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9화(100/377)
< 99편 >
“무기 지원?”
필리핀 14대 대통령인 글로리아 마카파갈아로요는 미국에서 날아온 외교 문서 하나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의 아버지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을 따라서 필리핀의 대통령이 된 것까진 다 좋은데, 이 필리핀이 워낙 아슬아슬한 상태여야 말이다.
어쨌거나 필리핀 정부와 필리핀 군부는 미국의 때아닌 무기 지원 소식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물물교환을 통해 미국이 필리핀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형태였지만, 예산이 부족한 필리핀에서는 그저 지원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수락해야지!”
도리어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AK를 비롯한 동구권 장비를 쓰던 국가라면 몰라도 필리핀의 제식 소총은 M16A2였다.
“그런데 외교 문서는 왜 이래? 진짜 이렇게 온 거야?”
외교 문서의 ‘내용’ 자체는 정상적이었는데, ‘서두’가 문제였다. 그 서두가 어떤 내용인가 하면.
「힘을 원하는가?」
다음과 같았다. 누가 봐도 국가 문서에서 쓰일만한 건 아니었다.
“오타라거나, 누가 장난을 친 건 아니겠죠?”
치긴 쳤다. 그것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그것도 실질적으로 모아보니 자기 키보다 한참 높아진 서류의 산을 보다가 실성해서 실실 쪼개면서 말이다.
“이런 사소한 문제는 집어치워. 중요한 건 미국이 다시 한번 우리 뒷배가 되었다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침 중국이 고꾸라지는 바람에 아세안에 집중하기로 결정이 난 참이었다.
미국과 필리핀은 마르코스 정권 이후로 미국과 점점 사이가 비틀리다가 1992년에 미군이 완전 철수함으로써 필리핀은 자주국방의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필리핀의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군은 당시 필리핀 정부의 요구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수준의 토지 이용료를 꼬박꼬박 필리핀에 헌납하면서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필리핀의 중요한 자금원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은 국가 막장화가 서서히 이뤄지는 바람에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가던 경제 대국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지금의 필리핀만이 남았다.
“미국은 저희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든든한 물주님이 뒷배인데, 당연히 승리해야지.”
그녀는 자신감이 붙은 듯 손가락으로 은테 안경을 위로 추켜올렸다. 미국이 하고자 한 일 중에 베트남전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이루어지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하긴 미국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곤란하긴 했다.
이번 전장은 다름 아닌 필리핀이었으니 말이다.
“정예군부터 차근차근 무장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재주둔 이야기는 딱히 없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하긴 미군이 발을 뺀 게 고작 1992년이었다. 햇수로는 이제 막 10년이 되려는 참인데 벌써 태도를 돌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더불어 아직 필리핀 국민들은 필리핀의 자주국방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세계정세가 점점 미국 중심으로 변해감에 따라 재주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땐 필리핀이 완벽히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속으로 미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망정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미국이 필리핀에 매달렸던 이유는 서태평양 방어를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세안이라는 거대한 국가 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도네시아와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인도와 군사 동맹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마당이었다.
더불어 한국군도 그랬다. F-15K를 50대나 팔아넘기고도 한국에서 원한다면 추가로 F-15K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할 정도로 미국은 한국군 국방력 증진에 적극적이었다. 뿐만인가? 일본의 자위대도 해군력을 점차 증진 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아시아에서 가장 버거운 가상적국인 중국이 완전히 움츠러들었으니 서태평양 방어에 버거울 것이 없었다.
이제 아쉬운 건 완전히 필리핀뿐이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러브 콜을 보낸 게 효용이 있군.”
그래도 필리핀 정부가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빨라서 미국의 아세안 회원국 내에서 아세안 개입을 반대하지 않은 국가였다. 잃어보니 아쉽다 이거다.
거기다 미제로 통일한다고 했을 땐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당장 육군만 해도 미국제와 영국제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을 만큼 필리핀군이 친서방이었기 때문에 딱히 혼선이랄 것도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전차가 없다는 정도였다. 정확히 말하면 전차가 있긴 있는데, 1970년에 개발된 영국제 경전차였다. FV101 스콜피온은 90mm짜리 주포를 지니고 있었는데, 현용 주력 전차 대부분이 120mm 주포를 사용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참으로 빈약한 구경이 아닐 수 없었다.
경전차라는 이름답게 무게 또한 8t에 불과하여 장갑이 심각할 정도로 얇아 웬만한 대전차 무기에 뻥뻥 뚫리는 두부 장갑이었다. 스콜피온은 도저히 주력 전차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차까진 주지 않는군.”
그래도 많은 보병 장비를 약속했다. 다만 미국에서 퇴역한 전차를 공여해주거나, 영국이나 한국에서 싼값에 전차를 사들일 수 있게끔 접선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안심했다. 이는 순조롭게 국방력이 증진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어차피 미국이 전차를 주더라도 우리 필리핀 육군은 유지 보수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외제 승용차만 하더라도 부품 하나만 고장 나면 어마어마한 돈이 깨지는데, 하물며 외제 전차는 어떻겠는가?
군 장비가 제아무리 튼튼하다곤 하나 영원불멸 고장 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만일 미국이 M1 에이브람스를 무상으로 필리핀군에 기증해 준다고 한들 재정난으로 유지 보수가 되질 않아 고작 5년 안팎으로 제대로 굴러가는 전차가 절반조차 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전차 부분은 사태가 좀 진정되면 알아보기로 하지.”
공군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동아시아권 전체에 F-15, F-16기를 얼마든지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한지라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 적혀 있지 않아서 그렇지 공격 헬기나 군함 등, 사업을 걸기만 하면 미국이 승인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F-22나 줌왈트급 구축함 등 최신 무기는 억만금을 주더라도 팔지 않겠지만, 어차피 그런 걸 들여오더라도 필리핀은 이를 운용할 예산이 없었다.
“좋아, 미국도 등에 업었겠다. 테러와의 전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필리핀과 테러가 전쟁을 시작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대규모 테러가 있었지만, 이걸 용의주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필리핀을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숙성하고 싶어 하는 싸이코 모임의 짓인지. 그것조차도 아니면 이대로 몇 번 더 크게 저지르고 나서야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면 성명을 낼 모양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빌어먹게도 누가 저지른 일인지 몰라서 무고한 시민이나, 기존의 조직들을 조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민다나오섬의 이슬람 반군인 ‘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이 저지른 일인 줄 알았더니만, 본인들은 결단코 이런 인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발뺌하는 게 아닌가? 하긴 독립을 요구하는 놈들이 정부 시설도 아니고 거리에 테러를 저지를 리가 없긴 했다.
국가를 비롯한 모든 조직이 무너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조직을 구성하는 민심을 거스르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필리핀 정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들을 족치는 건 족치는 거니 군대를 투입하기 위해서 열심히 칼을 갈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애꿎은 곳에서 진범으로 추정되는 조직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바로 다바오 시장인 두테르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웃 도시 마약 공장 하나를 DDS를 투입해 파괴했는데, 온갖 중화기를 동원하는 바람에 DDS가 거의 괴멸 직전까지 몰렸다는 보고였다.
내용 자체는 이를 보충하기 위한 예산을 요청하는 것이었는데, 중화기의 내용이 거의 가관인지라 필리핀 중앙 정부가 이를 직접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아니 그런데 뭐야, 세상에나 발칸을 사용했단다. 비록 수류탄에 의해서 파괴되어 유폭이 일어난 덕분에 잔해밖에 남지 않았지만, 보고서에 같이 올라온 사진과 대조해본 결과 조금 조잡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하나 확실히 발칸이었다.
그냥 겉멋이었다고 하기엔 지원하러 나간 육군 공격 헬기까지 이 발칸에 격추당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더불어 보통 조직이라면 가용성(可用性) 때문에 화기를 통일하지 못해 중구난방이기 마련인데, 모조리 M4로 통일하고 있었고 제법 비싼 방탄복까지 끼고 있었다.
멀리서나마 찍은 전투 영상을 보면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RPG-7같이 흔해 빠진 대전차 무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미니건이 달린 사제 장갑차? 그래, 그것까지도 그렇다고 치자.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다연장 로켓이 달린 테크니컬?
그래. 그것조차도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발칸은 뭐란 말인가! 제아무리 고물에 가깝다곤 하지만 일개 조직 따위가 입수해서 운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잖은가? 아예 무자헤딘의 망령이 난립하고 있던 중동이라면 또 모르지.
그러나 이곳은 그래도 필리핀이란 말이다!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건가?”
“조사해야 할 범위가 심각할 정도로 너무 광범위합니다. 꼬리가 밟힐 듯하다가도 저 멀리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좁혔을 것 아닌가?”
여기저기 일단 무자비하게 조지면서 좁히긴 좁혔다. 그게 죄다 지역 가문들과 엮어있어서 제대로 조사를 못 하고 있다는 몹시 크나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전부 다 조사하기 위해서는 가문 하나하나를 전부 털어야 할 판이었다.
언제나 나약했던 중앙 정부를 강화하기에 명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으나, 이를 실제로 현실에 옮기려 시도했다간 그렇지 않아도 완벽히 군벌화 일보 직전인 필리핀이 오체분시가 될지도 몰랐다.
‘그땐 정말로 미국의 손이라도 빌려야겠지.’
남의 손 빌려서 내부를 진정시킨 국가가 잘 나가는 꼴을 본 적은 없다만, 적어도 필리핀이라는 국가가 멸망하는 걸 뜬눈으로 지켜보는 것보다는 한참 나았다.
어쨌거나 최선은 최대한 마찰 없이 천천히 중앙 정부의 권력을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두테르테는 범죄라면 학을 뗀다고 했지? 다바오에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주게. ”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DDS를 아예 새로 개편해서 이번 기회에 무자비한 대테러 부대로 만들어보라고 하게.”
필리핀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당장 DDS만 해도 필리핀 중앙 정부의 허가하에 만들어진 일종의 자경단이었다. 필리핀 전역에는 이러한 집단이 수두룩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지.”
그렇게 필리핀의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