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3화(114/377)
< 113편 >
“직장 생활 중 최악이 직장에서 저녁 먹는 일이라고 하던데.”
“대통령이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중동 동향입니다. 방금 올라온 거죠.”
방금 올라왔다는 것은 당사자들을 제외한 그 어떠한 나라도 입수하지 못한 정보임을 의미했다. 당연하겠지만, 아직 뉴스를 타지 않은 정보이기도 하단 소리였다.
‘와, 그랑메종이 자기가 맞았다면서 관짝 차고 나오는 거 아니냐?’
그랑메종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의 교육 총감으로, 프랑스에서 두고두고 까고 유럽에서 사골이 우러나도록 놀리는 ‘엘랑 비탈 전투 교령’의 입안자였다. 공세만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품격있는 전문적인 단어로 이를 ‘개돌’이라고도 하고 ‘어택땅’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그냥 전선에 착검하고 돌격하라는 교리였다. 물론 이게 잘 먹혔을 리가 없고 프랑스 대육군은 참호와 기관총 아래에서 잘 갈려 나갔고, 대지는 60만 명분의 피를 처먹고 비옥해졌다.
“그런데 이게 되네?”
“전장이 된 곳이 수개월 간 정찰 임무 담당인지라 이곳저곳 빠삭하게 익히고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게릴라 공습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시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겹치는 바람에.”
“그래도 근본적인 수적 차이가 해결될 수는 없을 텐데.”
“게릴라 방법이 꽤 특이합니다.”
비서실장은 새로운 문서를 건넸다. 일종의 녹취록이었는데, 생존자들의 증언이었다. 일방적으로 학살했으니 말이 생존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읽으면 읽을수록 괴상망측한 것들이었다.
“지반 침하로 인해 노출된 가스관 폭파, 지하 하수도에서부터 지반 붕괴를 통한 소대급 일망타진. 건물 내 스프링클러로 시야를 제한하고 제압. 보급품에 불을 지르고 모인 틈에 RPG로 폭파.”
말이야 쉽지. 무슨 특수부대도 아닌 주제에 고작 정찰 분대 하나가 파멸을 몰고 다닌단 말인가.
“어떻게 지하도까지 파악할 수 있었던 거지? 폭발물은 어디서 구했고.”
“임무가 자르카위 수색이다 보니까 도시의 온갖 곳을 쏘다녔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폭발물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입수했다고 합니다만, 무엇보다 매일 같이 폭발물을 상대하다 보니 다루는데에도 도가 튼 모양입니다.”
‘말이 입수지, 약탈한 모양이구먼? 이게 프랑스군이야, 몽골군이야? 그것도 아니면 어디 게임 주인공인가?’
“전부 다 저런 병사들이면 중동에 테러리스트가 남아나질 않겠군.”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죠. EU군에서 매주 사망자나 부상자가 최소 20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상자 수는 더 많고요. 장비는 하루에도 수천만 달러 수준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까지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성전 수준으로 포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그렇게 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가 알 카에다가 유럽에 남긴 상처는 물적이든 심적이든 1, 2년으로 복구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중동에서 나오는 피해를 애써 외면했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굉장히 특이한 편이었군?”
“그런 셈입니다. 특이성이 몇 겹이고 겹쳐져 일궈낸 기적이라고 해야겠죠. 솔직히 웬만한 특수부대를 투입해도 저 정도는 힘들 겁니다. 어쨌거나, 언론에서는 좋아할 만한 영웅담이군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나 소탕 작전을 펼쳤는데, 테러리스트가 이렇게까지 많은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이렇게나 갈궜으면 지하에 숨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분간 잠잠하거나. 이건 너무 대놓고 움직이고 있잖나.”
“중동 동향 보고서 192페이지 즈음이 그에 대한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동이라크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가 192페이지를 펼쳐보니 첩보 종합 보고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중 가장 핵심정보는 동이라크가 러시아에서 받은 자금 중 일부를 테러리스트 육성 프로젝트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이건 러시아의 의지가 아닌 것 같은데.”
“테러리스트고 뭐고 석유만 빼가면 된다는 거겠죠. 아무래도 적절한 시점에서 버려질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실상은 러시아 자금이라기보단, 이라크 북부에서 시추 된 석유에서 나온 오일머니죠.”
“먹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이라는 소리군. 그런데 지원되는 자금이 그렇게 많나?”
“동이라크는 정상적인 국가와는 달리 돈 들어갈 구석이 거의 없으니까요. 듣자니 조만간 식수 공급을 끊고 우물을 파게 한다는 소리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끊는 건 전기겠죠.”
“환장하겠군. 원시 시대로 회귀하고 싶은 건가?”
“아마 그럴 지도요.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의하면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듣기만 하면 무슨 세기말 사이비 종교 같은데.”
“하는 짓만 보면 썩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수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를 건설하고 있지 않습니까? 쇠퇴한 인프라와 인권을 등한시하고 거대한 종교적 건축물을 건설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세기말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죠.”
“거대한 건축물이라.”
“마천루라도 지으실 생각은 아니죠? 제가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마천루의 저주는 좀 께름칙하지 않습니까?”
마천루의 저주는 앤드루 로런스가 쓴 경제학 논문인데, 초고층 빌딩은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효시라는 논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뉴욕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그러했다. 1931년에 완공되었으나 대공황 직격탄을 맞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날까지 단순히 텅텅 빈 콘크리트 건물에 불과했었다.
“설마 그럴 리가. 딱히 짓고 싶은 생각은 없어. 다만 동이라크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을 짓는 게 목표인 모양이던데, 단순한 ‘페이퍼 플랜’만 들려줘도 동이라크 정부가 재미있어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건 재미있을 것 같군요. 한번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듣는다고 해서 순순히 더 지출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규모만 보면 동이라크가 모든 재산을 탕진해야 하는 수준입니다만.”
“원래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판단은 매사에 불일치 하는 법이지. 거기다가 실패한다고 해서 우리가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지.”
“그쯤 되면 건축 중인 모스크를 증오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군요.”
종교가 전부인 사람들에게서 종교적 건축물을 증오하게 만들다니, 잔인하다면 정말로 잔인한 일이었다. 어쩌면 도리어 삶을 피폐하게 만든 화려하고 비대해진 모스크를 규탄하고 조금 더 소극적인 삶을 지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중동은 이쯤하고 유럽은 어떻지?”
“유럽은 언제나 복잡하죠. 지금이야 EU라는 거대한 울타리로 묶여있지만. 언제는 안 그랬답니까?”
유럽은 로마 시절부터 신성 로마에 이르기까지 타의든 자의든 서로 열심히 묶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제대로 단합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나마 EU는 어떻게든 서로 엮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당장 유로파이터만 봐도 각국의 사정으로 개판이 나지 않았던가?
그나마 EU는 이제 좀 유럽끼리는 그만 싸우자고 만든 절충안이긴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연합국은 추축국의 수장국인 독일을 이겼지만, 정작 물리친 독일이 EU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잖은가. 세상에 이보다 아이러니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연합국은 부분적인 승리를 가져갔지만, 독일은 전체적인 승리를 가져갔다.
“어쨌든 공통점이 있다면 중동 난민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는 유럽이 무혈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겁니다.”
“아니면 중동을 평화롭게 만들 거나. 난민은 자기들 복이지. 중동에 이 사달이 난 건 다름 아닌 유럽이니 말이야.”
그러니까 나무 같은 거다. 분쟁이 씨앗이 자라서 이건 중동 전체적인 문제고, 이라크에만 시점을 좁혀도 비슷했다. 막말로 자유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주장하고 포장만 할 게 아니라 신탁통치를 하던지, 그것조차 아니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군대를 조련하여 현지에 맡기고 치안 유지군을 빼든지 해야 했다.
그런데 EU는 중동에 영구적으로 영향력을 투사할 생각인 모양인지 통 군대를 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요컨대 EU는 아직 피를 덜 본 셈이었다.
“하긴 이렇게 압도적인 물량으로 계속해서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면 언젠가는 서이라크는 적어도 일반적인 수준까지 떨어질지도 모르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끝끝내 패배한 이유 중 하나는 ‘충분하지 못한 점령군’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아직은 연결이 느슨하다지만, 각국에서 차출한 EU군은 수가 많았다. 거기다가 서이라크에서 거의 매일같이 합동훈련을 진행하며 그 느슨한 연결고리까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었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수치의 예산이 투자되고 있었지만, EU의 유지와 유럽 통합군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지출이기도 했다.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째서?”
“일반적인 테러 집단이라면 대통령님 말씀대로 되겠지만, 본진이 동이라크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해충 박멸 전문 업체들이 괜히 근원까지 찾아서 다 때려 부순다고 하는 게 아니다. 테러리스트도 마찬가지라 본진이 살아 있으면 어디선가 다시 솟아 나오는 법이다.
“그렇군. 그래서 이 보고서 더럽게 두터운데 말이야. 경제 부분을 제외하면 결국은 중동에 온 힘을 투사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알 카에다가 분열되는 유럽을 묶어놨구먼?”
“너무 대충 훑어보신 거 아닙니까?”
“사실이 그렇잖나. 유럽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다시 중동으로 돌아가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너무 대충 읽으신 거 아닙니까? 예를 들면 브렌트유 증산으로 인해서 유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만.”
“한 번 다시 읽긴 해야지. 그런데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어쨌든 한 번 훑어는 봐야 하니까. 그래도 별로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좀 돼서 그런지 목차만 읽어도 대충 뭐가 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자세한 건 직접 세세하게 읽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전체를 파악하고 있으면 뭐가 뭔지 대충 감이라는 게 오지 않는가.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수 시간을 걸려 세세하게 읽었지만,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르게 돌아가는 건 거의 없었다.
“체스터 아서 대통령께서 일터를 집으로 삼는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모를 거라고 했는데, 막상 체감해보니까 썩 그렇지만도 않단 말이지. 아니면 아직 대통령 노릇을 덜 해봐서 그런가?”
책상 위에 서류 하나 없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를 거다.
“그럼 그런 대통령님을 위한 보고서가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깨끗한 책상 위에 보고서가 올라왔을 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지도 모르겠지.
“다시 생각해보니까 오늘은 너무 피곤한 것 같은걸!”
“어딜 가려고 하십니까?”
“이, 이거 놔! 난 오늘 운동도 못 했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침 조깅 정도는 시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