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4화(115/377)
< 114편 >
“점점 몸이 불어나는 거 아닙니까?”
“그런가? 역시 요즘 운동을 못 해서 살이….”
“아뇨. 근육이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아니! 그 무슨 천인공노할 소리인가! 근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늘!”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움직일 때마다 근육 소리가 나는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발 좀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보십시오.”
“나는 의자로 공기를 선택했을 뿐이야. 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의자인가. 환경호르몬도 없고, 앉으면 앉아 있을수록 건강해지기까지 하지!”
어차피 부시가 가지는 이미지가 친근한 지도자도 아니고 강력한 지도자이니 근육이 붙는 건 외교에 있어서 나름 좋은 현상이었다. 미국이 펼치는 외교가 미국의 강력한 국력과 나름의 대의를 통한 압박 외교인지라, 적어도 작은 체구를 가진 비실이보다는 거대한 근육맨이 나았다.
보디빌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의 근육은 아니었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은 몸에서 압도적인 힘이 아니라, 지성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근육에서 지성이 느껴진다니 이게 무슨 힘 스텟 올린 법사 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현실이 그러한데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부시의 몸매가 일국의 대통령이 가질만한 몸매는 아니어서 만약 부시 얼굴을 모른다면, ‘이봐, 친구! 미국의 대통령이다!’라고 했을 때 ‘누구, 쟤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어떤가?”
“뭐가요? 날이 가면 갈수록 멈출 줄 모르고 불어나는 대통령님의 근육 말입니까?”
“아니, 신무기 개발 말이야. 보고서만으로는 잘 감이 오질 않아서 말이지.”
보고서에는 온갖 개발 용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나서야 간신히 이해했다. 그 이후부터는 제법 알기 쉬운 용어로 풀어서 올라오고 있었지만, 보고서만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거기다가 괜히 ‘카탈로그상 스펙’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직접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부시의 고민에 비서실장이 돌려준 것은 무릎에 팍 소리가 나도록 칠 정도로 너무나도 명쾌한 해답이었다. 그래서 부시는 직접 개발 현장에 방문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에는 없는 일정이었던지라 조각모음 하듯 스케줄을 쪼개서 한데에 모아야 했다.
“개발실에 잘 오셨습니다.”
부시가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랜드 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회사인 제네럴 다이나믹스 미션 시스템이라는 곳이었는데, 개발실에는 온갖 전 세계에서 모아놓은 개인 장구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규격은 결국 NATO였지만 말이다.
랜드 워리어는 전투 조끼와 방탄 헬멧 그리고 M4로 구성되어 있다. 전투 조끼에는 온갖 센서와 컴퓨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군용 무전기(MBITR)와 GPS 또한 포함되어 있다. 더럽게 무겁기로 악명높은 배터리도 이 조끼에 매달려 있었다.
배터리는 일회용과 재충전식으로 나뉘지만, 지금은 재충전식 배터리가 둘이었기 때문에 실상 타입이 셋이었다. 부시가 본인의 원대한 야망을 위해서 리튬 이온 충전지를 사용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무식한 대통령이 예산을 쓸모없는 곳에 사용한다고 규탄했지만, 부시는 강제로 밀어붙였다.
컴퓨터는 윈도우 2000을 사용하고 있었고 랜드 워리어 전용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었다. 헬멧에는 무선 근거리 통신망에 쓰이는 안테나가 달려 있었고 원시적인 증강현실이라 할 수 있는 HMD가 달려 있었다. HMD에는 지휘 통제 및 위성의 지형 등 온갖 정보를 표기했다.
M4는 일반적인 M4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 위에 장착되는 액세서리가 조금 특별했다. 아직은 구상단계에 불과했지만, HMD와 연동되어 적의 거리와 방향을 표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제어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할 수 있었다.
보다시피 이렇게 풀어놓으면 참으로 거창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지라. 배터리는 그 무엇보다 빠르게 소모되는 주제에 무겁기는 더럽게 무거웠다.
더불어 위성을 통해 각 병사의 위치를 표기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이 갱신 딜레이가 30초였다. 그리고 전장에서 이 30초는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당장 게임만 해도 조작한 게 30초 뒤에 조작되면 개판이 나는데, 현실에서 이러면 어떤 꼬락서니가 날지 너무나도 명확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러한 정밀 기기는 먼지를 먹으면 쉬이 고장 나는 법이었다.
‘그래도 기술력은 착실하게 축적되니까 말이지.’
부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랜드 워리어를 퓨처 워리어와 통합할 생각이었다. 엎어질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엎어질 프로젝트라곤 하나 부시도 실제로 만져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소 흥미가 돈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개발진들은 이러한 문제를 아직 모르지.’
위에 나열한 문제점들은 실전에 들어가야 나오는 문제였는데, 랜드 워리어가 아직 실전에 투입된 적도 없으니 알 리가 있나.
‘테러리스트 제압에 투입해 봐야 하나?’
그러나 곧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명령하는 건 쉽지만, 이 허접한 시스템으로 인해서 군인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부시가 익히 알고 있는 랜드 워리어의 설명이 끝났다. 다만 실물을 보면서 직접 설명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꽤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이건?”
“야시장비(Night Vision)입니다. 랜드 워리어와 결합하기 위해서 연구 중입니다.”
부시는 이 물건이 어떤 용도로 쓰는 물건인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서 죽어도 안 가는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도구였다. 적어도 한국군에서 복무할 땐 그런 용도로 사용했다.
“야간투시경에는 세대 구분이 없다지?”
“예, 맞습니다. 딱 작년부터 세대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따지자면 이건 2세대 중에서도 구형이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야간투시경을 눈에 가져다 댔다. 왠지 적당히 방이 어둡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눈은 어둠이 잘 보입니다. 녹색으로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저건?”
부시가 커다란 전등 하나를 손가락질했다. 생긴 것이 마치 교도소나 군 초소에서나 볼법한 크기의 대형 라이트였다.
“아, 저건 오토게이팅 실험용 라이트입니다.”
오토게이팅은 과도한 광량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이었다. 군용이라면 어떤 야간투시경이라도 있는 기능이었다.
“이 야간투시경에는 실험을 위해서 오토게이팅과 전원 자동차단이 제거되어있는 상태니까 켜지 마십…! 내 눈! 믿을 수 없군요! 말하자마자 켜시다니!”
“내가 아닐세.”
정확히는 켜지는 것을 방관하긴 했다.
“고양이라고요? 도대체 어디서 들어온 거야!?”
아무래도 사내에서 기르는 녀석은 아닌 모양이었다. 꼬리를 실룩거리며 도망치는 모양새가 마치 인간을 골려줬다고 낄낄대는 것 같았다. 부시는 고양이를 따라 나가 캐딜락 원에 몸을 실었다. 랜드 워리어에서는 더 볼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시가 개발실에서 랜드 워리어 프로젝트가 일군 성과를 보고 올 동안 캐딜락 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부시의 질문에 별다른 숨겨진 의미 따위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곤 입을 열었다.
“완성되기만 하면 저희 군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죠.”
“만약 시대가 너무 이르다면?”
“무슨 뜻입니까?”
“적용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이른 모양인지 소형화가 힘들어. 저런 무거운 장비를 차고 다니면 병사들이 쉬이 지칠 거야. 특히나 야전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
“소형화 문제는 충분한 돈이 그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돈이 부족하지 않은지 확인해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비서실장은 정론을 말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랜드 워리어만큼은 돈을 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무식하게 돈을 들이부으면 결과물이 나오긴 나올 거다. 소형화도 가능할 거고 말이다.
문제는 이 랜드 워리어를 병신으로 보이게 만드는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이 있었다. GPS, 실시간 통신, 심지어는 정밀 사격 보정 기능까지 랜드 워리어에 적용되는 모든 기능이 스마트폰 하나에 있었다. 심지어는 가격도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몹시 쌌다.
물론 이 또한 군용으로 제작하면 단가가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현재 사용되는 랜드 워리어보다 한참 값싼 것은 마찬가지였다.
풀어 말하자면, 구태여 랜드 워리어에 돈을 퍼부을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퓨처 워리어에 통합될 프로그램이었다.
‘생각해보니 퓨처 워리어는 어떻게 되고 있지?’
퓨처 워리어는 말 그대로 미래 군인인지라 현재로서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있었다. SF에서나 볼법한 강화복 같은 것 말이다.
‘그래도 강화외골격 정도는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실용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부분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점점 자네가 나를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대통령직을 내려올 때 즈음에는 자네가 대통령을 해도 될 정도군.”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단 한시라도 그런 미친 자리에 앉아 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부시의 발치에서 상당히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적어도 캐딜락 원이 공장에서 출고된 이후로 이 캐딜락 원 안에서 단 한 번도 난 적 없던 소리임은 틀림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캐딜락 원 안에서 절대로 ‘고양이 소리’가 날리는 없으니 말이다.
고양이는 부시의 다리를 얼굴로 몇 번 비비더니, 무릎 위로 살포시 올라왔다. 상당히 어린 고양이었는데, 적어도 1년이 되지 않았음이 확실했다. 아니면 굶주려서 말랐다거나 말이다.
“아까 그 고양이잖아?”
“아는 고양이입니까?”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까 개발실에서 본 고양이인 것 같은데.”
생긴 건 영락없이 아메리카 쇼트헤어였는데, 털이 완전히 백색이었다. 그렇다고 알비노라는 뜻은 아니었고 눈이 녹색인 걸 보아하니 그냥 털의 색이 태생부터 백색인 모양이었다.
“개발실? 회사에서 기르는 고양이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주인 없는 길고양이 같더군.”
“그 녀석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시에겐 시간은 없어도 대신 막대한 돈이 있으니 기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었다. 막말로 가정부 하나를 더 고용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정 곤란하면 분양하면 그만이고 말이다. 대통령이 보증한다고 하면 못 가져가서 안달일 터다.
“흠, 뭐 어때 못 기를 것도 없지. 마침 백악관에 마스코트가 필요하긴 했지.”
부시는 고양이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고양이는 몹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가만있자.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뭐가 좋겠나?”
“주인이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군. 그렇다면 화이트가 어떻겠나?”
센스라고는 하나 느껴지지 않는 그 이름을 들은 비서실장은 기겁했다.
“설마 색 때문에 그런 거라면 차라리 제가 붙여 주겠습니다.”
“아니, 말했잖나. 백악관(White House)의 마스코트로 쓸 거라고. 그러니까 화이트지.”
비서실장은 화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 수긍하면서도 경애해마잖는 대통령께서 상당히 얼버무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