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6화(117/377)
< 116편 >
이번에 새로 부임한 주아프간 대사 마이클 클라크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아프간 대통령궁에 당도했다. 대통령궁의 경비는 마치 군사 기지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는데,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로부터 더는 안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모하마드 자히르 대통령이 미 대통령에게 ‘헬프’를 친 이후로 해결될 줄 알았던 난민 문제는 도리어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었다. 대처를 잘못했다거나, 돈을 헛된 곳에 쓴 게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신생국이나 다름없는 아프가니스탄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는 게 문제였다.
이대로 가다간 아프가니스탄은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게 변할지도 몰랐다. 언제나 그랬지만, 연방 의회는 미국의 예산이 일정 이상으로 국외에 지출되는 것을 그리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어떻게든 축소하려 하려 했지.
마이클이 대통령궁에 방문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대통령령’으로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일을 맡은 특명전권대사 마이클 클라크입니다.”
“형식상의 인사는 되었소. 정말로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잖소. 나는 당신이 이 빌어먹을 상황을 타개할 무언가를 가져왔으리라 굳게 믿고 있소. 맞소?”
평소에 온화한 모하마드치고는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사태가 사태인 것도 있었고, 살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밤과 낮이 따로 없을 정도로 모하마드가 처리하는 서류량은 어마 무시했다. 구체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통령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작업량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하러 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 우선 진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하오. 하지만 알고 있잖소.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말이오.”
마이클은 모하마드의 어깨너머로 태산을 이루고 있는 서류 더미를 보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이었다. 몇몇 서류가 두툼하긴 했으나 대부분이 개별적인 서류들이었음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모하마드 대통령이 국정에 있어서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말 그대로 생명을 불사르고 있었다.
“그럼 희망하시는 대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 대통령님께선 이 아프가니스탄이 좀 더 발전하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원은 끊기지 않는다는 말이죠.”
“염치없지만, 그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오. 만약 여기서 지원을 더 해준다고 하더라도 저 난민들을 받다 보면 그 지원조차 금세 바닥이 날 거요.”
어차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동네가 아직은 미국의 돈으로 굴러가는 곳이니 난민 한둘 정도 받는다고 경제적으로는 타격이 없을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미국에서 온 원조를 모조리 난민 구제에 돌려야 했다. 그 말은 곧 지금 공사 중인 인프라 건축물들을 모조리 중지시켜야 함을 의미했고, 인프라 건축물만큼 도중에 공사가 중단되면 치명적인 건물도 없었다.
“솔직하시군요.”
아예 난민들을 막아내거나 쫓아내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니나, 하필 아프가니스탄의 뒷배가 미국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지나가던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그 미국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당히 UN 난민 협약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배하기가 썩 껄끄럽다는 말이었다.
미국도 입장이라는 게 있을 것 아닌가. 만약 아프가니스탄이 난민들을 박해한다면, UN의 수장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난민 협약을 위배한 아프가니스탄에 잘도 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미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귀국의 대통령이 난민을 쫓아내거나 막는다고 해도 눈감아주면 좋겠소만.”
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장벽을 올리고 대전차 미사일에도 끄떡없는 국경 감시소를 지어두고 나면 난민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예산이 좀 들어가긴 하겠지만, 지금 난민들을 먹여 살리는 예산보다는 싼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입에서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봤으나, 특명전권대사라는 인간은 모하마드 대통령이 가진 마지막 희망조차 단칼에 잘라버렸다. 모하마드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며 아주 깊이 탄식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그렇다고 설마 미국이 더 많은 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달러가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현 미국의 대통령이 대통령인 만큼 더 지원해주겠다고 했을지도 몰랐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었다.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우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번영하기를 원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귀국을 통해서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말입니다.”
“그건 듣던 와중에 반가운 소리지만, 우선은 난민 문제요. 난민을 해결해야 하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제안입니다.”
“더는 빙빙 돌리지 말고 제발 좀 말해보시오.”
모하마드는 초조했다.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가려고 하는 조국이 지금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은데 초조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난민들을 국민으로 편입시키시죠.”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오!”
“그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안’이라고.”
제안이 말이 제안이지. 사실상 신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웬만한 말이라면 고분고분 따라줬던 거니까.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버리면 모하마드 대통령은 최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 말을 국민이 인정할 것 같소? 무엇보다 나는 내 아름다운 조국이 서이라크 꼴이 되는 걸 볼 수는 없소. 반중국인 반이라크인인 이라크라니. 그게 이라크요? 중국이오? 다 같은 중동계라고 문화가 같을 것 같소? 차라리 우리나라가 왕정국가면 또 모를까. 이젠 민주주의요. 중동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를 내리고 샤리아 국가를 세우는 꼴을 볼 수는 없단 말이오!”
“하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값싼 노동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습니까?”
“고작 모자란 노동력을 충당하자고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 자체를 뒤흔들 수는 없소. 지금은 비록 그 수가 그렇게 크지 않으나 그 수가 곧 더 늘어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토종 아프가니스탄인은 소수가 될 것이오. 나는 죽어도 그 꼴을 보고 있을 수 없소.”
인종이 좀 섞이는 게 뭐 그리 대수라는 말인가. 미국인인 마이클은 모하마드의 외침을 감성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식 상으로 이해는 했지만, 말이다.
‘내 아이디어는 현실에 적용되기엔 아무래도 문제가 많은 것 같군. 어쩔 수 없다. 대통령님이 시키신 데로 할 수밖에.’
대통령께서는 친히 본인의 아이디어보다 좀 더 쌈박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방식대로 해결하길 권장했다. 책상 위에서 보고서만 읽다가 나온 아이디어보다는 현장에서 처리하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가 거절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에 옳기는 방법뿐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그렇다면 난민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치우는 수밖에.”
“아까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소?”
모하마드는 속이 살짝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단 말인가?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죠. 쫓아내는 건 안 됩니다. 하지만 난민이 자의로 다른 나라로 가는 건 상관없잖습니까?”
“자의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수용량이 포화상태인 건 사실입니다. 난민 수용 시설들이 그리 좋지 못한 환경인 것 또한 사실이고 말입니다.”
난민 수용 캠프는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텐트촌이었다. 이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저치였다. 매일 물과 일용할 양식이 지급할 뿐이었다. 고작 이것만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의 재정 상태가 휘청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전쟁터나 다름없는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립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돌아갈 때가 아니었다.
“유럽에서는 노숙자를 처리할 때 고향으로 돌려보낸다고 하더군요.”
물론 행정 상태가 개판인 건지, 아니면 악의적으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고향이 아니라 어디 외딴 시골로 편도 티켓을 끊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복지 아닌 복지 정책 자체가 대도시에 과포화된 노숙자를 어떻게든 처리해보자고 나온 것이었으니, 목적만이라면 달성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자의로 고향으로 돌아가겠소?”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세금에,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에 질려서. 그것도 아니면 전쟁통에 목숨을 잃기 싫어 도망쳐 나온 이들이었다. 그러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유럽에서는 샤리아 시위로 개판이 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난민촌에서 점점 일종의 촌락을 일구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통보한 뒤 불법 촌락을 철거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뇨. 유럽으로 보내는 겁니다.”
“고향이 아니라 유럽으로?”
“솔직히 말해서 이 사달이 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니까요. 책임을 질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유럽이죠.”
물론 전 유럽이 폭탄 테러를 당한 오늘날에는 비단 유럽의 책임만이라고 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애당초 그 폭탄 테러범들이 온상을 만든 것은 유럽이었다. 그러니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럽에서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소?”
그럴 리가 있나,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려보낼 것이 틀림없었다. 유럽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타국에서 떠넘긴 난민을 받아줄 의향은 없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연이어진 난민들의 샤리아 시위로 인해 난민을 받지 말자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입니다.”
참으로 오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오만함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이라는 단 한마디로 모든 설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리한지 타국인은 모를 거다. 마이클은 자부심이 가득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군다나 EU가 싫다고 해도 UN을 탈퇴할 게 아니면 모든 부류의 난민을 막을 방법 따위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권리도 없고요.”
무엇보다 중동 한가운데에 알박기하고 있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다소 강압적이긴 했지만. 대의는 미국에 있었다. 정확히는 유럽 외의 모든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대의였다.
‘정 뭣하면 미국에서 약간 수용해도 문제는 없으니까.’
미국이 워낙 크다 보니까 나라 하나가 통째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간에 기별도 안 갔다. 더군다나 마침 역대 수준의 경제 호황인지라, 새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의로 움직이게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의로 유럽으로 향하게 한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