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6화(107/377)
< 106편 >
이민자 문제는 비단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라크에서 민주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가 동시에 꽃을 활짝 피우면서 얼떨결에 중동도 같이 쌍으로 불판에서 볶아지고 있었다.
중동 개혁의 방아쇠 자체는 아프가니스탄이 당겼으나 그 과정이 실로 미묘하여 가까스로 격발은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라크까지 개판이 나면서 민주주의 촛불 시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듯 민주주의라고 완벽해 보이겠느냐만, 적어도 여성 인권 유린과 생사를 오가는 극한 체벌이 기본 탑재인 샤리아보다는 적어도 겉으로는 체면이라도 차리는 민주주의 헌법이 백만 배쯤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도 윗사람이 잘못하면 삼권 분립이 아니라 삼권 담합에 가까운 독재 형태로 변모해서 체면조차 차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긴 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죄악이 아니겠는가?
물론 이것만이라면 시위가 일어날 리 없다. 민주주의에서야 시위야 일어나지 않으면 더 이상한 것이지만, 시리아 같은 나라에서 시위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불법이었다.
걸리면 태형이 기본 옵션에 돌팔매 마사지 풀코스인데 누가 시위를 하고 싶어 하겠는가?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시위자들은 정부의 모진 고문을 당할 가능성을 감수하고 나왔다는 소리도 되었다.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함에도 시위가 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이었다. 당장 내일 식료품 가격이 2, 3배쯤 뛴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 드는 생각은 ‘나라가 망하려나?’ 혹은 ‘정부가 미친 건가?’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상황이 1달이고, 2달이고 그대로 3배인데, 다음 달에는 더 오른다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보통 이쯤 오면 반응이 크게 세 갈래로 갈린다.
첫 번째가 ‘국외로 도주한다.’
두 번째가 ‘시위를 나간다.’
세 번째가 ‘그냥 다 죽는 거야.’
첫 번째는 불법 이민자들이었고, 두 번째는 시위자들이며, 세 번째는 생계형 범죄자들이었다. 극히 예외적으로 위기는 곧 기회라고 본래부터 범죄자들이었던 이들이 공권력의 부재와 거리의 혼란을 적극 이용하여 한몫 두둑이 챙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상술했다시피 아주 극히 예외였다.
왜냐면 범죄자들도 온갖 욕설과 함께 이딴 나라에서는 못 살겠다면서 국외로 도주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온갖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이들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인프라 낙후가 있었다. 인프라라는 게 풀어 말하면 사회간접자본인데,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이 필수고 그 경제가 돌아가려면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데, 이런 공장 따위의 직접 자본이 제대로 돌아가게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자본이다.
풀어 놓은 단어를 다시 조립해서 요약하면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 ‘간접’적으로 필요한 ‘자본’이라는 말이렷다.
구체적으로 도로나 철도, 수도 같은 것 말이다. 일단은 공공사업을 뜻하는지라 좀 더 광범위하게 포함하면 학교나 병원 등도 포함되긴 하지만, 일단 간접 자본이 딸리면 직접 자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직접 자본이 돌아가지 않으면? 최소한 공장은 적자를 보고 최악의 경우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노동자는 월급을 받지 못하고 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생계가 어려워진다. 생계가 어려워진 노동자는 굶지 않기 위해 빚을 지게 되고 결국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은 빚에 길거리에 나앉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위에 목숨 걸어야 하는 나라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건 진짜로 말라 죽을 거 같아서 일어나는 거다. 그냥 죽기보다는 최소한 발버둥이라도 쳐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일단 시리아에서 전국에서 소규모에 불과하나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촛불 시위가 일어났고 곧이어 이를 일종의 ‘반란’으로 간주한 군경과 대치가 벌어지고 거센 마찰을 일으켰다.
“아아! 알라시여!”
“아아악! 내 팔!”
최초에는 민주주의 도입 구호로 일관하던 평화시위가 어느새 화염병을 동원하는 폭력 시위로 번져갔다.
“현 시간부로 이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을 ‘반동’으로 간주한다! 일제 사격 개시!”
“저 새끼들 초, 총 쏜다!”
“국가의 개새끼들! 국민한테 총을 쏘는 군대가 어디 있어!”
대치 도중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서 총격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총격전이라는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었는데, 군 측에서 일방적으로 총을 쏘고 있었던 탓이다. 병사들과 장갑차는 무자비하게 전진했고 자국민은 압제자의 손에 의해 민주주의의 양분이 될 핏물로 화했다.
민주주의의 나무는 국민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나무도 결국은 나무인지라 잘려도 다시 자라날 뿌리가 있어서 다시 권토중래할 수 있는 건데, 뿌리까지 삭초제근하고 토지에 염분을 뿌리면 그 자리에선 염분이 가실 때까진 작물이 자라날 도리가 없었다.
“나라의 주인은 독재자가 아니라 국민이다!”
“중대 돌격! 공화국의 영광을 위하여!”
어쨌거나 염분을 뿌리고 그걸로 모자라면 생화학무기에 방사능이라도 뿌리면 된다는 게 시리아 정부의 생각이었는데, 어째 이게 딱 반만 맞았다.
일단 맞춘 건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무력 진압을 시작하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사라졌다는 것이고, 틀린 건 정부가 생각한 것처럼 자근자근 밟아서 없앤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증발했다는 점이었다.
바로 ‘난민’이라는 형태로 화하여 말이다.
“더는 못 살겠다. 나는 떠나련다!”
그렇게 생긴 수백 수천의 난민은 서방 세계에 흘러 들어가 어느새 만 단위를 찍고 거기서 다시 백만 단위를 찍고 있었다. 이러한 시위가 비단 시리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와! 달라고? 독일의 헌법 개정을 샤리아에 맞게끔 요구하면서 말인가!? 이거 완전 미친놈들 아니야!”
외국이 아무리 복지가 좋고 치안이 좋아도 결코 살기 편한 나라는 아니다. 향수병이라는 게 왜 있겠는가? 몸에 금은보화를 걸치고 입에 만한전석을 넣는다고 한들 돌아갈 곳은 오직 집뿐인 것을.
그러나 정말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고향이 고향 같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외국이 편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이 심했는데, 특히 할랄과 하람 같이 물과 기름 수준으로 상반된 문화의 차이는 그들에게 고향이라 불릴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함을 본인들도 모르게 스스로 무의식에 호소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선택한 것은 또 다른 시위였다.
하나 중동의 모든 이민자가 서쪽을 향해서 간 건 아니었다. 때때론 동쪽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그곳은 바로 문명의 십자로이자 교차로인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우, 우리는 이런 미래를 감당할 수 없어!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치를 벗어났다!”
계산을 마친 모하마드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보고서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며 아끼던 필기구가 집무실 구석으로 굴러가는 것조차도 전혀 개의치 아니하였다.
중동에서 흘러오는 난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이는 신생 아프가니스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치를 가뿐히 넘어선 지 오래였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자본으로 이제 막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했고 탈레반이 남긴 구시대적 사상으로부터 국민의 인식을 고치는 도중이었다.
그렇기에 미국을 제외한 외부로부터의 개입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중동에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국의 반란분자를 반환하라는 외교 문서를 한 번씩은 다 받은 것 같았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메일 폭탄이라는 게 유행한다는데, 당하면 바로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미, 미국에 편지를 보내면 아무리 정신 나간 일이라도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해결할 수 있지.”
참으로 다행인 점은, 지구 최강국이자 최대급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의 뒷배였다는 점이었다. 애당초 아프가니스탄 민주주의 공화국은 오로지 미 대통령의 선의에 의존하여 일어난 나라다. 앞으로 적어도 8년, 아니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한 5년은 미국의 지원이 필요했다.
그 기간 사이에 미 대통령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거나, 기분을 거스르게 하면 나라 자체가 증발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 탓에 과도한 친미 성향이나, 미 대통령 우상숭배를 금지하지 않고 도리어 장려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 정도씩이나 관심을 주면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마지못해서 몇 번은 도와주리라는 판단이었다.
“세상에, 벌써 십만을 넘어섰어. 이러다 자치구라도 건설할 기세로군.”
시리아는 그나마 온전하게 끝난 경우였고, 시위대와 정부의 대립이 심화 되어 내전 수준의 전쟁이 일어난 나라만 해도 벌써 셋이었다.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이었다.
요르단은 재수 없게 바로 옆이 서이라크였는데, 어딜 가든 서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인지라 서이라크에서 흘러나온 이민자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요르단 정부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표어도 대놓고 하느님, 국가, 국왕이다.
그렇다. 주권이 국민에게 없는 나라다. 이러니 시위가 나지 않으려야 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쿠웨이트도 마찬가지였다. 하필 바로 위가 이라크였는데, 입헌군주제의 탈을 뒤집어쓴 전제군주제였다. 이것만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미국의 공작으로 석유 가격이 이리저리 불안정하게 휘청이면서 복지를 줄이고 군비를 증강하려 하자 국민으로부터 반발이 튀어나왔다.
평소라면 입소문. 혹은 단순한 지하 조직 결성 정도로 끝났을 반발이, 옆 동네가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날아오르자 국민이 민주주의 도입을 요구했다. 사실 민주주의 도입보다는 정부가 정치를 개판으로 하니 갈아엎자는 게 주목적이긴 했다.
카타르의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돌아간 두 경우와는 다르게 살짝 황당한 사유로 내전이 일어났다. 카타르는 중동에서도 보기 드물게 적어도 사람이 살만한 환경은 되는 나라였다. 적어도 하루 한 끼 벌어먹으며 살아갈 수는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그렇다 보니까 입으로는 ‘시발! 시발!’ 거리더라도 아예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미쳐 돌아가는 시리아나 쿠웨이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카타르 내전의 시작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범이 카타르의 정유 시설과 시추 시설을 파괴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유 시설에 불이 붙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테러 사건 정도로 취급되었으나, 카타르의 수입 대부분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정유 시설에서 일하던 노동자끼리의 다툼이었다. 재건 사업 도중에 도저히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되자 ‘일부’가 해고되었고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되었는데, 전 직장 동료들이 이들을 놀렸다.
실직자들은 새 직장이 필요했고, 마침 인력이 극단적으로 부족했던 테러리스트들이 이들을 영입했다. 테러리스트가 된 이들은 자신들을 놀렸던 전 직장 동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마침 아직도 자르카위가 잡히지 않아 눈깔이 돌아가 있던 유럽 연방과 러시아, 그리고 카타르의 주목을 받기에 너무나도 적절했고 카타르 내에서 테러리스트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문젠 테러리스트가 정부의 검은 면과 어느 정도 이어져 있어서 자폭한 셈이 되었다.
당장 테러리스트들이 들고 있던 무기의 출처도 카타르군의 장비였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렇게 더는 정부의 만행을 참을 수 없다며 몇몇 권력의 꿈나무께서 반기를 드셨기 때문이다. 다소 문제가 있다면 만행을 참을 수 없다는 자들이 바로 테러리스트 지원의 주범이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렇게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내전이 일어났다.
“중동이 미쳐 돌아가는군.”
한눈에 봐도 깔끔한 외교 문서가 만들어지기까지 스무 장의 실패작이 필요했다.
“이게 아니야!”
그러나 깔끔할 뿐, 호소가 빠져있음을 느낀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은 그마저도 구겨버렸다. 일반적인 외교 문서라면 깔끔한 게 맞지만, 이건 애당초 개인적인 편지나 청탁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그렇기에 깔끔함보다는 감정을 자극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첫 줄은, 그래. 이게 좋겠다.”
아주 직설적으로.
「친애하는 미 대통령께, 나 좀 살려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