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2화(113/377)
< 112편 >
이라크. 동서로 분단된 분단국가다.
이라크 외의 분단국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약 50년간 분단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담당하고 있었던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키프로스였지만, 한반도는 머잖아 미국의 힘으로 통일될 터였다.
분단국가의 공통점은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한쪽은 국제 사회에서 공식적인 국가로서 인정받지만, 남은 한쪽은 국가로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장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만 해도 터키 말곤 그 누구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타이완 중화민국 정부는 UN에서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북한은 또 어떻고? 북한이야 최근에 미국이 이리저리 굴린 덕분에 이목을 집중 받았다곤 하지만,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는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라크는 좀 이야기가 달랐다. EU와 러시아가 필요성에 의해서 동서 분단을 인정하고 있었다. 국제 사회의 가장 큰 축 중 둘이 인정해버리면 남은 건 미국 정도인데, 미국 또한 반대할 이유가 그다지 없었기에 이를 순순히 인정했다.
이런 경우와 비슷한 경우가 하나 더 있긴 했는데, 그게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강대국들의 필요로 의해서 동서로 분단되었던 독일이었다. 그러나 동서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서쪽이나 동쪽이나 이라크가 동서독과는 달리 영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높은 세금과 중국인지 이라크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나, 조금만 실수해도 지옥으로 가는 이슬람 근본주의는 사람이 그다지 살고 싶지 않은 동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도 테러리스트들이 판치고 있었다. 동쪽에서 보낸 것이었다. 물론 동쪽에서는 부정하고 있었지만, 일개 테러리스트들이 이렇게 충실한 군사 장비를 가지고 전문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 보니 주둔 중인 EU군은 몹시 엿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정찰 임무랍시고 경무장으로 나온 프랑스 분대 하나가 납탄으로 구성된 소낙비를 건물 그림자에서 피하게 되는 경우 같은 상황 말이다.
“이런 빌어먹을! 점심도 못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못 먹은 점심은 테러리스트 놈들로 대체하겠다! 입 닥치고 움직여!”
“그런데 수신호 안 써도 됩니까?”
“이런 시팔! 그딴 거 쓸 틈이 어디 있어?”
FM이란 게 평시에는 꽉 막힌 것 같아도 전시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당장 한국군의 교리만 찾아보더라도 적혀 있는 데로 군대가 움직이면 핵이 없다는 전제하에 능히 미국을 대적하더라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 군대 중에 FM으로 돌아가는 곳이 있긴 있던가?
본디 시가전엔 수신호를 보내는 게 FM이었지만, 수신호가 다 무어더냐. 당장 머리 위로 총탄이 날아다니는 마당에 수신호를 서로 보내고 있을 틈이 있기나 할 것 같은가? 그냥 소리를 지르는 게 답이었다.
“레몽! 받아!”
장 피에르 분대장이 레몽 일병한테 무언가를 던졌는데, 레몽은 분대장이 던지는 게 여분의 탄창인가 싶었다가 그 크기를 보고 탄창은 아님을 직감했다. 얼떨결에 손에 들어온 것은 레몽에게 익숙하면서도 영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었는데, 이것의 정체가 G36에 달려 있던 ‘유탄발사기’임은 알 수 있었다. 익숙한 것은 AG36의 존재였고, 익숙하지 않은 건 AG36를 스탠드 얼론으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AG36? 이게 따로 운용도 가능했습니까? 이야, 분대장님께서 언제부터 그렇게 텍티컬하셨답니까?”
“이런 시발! 그딴 개소리할 틈 있으면 쏘기나 해!”
모르긴 모르되 평소 장구류에 투자하기 인색한 분대장의 성정을 떠올렸을 때 테러리스트들에게 압수한 노획품이 틀림없었다. 본디 G36에 다는 것이니 독일 애들의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독일 애들 지들 총 영점이 자꾸 틀어진다고 투덜거리던데.’
한둘도 아니고 만나는 놈들마다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미신 따위가 아니라 총 자체가 잘못되었겠지. 그래도 나름 전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명가인 H&K에서 만든 총인데 설마 그렇게 허접스럽게 만들었겠나 싶겠지만. 방산 비리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면 혹시 모르지, 정말로 어딘가 잘못 설계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영점 문제는 몰라도 적어도 탄창은 잘못 설계한 게 맞는 것 같았다. 만나는 독일 놈들마다 순정 플라스틱 탄창 대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M16 탄창을 끼고 있는 걸 보면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게 확실했다.
“이 빡대가리야! 멍 때리고 있지 말고 쏘라고! 쏴! 내가 좌표까지 적어주랴!”
분대장의 고함에 레몽은 독일 총에 대한 고찰이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때 할만한 생각은 아니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처음 만져보는 녀석인지라 뭐가 뭔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레몽이 워낙 숙련된 유탄 사수인 덕분에 40mm 유탄은 정확히 창문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러면 뭐 하나, 그 많고 많은 테러리스트 중의 한 명을 드디어 쓰러뜨린 셈인데.
“아이고 의미 없다.”
레몽은 유탄발사기를 바닥에 떨궈버렸다.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유탄도 방금 쏜 한 발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분대장님! 제압사격을 할 정도로 그리 많은 탄이 없습니다! 지향 사격을 하자니 보다시피 젠장!”
제압사격을 하던 분대원들이 교전이 시작된 지 5분이 되질 않아 탄 부족을 보고했다.
“이런 빌어먹을!”
안전한 정찰 임무라고 판단한 게 화근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이 엊그제만 해도 이 도시는 유령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는데, 세금을 낼 능력은 없고 그렇다고 외국으로 이민 가기도 싫은 불쌍한 이들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이 빌어먹을 유령도시에 테러리스트는 없다고 단정했기 때문에 군장을 대충 가라로 싸서 나왔다가 이렇게 피로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아직 분대원들이 무손실이라는 게 더 기적일 노릇일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FM대로라면 대전차 무기인 AT4도 2개나 있어야 했고, LGI 경박격포도 있어야 했다. 그나마 분대 지원화기인 FN 미니미 경기관총이 있는 게 다행이었지만, 그마저도 여분의 탄창은 가져오지 않아서 필요한 곳에 끊어 쏘고 있었다.
‘VBL(소형전술차량)이 박살 난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는데, 하필 저 차에 무전기가 있단 말이지.’
휴대전화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참으로 빌어먹게도 이곳은 전파가 닿질 않았다. 인프라가 죄다 나갔기 때문이다. 아내가 위성 통화가 되는 휴대전화를 사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무시했다가 피를 보고 있었다. 세상에나 일말의 가능성을 경시했다가 단번에 피를 두 번이나 보게 되다니.
‘그나마 총이라도 들게 시킨 게 다행이구먼.’
그마저도 총알이 없다는 끔찍한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분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철수해야지.”
“누가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레몽 일병은 평소에 비꼴 별로 기회가 없어서 열심히 비꼬았다. 그러나 그 비꼼도 얼마 가지 못했다.
“R! P! G!”
총알로 안 될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RPG 세례를 퍼부었다. 다만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덕분에 미리 움직여 폭발에 말려드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5시.”
“예?”
“우리가 원래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2시야. 그런데 연락도 안 되는데, 그대로 2시간 정도 지나면 정찰이든 구조반이든 보내겠지. 헬기로 올 터니 오기는 더럽게 금방 올 테니까 한 넉넉잡아 5시.”
“지금이 11시인데 어떻게 5시까지 버팁니까?”
그것이 난제이긴 했다.
“준비만전이었다면 반대로 저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놈들을 갈아버릴 수 있었는데.”
준비만전은 무슨 얼어 죽을 준비만전인가. 어쨌거나 실수한 건 실수한 거고 이제 이 비정한 현실에 최대한 순응하고 죽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보급품 보충은 테러리스트들의 피와 살로 대체한다.”
“노획이요?”
“죽다 살아났는데, 총기 분실 정도야 봐주겠지. 놈들의 총기를 노획하면 우리가 들고 있는 FAMAS는 집어던진다. 탄종이 맞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AK나 들고 있겠지.”
FAMAS는 5.56mm 탄이었지만, AK는 7.62mm 탄을 썼기 때문에 탄이 떨어진 FAMAS는 그냥 쇠몽둥이나 다름없었다. 전장에서 노획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정도야 흔히 있는 일이니,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가끔가다 전장에서 함부로 노획해서 쓰다간 영창을 가는 일본 같은 나라도 있는 모양이지만, 프랑스는 그런 국가와 거리가 멀었다. 도리어 쓸 수 있는 건 모조리 써서 돌격하라는 교리에 가까웠지.
“엘랑이 별거냐! 모조리 빼앗아서 재무장하자! 돌격! 돌격! 돌격!”
인간이 가장 잔인해진다는 오후 7시. 폐허가 된 도시 위를 독일제 타이거 공격헬기 하나가 날아가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 중 하나인 미제 헬파이어 미사일이 달려 있었고 두터운 로켓 포드에는 건물 몇 채는 가볍게 철거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었다.
“헬가21. 구시가지 군데군데에 전투의 흔적이 보이고 중심부에 파괴된 프랑스군 차량이 보입니다. 실종된 차량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헬기 기장은 무전을 끊자마자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시발, 저녁도 못 먹고 바게트 새끼들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다니!”
“어차피 먹는 거라곤 짬밥 아닙니까.”
“그럼 넌 내일부터 짬밥 먹지 마라.”
실종자 수색에 프랑스군이 아니라 독일군이 나오다니! 아주 초현실적인 광경이었지만, 하필 당장 나갈 수 있는 헬기가 이것밖에 없었던 탓이었다. 자르카위가 나타났다는 첩보를 듣고 헬기가 모조리 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진짜 같습니까?”
“이번에도 면상이 비슷하게 생긴 중동인 하나가 낚였을 뿐이겠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던가. 이젠 희망을 버리고 있었다. 다만 출동할 때마다 잡히기만 하면 손수 강냉이를 추수하려는 계획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이젠 집에 가고 싶습니다.”
“전쟁터가 좋은 곳은 아니지.”
“일단 고도를 좀 높여야겠어. 바게트 놈들 찾자고 격추당할 순 없지.”
그때였다. 고도를 높이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빛이 보였다.
“와, 시발. 저게 뭐야.”
SOS였다. 이게 그냥 평범한 SOS였다면 헬기 기장 입에서 구수한 욕지거리가 한바가지 즈음 튀어나왔겠지만, 대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짤막한 감탄사였다.
“건물을 태워서 SOS를 띄운 건 처음 보네요. 저 정도면 우주에서도 보이는 거 아닙니까?”
“이 정신 나간 바게트 새끼들은 어떻게 하면 아예 시가지 자체를 태워서 SOS를 띄울 발상에 닿지?”
다음날 전 세계의 신문에 프랑스 분대 하나가 약 300명에 달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제압한 비현실적인 사건이 보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