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2화(103/377)
< 102편 >
긴말할 것도 없다.
미국이 야금야금 모아온 은을 한 번에 시장에 푸는 바람에 끝모르고 하늘로 승천하던 은값이 하루아침 사이에 오르기 전으로 원상 복귀되었다. 다소 용법이 다를 수는 있으나, 시장에서는 일종의 ‘거품 꺼뜨리기’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과 은의 가격 차이는 60, 70배가 정상일진대 시장에 유통되는 은들을 중국이 천천히 말려 죽이는 바람에 약 32배까지 따라잡았으니 이는 실로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이건 아직까진 아는 사람만 아는 단어였지만, 이는 중국이 금을 전 세계 시장에 대거 풀고 그 자금으로 은을 대거 사재기한 덕분에 생겨난 이례적인 거품이라 하여, 이를 은빛 거품(Silvery bubbles)이라 불렀다.
미국의 조치로 이 은빛 거품이 터진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강으로 뛰어들거나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사건이 줄줄이 보도되었지만, 이는 상당히 후기에 투자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벌인 사건들이었다. 은값은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정 이하로 더 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수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악행인 자살에 감히 손을 데지는 않았다. 현실부정 심리로부터 우러러 나오는 ‘은은 다시 오를 거야!’라는 맹목적인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건드리지 않았다면, 은은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었다. 물론 머잖아 중국이 푼 막대한 양의 은 덕분에 은값이 현재보다 더 내려갔겠지만 말이다. 궤변이 될 수 있겠으나, 도리어 미국이 구제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명언을 실천하여 금에 투자한 이들도 있었다. 중국이 금을 대거 푸는 바람에 잠시 하향 그래프를 그리긴 했지만, 금은 다시 오를 터이니 말이다. 이런 이들은 보통 둘이었는데, 직감적으로 금을 선택한 이들과 CIA에서 어쩌다 보니까 새어 나온 다소 귀중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이들이었다.
어쨌거나 금과 은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희로애락과는 별도로, 중국이 꿈꾸었던 은색으로 빛나는 동방의 괴물은 이윽고 수은에 중독된 초로의 노인으로 변하고 말았다. 금 모으기와 금 강탈 운동으로 붙인 인공호흡기가 떨어졌다는 소리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았던 북한이 알게 모르게 타격을 받았다. 정확히는 북한이 아니라 김정일 개인적으로 받은 타격이긴 했지만, 북한은 김정일이 곧 북한인 주체사상의 나리가 아니던가? 그렇기에 김정일의 지갑에 오는 타격은 곧 북한의 재정 상황에 오는 타격이라고 해도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다.
후진타오가 준 정보에서 돈 냄새를 맡고 눈이 돌아간 김정일이 본인의 비자금을 빼내어 막판에 은을 마구잡이로 사재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정일이 매사에 의심이 많았기 때문에, 타격이라도 해도 김정일 재인 자산 일부만으로 끝이 났다.
수령님의 투자 실패는 철저히 비밀이 붙여졌기 때문에 이를 아는 사람은 북한의 고위층 그리고 이 거래를 성립시킨 장본인들 이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산타 할아버지와 미국의 대통령만 빼면 말이다.
“중국 고위 인사들의 재산을 쪽쪽 빨아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부시는 사람보다 더 큰 은색 지구본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 지구본이 곧 구시대의 지도가 되리란 사실을 직감했다. 은색 지구본은 부시가 개인적으로 주문한 기념품이었는데, 실은 손바닥만 한 금색으로 된 지구본이 하나 더 있었다.
각각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완전히 개인적인 자금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다만 귀금속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 외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 지구본이 은빛 거품을 기념한다는 점과 중국 땅에 중국(China)이라고 적혀 있는 대신, 물음표(?)가 적혀 있었다.
왜냐하면, 이 중국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모르지 오성홍기가 내걸린 중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내걸린 중국(Republic of China)이 될지도.
물론 미국이 지원해준다고 해도 대만의 낮은 인구수나 병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만, 혹시 모르지. 당장 50년만 거슬러 올라가서 중화민국의 국민정부가 공산당에게 밀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던가?
이 세상에 ‘절대’란 존재하지 않으며, ‘완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피를 피로 씻는 내전이 발발하겠지.”
그 누구도 아닌 공산당이 만들어낸 중국인들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미국은 그 역사에 어쩌다가 오랑캐 제국으로서 한 손 거들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저 역사가 반복될 뿐이야.’
그 누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참으로 명언이로다. 중원은 뭉치면 흩어지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땅인지라 정해진 때와 시가 되어 중원에 분열의 주기가 다시 찾아왔을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참으로 멋지단 말이야.”
부시는 그렇게 말하곤 체중을 실어 지구본을 힘껏 돌렸다. 비싼 돈 주고 장인한테 맡겨서 그런지 작은 소음하나 나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가며 은빛 자태를 뽐내었다.
참으로 아름답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구본은 대중에 공개되진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만큼은 예외여서 공화당 인사를 비롯하여 볼 사람들은 전부 봤는데, 특히나 네오콘에 속하는 부류들이 이 은빛 지구본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인지 하나 같이 이 은빛 지구본을 모방하여 자택에 모셔두기로 다짐했다.
부시는 지구본을 손바닥으로 멈추려 시도했으나, 손바닥과 지구본 사이에서 잠시간의 마찰음이 나고 나서야 멈추었다. 그렇지 않아도 금속으로 제작해서 무거운데 철이나 구리도 아니고 통짜 은으로 만들었으니 더더욱 무거웠다.
손바닥으로부터 느껴지는 중량이 부시 자신이 행하는 모든 무게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 자리에 앉아있으려면 싫어도 감당해야 하는 무게인데. 미국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는가.
거창하고 위대한 방향도 진실되고 올바른 방향도 아니다. 부시가 제시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한결 더 나은 방향일 뿐이다.
‘괜찮아.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어.’
어쩌다 가끔 엇나가는 일도 있었지만, 고치거나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이내였다. 모든 게 부시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내가 원하는 데로 세상을 움직이는 게 가능할까?’
갑자기 중국에 뛰어난 지도자가 나타나서 어떻게든 이 타격을 최소화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적어도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 선언 정도는 해야겠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껍데기는 보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부시의 장대한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길 터였다.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었다. 외부로부터 침략이 있으면 똘똘 뭉칠지도 몰랐다. 거기다 중국쯤 되는 나라를 혼자서 먹으려고 했다간 그땐 정말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자금이나 무기 지원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소수 민족과 친미 군벌을 밀어주는 게 맞았다.
물론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와도 능히 대전략을 겨뤄봄직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제4차 세계대전 무기가 돌과 막대기가 되고 싶지 않거들랑 소득도 없는 세계대전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전쟁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소리도 이젠 다 옛말이었다. 힘세고 강한 원자력으로 샤워하고 나면 남은 거라곤 낭낭한 수백 년 치 방사능에 절은 잿더미밖에 없을 텐데 발전을 하긴 무슨 발전한다는 말인가. 뭐 지구로 핵분열 발전이라도 하나?
핵미사일 보유량이 가장 많은 게 러시아라고 누가 그러던가? 어디 인류 역사상 조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꼬락서니를 단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단 말인가? CIA의 해외 지부 첩보 보고서와 2002년 미국의 핵 보유량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제아무리 문외한이라도 핵전쟁이 일어났다간 지구의 지표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이 사멸할 수준이라는 사실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무언가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어도 인류는 아닐 터였다. 바퀴벌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무언가겠지.
부시는 자신의 노후를 온갖 기행을 하는데 할애하며 천수를 누리기를 원했지, 미국 어딘가에 있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지하 벙커에서 임종을 맞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랫집 용이 고꾸라졌으니, 이번에는 필시 곰이 어떤 방식으로든 방관에서 벗어나 개입을 하려고 들 텐데.”
동맹이란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때 성립되는 외교적 장치가 아니겠는가? 만일 그 이해관계가 어그러지거나, 더는 동맹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을 땐 동맹국은 어떻게 움직일까?
“어떻게 생각하나. 비서실장.”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면 제가 그 자리에 앉아있었죠.”
“뭐지? 반란인가?”
“서류의 반란을 보고 싶지 않거든 빨리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가십시오. 그 집채만 한 지구본으로 장난치고 있는 동안에도 보고서가 쌓이고 있습니다.”
“허허,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인간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먼.”
“제발 보고서도 그렇게 쥐락펴락해주십시오.”
첫수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도대로 한 국가를 움직인 업적을 만끽할 시간조차 없다니! 미국의 대통령이란 참으로 힘든 직업임이 틀림없었다. 마지막으로 은색 지구본을 지긋이 노려보던 부시는 이내 만족한 듯 돌아섰다.
그러나 국가 경영에 있어서 만족은 죄악이요 야망이란 운명을 개척하는 자의 동반자니. 중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신화가 되어라!
* * *
국영 창고에 쌓여 있는 막대한 양의 은에 씻을 수 없는 저주가 뿌려졌노라.
‘모든 게 끝장이군.’
한 사람의 오만으로부터 발아된 씨앗으로 짜낸 기름 부음 받아 본질과 신성(神性)을 완전히 잃었도다.
‘다 끝났어. 장쩌민 빌어먹을 놈.’
후진타오는 장쩌민이 아니었어도 신조차 모독하는 미치광이와 엮인 이상 어떤 식으로든 파멸했겠지만, 그걸 알 리 없는 후진타오는 연거푸 장쩌민을 욕했다.
‘나도 멍청했지. 차라리 조국이 말라 죽어가는 꼴을 보더라도 그 금으로 내수를 살리는 건데.’
전국에서 강탈하다시피 모은 금과 외화는 은에 전부 꼬라박았고, 남은 것이라곤 가격이 정상화된 은뿐이었다. 물론 아직 은값이 높은 곳이 있긴 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은을 아주 값싼 가격에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텐데 어지간히 멍청하지 않고서야 이 저주받은 은을 사줄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중국몽의 끝이군.”
약간의 합리화조차 없이 실패에서 비롯된 막중한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 과연 용기인가, 만용인가?
“이젠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후진타오가 품은 각오와는 달리, 92식 권총의 방아쇠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파멸이 중국에 도래했으니, 은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