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화(12/377)
< 11편 >
「오사마 빈 라덴의 사형은 약물 사형으로 집행했으며, 마지막 식사는 그가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맞는 건 사형 집행 하나밖에 없었지만, 원래 국가 성명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종신형 따위는 여론을 고려했을 때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결국은 어떻게든 사형을 해야만 했다. 여론이 얼마나 험악했으면 사형 집행 때마다 반대시위가 있기는 마련인데, 그것마저 없었다. 작전 도중에 대원이 아주 작은 실수로 머리에 총구멍을 낼 수도 있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놈들 입장에서는 이교도와 싸우다 죽는 것이 가장 큰 명예였다.
9.11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면 중동에 간섭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더 좋았겠지만, 정말로 안타깝게도 그리하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건 제일 큰 근심 중 하나를 덜었다 이 말이다.
내가 가진 지식이 실제로 세상을 주무르고 있었다.
미래 지식! 그리고 세계 최강의 무력과 국력!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국민만 빼고.
“아, 저 친구 브리핑 하나는 정말로 끝내주는군. 승진시켜.”
“알겠습니다.”
“심문은 잘 되어가고 있나?”
내 옆에는 언제나 듬직한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이 서 있었다.
“존 브랜디는 자기 어릴 적 놀던 친구까지 다 불고 있습니다.”
“아, 어릴 적 놀던 친구라.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지.”
마이크 프록터, 조 오닐, 로버트 매클레스키. 나를 포함한 4명은 동내의 사고뭉치였다. 캔디를 팔러 다니면, 동내 어르신이 흡족한 표정으로 한 움큼씩 사주시곤 했다.
“…뭐?”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저 친구들 이름을 모르는데. 그러니까 그들과 놀았다는 기록을 자서전에 봤던 기억은 있다. 그러나 한 번 훑어본 자서전에 새겨진 이름이 이렇게 생생하게 바로 기억날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면 원래 조지 W. 부시의 무언가가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과학적인 추론으로 따져봤을 때. 아마 영혼이 육체와 결합 되며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었다.
흠, 하지만 벽에 걸린 저 십자가를 보면서 신앙심이 펑펑 솟아나지는 않는데. 조지 W. 부시는 열렬한 기독교 신자였다. 아마 착하다고 표현되는 성격도 신앙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신을 믿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초자연현상에 해당하는 존재들 말이다. 당장 나만 해도 조지 부시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무언가라고 정확하게 꼬집어서 확정하기엔 정보가 부족했다.
“아무것도 아닐세.”
“그래서 럼즈펠드는 뭐라고 하던가?”
“도리어 증거를 가져오라고 고함을 버럭버럭 지르더군요.”
아, 그 양반이야 언제나 같지. 그러나 전화를 사용한 게 악수였다. 적어도 문자로 했으면 내가 붙여둔 요원들이 그 내용을 듣는 일은 없었겠지. 거기다가 존 브랜디라는 CIA 요원이 다 불었으니 끝이었다.
“부통령입니다.”
“부통령?”
“돌려보낼까요?”
최근 들어 부통령과 사이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비서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무언을 긍정으로 판단한 경호원이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실로 고용자의 입장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진취적인 사상을 가진 고용인이었다. 그는 앞으로 내 임기 동안은 한직은 전전하게 되겠지만, 그 뒤에는 훌륭한 성적으로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대통령 각하. 지금부터 앞으로 저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다소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행정부의 누가 보더라도 자명한 일입니다.”
나는 그가 제발 지성적이고 상식적인 제안을 가져왔기를 그다지 믿지도 않는 하느님께 빌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자각하게 된 영적인 무언가 때문에 복잡해진 심정인지라, 기분이 영 찝찝했다.
“따라서 이것을 제안합니다.”
아직 불편한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내 앞으로 부통령이 두 개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보고서 가장 위에 몹시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존 유.”
“그를 아십니까?”
“한국계 미국인. 6살 때 자유를 찾아 건너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
그리고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면, 아니 생각만으로 다시 혈압이 오르려 하고 있었다. 이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용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기도 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에게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월가는 너를 사거나 파는 곳일 뿐 사실상 네가 누구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단다. 돈 뜯어낼 생각만 하는 그런 곳이다.’ 바로 존 유가 그러했다. 두둑한 돈이나 로비를 받고 변호만 할 수 있으면, 뭐든지 하는 인물이었다.
“아,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나는 언제나 한국에 관심이 많다네.”
조지 W. 부시는 미 대통령 중에서도 한국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부자연스러울 것은 전혀 없었다. 한 번은 독도를 지명위원회가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꾸자 직접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기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지시했다는 게 믿겨 지는가?
“아마 럼즈펠드 그 친구도 한국에 관심은 많을 거야.”
“돈이?”
이 또한 사실이었다. 도널드 럼즈펠드의 책상 유리 밑에는 항상 대문짝만한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한반도의 야간 위성 사진이었다. 물론 남한보다는 북한에 더 관심이 지대하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남한과 북한의 야간 위성 사진은 도시에서 내뿜는 광량이 실로 극과 극인지라, 냉전에서 승리한 진영이 바로 미국이라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보고서는 지금 쓸모없는 것이네.”
그야 그렇지. 이게 바로 그 ‘애국자법’의 전신이었으니까. 애국자법의 정식 명칭은 테러대책법으로 크게 어림잡아 10가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는데, 이 중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부분은 국가는 국민의 어떠한 기록이라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법이었다.
쉽게 말해서 영장 없이 이메일, 전화 기록 같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의료 기록, 금융 기록 심지어는 도서관 기록 같은 세세한 기록까지 말이다.
분명 애국자법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기는 했다. 우선 자국민 테러는 높은 확률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애국자법이 발의될 당시 같이 발의된 국제 자금 세탁 방지법 같은 것은 분명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애국자법과 국제 자금 세탁법은 때놓을 수 있는 법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로 보긴 힘들었다.
“내 이후의 임기라면 몰라도 적어도 내 임기 중에 필요한 법안은 아닐세.”
“그럼 대책도 없이 넘어가실 겁니까?”
“기존 체제를 강화해야지. CCTV를 건물, 거리마다 의무적으로 달아놓는 법 같은 것 말일세.”
당장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 정책은 범죄의 비율도 차차 낮출 수 있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비용에서 나오는 허위 설치 보고겠지만, 그런 건 차차 나아질 거 문제였다. 그리고 이 법이 차라리 애국자법보다는 백만 배쯤 나았다.
“그런 미적지근한 방법으로는 터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뿐. 터지고 나서는 늦습니다.”
“테러를 누가 실행하는 것 같나? 그러니까 분류를 따지자면 말일세.”
“이슬람, 적국. 혹은 자국민이 될 수도 있지요.”
“그중에 적국은 애초에 이 보고서에 적혀있는 법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닐세. 자국민은 뭐, 그건 고려해 볼 법하군. 하지만 적어도 중동에서 오는 이슬람은 거의 확실하게 막을 수 있지.”
“무슨 방법으로 말입니까? 다시는 미국을 깔보지 말도록 짓밟아야 합니다. 또 덤벼들면 몇 번이라도 아니 몇십, 몇백 번이라도 짓밟아주면 그만입니다! 이미 우리는 전시입니다! 대통령 각하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단언하지 않으셨습니까?”
“꼭 어딜 폭격하고 지상군을 투입해야 전쟁이라는 단어가 성립하는 게 아닐세. 냉전도 전쟁으로 쳤었네. 내 전쟁은 물리적인 전쟁이 아닐세.”
“대통령 각하! 지금은 강경책이 필요합니다! 9.11을 떠올려 보십시오! 무너져내리던 세계 무역 센터를 기억해내십시오! 우리는 다시 그런 테러를 맞이하지 않을 겁니다!”
“국가는!”
그래, 나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에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국가는 개념과 싸울 수 없어, 딕 체니 부통령!”
“미국은 싸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강국입니다! 어디라도 폭격할 수 있고 어디라도 침투할 수 있고 어디라도!”
딕 체니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미국에서 나오는 힘을 과신하며 또 맹신하고 있었다. 미국도 결국은 국가다. 실수하면 실수하는 만큼 국력이 약해진다. 도리어 부시 정권의 집권기 동안 미국이 와해 되지 않은 것이 미국이 그만큼 미리 잘해놓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오콘이 가져온 해악은 대단했다.
“어디라도 부숴버릴 수 있습니다!”
그 지키려는 자국민마저 부숴버릴 수 있단 말이다!
과연 수집된 정보들이 정상적으로, 공평하게, 정의롭게 쓰일까? 법적으로는 그럴 수 있어도 정보를 수집하는 개인의 일탈은 막을 수 없다. 관음증 같은 성범죄나 주식 투자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정보를 수집한 사람이 국가적 차원에서 만약 다른 마음을 먹으면? 단기적으로는 보안과 안전을 약속하겠지만, 십 년,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그 개인이 아니더라도 높은 사람이 그 정보를 요구했을 때, 조사원이 거부할 권리는?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보아왔다. 소위 높으신 분이라고 말하는 부르는 부류가 법망을 당당하게 피해 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세상에 완벽한 체제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본주의는 애국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부통령. 긴말하지 않겠네. 내 임기 중에 이 법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걸세.”
“각하. 의회가 통과시킬 겁니다.”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지.”
“재의결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으려는 것 같군. 부통령?”
“저는 항상 미국의 안보와 향상을 제일의 목표로 생각할 뿐입니다.”
“나도 그렇다네.”
뜻은 같았으나 도출되는 결론은 너무나도 달랐다. 딕 체니는 오로지 무력으로만 세력 투사를 하는 미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를 알고 있는 나는 복합적인 세력 투사를 원했다.
“나는 당신의 정적이 아닙니다. 부시. 나는 당신의 런닝메이트요. 당신의 아군이란 말이야! 당신이 나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딕 체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무실을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갔다.
“딕이 저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봅니다.”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매사에 조용하고 차분하며, 꼼꼼한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아버지 부시도 아들 부시도 딕 체니를 부통령에 앉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지 부시가 14번이나 그를 찾아간 이유가 다 따로 있었다.
하긴 자기가 하려는 일마다 죄다 퇴짜를 놓으니 혈압이 오르지 않으려야 오르지 않을 수가 없겠지.
“저거 심장은 괜찮은 건가?”
“심근경색이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최고의 의료진이 항상 붙어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요.”
하긴 이런 일 하나하나에 혈압이 문제가 될 정도로 올라가면 정치를 못 하지. 정말로 노련한 사람이었다.
“부통령께서 쓰러지셨다!!!”
“아…. 문제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