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0화(11/377)
< 10편(수정) >
한국에는 ‘태극기 부대’라는 것이 있다. 사실 이는 한국 고유의 문화는 아닌데. 나라마다 국기 부대의 모습이나 성향, 이념 등은 확고하게 다르지만, 깃발을 몸에 두르고 행진하는 일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어떤 국가에서라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
물론 미국 또한 ‘성조기 부대’가 있었다.
“부시! 부시! 부시!”
“USA! USA!”
성조기 부대가 워싱턴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모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한 손에는 깃대에 걸린 성조기를 휘두르며, ‘아! 부시 각하!’ 혹은 내가 했던 발언인
“God Bless America! Fuck Yeah!”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공화당 뉴스라고까지 불리는 FOX는 당연히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은 부시 정권의 역사적 업적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과 참전용사들의 인터뷰를 수집하여 친 부시 정권 지지층 수립을 위한 대대적 선전에 나섰고 평소라면 부시 정권을 까기 바쁜 CNN, 뉴욕타임스까지 최대한 긍정적인 뉴스를 보도했다.
『9.11 테러는 미국 역사에 있어 결코 잊어서는, 잊히지도 않을 참상이며, 부시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단호한 의지와 국방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고작 일주일-.』
그 순간 TV가 꺼졌다.
“아, 잘 보고 있었는데.”
“지지율은 무려 97%를 찍었고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그다지 불평이 나오지는 않는 모양새야.”
신경질적으로 TV를 끈 건 부통령이었다.
“제가 런닝메이트 하나는 잘 골랐죠.”
“그런 행동을 하려면 적어도 그 런닝메이트하고 상담이라도 해보지 그랬나. 그 연설문 짜는데 다섯 명이 달라붙어 9시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건가?”
부시와 딕 체니의 관계는 대통령과 부통령이기도 했지만, 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 시절부터 정치 활동을 해오던 대선배이자 아버지 부시 시절에도 같이 일하던 가족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아, 그건 너무 진부했어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겠지만, 특히 이라크 같은 발언은 중동에 관심을 너무 쏠리게 할 수 있어요. 그건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젠 아니지.
“자네 아버지를 죽일 뻔한 사담 후세인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는 9.11이 일어났을 때 국가 단위로 축하까지 한 미국의 적이라고!”
그랬다. 사담 후세인은 부시 일가에게 있어서 악연으로 점칠 된 앙숙 관계였다. 걸프 전쟁에 앙심을 품은 후세인은 아버지 부시가 쿠웨이트를 방문하자 차량폭탄 테러 사건을 일으켰다. 이것은 훗날 아들 부시가 이라크에 전쟁을 거는 개기 중 하나가 되었다.
어쨌든 아버지 부시는 무사했고 본인이 전쟁을 원치 않았으니 조용히 묻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9.11 기념 축하는 누가 보더라도 이라크가 배후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랬다. 이라크 전쟁은 사담 후세인의 관심병과 네오콘의 패권주의로 그리고 아들 조지의 불꽃 효심으로부터 일어났다.
아마 이후 전후 사정이 확실해진 다음 웹상에서 누군가가 그랬던가. 그냥 병신인 줄 알았더니 대단한 병신이었다고.
“그거랑 이건 별개죠.”
그렇지만, 그건 아들 조지의 이야기고 나는 좀 다르지. 이라크에 대해서 썩 유감이 없었다.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미국 전체를 싹 말아먹으면서까지 이라크를 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별개? 별개라니! 아프가니스탄처럼 본때를 보여줘야지!”
“아프가니스탄에 이미 많은 예산이 쓰였어요. 군인이 한 명도 죽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기적입니다.”
“오! 부시!”
“중동에 더 힘을 쓸 수는 없어요. 거긴 괴물이 사는 곳입니다. 돈 먹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란 말입니다.”
“돈? 돈이라고 했나? 그곳은 검은 축복이 나오는 곳이네! 점령은 몰라도 협조만 받아도 우리가 당면한 고유가 시대를 타파할 수 있어!”
“딕.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저는 아메리카의 힘만으로 그 고유가 시대를 타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생각했지만, 자넨 너무 이상주의자네.”
“딕은 너무 현실주의자입니다. 꼼꼼하고 철저하지만, 그것 때문에 희망을 품을 수 없어요.”
딕과 나는 무언으로 눈빛만을 주고받았다. 그의 눈동자는 몹시 곧고 올발랐다. 그 눈동자는 자신의 말이 진짜라고 믿고 있을 때 지닐 수 있는 심지 곧은 눈동자였다.
문제는 그 곧은 심지가 역대 최강국 미국을 싹 말아먹어서 그렇지.
“딕, 예일대에 재학할 때 ‘대중매체의 콘텐츠와 그 영향력’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혹시 딕 때도 있었어요?”
“나 땐 없었는데. 아니, 있었을지도 모르지. 나는 그때 술만 줄곧 마시느라 말이야.”
그는 뜬금없이 나온 예일대 이야기에 잠시 굳었다. 예일대는 그에게 있어서 추억이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저렇게 굳었겠지.
“난 그 과목에서 70점을 맞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나는 실전에 강한 모양입니다.”
사실, 이건 내가 밥 먹듯이 보던 뉴스에서 거론된 것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조지 W. 부시가 은퇴 뒤에 집필한 자서전을 보고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부시가 되자 그 기억만큼 유용한 것도 없었다.
“딕, 그거 알고 있어요?”
“무엇을 말인가?”
“혁명을 통해 소수의 사람들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나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게 만든 그 신념을 버린다더군요. 제 은사 중 한 분이신 스탠리 멜론 교수께서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입니다.”
“아, 그렇군. 좋은 말이야.”
“나는 결코 내 신념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원래부터 자네의 러닝메이트라네.”
“난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통령. 내 임기 동안 약속받은 권력을 온전히 쥐고 있고 싶으면 내 명령을 따르라는 겁니다.”
* * *
“…직설적이군! 젠장! 너무 직설적이야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이 되더니 아버지한테서 받은 유전적 기질이라도 깨어난 건가?”
그가 런닝메이트를 위해 딕을 찾아왔을 땐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는 정계에서 멀어졌고 자신의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거기다 부통령이라는 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실권은 없고 하는 일도 없고 그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대통령이 사망하면 다음 대통령이 되기는 하지만, 딕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적어도 부시 일가를 존중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무례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아들 부시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까지 찾아왔을 땐 상당히 곤란했다. 딕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의 런닝메이트 후보를 찾아주려고 했다. 런닝메이트 후보가 있다면 그도 이제 자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으리라. 거기다 아버지 부시가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에 아버지 부시에게 많은 빚을 졌었다. 그 빚을 일부나마 갚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이다. 다섯 번이 되고 열 번이 넘어 열두 번이 넘어갈 때가 되자 생각이 점점 바뀌었다. 혹시. 혹시나 말이다. 부통령이지만,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어떨까? 결국에 부통령의 권한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말이다. 부통령으로서 가진 권한이 대통령처럼 강력하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최종결정자는 대통령이지만, 결국 부통령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으면.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행정부나 의회가 반발한다면, 아무리 대통령을 설득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행정부나 의회가 딕 체니의 사람으로 이뤄진다면?
딕 체니는 갑자기 흥미로워졌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법률 자문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온 결과는. ‘부통령은 어느 소속도 아니기에, 부통령을 제지할 권한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있다.’
아, 이보다 최상일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열세 번째 방문. 딕은 자신의 이론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거절했다. 그때 즈음에는 이미 딕의 결심은 굳어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열네 번째 방문. 드디어 딕 체니는 부시의 런닝메이트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부통령!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부통령!
“젠장.”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9.11 테러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더니 갑자기 사람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마치 미들 네임에 허버트가 붙은 것 같았다. 하는 행동거지가 아버지 부시랑 꼭 빼닮았다 이 말이다. 물론 행동은 아들 쪽이 한참 파격적이었지만. 적어도 역대 대통령 중에 연설 도중에 연설문을 던져버린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꿈을 꾸게 했으면, 꿈을 이뤄줄 책임도 있는 거 아닌가?
어쩌면, 그건 그저 자신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
노년에 든 권력의 망령이 자신을 쥐고 흔드는 것이라 해도 좋았다.
딕은. 체니 가문의 가장 뛰어난 정치인은 자신의 한계가 보고 싶었다.
“권력에는 신념이 없다.”
럼즈펠드가 버린 망집이 체니에게 달라붙었다.
* * *
알 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그의 재판 속도는 미국 역사에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보다 빠른 재판은 오로지 중세의 마녀재판뿐이었다. 심지어 그 짧디짧은 재판 시간 대부분을 그의 죄목을 부르는 데 쓰였을 정도로 간략화되어 있었다.
재판의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극단적인 박애주의자라도 오사마 빈 라덴이 받은 판결이 적어도 종신형은 아니기를 빌었다.
“유언이 있소.”
오사마는 잡히는 순간부터 고장 난 라디오처럼 이 말만을 반복했다. 변호사를 구하지도 침묵을 유지하지도.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유언이 있소.”
“이런 시발! 시끄러워! 이 악마 새끼야!”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간수가 독방의 철문을 때리고 갈궈도 저 말만을 반복했다. 지친 간수가 몸이라도 아프면 다른 말을 하겠거니 하고 죽도록 패봤지만, 유언이 있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가 이 교도소 있는 시간은 고작 3일. 72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 교도소 내의 모든 간수를 지치게 하기엔 너무나도 충분했다.
다른 고문에서도 그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고, 지칠 대로 지친 간수들은 그의 팔을 뒤로 구속하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랬더니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머리를 박아서 피를 내더니 그걸로 ‘I have a will.’이라고 쓰는 것이 아닌가? 그다음부터는 구속복을 입혔다. 그게 2일째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숨을 참아서 자살하려 했다는 게 믿겨 지는가?
그는 자살이 아니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따라서 사형이 집행될 필요가 있었다. 자살이 아니라 사형 말이다! 사형!
“시켜줘.”
교도소장은 반쯤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저 그런 흉악범이나 정치범이라면 이렇게까지 골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냥 총살형도 아니고 전 세계의 기자가 모이는 국제적인 사형이었다. 이것이 무산된다면, 결국 그 역풍은 결국 교도소장이 전부 맞게 될 것이고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 내려가는 김에 묻어둔 온갖 비리까지 자신이 가지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자 교도소장은 얼굴에서 피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죽을 놈인데 그깟 유언 얼마든지 시켜주면 될 것 아닌가! 시켜줘!”
그리고 처형일이 다가왔다.
“유언이 있소.”
최후에 최후까지 입을 다물지 않은 오사마가 드디어 총살형이 집행되는 와중에도 입을 열었다.
“시켜줄 테니까 제발 좀 닥쳐.”
국내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외신 언론까지도 모여있는 바람에 교도관은 크게 소리칠 수는 없었고 자그마한 소리로 오사마에게 속삭였다. 그 교도관은 오사마가 이 교도소로 오자마자 담당이 되었는데. 그건 그가 교도소에서 유일무이하게 아랍어를 할 수 있는 교도관이었기 때문에 직책을 반강제로 맡게 된 것이다.
드디어 3일간의 투쟁 끝에 유언을 허락받은 그가 입을 굳게 다문 체 사형대 의자에 앉혀졌다. 신문사의 카메라에서는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방송국 카메라 앞에선 기자의 열정적인 입은 절대로 다물어지는 법을 몰랐다.
사형 준비를 위해 모든 절차가 끝났고. 이제 마지막 순서만이 남아 있었다. 유언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기자 모두가 숨을 죽였고 그들의 눈동자는 오사마의 한마디를 위해 피투성이 입술에 집중되었다.
“유언을 말하시오.”
오사마 빈 라덴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없이 많은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최고였고 최상이었다.
“이슬람 형제들이여! 굴복하지 말아라!!! 알라 후 아크바르!!!”
그리고 형의 집행이 끝났다.
“아, 정말로 말씀하신 대로군요.”
“자! 끝났습니다!”
“으! 정말이지 지긋지긋했습니다. 누가 테러리스트 아니랄까 봐 마지막까지 저러네요.”
각각 경비소장, 그리고 기자로 변장했던 CIA 요원들이었다.
“아니, 제기랄. 그런데 이런 연기는 왜 하는 겁니까?”
“대통령령이요. 나중에 내부 자료로 쓴다나 뭐라나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놈 엿 먹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 과연. 헌법상 될 리가 없는데 말이죠.”
오사마 빈 라덴의 비장한 최후는 CIA 책임자와 교도소장의 단순한 농지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