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0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7화(108/377)
< 107편 >
‘어째 중동이 점점 맛이 가는구먼?’
중동에서 온갖 미친 일이 벌어지리라 짐작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 들어갈 줄은 상상조차 못 해봤다. 사실 문명이란 것이 생긴 이후부터 지구 전체가 혼돈 그 자체였지만, 중동이 가장 매운맛이었다.
유럽은 그동안 싸질러 놓은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드디어 난민 문제에 직면했고, 아시아는 미국이 여기저기 건든 이후부터 중국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고, 아프리카는 본디 열강들이 이리저리 자기들 편리한 대로 줄 그어놓은 다음부터 미쳐 돌아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사실 아메리카도 비슷비슷했다. 남미야 말할 것도 없고, 북미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그나마 이게 부시가 열심히 땜질해놔서 이만한 거 아닌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래 편지라는 게 같은 내용이라도 끼적이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 법 아니겠는가? 전직 왕이자 현직 대통령이신 모하마드 자히르 샤께서 편지를 보내셨는데, 도저히 난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거의 2장 분량으로 적혀 있었다.
그래도 나름 논리적으로 호소했는데, 현 아프가니스탄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인 건 이해했다. 제아무리 비숙련 일자리가 넘쳐나는 개발도상국이라곤 하나 갑자기 수십만 단위의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프가니스탄의 사업은 대부분 인프라 재건에 신설이었고, 예산이 죄다 미국 돈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하나부터 백까지 전부 국가사업이었다.
게다가 임금을 자국민과 똑같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윤리적으로라면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게 옳겠지만, 여전히 십만 단위 노동자에게 지급할 임금이 어디서 뚝딱하고 튀어나오진 않는다. 그리고 난민들은 뭐 길거리에서 자고 싶어 하겠는가? 그럼 난민들을 위한 캠프나 외국인 노동자용 기숙사가 또 따로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만으로 끝인 줄 아는가? 국토랍시고 있는 게 모조리 척박한 산지인지라 먹거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자국민도 먹이기 힘들어 죽겠는데, 십만이 여기로 들어오면 도대체 뭘 줄 수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이 만약 행패라도 부리면, 이걸 저지할 공권력 정도는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대부분이 경찰이 아니라 돌격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치안대였다는 점 정도였는데, 경찰은 지금 한참 재편이 끝나고 현장에 있는 경관들이 바뀐 헌법과 사법에 적응하는 시기였던 탓에 공권력으로서는 그리 믿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길러 주기로 약속했으니, 조사단을 파견해서 따로 적절한 예산을 투자해야지.”
“의외로 정상적인 방법을 쓰시는군요.”
“자네는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맛이 가는 거 같아.”
“제 앞에 계신 누구 덕분이죠.”
“내가 저기다가 뭐 어떻게 할 줄 알았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문제의 원인은 난민! 난민을 처리한다!’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니, 난민을 왜 처리해. 나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전쟁이나 더는 하루 한 끼 벌어먹기도 힘들어서 고향 등지고 외국으로 도망친 사람들 아닌가.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왜 처리하겠는가. 물론 그들이 다소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부시도 인정하는 바이나, 그래도 사람의 도리라는 게 있잖은가.
물론 무조건 수용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샤리아 자치구나 헌법 개정 요구 등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면 단호히 거절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사정이 넉넉함에도 이웃을 돕지 않는다면, 그건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아냐, 그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정 뭣하면 나중에 잠잠해지면 경비처리를 난민을 생성한 해당 정부에게서 받아내면 그만이다. 물론 배 째라고 하겠지만, 알게 뭔가. 그럼 진짜 배를 째 버리면 그만인데.
“그건 그렇고 난민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도 왔으면 투르크메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쪽으로도 갔겠군. 따로 정보가 있나?”
“자세한 정보는 따로 없지만, 대응에 대한 정보 정도는 있습니다. 파키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이나 똑같이 난민을 강제로 송환하는 등 다소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난민은 어디서든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이나 대놓고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니었고, 심각한 수준의 차별과 박해 그리고 편파적인 판결로 범죄자로 만들어 송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선진국도 아니면서 착실하게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상당히 특이한 경우였다. 사실 아프가니스탄도 이렇게 난민이 한순간에 수십 배로 불어날 줄 모르고 받다가 낭패를 본 것에 가깝긴 했지만 말이다.
“이란이나 터키는?”
“터키는 이미 400만에 가까운 난민을 수용 중이며, 이란의 경우엔 300만의 난민을 수용 중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도 저번 달이니, 이번 달에는 더 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당장 옆 동네인 데다가 터키의 경우엔 아예 유럽으로 가는 길목인지라 더 심한 것 같았다.
‘내가 2019년에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터키에 수용한 난민 수가 거의 500만에 가까웠던가? 이상하리만치 수가 늘어난 것 같은데.’
그렇게 부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신음을 흘렸다.
‘이상하다. 2000년대 초반이 이렇게 격동의 시기였던가?’
마치 지구촌 전체가 불타는 것 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생각보다 올해가 바쁠 것 같아서 말이지.”
나비효과였다. 문제는 나비가 거의 모스라급의 괴수라서 그렇지.
다만 나비효과라고 하면 살짝 어폐가 있었다. 나비효과가 작은 사건이 커다란 사건으로 진화하는 스노볼링 현상이었다면, 이 경우에는 핵폭탄급으로 커다란 사건이 일련의 작은 사건을 낳고 있었던 탓이었다.
부시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현실과 미래를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게끔 모든 걸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사실 현실을 제어한다는 발상 자체가 미련한 짓이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지구라는 배가 어디로 나아갈지 정도는 조정할 수 있었다.
‘정말로 병신 짓만 안 하면 된다.’
그래도 해놓은 게 한 둘인가. 이 상태를 유지하면 적어도 미국과 친구들은 이 시대 격류로부터 무사히 항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고 보니까 친구들이라고 하면 어디까지나 미국의 친구일까? 다섯 개의 눈에 들어가는 동맹은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 삼국. 그리고 이번에 급격하게 가까워진 인도. 우방국은 친구라고 부르기엔 좀 뭣하고 약간 비즈니스적 관계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애당초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외교 관계를 친구라고 빗대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꼭 매사가 우습지만도 않은 건 아니다. 당장 한국의 전신인 조선만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명나라가 이미 사라진 국가임에도 불과한 데도 말이다.
‘북한은 동맹은 아니고 일종의 우방국이라고 봐야겠지.’
훗날 통일하면 그땐 동맹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멱살 잡고 ‘나랑 같이 친구 할래! 아니면 혼자 죽을래!’라고 하는 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북한은 잘 돌아가고 있겠지?”
“적어도 보고서만이라면 그렇죠.”
비서실장은 따끈따끈한 북한 관련 보고서를 꺼냈다. 가히 두께가 책 한 권에 가까웠지만, 이젠 이 두께가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어디 보자.”
경수로 건설 현장에서 아주 작은 안전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나, 북한 주민들의 태도가 초창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 북한의 포스터에 절대로 빠지지 않았던 반미 구호가 아예 사라지거나 점점 약한 수준의 단어로 교체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 외에 남포항을 항모 전단이 점거해버려서 아예 못 쓸 것 같으니, 아예 남포항을 임대할 의사가 있다는 북한의 외교 문서도 있었다.
“솔직히 좀 불안한데.”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너무 잘 풀려 가고 있다는 게?”
원래 일이 잘 풀린다는 건 도리어 어딘가가 배배 꼬여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상일이 이렇게 잘 풀리면 개나 소나 백억씩 벌지, 왜 다른 사람 돈 따먹기가 이렇게나 힘들겠는가. 본디 부시는 몰라도 김 씨는 태생이 의심으로 태어난 인간인지라 일이 잘 돌아가면 도리어 의심하기를 좋아했다.
막말로 대한민국에서는 2013년에 원전 비리도 있지 않았나. 아예 원전 중 하나인 한빛5호기는 앵커볼트가 30개나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말이다. 2호기와 4호기에는 벽 사이에 공극도 있었지.
원전 기술 세계 1등이면 뭐하나, 비리가 다 망가뜨려 놓는데. 물론 한국과 미국의 합작인 만큼 서로 감시하에 있는 탓에 비리가 나올 확률이 적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미국이라도 비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 다시 한반도로 가시겠습니까?”
“저번에는 남한으로 갔으니, 이번에는 북한으로 한 번 가보지. 뭐.”
“이번에는 무슨 전투기를 준비할까요?”
‘거기서 전투기가 왜 나와.’
“아냐, 이번에는 그냥 멀쩡한 거 타고 갈 거야.”
“멀쩡한 거요?”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부시의 질문을 들은 비서실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부시가 절대로 그냥 짚고 넘어갈 수 없을 한마디를 내뱉었다.
“상식을 초월한 남자?”
“아니, 이 지구상에 나만큼 상식적인 사람도 어디 있다고?”
“상식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바뀐 거죠? 상식이란 일반인이 가져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나 판단력 아니었습니까?”
“원래 눈깔 세 개 달린 왕국에선 눈깔 두 개 달린 사람이 비정상이야! 내가 미친 게 아니라,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비정상으로 보일 뿐이지. 나는 정상이야. 알겠나?”
가장 설득력 없는 사람이 가장 설득력 없는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비서실장은 열심히 흘러들었다. 본디 부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면 개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았던 그였지만, 사람은 환경에 따라서 적응하고 진화하는 생물 아니겠는가?
따라서 그도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에 맞춰서 ‘부시의 비서실장’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일반적인 비서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거다.
“예, 그럼요. 그 누구보다도 정상이시죠.”
물론 그 말 뒤에 ‘네 상상 속에서만.’이라는 말이 빠졌지만 말이다. 본인이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놈 중에 정상이 있는 꼴을 본 적이 있는가? 애당초 정상이라고 주장해야 하는 순간부터 정상이 아니다.
“뭔가 찝찝하긴 한데, 바쁘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어쨌거나 본인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놈이나 이걸 유연하게 받아치는 놈이나 둘 다 정상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내일 에어포스 원 띄우게.”
“내일입니까?”
“비는 시간이 내일 뿐이잖나. 거기다 다른 국가도 아니고 북한이고.”
한 달 내내 해외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내일과 내일 모래뿐이었다. 더불어 해외에 당장 내일 가겠다고 하면 외교 결례가 될 수 있겠지만, 북한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진짜로 싫다고 해서 싫다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건 그렇죠.”
‘아, 내일이라. 현지에 있는 관료들이나 군인들이 고생깨나 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