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0화(121/377)
< 120편 >
UN 긴급 난민 구제 회의가 시작되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겠냐만, 표정들이 꽤 어두웠다. 평소에는 이 표정들이 과중한 업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정말로 답이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답이 없다는 건 이런 소리다. ‘자국에 손해를 입히지 아니하고서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라는 뜻 말이다. 세상에 웬만한 문제는 다 답이 있다. 다만 그 사람의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닐 뿐이었다.
EU이든 다른 국가들이든 의견은 대부분 일치했다. UN에 가입된 모든 회원국 전체에서 난민을 어떻게든 분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 주장을 실시간으로 개판이 되어가고 있는 터키와 남유럽에서 강력히 주장했다.
난민들을 도울 예산이나 행정력. 그리고 난민들을 통제할 공권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무엇보다 난민들이 한사코 주장하는 샤리아 자치구 문제도 문제였다. 멀쩡한 국가 안에 자치구가 생기는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래서야 완전히 주객전도 아닌가. 게다가 샤리아 경찰이라며 주황색 형광 조끼를 입고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깡패들도 문제였다. 어찌 나라에 공권력이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데, 이들은 헌법 위에 샤리아가 있음을 주장하는가?
여하간 남유럽. 그중에서도 터키에 가까운 남유럽에 속하는 국가라면 이러한 문제가 대도시라면 어딜 가나 있었다. 유럽 전체에 반난민 정서가 만연하다 못해 팽배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그러나 샤리아 자치구 시위 문제가 꼭 남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고, 이러한 부류의 난민 시위라면 독일이 터키 다음갔다.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고, EU의 수장국이었기 때문에 매우 많은 난민이 몰려들었다. 특히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누수된 난민들은 대부분 전부 독일로 건너갔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돌았다.
‘신성 로마 제국 시절부터 현대 독일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중동인들에게 수도를 내어준 기록이 없으나, 오늘날 드디어 그들에게 수도를 점령당했다. 전쟁이 아니라 우리들의 호의가 만든 틈으로 인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힘이 생겨서 그런지. 아니면 처벌이 힘들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온갖 범죄를 일으켰다. 난민이 꼭 범죄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범죄를 일으키기 쉬운 사회적 환경에 처해있긴 했다.
독일이든 어디든 일하기 위해선 일단 정상적인 난민이라면 해당 국가의 문화에 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필수적인 상식이든 일정 이상의 지식수준이 되었던 말이다. 그런데 그게 전혀 맞질 않았다. 덕분에 경제적 자립이 실상 불가능하니 쉬이 범죄에 손을 대고 말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지 문화에 맞추거나 일을 위해서 공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난민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이슬람에는 하루에 ‘다섯 번’ 예배드릴 시간이 따로 있다. 그렇다면 일하던 도중에 갑자기 예배를 드려야겠다고 하면 고용주는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물론 예배를 빠뜨렸을 경우 나중에 합쳐서 예배를 보면 된다고 하지만, 샤리아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법이라며 헌법을 수정 요구 시위도 하는 마당에 고용주에게 기도 시간을 요구하지 못할까?
그렇게 독일의 반난민 정서는 차근차근 난민 혐오로 발전 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주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깨닫기는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난민이 만들어낸 반난민 정서의 온상에서 나치 독일 패전 이후로 철저히 짓밟아 놓은 극우 사상이 점점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현상인데, 난민으로 인해 일종의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성립되었으며 실시간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배타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더 이상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극우주의의 뱀은 아직은 수면 아래에서 똬리를 틀고 힘을 기르고 있었다.
여하간 UN 회의는 이렇게 돌아갔다.
“따라서, 난민 할당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UN 회의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공식 결의안이 제출되었고, 독일이 들고 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난민 할당제’였다. 사실은 다 쫓아내 버리고 싶은 게 속마음이었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미국이 들고 온 것도 비슷했다. 다만 독일이 제출한 난민 할당제와는 달리 몇 가지가 좀 달랐는데, 미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후일 ‘미국이 난민을 받지 않았네, 비인륜적이네.’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중동의 치안을 안정시킬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킬 생각이라면 이라크에서 발 빼라는 경고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유엔 신탁통치이사회에 일감 거리를 주겠다는 결의안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EU와 러시아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 중인 중동 국가들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부결되었다. 어차피 미국도 경고 차원에서 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병균의 제국으로 변해버린 중국의 문제도 있었다. 처음에는 기존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던 병균들뿐이었지만, 온갖 변종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미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중국에 의약품을 지원하고 있었다.
낙후되고 부패한 보건 행정에 미국의 패악질이 쌍으로 겹친 덕분에 망해가고 있던 나라가 도리어 보건이 통째로 망해서 숨통이 트이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중국이 가장 긴장하고 있던 것은 미국의 견제였다. 그렇지 않아도 저 악랄한 놈들이 중국을 파멸시키기 위하여 무슨 결의안을 가져올지 전전긍긍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강구하는 도중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 UN에서 아무런 견제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까지 늘 해오던 최소한의 견제조차 하지 않자 불안해진 것은 중국의 관료들과 리커창이었다.
“이건 이상하군.”
물론 이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긴 했지만, 본인에게 이상적인 상황이 오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인간 아니겠는가? 세상에 이상적인 상황은 없다. 만약 이상적으로 보인다면, 결함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전부 압류하고 쓸어 담아!”
중국 정부는 리커창의 명령에 따라 내부 감찰과 조사를 단행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워낙 악랄하게 진행한지라 온갖 간첩이 잡혔고 그중에는 CIA로 추정되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서 직종과 남녀노소가 무관하게 사람들이 외출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기 때문에, 잡아들이기가 매우 수월했다.
부시는 여기까지 읽곤 보고서를 덮었다. 잡힌 게 비록 CIA 요원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CIA의 꼬리 정도는 되었다. 현지 협력자들이었는데, 이들이 금세 불어버리는 바람에 CIA 요원들이 대부분 철수하거나 해외로 도주해야 했다.
무엇보다 전염병 때문에 제대로 된 첩보 공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21세기에 병 때문에 행정이 어려워지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필 그 국가가 중국이었다. 중국은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중국은 마을과 도시마다 화생방 보호의를 입은 군인으로 검역소를 설치했으며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요컨대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인구의 이동이니, 인구의 이동이 없으면 전염 또한 없다는 논리였다.
비윤리적이긴 했지만, 이보다 효율적인 방법도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도움으로 차차 해결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13억 중국인이 전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다른 증상을 혹은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지라 물품도 모자랐지만, 인력도 모자랐다. 의료계 종사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필사적으로 하루 2시간 새우잠을 자면서 노력하곤 있었지만, 한계라는 게 있잖은가?
중국이 UN에서 내놓은 결의안은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예산을 증가시키는 법안이었다.
“이게 하루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부분 예상대로군.”
다만 중국으로 파견한 CIA를 비롯한 간첩들이 무력화되었다는 소식만큼은 예상외였다.
“요청하셨던 중국인들의 반응도 있습니다. 뭐 대충 반응은 가지각색입니다. 몇 개만 제가 읽어드리죠.”
비서실장은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부시는 금세 온갖 패륜이나 다소 잔혹하고 고어한 표현들을 순화시킨 서류임을 눈치챘다. 그렇지 않고야 고작 한 장일 리가 없잖은가.
“우선 가장 많은 의견입니다. 대통령님을 길가에서 만나면 찔러 죽이겠다는 등의 테러 협박 종류의 발언이군요. 일반인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미국은 무력으로 압박하지 말고 지성인답게 말로 해결하자 같이 좀 온순한 발언도 있습니다. 이런 발언은 대부분 잃을 게 많은 이들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치인이라는 소리죠.”
“듣기만 해도 좋은 표현들은 아니군.”
“뭐, 그런 셈이죠.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통령님의 위상도 읽어드립니까?”
부시는 이를 재빠르게 거절했다. 저 입에서 나올 말들은 뻔했다. 대충 조지 W. 부시라는 개인에 대한 우상숭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리나, 아프가니스탄인은 미국인을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이는 전부 부시의 덕분이다. 뭐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 전에 입을 봉쇄당한 비서실장은 입맛을 다셨다. 나름 대단한 업적이었지만, 부시가 지향하는 것은 존경받는 대통령이지 신격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독재자도 아니고 그런 게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런데 지성인이면 말이 아니라 도리어 총을 통해 대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또 무슨 정신 나간 말씀입니까?”
비서실장은 보고서를 종류별로 정리하다가 이 소리를 듣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서류의 가장 윗부분을 흐트러뜨렸다.
“그야 협박에는 말보다는 총이 더 잘 통하잖아. 지성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니야? 따라서 지성인이라면 총을 써야지.”
부시 본인은 정말로 완벽한 논리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부시의 주장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주장에 내포된 오류의 유무를 떠나서, 적어도 이게 정치에서 백날 하는 아가리 싸움보다 백만 배쯤 효험을 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대로 가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중국에서 빚을 받아내기는 글렀군.”
부시는 CIA 요원들이 탈출하면서 들고 온 데이터를 종합한 보고서를 읽다가 확신을 했다. 지금 중국 정부에는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인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정치가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적어도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만큼은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내 생각도 비슷한데, 글쎄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어떻게 다르시다는 겁니까?”
“그 전에 채권자 자체가 사라질 확률이 높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