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1화(112/377)
< 111편 >
“도대체 왜 외교담판을 하러 해외로 나가시면, 항상 외교로 세계대전을 하고 오시는 겁니까? 타국의 지도자들을 괴롭히는 음습한 취미가 있으십니까?”
‘솔직히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물론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야 이렇게 행동할 리가 있나.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지만, 언제까지고 언론이 대통령님의 편은 아닐 겁니다.”
실로 맞는 말인지라 반박할 도리가 없어 부시는 결국에는 딴청을 피우고 말았다. 무슨 선생한테 혼나는 학생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씩이나 돼서 잔소리를 듣고 있는단 말인가.
‘날씨는 오늘따라 왜 이리도 화창한지.’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님의 기행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저도 점점 미쳐가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미친 짓 좀 하지 마십시오.”
백날 말해봤자 뭐하겠나, 충고를 받는 사람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비서실장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원래 저런 부류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나서야 깨닫는 부류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연륜은 장식이 아니었다. 다만 알고 있음에도 이리도 계속 쪼아대는 이유는 조언이 비서실장으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도리였기 때문이었다.
본디 비서실장은 시키면 묵묵히 따라가는 스타일이었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는 수준인지라 참견 수준의 조언을 사사건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해서 깔 수 있는 이유도 부시 본인이 애당초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유도했기 때문이리라.
“우선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수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반듯하게 쌓여 있는 보고서 뭉치에서 2가지 문서를 꺼냈다.
“한국하고 중국에서 올라온 문건입니다.”
“한국이야 그렇다 치는데, 중국?”
한국이야 당연히 경수로를 비롯한 북한 문호 개방 및 개발 때문이겠는데, 중국이라고 하니 감도 오지 않았다. 그야 짐작 가는 일이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 짐작 가는 일이 한둘이어야지 말이다.
중국은 실로 격동의 시대였다. 합쳐놓은 것이 다시 분열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 파열음이 어떤 형태로 들려올지 누가 안다는 말인가.
막말로 디폴트가 될 수도 있었고 청나라 채권 재협상이 될 수도 있었으며, 항모전단 사건에 대한 항의가 될 수도 있었고, 북한에 개수작 부리지 말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경고가 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모조리 때려 박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거겠지.’
물론 그다지 착실하게 들어줄 생각은 없었고,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한국군, 북한군, 미군. 이렇게 삼군이 합체한 기적의 합동훈련을 보여줄 의향이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즉석에서 생각한 것치곤 너무나도 괜찮은 생각인걸?’
그래서 부시는 조만간 진짜로 해보기로 했다. 정말로 안 될 것도 없잖은가. 그리하면 북한에 남아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었고,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디 보자. 무슨 이야기려나?’
그런데 외교 문서의 내용은 부시가 생각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는 이해가 제대로 되질 않아서 몇 번을 읽어봐도 같았다.
“이게, 그러니까. 초대장 같은 건가?”
“중국에서는 대통령님이 방문하시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공산당 주석이 아마 리커창이었지?’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바뀌는 바람에 세세한 부분이 참으로 헷갈렸다. 고작 1년조차 되지 않은 사이에 국가 지도자가 3번이나 바뀌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무엇보다 부시가 기억하고 있기론 나름 한 가닥 하는 인간들이 이렇게 픽픽 쓰러져 나가니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시가 기억하고 있던 역사대로 나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019년의 중국은 빅 브라더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공산당은 당의 입맛대로 신용의 개념을 덧칠하여 사람을 평가하여 계급을 나누고, 데이터 쪼가리로 지은 만리장성으로 인민의 자유를 거세했다.
“그냥 친교 목적은 당연히 아니겠고. 뭘 원하는 것 같나?”
애당초 일국의 대통령을 친교 목적으로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에서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여하튼 웬만한 일이 아니면 가볍게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 것 치곤 꽤 가볍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움직여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움직여야지.
“솔직히 감도 안 옵니다. 암살이라도 하려고 하나?”
비서실장 또한 의아한 듯했다.
‘하긴 이것까지 알 수 있으면 비서실장이 아니라 대통령하고 있어야지.’
부시 또한 그다지 짐작 가는 바가 없었지만, 그런데도 얄팍한 논리와 부족한 심증에 의존하여 추측해보자면 아마 현 주석이 ‘리커창’이기 때문일 거다.
이 양반이 싸우기보다는 포용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아마 미국과의 관계를 외교적인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었을 확률이 높았다. 하긴 말이 아니라 지갑이나 주먹으로 대화하면 불리한 건 중국 아닌가? 딱히 주석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리커창이 아니었더라도 신사적인 아가리로 풀어나가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부시가 어디 해달라고 간청한다고 해서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인간이던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은 보류하도록 하지.”
부시는 중국이 자제심과 인내심을 잃어서 판단이 흐려질 때까지 방문은 보류하기로 했다. 막말로 비서실장이 말한 대로 암살당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첩보로 듣기론 공산당의 공권력이 날이 가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공권력 자체가 약해지다 못해 아예 닿지 않는 지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중앙 집권이 낮아진 틈을 타서 군벌이 준동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공권력의 공백을 무언가가 채워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게 또 다른 공권력 중 하나인 군이었을 뿐이다. 다만 이 군이 당의 군이긴 한데, 당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군대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군벌이라는 게 괜히 군벌이라고 불리겠는가? 당에서 시켜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항의하는 게 군벌이었다. 더불어 각 성(省)은 자치권을 야금야금 증대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폭풍전야가 따로 없었다.
“한국은?”
“경수로 관련입니다. 그리고 남북합작 사업 관련도 있군요.”
‘이건 맞췄군.’
“경, 중공업부터 문화사업이나 북한 지원 등이 있습니다.”
그것만이라면 별 특이할 것 없는 문서였겠지만, 비서실장이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 내용을 축약한 것으로서 실제로는 230장씩이나 되는 커다란 사업 제안서에 가까웠다. 현장이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하고 싶다고 보고하는 형태 말이다.
외교 문서 주제에 이렇게까지 두꺼운 이유는 예전부터 구체적인 형태나 구상이 꽤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철도 사업만 해도 경의선이니 동해선이니 죄다 조사해 놓았고, 얼마의 예산이 배당될지, 철도를 통해서 어떤 이득을 가져올지. 심지어는 남북철도가 생기면서 어떤 역에 어떤 효과가 올지까지 전부 구상해 놓았다.
더불어 문서에 딱히 북한 철도 현대화에 관련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신의주 재개발, 남북 공동 DMZ 보존 위원회, 유라시아 도로 재정비, 전기, 수도, 농업 현대화 등 그렇기에 도리어 230장은 적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문서 하나에 대한민국의 인재가 얼마나 갈려 나갔을지를 상상하면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하긴 당장 내 행동으로 인해서 실시간으로 갈려 나가는 사람이 옆에 있군.’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가, 이내 새삼스럽다 싶어서 그만두었다.
“아세안은 변동 사항 없고 인도는 탈러시아 중인가.”
인도는 점점 자국 무기를 미제로 바꿔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병신 같은 자국산 소총인 INSAS를 포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인도군의 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실제로도 인도 국방부에서는 INSAS를 자국의 자존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괴악하고 조악한 성능을 그냥 두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일단 예비역으로 몰아내고 제식 총기를 미제 M4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
하긴 어차피 M4가 아니었으면 T91이니 TAT21이니 온갖 잡다한 총기로 무장했을 것을 상기하면 인도를 위해선 차라리 이게 나았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아준 전차도 좀 포기하라고 전하게.”
“아무리 그래도 전차까지 포기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 글쎄. 자네도 아준 전차가 어떤 전차인지 알게 되면 생각이 많이 바뀔걸.”
개발 시기는 K-1 전차랑 비슷했으며, 예산은 책정한 것보다 스무 배나 처먹은 주제에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온갖 문제점 덕분에 2007년까지 시제품만 죽어라 굴리다가 2009년에야 양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연대 수준으로 전면 배치를 해냈지만, 당장 인도 국방부도 아준 전차가 상당히 머저리 같았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모양인지 개선안을 모조리 던져버리고 러시아제 T-90MS를 주문했다.
“자존심보다는 안전이지. 그러고 보면 인도가 러시아 국방 산업의 나름 큰손이었는데, 꽤 속이 쓰리겠구먼?”
“그러게나 말입니다.”
반면 미국의 국방 산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큰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발주가 끊이질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아세안에서 F-15를 열심히 주문하고 있었고 좀 주머니에 여유가 있는 국가는 제식 총기도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경우 불과 3년 전에 채택한 불펍식 돌격 소총인 SAR-21이 있었지만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려고 한 모양인지 아말라이트 계열 총기를 발주했다. 동남아시아에 몰아치는 미제 물결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건 베트남이었는데, 베트남이 버티고 있는 이유야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전쟁에서는 이겼는데, 경제에서 지다니. 이보다 굴욕적인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일본은 별다른 일이 없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당초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했다. 다만 일본에서 북한 개발에 열렬한 러브콜을 보냈는데, 한국과 일본이 친해야 동아시아 패권이 안정적으로 변하는 미국 특성상 이는 썩 괜찮은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다만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고 하는 꼬락서니가 영 좋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뭐 이거야 대한민국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중동이랑 유럽은?”
부시는 다음으로 올 문서를 기다렸지만, 10초가 지나도록 책상 위에 문서가 올라오지 않아 고개를 비서실장을 쳐다보았는데, 그 비서실장의 표정이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대통령님?”
“무슨 일이지?”
“점심 식사 시간입니다.”
아, 그건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