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3화(104/377)
< 103편 >
동방의 거룡(鉅龍)이 와룡(臥龍)이 되고 말았다. 단순히 엎드린 게 아니라 아예 배를 보이며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청나라 시절 빚?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모르는 빚이군요.’가 되시겠고, 좀 더 축약하자면 ‘아, 몰라 배째!’가 되시겠다.
이를 개인 단위로 치환하면 파산 선언인데 국가 단위로 올라가면 갈 때는 가더라도 폼 안 나게 ‘지불 유예 기간’이라는 직관적인 단어는 사용하기 꺼려졌던 모양인지 나름 기품있는 언어인 라틴어로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라고 한다.
물론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본인에게나 먹히는 기품이고 품격이지, 정상적인 국가라면 결코 입 밖으로 꺼내서도 안 될 실로 굴욕적인 단어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은 게 바로 디폴트(Default). 알아서 가져가라고 배를 대주는 단계다. 작은 나라가 대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미국같이 큰 나라가 될 경우 진짜로 배를 전문적으로 조져서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니 답이 없었다.
그걸 후진타오 전 주석께서 선언하시고 부국강병 자국산 권총으로 삼도천 뱃사공에게 납탄 하나로 중국 13억 뱃삯을 지불하고 염라국까지 무사히 도주했으니, 현 주석인 리커창은 분통이 터질 뿐이었다.
주석은 무슨 얼어 죽을 주석이란 말인가. 세상에 이런 주석이 어디 있어. 리커창도 이 자리를 맡고 싶어서 맡은 게 아니었다. 어떻게 빠져나가 보려고 이리저리 열심히 발버둥 치다가 결국엔 이 자리에 앉게 된 거지.
후진타오가 죽음으로서 실각하자 중국 전역에 퍼져있던 공청단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렸다. 이 사건은 지도층에겐 이래서 국가 내엔 정부를 제외한 조직이 있으면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안겨줬고 후진타오라는 동아줄을 잡고 있던 측근들, 다시 말해 청류파는 대부분 실각하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하긴 더는 국가라고 부를 수 없는 국가에서 권력을 잡고 있어봤자 뭐가 좋겠느냐만.’
어쨌거나 터지기 일보 직전인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주석 자리를 억지로 떠맡게 된 리커창이 도대체 뭐 하는 인물인가 하면, 정치와 친해지기 싫어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법률학과 출신에 최연소 성장(주지사)이라는 타이틀도 따봤으며, 오로지 능력만 본다는 중화인민공화국 정치계에서 고군분투를 하는 와중에 그가 딴 학위만 해도 법학 학사에 석사! 경제학에서는 박사까지!
이젠 4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석 자리에 올랐으니, 지금까지 그가 세워온 업적은 실로 정치의 귀재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그래서 지금 집무실 뒤에 박혀 있는 저 오성홍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칼이든 총탄이든 뭐가 되었든 간에 조만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질 거야.’
혹시 모르지. 총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착오로 인해서 집무실에 크고 강력한 폭탄이 떨어질지도. 이성 대신 혼돈이 지배하는 전시에는 흔한 일이다. 관측병의 사소한 실수로 좌표가 바뀌는 일은.
‘이 자리에서 사지 멀쩡하게 내려가고 싶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이권을 최대한 사수하는 수밖엔 없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일방적으로 당한 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공산당의 모든 인간이 희생양을 찾고 있었던 덕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본디 인간이란 단 건 핥고 쓴 건 뱉게끔 설계되어 있기에, 공산당의 모든 정치인이 거대한 권력으로부터 오는 막중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 자연현상 그 자체였다.
물건을 떨어뜨리면 중력에 의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소금쟁이가 표면장력으로 물에 뜨듯이 너무나도 당연한 우주의 법칙이자 진리 같은 부류라고 해야 하나?
요점은 리커창이 엿을 먹게 된 게 인간이라는 소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자기 보호에서 비롯된 것이니, 마침 후진타오의 후계자였던 리커창이 희생양이 콕 집어 선택된 건 대우주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만큼이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게 나면 안 되지. 시발!’
이는 당연하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다. 자연현상이라도 이해하는 것과 수긍하는 건 실로 별도의 문제였다. 보통 출근길에 예고 없는 소낙비가 오면 눈치 없는 소낙비를 욕하지, ‘아, 그렇구나. 비가 오네.’라며 하하 호호거리며 수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만약 있더라도 그건 긍정을 넘어선 실성이었다.
물론 당장이라도 실성할 거 같긴 했다만, 적어도 아직까진 삶의 의지가 리커창의 안에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비록 천문학적인 확률이긴 했지만, 고꾸라진 공산당의 중국을 다시 세울 방법은 없어도 리커창 개인의 영달을 유지하고 증진 시키는 방법이야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무궁무진하다곤 해도 그것은 방법의 개수지 방법의 확률이 아닌지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수가 끓어오를 지경이지만. 알게 뭔가. 만약 죽을 때가 되면 적어도 혼자 죽을 생각은 없었다.
‘갈 땐 다 같이 가는 거야. 내가 당하기만 하고 있을 것 같아?’
본래라면 국가의 수장이라면 결코 해선 안 될 생각이지만, 이게 국가의 수장인가. 허수아비에 인민복 입혀놓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에 국가주석이라고 직함 달아놓은 거지. 그래도 정말로 권력만 보존하고 있다가 내려올 생각도 없었다. 리커창은 조국을 버리고 영달만을 쫓아 도망칠 정도로 그렇게 모진 사람이 되질 못 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군.’
만일 리커창에게 국가주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군권마저 없었다면, 리커창은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후진타오의 뒤를 따라가야 했으리라. 후진타오가 죽으면서 분열시킨 지금의 중국은 그런 나라였다. 사실 분열만큼은 후진타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했다.
만약 후진타오가 은 투기에 성공했더라도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환금 덕분에 분열은 언젠가 찾아왔으리라. 만일 분열이 되지 않더라도 그땐 이미 성(省)마다 필요 이상의 자치권을 가지고 난 뒤였을 터다.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특히 위구르족은 이미 무장하고 있어. 티베트는 소극적이긴 하지만, 설산사자기를 휘두르며 티벳 독립 만세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단 말이지.’
리커창은 발을 동동 굴렀다. 막말로 군대를 보내서 진압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위구르야 탄압할 수 있겠지만, 이건 공안 선에서 끝내야 했다. 군대까지 내보내면 약해진 중국은 국제 사회의 눈초리를 감당할 수 없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세계의 경찰이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뒷짐을 지고 있는 미국 말이다.
무엇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국이 더 개입하려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전임자가 디폴트를 하긴 했지만, 공산당 내에서는 아직 중국 안 죽었다며 다수의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공표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리커창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이건 좋지 않아. 이를 어쩌지. 이를 어째.’
리커창이 도대체 어떠한 인물인고! 하고 정의하면, ‘쫄보’다.
아니, 쫄보라고 하면 어찌 압니까? 도대체 무슨 쫄보입니까? 라고 물으면,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고 ‘존재감이 없기’에 쫄보다.
신중하다는 것은 자신이 내뱉은 말의 파급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고, 존재감이 없다는 건 조용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 둘을 합치면 정치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소리다. 그래서 겁쟁이다.
그렇다고 딱히 무능력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무능력하면 어찌 이 자리까지 올라왔겠는가? 도리어 그의 업무능력은 평균 이상을 아득히 상회했다. 다만 자신의 정치가 어떻게 작용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잔뜩 겁먹을 수밖에, 그러니 더욱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신중해지고 조용해질 뿐이다.
그러나 정치랑 친할 수는 있어도 정치인으로서는 그다지 적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성격은 순진하고 다른 정치인과 비교적 소탈한 사람이었다. 이게 어느 정도인가 가늠해보기 위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지금으로서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며,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미래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리커창이 총리 시절 보고서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아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던 청두 시내에 한 시장을 찾았는데, 리커창 정도 되면 어딜 찾아가더라도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인지라 일반적인 경호가 아니라, 다소 특별한 경호가 필요해진다.
권력 서열 2위가 청두에서 상해라도 입었다간 청두 전체가 털릴 터이니 말이다. 모가지가 날아간다 이 말이다. 어쨌거나 청두 공안이 시장 내의 모든 인구 유동을 통제하자 시장 장사치들은 그날 공을 쳤다. 물건을 구매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물건을 팔라는 말인가.
이를 알게 된 리커창이 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팔아달라고 하자. 목숨 귀한 줄 모르는 정육점 주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팔 수 없소.”
이를 두고 리커창이 왜냐고 반문하자. 정육점 좌께서는 이리 말씀하시었다.
“당신이 마실 나온 덕분에 고기를 자를 칼이 없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정육점 주인이 다음날에 변사체로 발견될지도 모르겠지만, 쿠사리 한 바가지를 먹은 리커창은 먹을 만 하다면서 이를 그냥 넘겼다. 후진타오는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지 차기 주석으로 지목했다. 후진타오도 비슷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동질감이 들었던 탓이었다.
다만 후진타오의 경우에는 청나라 부채 덕분에 상상 이상으로 몰려 팔자에도 없는 자신 안에 잠자고 있는 승부사 기질을 깨우려다가 무너지고 말았지만, 후진타오도 그렇고 리커창도 그렇고 비슷비슷했다.
어쨌거나, 다시 말해 리커창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으로서는 호감 가는 성격 덕분에 ‘적보다 아군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가 이런 희생양이 되고 말았느냐,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아무리 그래도 역시 본인이 죽기는 싫잖나. 정치인이란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이 이 한 몸 희생양을 자처하여 주석 자리에 앉고 싶어도 국가주석이란 건 능력을 인정받은 소수의 공산당원으로부터 위임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격이 부족하다!’ 말이다.
“이런 젠장맞을.”
리커창은 마지못해 욕설을 나지막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집무실 책상의 주인들께서 스트레스 한계치가 허용치를 넘어섰을 때 역대 책상들이 어떤 꼬락서니가 되었는지를 상기하면 이번 책상은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북경군구와 선양군구만 제대로 잡고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모두를 살릴 수 없다면, 살릴 수 있는 것만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강력한 두 군구를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반란 같이 최악의 사태가 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중앙군사위원회.’
중앙군사위원회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로켓군을 통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군구의 결정권은 국가주석이 가지고 있지만, 수틀렸을 때 정말로 말을 들을 거란 보장이 없잖은가.
그런데 로켓군이 왜 중요하냐고 하면, 그 로켓이 ICBM이기 때문이다. 리커창이 정말로 미치지 않는 이상에야 자국 내에 핵미사일을 날리진 않겠지만,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억지력을 가져다줬다.
“아직 분열을 늦출 수는 있다. 설령 분열하더라도, 중국이 살아남을 길은 있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리커창에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