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1화(102/377)
< 101편 >
중국은 금을 모았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많이! 역사가 하도 길고 길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기득권이 그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 더럽게 헤쳐 먹은 게 많아서 그런가. 그것조차도 아니면 일단 금이든 뭐든 돈이 될만한 건 전부 털고 보는 미친 사례가 생겨서 그런가. 어쨌든 금붙이를 비롯한 귀금속과 외화가 미친 듯이 모였다.
인류 역사상 한 곳에 이리도 많은 재산이 한곳에 모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이 금 모으기 운동을 빙자한 금 강탈 운동에서 모인 금을 두고 월 스트리트에서 ‘차이나 골드’라고 명명했다. 이 금이 모이고 다시 반출되는 와중에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아주 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창고로 들어간 금괴가 밖으로 나오니 다소 무게가 달라져 있는 불상사가 생긴다거나, 목록에 적힌 금괴의 개수가 이상하게 맞지 않는 경우는 어디에서나 있는 일이었고. 심하면 아주 높으신 분에 의해서 아예 서류 자체가 바뀐다거나, 다른 곳에 쓰인다는 명목으로 금이 통째로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차이나 골드의 신용 등급은 ‘안 받아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리란 사실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중화인민공화국은 ‘통제’ 하나만큼은 지구상의 그 어떠한 국가보다도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공산주의에 일당제 아닌가? 덕분에 이 정보들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일단 누가 뭐라고 해도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하는 한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도박판인지라, 후진타오는 작전의 기밀성을 가장 최우선으로 목표로 천명했다.
은빛 연금술에 관련된 정보가 조금이라도 누설되는 순간 모든 공권력이 총동원되어 삽시간에 역추적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역추적을 맡은 사람들조차 입 밖으로 이를 꺼내는 순간 ‘인체 신비전’의 새로운 전시물이 되는 영애를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천년만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단단히 숙지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찌라시는 막을 도리가 없는지라 차이나 골드가 이러이러해서 못 미덥다는 소문까지는 막을 순 없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관대한 조건으로 은색을 금색으로 바꿔주겠다는데 여기에 달려들지 않을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지구촌 수많은 국가에서 은 매입을 약속했고 실제로 이미 어느 정도 긁어모아서 그 금과 은을 맞바꿨다. 이는 미국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서 미국의 시장에 나온 은을 모조리 싹싹 쓸어 담을 수 있었다.
막지 않고 있는 게 참으로 신경 쓰이긴 했지만, 공산당이 수시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밖으로 정보가 새나가지는 않았다. ‘밖으로’는 말이다. 처음부터 미국의 첩자라면 애당초 미국으로 정보를 보내는 건 밖이 아니라 도리어 안으로 넣는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겠나?
궤변 같지만 원래 말이라는 게 어! 다르고 아! 다른 것 아니겠는가?
중국의 동향 대부분은 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실시간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부시는 이를 보고 최대한 넉넉히 은을 사들여 공작을 준비했다. 때마침 미국의 반도체 후처리 공정이 구리에서 은으로 완전히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 지구상에 파다해지는 바람에 은값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점점 폭등하고 있었다.
부시가 꿈꾸는 황금의 연금술이, 차이나 골드로 이뤄진 21세기 엘도라도가 머잖았다. 마찬가지로 후진타오가 꿈꾸는 은몽(銀夢) 또한 머잖았다.
‘뭔가 이상한데.’
후진타오도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어렴풋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긴 했다. 사실 눈치를 채고 있다기보다는 당연히 어느 정도는 새어나가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본디 비밀이란 숨기어 남에게 공개하지 아니하는 일인데,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는 입이 수십을 넘어가 수백에 달하니 새나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리라.
옛말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산당이 정보 통제에 이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긴 했지만, 후진타오부터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이란 깨진 바가지같이 불완전한 존재인지라 아무리 완벽해 보이더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반드시 새는 법이다.
가끔 그 모자란 부분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려서 물리적인 의미로 대가리도 같이 깨지기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상하리만치 너무 시기가 딱딱 떨어지잖는가? 보통 일이라는 게 이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 터인데 말이다.
‘그러나 은 매입을 멈추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중국이 그동안 모아온 금을 전부 은으로 교환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많은 중국 국고에 있는 금이 은으로 바뀌었다. 금과 은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소동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중국답지 않게 최대한 말로서 풀어나가 마찰을 최소화했다.
말로 풀어가는 거래는 중국이 선호하는 거래가 아니었지만, 이는 작전의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마찰과 금괴에 대한 신뢰성 덕분에 금이 금값이 아니게 팔려나갔지만, 미국 시장에 풀린 은을 싹싹 긁어모을 수 있었다.
모든 준비가 비로소 드디어 끝이 난 셈이다. 세계의 은은 전부 중국으로 몰릴 예정이었고 은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이 계획이 성공하더라도 최소 10년 내외로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리하면 적어도 일방적으로 맞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먹을 나눌 수준 정도로 승격되리라. 저항을 할 수 있는 것과 저항을 할 수 없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자비를 구해야 하지만, 후자는 최소한 반격의 기회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은가?
후진타오의 중국은 준비가 되었다.
‘드디어 자웅을 겨룰 차례다.’
도대체 저 양키들에게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핍박을 받았던가. 가만 생각해보자. 미국의 원류를 따지고 보면 영국의 식민지 아닌가? 중국을 부패와 마약의 땅으로 만들었던 18세기 깡패 국가 대영제국 말이다!
‘이 서양노무 새끼들! 모두가 쓰레기 홍차놈들하고 한패들이야!’
언제나 서양은 영국놈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옥죄고 갈구고 때리고 수탈해갔다. 이는 참으로 통탄의 역사라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빌어먹게도 그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 또한 영국처럼 중국의 부를 마구잡이로 수탈해가고 있잖은가? 이래서야 도대체 아편전쟁 시절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하긴 곰곰이 생각해보면 질은 미국이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영국은 적어도 불공정 무역이긴 했지만, 아편이라는 상품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양키 새끼들은 실로 빌어먹게도 중국의 자본을 넘어 근간 그 자체를 쥐고 흔들고 있었다. 절대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중국은 분열되고 만다.’
어떻게 분열될지도 대충 각이 잡혔다. 우선 후진타오가 내려갈 것이고 누군가가 이 주석으로 올라갈 것이다. 첫 번째로 일곱 개의 군구가 점점 자치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최후에는 독립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 일곱의 군구 내에서 파벌이 형성될 것이며 이 일곱이 점점 쪼개져 최후에는 말 그대로 오호십육국의 춘추 전국 시대를 맞이하겠지. 오호십육국이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전이 벌어지면 오호십육국씩이나 존재하긴 할까?
혹시 당 중앙이 점거당하고 중국 스스로가 핵전쟁을 시작하는 건 아닐까? 후진타오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중국인으로서 중국인 스스로 중국을 파괴하는 사태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당원들을 위한 핵 벙커를 좀 더 지어야겠어.’
그 꼴이 났을 때 과연 후진타오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후진타오는 모든 신경을 이 차이나 골드를 차이나 실버로 바꾸는 데 집중시키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업무를 미룰 정도로 후진타오는 필사적이었다.
후진타오는 괜히 초조한 마음에 애꿎은 만년필을 괴롭히고 있다가, 집무실에 보좌관이 뛰어 들어오다시피 들어오고 나서야 만년필을 놓아주었다.
“무슨 일이지?”
“후진타오 주석 각하. 일이 좀 꼬였습니다.”
“‘은’ 쪽인가?”
“예, 불행히도 맞습니다.”
‘오, 어쩐지. 일이 잘 돌아간다 싶었지.’
후진타오는 문제가 나왔다고 하니 반가울 지경이었다. 도리어 문제가 없어서 불안했던 참인지라, 더더욱 그러했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작전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작전일 뿐이지.
어쨌거나 문제가 발견되었으면 해결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만일 문제가 생각보다 커서 작전에 적신호가 올 정도로 큰 문제라면, 인체 신비전에 전시될 전시물이 약간 늘어날 뿐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은을 매입할 금이 부족합니다.”
보좌관이 들고 온 문제는 참으로 후진타오의 극도로 예민해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제였다. 어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이 감히 후진타오의 위대한 계획을 망쳐놓으려고 하고 있단 말인가? 은을 매입할 금이 부족하다는 건 어떤 놈이 중간에 애먼 짓을 했다는 증거였다.
후진타오의 격노가 겉으로 표출되기 일보 직전에 보좌관의 입이 먼저 열렸다. 그리고 후진타오를 지배하고 있던 노기가 의아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 몹시 공교롭게 되었습니다. 시장에 풀린 은의 양이 예상보다 너무 많습니다.”
보좌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누군가의 비리나 범죄가 아니라, 기초적인 자본력의 부족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금을 그렇게나 끌어모았는데,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금이 아니어도 좋다. 사실 여기저기에서 수금한 쌈짓돈이 있었다. 막대한 양의 외화 말이다. 최근 들어 위안화의 가치가 점점 떨어져 감에 따라 모든 국민이 홍콩 달러나, 미국 달러를 선호하고 있었다.
덕분에 당만 짭짤하게 이득을 보긴 했다만, 여하간 공산당의 달러 보유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이 자금 또한 당원들의 묵인하에 은 매입에 쓰일 탄환으로 가공되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비리 때문에 실탄이 부족하다는 말은 몰라도 탄약고에 실탄이 부족하다는 말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
여하간 저 소리는 중국이 매입해야 할 은의 총량이 대거 늘어났다는 소리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야, 시장에 풀려 있는 은은 대부분 매입했잖나. 또 어디서 은이 대거 풀린 건가?”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출저를 알기 힘든 은이 미국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후진타오는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물의 경계를 이루는 경계선과 윤곽선이 점점 흐릿흐릿해지고 누렇게 변하다가 후진타오의 세상은 말 그대로 이리저리 핑핑 돌더니,
“은값이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주, 주석 각하! 주석 각하께서 쓰러지셨다!”
중국이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했던가?
그래, 중국은 준비가 되었다.
파멸로 나아갈 준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