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19화(120/377)
< 119편 >
UN이든 나발이든 일단 자본주의에 속하는 모든 것이 돈으로 움직이긴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세상이 돈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건 ‘사랑, 우정, 지혜’ 같은 시답잖은 개념이 아니라, 세상 만물에 붙게 되는 꼬리표인 ‘신용도’를 말함이다.
물론 ‘아니,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곧 신용도인 세상이 아닙니까!’라고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예를 들면 한국에 한 유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삼는 회사가 있다. 그러나 어느 사건을 기점으로 신용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무리 가격을 인하하고 1+1행사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외면하게 되었다. 이 외면으로 인해서 주식 가치는 폭락했으며, 그나마 남은 주력 상품을 끌어모아 이름을 바꾸고 본사의 제품으로부터 브랜드를 가리거나 제외하고 프린팅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신용도란 한낱 개인의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그 단위가 나라 단위면 어떻게 되겠는가? 2019년 당시 중국이 당장이라도 천안문 시즌2를 찍지 않은 이유는 이 ‘신용도’ 때문이었다. 만약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하는 순간, 중국의 신용도는 바닥을 찍고 중국 공산당은 오로지 ‘돈’만 가지고 거래할 수 있는 처지가 될 터다.
그 외에도 중국이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몽 때문이었다. 중국몽은 중국 중심의 21세기형 신패권주의인데, 중국이 바라는 중국 중심의 사업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홍콩 사태를 눈깔이 충혈되도록 주시하는 이유는 홍콩이 본인들의 미래의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무역문제로도 바쁜 와중에 무게 잡고 주변국을 열심히 압박하고 있는 이유도 괜히 아가리 털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반대로 지구 반대편 멀리 있는 국가들에겐 중국몽을 꿀 기회를 주겠다며 지랄 중이지 않은가? 덕분에 유럽의 마카롱 대통령이 중국 가서 환대받았다고 까르륵거릴 수 있는 이유도 전부 홍콩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부시의 기억에 있는 중국에서, 망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부시가 다 망해가는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 커다란 폭탄이 무슨 짓을 하고 터질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모르겠으나, 부시 정부가 차이나 머니를 꽤 강제적으로 징수한 덕분에 세계의 모든 정부가 부시를 아주 고깝게 보고 있었다. 미국과 동맹국이거나 협력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부류들은 미국과 대적하는 것이 모조리 파멸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다가, ‘저 덩치 친구가 우리 편이라서 정말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국이 왜?”
“중국 각지에서 병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그건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닌데? 그게 UN까지 올라갈 사안인가?”
“그게, 그냥 병이면 모르겠습니다만, 페스트(黑死病)입니다.”
“그래도 놀라운 일이 아니군. 우리나라에서도 페스트는 종종 일어나는 질병이잖나. 페스트는 이미 다른 질병들처럼 제때제때 치료하기만 하면 끝나는 질병에 불과해.”
다시 말해 어쩌다가 사람 한둘이 페스트에 걸려서 죽을 수는 있어도 고대나 중세 시절처럼 푸르스름한 말을 탄 기사께서 낫을 크게 휘두르사 도시의 인구 절반을 수확해가실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일어났습니다.”
“뭐? 왜?”
“직설적으로 저희 탓이죠.”
말하자면 이러하다. 미국이 중국의 목을 졸라서 돈을 강탈했고, 이에 따라 점점 공권력이 약화 되고 치안이 떨어졌다. 중국 정부에서는 이 꼴을 보다 못해 결국엔 복지를 줄이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아예 삭제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이쯤에 시위가 일어나야 했지만, 정말로 놀랍게도 시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게 본인들 목숨이 아깝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중국인이라면 모두가 이 사달이 난 이유가 미국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불만 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시 회복세를 탄 공안의 힘으로 억누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줄어든 복지였다. 복지를 줄인 것까지는 좋은데, 허리띠를 졸라맨답시고 의료 부분도 건드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놓고 줄이거나 삭제한 건 아니었고 의료 보험 지급이 늦게 되는 일이었다.
중국의 의료제도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이후로 쭉 사회보험인데, 이게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분할되어 있다. 다른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낙후된 의료 기술을 증진 시키기 위하여 외국의 기업체와 합자한 형태인 합자병원(合資病院)을 추진했으며, 한편으로는 기존 문제투성이였던 공비 의료제도를 폐지했다.
공비 의료제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았다. 대규모로 늘어난 중외합자, 중외합작, 외상독자 기업인 3자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고, 개인이 아니라 채용 업체에서 지불하게 되어 있다 보니 개인은 거의 부담하지 않는 형태인지라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중국 공산당은 야심 차게 노동의료보험제도를 보급했다. 노동의료보험제도는 기존 소외되었던 3자 기업 종사자들이 포함된 제도인지라, 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농촌에서는 합작의료제도를 돌리고 있었지만, 이 또한 낡은 체계인지라 이제 한계점이 뚜렷해질 무렵이었다. 물론 중국에서는 이를 해결할 방안을 들고 있었다.
“저희 미국이 청나라 시절 빚이라며 중국의 예산을 고스란히 포장해서 연방 의회의 예산에 편입시키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러니까, 즉?”
“의료 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덕분에 병원이 제대로 운용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페스트를 비롯한 온갖 병균이 중국 땅에 창궐하게 되었습니다.”
비서실장은 말을 마치고 관련 보고서를 책상 위에 밀어놓았다. 중국의 인구감소와 질병 창궐. 그리고 중국의 대처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다만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최대한 격리하는 일이 정도였다.
“이게 UN에서 나올 주제라는 거군.”
이게 왜 UN에서 개입할 문제냐고 하면, UN의 기능에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권 보호가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UN이 미국에서 휘두르는 데로 움직인다고 해도 나름 중국도 상임이사국 아닌가. 중국이 그저 두들겨 맞고 있을 턱이 없었고, 어디에서든 자금을 어떻게든 끌어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중국이 물색할 수 있는 자금원 중 UN은 중국의 사정에 가장 안성맞춤이었다.
“막을까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UN을 움직이겠느냐는 의미였다.
“아냐, 내버려 둬.”
그렇게 말하고 나서 부시는 본인이 개입할 때마다 점점 세상이 개판이 되어가는 게 눈으로 보이자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가는 게 아닐까 잠시 고민해봤지만, 이내 그런 철학적 고찰이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그만두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몽골 제국이 한창 팽창할 무렵에는 전 지구적 탄소 배출이 감소해서 지구 온난화를 200년이나 늦췄다고 했던가? 어쩌면 비슷한 것일지도 몰랐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기에는 부시는 너무나도 양심적인 인간이었다.
“구태여 UN으로 견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쪼개질 거야. 구태여 우리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지.”
이미 중국은 점점 쪼개지고 있었다. 리커창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억지로 접착제로 붙여놓았지만, 지금의 중국을 이루고 있는 군구는 척력만을 지닌 자석과도 같아 접착제의 내구성이 닳게 되면 곧 떨어지고 말 것이다. 각 군구마다 중국의 핵심지역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만약 분열이 일어나더라도 군구는 그 핵심지역만 잘 사수하면 살만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미국이 구태여 개입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신용도 문제에도 있었다. 덩치와 돈만 가지고 휘두르다 보면, 금세 고립되는 게 바로 이 국제사회였다. 부시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잘 나가게 하고 싶은 거지, ‘미국 VS 전 세계’ 따위의 정신 나간 신냉전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UN에서 우리는 중국이 아니라 중동 난민 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해. 그리고 UN과는 별도로 아프가니스탄을 성장시켜야 해.”
“그 아프가니스탄 말입니다만, 연방 의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대통령님이 말씀하셨던 ‘중동 영향력 확보’에 대해선 예산이 빵빵하니 무어라 큰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예산을 무한정 투입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회에는 포터리 반 법칙이라고 말하게. 사실 그렇게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아니 그런가?”
“이미 부순 건 다 재건하지 않았습니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으면 이대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만.”
미군의 폭탄에 박살 난 것은 빛의 속도로 신축이 끝난 지 오래고, 아프가니스탄은 번영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 나오는 돈을 빨아가면서 말이다. 이걸 번영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미국 돈을 먹고 자라난 나무 중에는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진화한 한국이라는 선례가 있잖은가?
“거기다 딱히 국내를 소외하는 것도 아니잖나.”
“그렇긴 하죠. 하지만 단순히 선의만으로는 진행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신경 쓰는 것은 부시 나름의 선의라고 생각했다. 비서실장이 부시를 지지하고 있는 이유이자, 아무리 정신 나간 짓을 해도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원천 말이다.
“딱히 선의만은 아니지. 다 미래를 위한 걸세.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시아와 중동에 항구적으로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함이야.”
“정말로 그게 전부입니까?”
거기까지 들은 부시는 받았던 보고서를 정리했다.
“이것 말고도 하나 더 있긴 하군. 미국 내에 만연하고 있는 신고립주의의 타파.”
“신고립주의요?”
갑자기 여기서 신고립주의가 왜 생뚱맞게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공부란 게 말이야, 자네 같은 괴물 딱지가 아니라 일반인에게 강압적으로 시키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하도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라, 비서실장은 무어라 대답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무어라 대답하려는 순간 부시가 이를 차단했다.
“대답할 것 없네. 그냥 내가 말하지. 정답은 무엇을 제시하더라도 흥미를 금세 잃게 된다는 거야. 우리가 국민의 의식을 개선하려고 시도해도 정작 그 대상이 될 국민이 관심이 없으면 금세 망한다는 이야기지.”
이야기를 계속해서 목이 탄 모양인지 부시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나라는 묘할 정도로 지금 불타고 있는 중원과 비슷하지. 그들은 언제나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고 중화라 부르며 그 이외의 나라를 전부 오랑캐로 규정했다네, 당시에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어. 그러나 자신들이 만든 세계 안에 갇혀 있던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군.”
“그런데 그게 아프가니스탄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내가 걷고자 하는 건 신고립주의를 타파하는 첫걸음이야. 내가 할 일은 미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외부의 사건을 꾸역꾸역 집어 넣어주는 게 목적이야. 매사가 하나 같이 무감각해졌을 때 흥미로운 이슈가 있으면 사람들은 으레 접하려 하지.”
마침 뉴스도 재미없어진 시점이었다. 그러나 때론 올바른 정보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때가 있는 법이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도 있잖은가?
“우리는 외세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지속성을 가지고 제시해야 해.
그리고 딱히 고립주의가 나쁘다는 건 아니야. 때론 올바른 선택이지. 하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니야.”
“그건 도리어 신고립주의를 가속 시키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세계정세에 하도 개입해서 그만 좀 개입하고 내수에 더 신경이나 쓰자고 나온 게 신고립주의였다. 그렇기에 이렇듯 아프가니스탄을 계속해서 개입하고 있다간 아프가니스탄으로 나가는 예산만큼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뿐이었다.
“그게 도저히 미국이 아니면 안 될 만큼이라면? 이게 일종의 운명이자 의무라고 믿게 한다면?”
이 무슨 19세기에 유행하던 백인의 의무도 아니고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린가 싶었다가 이내 비서실장은 부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지금 부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베트남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행했던 ‘미국인의 의무’를 다시 한번 만들 생각이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예로부터 도덕적 우월감만큼 확실한 명분도 없지. 아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