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1화(122/377)
< 121편 >
중화의 늙고 병든 용이 최후의 숨결을 쉬고 있는 동안, 주변의 승냥이들은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 서쪽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이, 남쪽에서는 인도와 아세안이, 동쪽에서는 한반도와 일본이 내부적으로 힘을 길러가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인도는 정권이 부실하긴 하나 군사력을 증진 시키고 있었다. 아세안 또한 군사력과 경제력이 나날이 진보 중이었고, 한국은 그동안 내수를 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한정적 문호개방으로 인해서 북한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인들은 남한의 물건을 더는 장마당에서 구매하지 않았다. 북한에는 자본주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백화점과 편의점이 입점했으며, 맥도날드가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 입점했고 거리마다 코카콜라 광고판이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황금아치 이론을 예로 들며, 남북한의 통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물론 황금아치 이론이 정합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었고 여러 차례 박살 난 덕분에 나중엔 델 이론으로 바뀌었지만, 적어도 이는 북한이 안정적인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감을 시사했다. 북한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GDP부터 올려야 했고, 그 결과 북한군은 날이 가면 갈수록 축소되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충고’를 받아들인 김정일이 북한군을 점진적으로 해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의 정치 방식은 사회주의 독재에서 자본주의 독재로 탈바꿈했다. 다만 독재자 자리가 다음 후계자에게 세습될진 실로 의문이었다. 아직은 김정일이 군을 휘둘러 강하게 통제하고 있긴 하지만, 당장 항구에만 가도 온갖 국적을 가진 화물선이 들어와 있었다.
김정일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을 내심 울며 겨자 먹기로 반기고는 있었다. 왜냐면 덕분에 김정일의 개인 지갑이 점점 두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북한에서 무언가를 거래하면 당연히 세금이 붙고, 북한의 세금은 곧 김정일의 사비나 다름없었다.
다만 김정일이 걱정하는 것은 인민들이 이러한 사치품에 현혹되어 나쁜 사상에 물들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김정일의 아버지인 김일성은 ‘인민들이 배고파야 한다!’라고 항상 주장했다.
「하지만 장군 동지께선 더는 인민들의 배곯는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시고 중국처럼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시었다! 그러나 조선 인민은 옆 나라 중국을 본받아 외국의 문물과 사상에 물들지 아니하고 강성대국 조선의 주체적인 경제체제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그 정도면 괜찮디.”
김정일은 리춘희가 나오는 북한 뉴스를 보며 일단은 안심했다. 하지만 살아생전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김정일은 충분히 자본주의에서도 자신의 주체사상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면서 그 위에 군림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뜩 TV가 구식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TV는 북한에서 만든 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모든 인프라가 하나 같이 낙후된 북한에서 TV 같은 선진문물을 만들 수 있느냐고 하면, 사실은 만들 수 있는 부품만 만들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부품 사다가 북한에서 오로지 김정일만을 위해서 조립한 TV였다. 쉽게 말하면 부품은 외국산인데, 노동력만 북한산이라 할 수 있다.
“너!”
“예! 장군 동지!”
전에 있던 군관들이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려 인사가 북한 팔도의 수용소에 골고루 배치된 이후로 새로 들어온 이였다. 사실 전투력보다는 모시는 상사가 기침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치와 입에서 말 대신 꿀이 나오는 아부. 그리고 구타당하더라도 의문과 앙심을 품지 않는 맹목적인 충성도를 기준으로 뽑은 대 김정일용 최정예 아가리 파이터 부대였다.
“내래 이 텔레비죤을 남조선 물건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색텔레비 말씀이십네까?”
“길티. 집무실은 예술 작품이나 다름없는데, 이런 구닥다리 구식을 보고 있으려니 눈이 통세가 나.”
이게 참으로 오묘했다. 물론 김정일이 원하는 대답은 당연히 바꿔야 한다는 대답인데, 그렇다고 그냥 바꿔야 한다고 대답하면 반역자로 몰린다. 왜 반역자로 몰리느냐면, 이 TV는 일단 국산. 즉, 북한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산의 실체를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국산품을 배반하고 적국의 물건을 가져다 쓰겠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맨날 한민족 동포니 분단국가의 아픔이니 이러고 있지만, 아직 북한과 남한은 휴전 중이었다. 다시 말해 아직 전쟁을 쉬고 있는 거지 종전한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이 강성대국 주체사상이 결핍된 영양가 없는 대답에 크게 실망한 김정일이 TV에 대한 고찰은 사고의 공허 속으로 집어치우고 대신에 이 작고 귀여운 군관 친구의 인사 배치를 어떤 수용소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할 게 눈에 선했다.
진퇴양난이란 바로 이런 말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라. 컴퓨터를 켰는데, 오류창이 뜨면서 ‘예? 아니오!’ 이 둘 중 뭘 골라도 전원이 다시 꺼지는 거다. 얼마나 분통 터지는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인생은 컴퓨터 오류창처럼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그는 제3의 선택지를 채택했다.
“아니, 갑자기 왜 우는 거니?”
군관의 뉘깔에서는 이른 여름철 소낙비라도 내리는 듯 펑펑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감동했습네다!”
“기래? 왜 그렇게 생각했니?”
김정일의 예상에는 없는 대답인지라, 어디 한 번 들어보기나 하려고 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하신 령도자께 감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건대, 장군 동지께서 섶 위에 누워 쓸개를 핥을 줄은 진심으로 몰랐습네다! 남조선으로 바꾸시려는 건 남조선의 물건을 바라보면서 복수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함이 아닙네까? 그걸 한낱 저 같은 군관한테까지 물어보시다니! 진심으로 감동했습네다!”
외교담판 서희도 저승에서 이마를 탁! 치고 갈 스트롱 탄산 톡톡 사이다 폭포수 입담에 김정일은 확실하게 만족했다. 김정일이 불가능한 과제를 던져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을 즐기는 잔학한 성격이긴 했지만, 일단 어쩌다가 한두 번 그 불가능한 과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나오는데, 김정일은 이런 이들을 좋아했다.
곤란한 반응을 보겠다는 김정일의 뜻에 합치하지 않았기에 김정일이 정해둔 사고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재수 없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인재가 자신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물론 이조차도 김정일의 기분이 나쁘면 답이 ‘네놈을 고사포에 포탄 대신 장전하겠다.’에 고정되어 있겠지만, 지금 김정일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최근 김정일의 수집품이 대거 늘어난 덕분에 김정일이 크게 만족했던 탓이다.
김정일의 수집품에는 온갖 것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아끼는 건 술과 담배였다. 참으로 모순되게 김정일은 본인 전용의 건강 연구소까지 차려서 건강을 챙겼지만, 그 이상으로 술과 담배를 사랑했다. 덕분에 김정일의 수집품들은 하나 같이 세계에서 제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늘어나는 수집품만큼이나 급격하게 늙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미국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나 한반도 수호를 목적으로 저 깊은 물 바닷속 원자력 잠수함 길쭉길쭉 토마호크 미사일과 크고 아름다운 SLBM을 보고 있노라면, 겉과 속이 뒤바뀌는 듯했다. 다소 혐오스러운 표현을 쓰자면, 입 밖으로 내장이 튀어나오는 느낌이라는 거다.
어쨌거나 북한 서해에 잠수함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극비사항이었다. 물론 한반도 수호라고는 하는데, 어디가 한반도 수호란 말인가? 실상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 원자력 협회인지 나발인지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지라 북한에 있던 핵시설을 전부 해체한 참이었다.
김정일의 수집가 본능은 이미 일종의 방어기제로 변해 있었다.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고 있는 현실과 불리함에서 오는 불안함과 정신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날이 늘어나는 수집품에 더더욱 집착하고 있었다.
“길티. 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이러고 있는 기야.”
어쨌거나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오는 압박감이니 뭐니 다 떠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군관의 아부로 인해 김정일의 기분이 몹시 만족스럽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니?”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파견했던 북한 인민들을 전부 거둬드린 참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만큼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동향에 아주 민감했다. 덕분에 질병 창궐 사태 초기에 발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애당초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느라 인원을 점점 줄여가고 있었기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외노자들을 귀국시키는 과정이 더 신속하고 수월하긴 했다.
거기다 북한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질병 확산 차단을 확실하게 하고자 모든 대중 무역과 육로 자체를 차단해버렸다. 원천을 차단하면 당연히 질병이 확산할 방법도 없었기에, 어떤 의미로는 중국의 질병 도가니에서 나오는 새로운 병균으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국가였다.
물론 중국의 질병들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서 2차로 다시 북한으로 옮겨 오면 답이 없었지만, 적어도 당장 발병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북한인들이 드디어 하루 3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 있는 사치가 일상이 된 것이 매우 최근인지라,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질병에 매우 취약했다. 그 때문에 김정일은 김정일 나름대로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듣기로는 확인된 것만 해도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 다섯이나 된다고 합네다.”
물론 UN이 나섰으니 일단은 진화될 것 같다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김정일이 UN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라 한 번은 정말로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주치의의 손에 들려 침대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늙은 용이 젊은 독수리한테 야금야금 쪼이고 있어.”
김정일은 중국이 쪼이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 중국이 한 번에 무너져내리는 것이 아니라 야금야금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강한 물살에 강둑이 점점 깎여나가듯 말이다.
김정일이 예상하기에, 중국은 오래가지 못할 게 틀림없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눈칫밥으로 먹고 산 경험으로 예상하건대, 러시아도 곧 중국과 손을 끊을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중국이 무너지는 틈을 통해 최근에 이루어진 중-러 국경 확정을 무효화 할지도 몰랐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못 해 먹겠구먼, 기래?’
김정일은 중국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점점 뭔가가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세상이 점점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길티. 기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혼자서 멀쩡하려고 하니 답이 안 나오는 기지.’
그렇다면 다 같이 미쳐야 하지 않겠는가?
“술을 가져오라.”
술 종류는 김정일이 가장 좋아하는 ‘알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