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1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8화(119/377)
< 118편 >
진정한 샤리아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이들 중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비행기 편으로 간 이들은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러시아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상관이 있었다.
러시아는 제법 배타주의적 면모가 강하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게 가려거든 러시아는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붉은 광장에서 꽤 많은 사상자를 낸 판국인지라 중동에 속하는 인종이 러시아를 여행하기 그다지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일하는 중동인들이 일종의 묻지 마 폭력을 당해야 했고 일터에서도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덕분에 러시아에서 일하던 중동인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떠나가거나, 다른 나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타향 땅에서 악착같이 모아온 루블을 달러나 유로로 환전하거나 루피나 원화 혹은 엔화로 환전했다. 그러나 루블을 위안으로 바꾸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때 기회의 땅이라고도 불렸던 중국은 지금 한참 뒤숭숭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원래도 세상 가짜라는 물건은 죄다 이 땅에서 생산되고 가만히 두기만 해도 폭발하는 음식이 나오는 등 무지막지하게 뒤숭숭했지만, 그래도 이건 적어도 재산 피해나 중상으로 끝나잖는가. 지금 중국은 강도나 사람 납치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그나마 중국을 지탱하던 공권력 중 하나인 공안은 예산이 여러 차례 삭감되어 어느덧 부패의 온상이 되어있었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이런 곳으로 돈을 벌러 가고 싶지도 않을 거다. 더불어 위안화의 가치가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탓도 컸다. 그래도 구태여 가겠다면 홍콩이나 마카오 쪽으로 알아보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치안이 불안정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쨌거나 러시아에 도착한 난민들은 앞서 일하던 중동 노동자들의 전철을 밟았다.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를 이용하기 위한 아주 짧은 체류 기간이었지만, 나라가 나라인 만큼 문제는 벌어졌다. 다만 다른 외국인들과 난민들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수’가 상당했다는 점이었다.
“그냥 좀 지나가겠다는데 그렇다고 사람을 패? 네놈들이 사람 새끼들이냐!”
“이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놈들아! 여기는 러시아다!”
“아, 그래? 그럼 우리는 이슬람이다!”
그렇게 21세기 민간에서 벌어진 것 중 가장 큰 난투극이 유럽 열차에서 벌어졌다. 인류가 문명이라는 개념을 역사의 텃밭에 가꾸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전통 깊은 갈등인 ‘인종 문제’로 인해서 말이다.
기적적으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사이좋게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이 경우에는 돈이라곤 단 한 푼도 없는 난민들이 문제였으나, 기초적인 의약품과 본래 목적지인 유럽으로 송환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기초적인 의약품이라고 해도 어차피 연고나 반창고를 비롯한 진통제 정도였지만, 유럽으로 가면 해결되리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샤리아 자치구로 향하고자 하는 욕구와 욕망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덕분에 유럽은 난민들을 지원하는데 더 많은 유로를 지출해야 했다.
그리고 적어도 이런 일이 3번은 더 이어지자, EU에서는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으로 경고를 보내야만 했다. 러시아 측에는 더는 난민들을 핍박하지 말라는 경고를, 아프가니스탄에는 난민들을 더는 누출하지 말 걸 촉구하는 권고를 보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언제 유럽이 하지 말라고 해서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물론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겉으로는 난민 차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고 더 나아가면, 돈이 있는 쪽으로 굽는 법이다.
러시아인의 국민성 자체도 본래부터 배타적인데, 연달아 일어난 테러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중동인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이 팽배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거기다 실질적인 집행 장치인 공권력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중인데 어떻게 제대로 단속이 돌아가겠는가?
아프가니스탄도 비슷했다. EU가 아무리 경고해봤자 뒷배가 미국인 바람에 씨알조차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을 상대로 항의를 하자니 미국은 대답을 회피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은 침묵하고 있었다.
여유 있는 수용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난민 구제에 쓸 기금은 점점 고갈되고 있었으며, 동서유럽권의 반난민 정서는 날이 가면 갈수록 드높아지고 있었다. EU는 한계가 곧 오리라는 사실을 직시했으며, 난민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안일하고 전통적으로 대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와 같은 배경을 전제로 EU 회원국과 중국을 제외한 상임이사국 전원의 요청에 따라 뉴욕의 UN 본부에서 ‘중동의 난민 구제’를 주제로 긴급회의가 벌어졌다.
UN이 무엇인가? 세계평화 같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는 집어치우자. UN 대사들이 대변하는 것은 각국의 입장과 결의안에 따른 이익이다. UN을 움직이는 상임이사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거기다 세계평화라는 단어는 정의와 동의어가 아니다. 세계평화란 결국엔 현재 UN이 만들어낸 세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반대로 말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UN이었다.
막말로 중국의 소수민족 핍박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겠는가? 상임이사국의 온갖 패악질에 대해서는? 2019년의 홍콩에 대해서는? UN도 하는 업무는 하나 같이 거창하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움직이는 거고, 자본주의에서 태어난 인종은 결국 돈 주는 사람 따라 움직이는 개새끼인지라 돈 많이 넣는 사람 손을 들어주게 되어있는 주머니 두둑한 부패한 심판이었다.
역설적으로 UN을 움직일 수 있는 돈 많은 주인이 마음만 곧게 먹는다면 이 돈에 미친 괴물을 올바르게 부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곧게 먹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사람인지라 확실한 정답은 없었다. 다만 적어도 곧게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결정적인 차별점이 있었다.
빤히 노출된 모순을 그대로 좌시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었다.
모든 회의 내용. 다시 말해 UN 회의에 올라오는 모든 결의안은 전날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UN 회의 내용에 대한 협의는 사전에 끝나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서로 이해가 ‘일치’하는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별개였다. 그렇지 않으면 결의안 발표나 결정 따위로 부르지, 구태여 회의라는 거창한 명칭을 붙이지 않았을 터다.
결의안은 발의와 투표로 수정된다. UN은 실질적으로 예의라는 가면 안에 숨긴 혀로 만든 칼날의 예리함을 겨루는 곳이었다. 더불어 UN에 내는 예산만큼 발언권이 높아지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현재 UN에 가장 많은 예산을 넣는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그리고 그 미국의 정점의 서는 인간이 누구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이게 그 UN에서 쓰일 결의안인가?”
유엔에서 쓰일 결의안이라고 해도 어차피 중동 난민 구호 해결 방안에 대해 적혀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결의안에 미 대통령의 의사가 듬뿍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UN 결의안은 매번 볼 때마다 생소하군.’
결의안이나, 보고서나 각자의 형식이 있었다. 그중 결의안의 경우에는 전문부분이 앞으로 실행부분이 뒤로 들어가며, 마침표를 마지막 외에는 찍지 아니한다. 전문부분은 이슈와 선례에 대해서, 실행부분은 UN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서술한다.
‘읽는 방법도 생소해. 행정이 이래서 힘들어.’
쭉 내려가며 읽다가 이해가 가질 않아 다시 위로 올라오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피곤해진 부시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어째선지 날이 가면 갈수록 어깨가 넓어지는 화이트가 부시의 발치와 다가오더니 구두에 대고 비비적거렸다. 당시에는 그저 나이가 가늠하기 어려운 아메리칸 숏헤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진장 어린 메인쿤이었다. 정확히는 메인쿤과 온갖 종이 섞인 잡종이었지만, 구태여 분류하자면 메인쿤이었다는 소리다.
성묘가 된 메인쿤은 덩치가 애완묘 중에서 가장 커지고, 털이 아주 길어진다. 그러나 잡종이라서 그런지, 털이 그리 길지 않았다. 이것이 고양이의 종에 대해서는 무지한 일반인인 부시가 화이트의 종을 아메리칸 숏헤어로 착각한 이유였다.
‘이거 다 큰 거겠지?’
그럴 리가 있나, 아기 고양이었던 화이트는 아직 한참 성장기였다. 그런데 제 주인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호가호위하는 모양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강한 기를 가지고 태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문제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단순히 경계하거나 덤벼드는 게 아니라 맹수처럼 굴었다.
사바나 초원에서 서식하는 사자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코끼리 때를 제외한 모든 동물에게 위기감을 가지지 않고 매사가 느긋하지 않은가? 화이트도 비슷했다. 매사가 너무나도 느긋했다. 한 번은 백악관에서 기르는 수색견과 맞붙은 적이 있었는데, 개가 아무리 짖어대고 지랄발광을 해도 화이트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느긋한 표정으로 식빵을 굽고(Loafing) 있었을 뿐이었다.
사실 저쯤 되면 그냥 위기 감각 자체가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수의사의 말로는 이유는 알기 힘드나 일단은 정상이라신다. 다만 정상이라는 말 뒤에 성격이 약간 괴팍할 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집사 배려차원에서 그런 것 같았다.
“대충 내 의도대로 서술된 것 같군.”
“그럼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유럽 각국이 받아들일까요? 중대한 안건은 UN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유럽에서도 해결책을 들고 올 것 같습니다만.”
“유럽에서 들고 올 해결책이라고 해봤자, 여기에 적혀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것들일 거야.”
결의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일차적으로 난민이 난 이유와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한다. 책임의 무게에 따라서 수용할 난민의 비율을 분배한다. 다만 어느 정도는 미국에 불리한 결의안이기도 했는데, 이 ‘책임’에서 미국 또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EU는 국력에 따른 난민할당제 등을 통해서 난민을 나누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었다. 터키를 비롯한 남유럽에 밀집하는 바람에 나온 발상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물의를 일으켰으면 책임을 져야지.”
다만 EU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은 난민들을 여유롭게 감당할 수 있었고 EU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EU는 난민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배출해내는 중동을 규탄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은 죽을 만큼 어려워도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건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지. 그렇게 태어난 게 나치 독일 아닌가?’
당시 독일은 완벽한 게르만 민족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원인을 내부의 적으로 규명했다. 덕분에 나치당은 민족주의의 물결을 타고 기세등등하게 독일을 점령할 수 있었다.
“그리고 UN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이지만, 그 UN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중국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