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4화(105/377)
< 104편 >
“황해에 미군의 항모전단이 나타났습니다.”
‘뭐야, 시발. 아직 디폴트 안 했는데.’
중국은 예고 없이 나타난 미 항모전단에 식겁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지구상에 현존하는 재래식 병력 중 가장 강력한 병력이 자국으로 진군하고 있다는데 식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뭐해? 공식적으로 항의하지 않고!”
“그게, 실은 이미 감지한 순간부터 경고하고 있습니다만, 북한과의 일이라며 중국은 빠져 있으라고 합니다.”
북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대충 감이 왔다. 김정일 그 빌어먹을 수퇘지 새끼가 안 될 것 같으니 새 주인에게 배를 보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한낱 동네 누렁이조차 사료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뫼시는데, 배신 잘하기로는 전 종족 최고봉이라는 검은 머리 짐승에게 뭘 바라겠는가.
“뭐? 뭐라고?”
그런데 별안간 말을 전하고 있던 비서실장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리는 게 아닌가?
“또 무슨…. 아니! 내가 직접 듣겠다!”
리커창은 비서실장으로부터 수화기를 빼앗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미 항모전단 일부가 동중국해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뀐 수화자가 주석인 줄도 모르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메리카 놈들 말로는 자기네들 항모전단이 덩치가 좀 커서 ‘어쩔 수 없이’ 침범하겠다고 합니다! 미친 거 아닙니까!?」
그 소리를 들은 리커창은 자신의 안에서 어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연소 되어 소실되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 막 나가자 이거지?’
어쨌든 미국의 중국 영해 침범 사건은 마침 한계까지 몰려 있던 리커창의 인내심이 터지기 너무나도 좋은 빌미였다. 리커창은 사람이 좋은 거지, 결코 호구가 아니었다.
“당하고만 살 순 없지. 우리도 함대 출동시켜. 모조리!”
군 통수권자인 리커창의 한마디에 중국 3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격! 출격! 상부로부터 명령이 하달됐다! 아메리카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랴오닝함을 발진시키자는 건 도대체 어떤 새끼의 판단이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해상전력을 기용하라는 명령에 따라 중국 항구에 입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랴오닝함이 발진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이상했지만, 하달받은 명령이 ‘모조리 출동시켜라!’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왜곡된 명령 해석과 잘못된 행정 절차 덕분에 일어난 웃지 못할 사태였다.
연안 순찰용 고속정부터 다채로운 무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호위함을 넘어 전략원잠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모든 해상전력이 천천히 황해와 동중국해 경계에 집결했다. 배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한계가 명명백백한지라
“저 새끼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미 항모전단은 마치 시계 시침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세탁기 안에 들어간 세탁물과도 같이 보였고 강철로 만든 소용돌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항모전단이 제자리를 돌면서 자꾸 중국 영해를 침범했다는 점이었다.
그때마다 중국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경고하면서 미 항모전단 주변으로 함포도 꾸준히 발사해봤지만, 미 항모전단은 꿈쩍조차 하지 않고 자꾸만 침범해 들어왔다. 차마 진짜로 정조준해서 쏠 수는 없었던 중국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좋든 싫든 포탄이 미 해군 함선에 착탄이라도 하는 순간에 바로 전쟁 아닌가? 중국은 아직 제3차 세계대전을 펼치고 싶진 않았다.
「아직 북한으로부터 입항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목적이 뭐지? 진짜로 단순히 엿 먹이려는 의도인가?”
다른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겠다고 생각하고 사고의 미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겠지만, 하필 상대가 그 전투기 대통령이었다. 매사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리커창과는 최악으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고 봐도 좋았다.
이룩한 업적들을 보면 분명 광인은 아닌 것 같은데, 행적을 일일이 까보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을 손에 넣고 제 입맛대로 휘두르는 희대의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 그의 행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일말의 격식조차 포기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이상하군.’
북한이 이렇게 오래 안 열어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중국 측에서 북한에 때리는 외교 공문을 죄다 씹는 것을 봤을 때 북한이 허가를 내지 않는 건 오로지 미국의 뜻임이 분명했다.
‘심지어 저렇게 계속 뺑뺑이를 돌고 있으면 연료 소모량이 막대할 터인데. 우릴 놀리기 위해서라면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건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걸 보면 정말로 그럴지도 몰랐다. 도대체 중국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렇게 괴롭힌단 말인가? 혹시 뭐 유년 시절에 중국계 미국인한테 맞은 적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가 유난히 중국인 차별을 사랑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일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과전압 들어간 메트로놈 같은 발작을 보고 있노라면 혈압이 올라가긴 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 말고는 딱히 손해 보는 게 없긴 했다. 그것 외에는 미국만큼이나 중국도 연료 소모량이 만만찮았다는 점 정도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없는 살림에 연료까지 꼬박꼬박 먹여 주려니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개새끼야. 아주 악질인 개새끼로다.’
리커창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보고들을 들으며 속으로 미국의 대통령에게 리커창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욕설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47년이란 세월을 살아오면서 사람을 이렇게까지 혐오했던 적이 있던가?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해군에 넣은 석유를 산 돈은 중국 돈이니까 중국해상에서 소모해야 해…. 그래야 지구의 균형이 맞아….”
“대통령님.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이번 정탐 보고서나 보십시오. ‘회전목마 작전’이 바로 오늘 끝난 참입니다.”
비서실장이 건넨 정탐 보고서에는 중국 해군의 데이터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해군 병력이 기존 데이터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번 정탐은 데이터 변경 없음을 확인했음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소득 없음과는 별개로 항모전단에 타고 있던 해병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작전이 끝나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일단 의도대로 돌아간 거 같긴 합니다만,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저게 중국의 모든 해상전력이라고 봐도 좋겠군.”
그러나 정말로 놀랍게도 중국 해군 관측 따위는 이 기행에서 나온 사소한 부산물일 뿐이었고, 그 진의는 리커창이 추측한 대로 중국을 놀려먹는 것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예산이 많이 들어간 장난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아, 그렇지. 북한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사실 그동안 김정일이 보낸 공문을 모조리 씹고 있었다. 물론 가끔 보긴 봤지만, 원조나 더 해달라는 시답잖은 이야기여서 저번처럼 15t으로 놀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원조해주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북한이 해달라는 데로 전부 해준 건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현지에 있는 주북대사에게 듣기로는….”
한 박자 건너뛰고, 다시 깊게 한 호흡 들이쉬고.
“내래 분명 미국에서 주북 대사관 호위병력을 보낸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니?”
그렇게 말한 김정일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태가 막중했다. 아니, 막중하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맞을지도 몰랐지만, 참으로 빌어먹게도 이런 탄식을 내뱉을 여건조차 되질 않았다.
“그렇습네다.”
“고게 그럼 저게 호위병력이란 말이니?”
“그렇다고 합네다.”
“아니 이런 강냉이를 총포탄에 말아먹을 종간나 새끼를 보았나! 호위병력이라더니, 무슨 결전 병기가 호위병력이란 말이니? 뭐 핵으로부터 보호하기라도 할 요량이니?”
남포항이라고 못 박은 것부터 이상하다고 짐작했어야 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 하긴 어떤 미친놈이 대사관 호위병력으로 항모전단을 가져다 박아넣을 생각을 하겠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놈이 도리어 미친놈이지.
“이 미치광이 전투기가! 조금 있으면 아예 무장도 해제하라고 강요하는 거 아니니?”
그럴 확률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긴 당장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도 일어난 마당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도리어 미친놈처럼 편집증적으로 사고해야 현 부시 정부의 방식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남포항에 주둔하게 될 미제놈들을 유효하게 활용해야 한다.’
미군은 세계 어디든 일단 정착하면 그것만으로도 돈이 되었다.
‘이 김정일이가 아무리 못 배웠어도 경제 활성화에 달러보다 좋은 건 없다는 사실 정돈 알고 있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김정일은 매일같이 국가 단위로 사치를 즐기던 덕분에 달러의 가치를 이 북한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것 말고도 항모전단이 정박해 있다는 건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메리트였다. 막말로 남포항에 정박하는 게 원자력 항모라면, 정박한 항모로부터 잉여 전력을 끌어올 수도 있었다.
‘아예, 남포항 근처에 땅을 줘버려?’
미군이 괴물 같다곤 하나 결국은 인간으로 구성되어있는 조직인데 유령선에 묶인 선원들도 아니고 영원불멸 배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특히 선실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그다지 쾌적한 곳이 아니었다.
물론 항모에 우체국부터 방송국. 심지어는 박물관까지 별의별 시설이 다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배 위에서 영원히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
더불어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이 고작 항모전단으로 끝낼 것 같지가 않았다. 어떤 무식한 놈이 고작 항모전단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지금 미국이 그렇게 운용하고 있잖은가? 모든 문제에는 근원이 있고 그 근원을 일거에 말소할 수 있는 편리한 마스터키로 말이다.
그런데 그냥 단순한 마스터키로 운용하는 것도 모자랐던 모양인지, 그 마스터키를 사용하는 수준이 무슨 숨겨뒀던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같이 중후하고 엄중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문제가 생겼다 싶으면 앞뒤 분간하지 않고 일단 항모로 들이박아서 착하게 만들어 버린다.
타국이라면 몇 번이고 고심해야 할 문제를 그날 점심 메뉴 고르듯 하듯 하고 있었다. 명령 하달받은 항모전단은 신나서 산책 나가자는 소리 들은 강아지처럼 지랄발광하는 거고.
아예 남한이랑 쇄국했으면 모를까, 적극적으로 화해 무드로 나아가고 한 마리 거머리가 되어 미국의 돈을 빨아먹기로 작정했으니 일단 내줄 건 다 내줘야 했다. 북한이 뒤처지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바로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야.”
“예, 장군 동지!”
“미국 대사에게 그대로 전하라우.”
“알겠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아예 남포항 주변 땅을 임대할 의사가 있다고 말이야.”
별수 있나, 거센 강물에서 나올 수 없다면 강물을 거스르기보다는 물살을 타는 게 이로웠다.
‘아예, 이 김에 탈중국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