. 무엇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 어떤 국가보다도 강력한 국가의 수장으로 있으며, 미래 지식까지 충분한 이 상황에 말아먹으면 그건 럼즈펠드보다도 개새끼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계를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리라.
“어…. 이제 할 수 있는 말이 끝났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던지지는 말걸.”
이건 진심이었다. 나보다 승전 연설을 짧게 한 지도자가 역사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아, 집어치우라지. 원래 연설 같은 건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거였다.
“God Bless America! Fuck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