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7화(118/377)
< 117편 >
“허허 지랄 말거라 아들아. 나는 여기가 마음에 들어. 2개월 걸려서 겨우겨우 도착해서 허리가 부러지게 4개월을 가까이 노력해서 내 밭을 만들었는데, 여길 나가라고? 어림도 없지! 어림도 없다! 암!”
“아니, 아버지! 유럽으로 가면 다 있다니까요! 왜 그렇게 고집이에요!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아버지만 고생하셨어요? 아버지 마음은 알겠는데, 저희 아들도 생각하셔야죠! 모하메드에겐 샤리아를 배울 수 있는 이슬람 학교가 필요해요! 아프가니스탄에는 그런 학교가 저희 같은 난민에겐 개방이 되어 있지 않단 말이에요!”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학교는 이미 소수가 되었다. 애당초 학교가 거의 없던 탓도 있었지만, 자본주의의 침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전통적인 이슬람보다는 서방 세계의 자본주의와 현 이슬람 샤리아를 입맛에 맞게끔 재해석하고 있었다.
물론 주변 국가에서는 이단이라고 날뛰고 있지만, 아직 9.11 테러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미국이 뒤에서 팔짱 끼고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리 큰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더불어 참으로 빌어먹게도 이라크에 서방 세계 그 자체가 버티고 있었으니 더욱이 그러했다. 서방 세계에 의해서 탄압받는 현실이 중동의 현주소였고, 하필 샤리아 자치구 문제로 유럽을 괴롭히면서 그렇지 않아도 배척받던 이슬람은 더욱이 배척받고 있었다.
따라서 민간이라면 몰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슬람이 이단 문제로 큰 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동에 침투하고 있는 서방 세계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밉보일 터이니 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하드니 뭐니 하면서 다시 큰 소리가 나오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깟 건 내가 다 알려줄 수 있어! 그리고 샤리아 자치구라고 했나? 우리가 단합해서 여기에 만들면 그만이야!”
“억지 부리지 마세요. 유럽하고 다르게 아프가니스탄은 폭력적이란 곳이란 말이에요!”
유럽에서 아무리 난동을 부려봤자 공권력이 할 수 있는 건 경찰을 통한 진압이나 체포 정도였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선 군을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난민촌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건 최신 미제 돌격 소총을 들고 미제 장갑차에 미제 군장으로 무장한 군대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기강이 해이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도리어 미 군사 고문단의 훈련을 모두 소화해낸 최정예 특수부대였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모하마드가 난민촌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꺼렸던 탓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는데 이들이 모하마드의 의도와는 달리 이 임무에 그다지 적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특수부대는 좀 뛰어난 작전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대에 불과하지,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만능의 부대가 아니라는 거다.
더불어 이들이 미군이 만들어낸 지옥의 용광로에서 담금질을 받아서 그런지 매사에 행동이 거칠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들을 교련한 것은 베트남, 걸프전을 참전한 용사들이 섞여 있었는데, 아주 잠깐 방심한 것만으로 전우들이 자살 폭탄의 희생양이 되는 꼬락서니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기본적으로 전우가 아닌 사람을 대하는데 다소 거칠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통제’만큼이라면 모하마드가 의도한 데로 완벽할 정도로 흘러갔다. 다만 난민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난민들의 아프가니스탄인에 대한 인식이 매사에 ‘폭력적인 사람들’로 고정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제 친구가 놈들한테 끌려갔다가 영영 사라진 게 믿기지 않아요!”
물론 그 친구는 유럽 갔다.
“저는 여기에 있기 싫어요! 거기다 아버지랑 제가 일궈낸 밭도 불법인 걸 아시잖아요. 면적이 텃밭 수준에서 벗어난 게 들키면 불법이라고 다 압수해갈 거란 걸 다 아시잖아요!”
실제로 밭은 압류되었고 국가의 소유가 되었다.
“아니, 도대체 어제까지만 해도 얌전했던 놈이 왜 자꾸 유럽행을 부르짖는 거냐?”
“저걸 보시라고요!”
아들이 아버지를 천막 밖으로 이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방음이 되질 않는 텐트였지만, 밖이 상당히 웅성거리고 있단 사실은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다만 아버지는 이기주의로 철저히 무장한지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으려 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까지 이렇게 극성이니 이제 관심이 좀 갔다.
“언제 이런걸?”
웬 넓은 천막 위에 흐릿한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꽤 비싼 영사기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아직 해가 중천이었기 탓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원리나 방식 자체는 자동차 극장과 비슷했다.
대형 우퍼를 사용한 모양인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서 비롯된 소란을 헤치고 제법 먼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부자의 귀에 아나운서 톤을 한 여성의 목소리가 똑똑히 박혀 들어갔다.
「새로운 삶을 원하십니까? 극단적이지도, 변질하지도 않은 기존의 샤리아를 원하십니까?」
영상 안에는 익숙한 것들이 지나갔다. 동서로 나뉘기 전의 바그다드, 중동 각지의 모스크 같은 것 말이다. 바그다드가 조명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온 난민 대부분이 이라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고향 같은 집을 원하십니까?」
그다음 장면은 은은한 노란색을 이용해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한 영상이었다. 가족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슬람 율법에 엄격히 맞춘 식사, 천막이나 판잣집 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주거지, 그리고 아이들이 무슬림 선생의 교육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잘 봐줘도 부족한 영상 기술과 광고에서나 볼법한 가식적이고 과장된 행동이 한곳에 어우러져 묘한 기괴함을 연출했기에 다른 사람이 봤다면 코웃음 칠 터였지만, 이것만큼 지금 난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도 없었다. 볼품없는 영상미와는 별개로 영상에서 보여주는 것은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 모아서 압축해놓은 영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럽-샤리아 자치구로 오십시오.」
조악한 3D 그래픽 기술로 만든 유럽 지도가 펼쳐졌다. 3D면 뭐든지 좋다는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만들어낸 괴악한 지도였다. 그러나 그래픽의 조악함과는 별도로 한눈에 유럽임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각 지도의 도시에 붉은 점을 찍더니 그 부분마다 샤리아 자치구 시위를 확대해서 보여줬다.
「여러분의 권리를, 샤리아를 쟁취하십시오.」
이렇게 마침 말이 끝나자 처음으로 돌아갔다. 1분 30초짜리 영상이었지만, 하도 몰입해서 그런지 체감 시간은 30초도 되지 않는 듯했다. 홀린 듯이 영상을 쳐다보고 있던 아버지를 아들은 조마조마한 눈초리로 살펴보고 있었다.
“보셨어요? 우리는 유럽으로 가야 해요!”
영상을 본 아버지의 생각이 바뀌었기를 기대하며 아들은 희망을 담아 외쳤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버지의 마음에 아들의 외침은 닿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영상으로 현혹하고 있는 이들을 잠시간 증오했을 뿐이었다.
“말도 안 된다 아들아. 이런 걸 틀어주는 이유가 뭐겠니! 다 꿍꿍이가 있는 거란다!”
“그래도 유럽이 이 허접한 난민촌보단 낫겠죠! 벌써 일주일간 샤워조차 할 수 없었어요! 아파도 제대로 약도 구할 수 없고요!”
“젠장!”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반박하기 힘들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난민촌에 식량이나 생필품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배급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직접 쟁취해야 해요! 누가 떠먹여 주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요!”
“쟁취하라니! 그건 여기서도 충분히 할 수 있…!”
쟁취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낸 순간 온갖 첨단 장비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경비군단의 모습이, 포악한 언행으로 무장하고 잔인하게 소총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찍어 내리며 제압하던 그 모습이 아버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만은 않겠군.”
다른 곳이면 몰라도 적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궐기하자는 상상은 결국엔 머릿속에서 그쳐야 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더니, 그 원조를 모조리 군사력에 투입한 모양이었다. 아마 함부로 궐기했다간 전차의 무한궤도에 피떡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밭은 다시 일구면 됩니다. 하지만 모하메드를 이런 곳에서 기를 순 없어요.”
“이런 시발! 제기랄! 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유럽으로는 어떻게 갈 건데?”
그게 관건이었다. 어떻게 유럽으로 가는가?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 생사의 경계를 몇 번이고 오갔는데 어떻게 이 늙고 지친 몸을 이끌고 유럽으로 간다는 말인가?
“아프가니스탄의 군인들이 말하길, 원한다면 러시아를 통해서 안전하게 보내준다고 해요.”
아들 이기는 아버지 없다더니,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날로 그 가족은 짐을 싸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횡단 열차를 이용한 안전하고 빠른 여행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지. 몹시 훌륭하오. 이리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난민을 해결할 수 있다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소.”
“남아 있는 난민도 금방 끝날 겁니다. 정 남겠다고 해도 상관없죠. 극소수일 태니까.”
‘나폴레옹 그 양반도 이 꼬락서니를 보면 사전에 불가능을 자필로 적어 넣을 거야.’
모하마드는 구체적인 수치가 적혀 있는 난민 유동 보고서를 보며 몹시 만족했다. 원하는 난민은 모조리 러시아나 직항 비행기 편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고 또 보냈다.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의 항공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반송을 해오면 어떻게 한단 말이오?”
“총알 배송해줘야죠.”
마이클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총알 배송?”
“아, 총알을 배송해준다는 말입니다. 죽기 싫으면 알아서 하라는 거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뭐라고 하면 미국에서 난민을 조금 더 분담하면 그만입니다. 뭣보다 다음 UN 회의에서는 중동의 난민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할 생각입니다. 아니면 긴급회의가 될지도 모르고요. 적어도 유럽은 거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자세히 말해주니 안심이 되오.”
모하마드는 그제야 면상을 지배하던 긴장이 사라짐을 느꼈다. 눈꼬리가 내려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프가니스탄을 기어코 멸망으로 몰고 가던 난민행 폭주 기관차가 드디어 멈춰 섰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난민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드디어 아프가니스탄을 키울 수 있게 되었군요.”
“아프가니스탄을 키워준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모양이구려.”
“하하! 미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허언하지 않죠. 우리는 귀국을 중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국가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 형태가 다소 내정간섭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중동에서 가장 거대하고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모하마드는 소싯적에 중립을 고수했었지만, 내전으로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고 말았다. 외압에는 강하나 내부는 약한 나라는 지켜질 수는 있어도 오래갈 수는 없었다.
“우선 마약부터 근절해야겠습니다.”
“탈레반이 여기저기 일을 저지르고 떠났소. 그중 하나가 양귀비 문제요. 최대한 단속은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행정 능력으로는 단속하기 힘든 게 현실이오.”
“그래도 공권력이 그리 부패하지 않은 게 희망입니다.”
“그건 맞소.”
모하마드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탈레반 정부에 관계된 이들을 전부 청산한 일이었다. 덕분에 공권력만큼은 제법 투명하게 행사할 수 있었다. 이는 타국에서는 보기 힘든 쾌거였다. 그러나 이 또한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리라는 사실은 모하마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이 적기입니다. 저희 미국의 위성을 이용하면 쉬이 양귀비밭을 단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귀비는 우리 국가의 전통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어서, 그냥 전부 태우는 건 좀 그렇소만.”
그 말을 들은 마이클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양에서도 양귀비 씨앗 따위를 요리에 올리는 건 흔히들 있는 일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방안을 내놓았다.
“만약 양귀비를 재배할 것이라면 국가의 완전한 단속 아래에서 재배되어야 합니다. 한 번 싹 단속을 한 뒤에 국토에서 국가가 직접 길러서 유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양귀비는 거의 생필품이란 말이오.”
“알고 있습니다. 씨앗은 식용으로 쓰고 식용유를 만들 수도 있으며, 비누로도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중세입니까? 이것들은 다른 작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수입할 수도 있죠. 생필품에 관련해서는 미국이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미국이 지원해준다.’ 이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이 소리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를 거다. 모하마드는 속으로 안심했다.
“발효하고 특정 기간 사이에 자수한 사람은 죄를 묻지 않고 특별사면하여 도리어 돈을 지원해줘야 할 것이며, 무기징역 등 엄한 처벌로 강경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제법 높은 효율을 보일 겁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하오만, 이게 제대로 돌아가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돌아가게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