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2화(123/377)
< 122편 >
미국의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진 술집 위에 ‘금주법(Prohibition)’이라고 적혀 있는 네온사인이 불규칙적으로 점멸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다니는 일반인이라면 보통은 이런 칙칙한 분위기의 술집이 아니라 휴게소를 찾는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이 술집에 손님으로서 들어온다는 건 적어도 일반인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두꺼운 유리로 된 술잔이 나무 탁자를 거칠 게 때렸다. 어찌나 강하게 내리쳤던지 술잔 안에서 맥주의 탄산이 거칠게 파도치며 거품이 되어 올라와 탁자를 적실 정도였다.
“바로 그거야! 개척 정신!”
남성은 무슨 뮤지컬이라도 되는 마냥 두 팔을 위로 치켜세우며 몹시 과장되게 몸짓했다. 다만 그 누구도 그것을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신장은 2M나 하는 주제에 전신이 근육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터프 가이라고 부르던가?
검은 라이더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허리춤에 ‘모종의 인물’에게서 선물 받은 그의 보물인 할리 데이비슨의 열쇠가 걸려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바이커 갱이었지만, 그들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연을 끊었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 증거로 그의 재킷에는 한때 어떤 패치가 붙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박음질의 흔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의 어두운 과거와는 별개로 그의 겉모습은 그야말로 마초의 표상이었다. 도시 사람들은 그를 꼴통’이라고 부르고, 시골에서는 그를 ‘댄’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힘을 보여줘야지!”
당연히 이 괴물 같은 인간이 맥주로 취했을 리는 없지만, 그는 확실히 취해있었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국뽕에 말이다.
벽에 매달린 TV에서는 미국의 연전연승을 보도하고 있었다. 연전연승이라고 해도 전쟁에 대한 것은 아니었고, 경제나 문화적이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무사히 민주주의를 전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통계를 보여줬고,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우호적인 인터뷰와 전쟁의 파괴와 재건 현황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 시켰다. 덕분에 기피 현상이 되어가던 미군 입대가 다시 상승세로 올라갔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과거 수천, 수만의 흥망성쇠를 겪은 그 어떠한 국가도 미래영겁 지금의 미국을 따라 할 수는 없으리라.
그건 그렇고 댄의 목소리는 그의 덩치만큼이나 컸다. 사실은 이렇게나 소란을 떨면 바텐더가 주의 줄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바텐더이자 술집의 주인이 바로 댄의 형이었기 때문이었다. 술 취향만 빼면 댄과 사상이나 취미가 비슷비슷하다 보니 남성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행동을 가지고 무어라 하지 않았다.
거기다 이곳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싫어도 댄과 아는 사이였다. 거기다가 덩치만 봐도 바로 병원에서 몇 주나 지내야 할지 견적서가 나오는지라, 감히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세 살배기 아이가 항우도 이길 수 있게 해준다는 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357 매그넘을 세 발이나 연달아 맞고도 끝까지 상대 갱의 강냉이를 모조리 추수하고 주먹만으로 전신 복합 골절을 선물한 전설을 알고 있다면 허리춤에 찬 총이 한낱 고철로 보이리라.
“바텐더! 한 잔 더!”
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미 맥주를 한 잔 더 만들고 있었다. 사실 잔도 그냥 잔이 아니었는데 3000cc의 용량을 자랑하는 유리잔이었다. 그렇다고 피쳐는 아니었고 진짜 맥주잔이었다. 다만 오로지 형이 동생인 댄만을 위해서 가게에 구비 해놓은 유리잔이었다.
그 무지막지하게 커다랗고 무거운 맥주잔은 이번에 새로 고용한 젊은 바텐더를 통해서 전달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댄은 젊은 바텐더가 가져온 맥주잔의 손잡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확히는 맥주잔의 손잡이를 잡은 바텐더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없군. 내가 드디어 취한 건가?”
“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잘렸을 뿐이니까.”
그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적어도 외국인이거나 미국 태생이 아님이 틀림없었다. 그것조차 아니면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다시 돌아왔던가 말이다. 어쨌든 댄은 별로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름이···.”
보통의 가게였다면 유니폼에 명찰이라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가게가 그렇게 썩 제대로 된 가게는 아니었다. 따라서 댄의 앞에 서 있는 바텐더에게는 명찰이 없었다. 매일 같이 들락거리는 주제에 왜 바텐더의 이름을 모르느냐 하면, 새로 들어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라시드.”
탈레반에게 개기다가 손가락이 잘린 라시드를 기억하는가? 미국의 치세를 평가하던 라시드와 압둘라 듀오를 말이다.
“라시드? 중동인인가?”
“예, 아프가니스탄인입니다.”
“아! 아프가니스탄!”
외국인을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프가니스탄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중동이 지구 반대편에 있기에 몹시 이국적이었지만, 동시에 방송으로 자주 접해서 생소하지 않고 친숙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아프가니스탄을 부르는 별칭인 문명의 십자로라는 이름은 결단코 허언이 아니라는 듯 그 비좁고 척박한 땅 아래에 잠들어있던 동서양의 온갖 유물을 내뱉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금이라는 듯 자국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외국에서도 거부감이 없도록 세련되게 담금질한 펜촉으로 만들어 전 지구상에 휘두르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아프가니스탄이 어디 붙어 있는 나라인지 신경도 안 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먹은 예산만큼 성과가 나오긴 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중동을 막연하게 혐오하기보다는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 등지의 테러리스트를 혐오하게끔 분노의 방향성을 문화의 닻으로 고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미국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온 거죠.”
사실은 게임에 환장했던 압둘라가 기어코 라시드의 목덜미를 이끌고 미국에 취업 비자를 받아서 미국으로 온 것이지만, 손님이자 오너의 동생 그것도 마초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게임이란 너드(Nerd)들이나 즐기는 문화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너드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마초들은 너드를 속된 말로 ‘극혐’했다. 라시드는 결코 저 무쇠 주먹에 강냉이가 털리고 싶지 않았다.
“하하하! 잘 찾아왔어! 지금이 딱 돈 벌기 좋은 시기지!”
댄은 라시드의 철 지난 아메리칸 드림을 웃어넘겼다. 미국인들이 이민자를 보는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다문화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에서 이런 말을 나오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태생 미국인도 아닌 주제에 미국이 세운 업적에 붙은 한 마리 거머리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보는 건 아닌지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민이 가장 열려 있는 나라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라시드가 아프가니스탄인이 아니라 다른 국가 사람이었다면, 댄은 아니꼬운 시선으로 봤을 거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라시드의 신변에 작은 문제가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물론 라시드 기준에서는 절대 작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술집에서 다신 일할 수는 없었으리라.
어쨌거나 댄의 빈말처럼 지금이 딱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기 좋은 시기긴 했다. 미국은 경제 대국인 주제에 양극화가 심했는데, 그 문제를 해소하고자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손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낙후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었다.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 인사인데도 말이다. 덕분에 민주당이 부시가 아무리 지랄발광을 하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여기저기 쏘다녀도 얌전히 있는 거지만 말이다.
누군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면 다 된다고 했던가? 미국이 건국되고 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막대한 액수의 예산은 공화당을 열심히 견제해야 하는 사명을 맡은 민주당도 조용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생필품 구매부터 암살은 물론이거니와 재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는 미국이 가지고 장점이자 자본주의와 금권정치가 내포하고 있는 태생적 한계였다. 다만 최근 들어서 조지 W. 부시가 직접 야구 방망이를 들고 주 경찰을 조지고 연방 경찰에 대한 감찰을 강화함으로 공기관의 부패가 눈에 띌 정도로 위축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맞는 말이야. 그게 미국이 아름다운 이유지.”
다만 댄은 라시드의 말에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슬슬 취기가 올라와 무슨 말을 들어도 그저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조까!”
“아! 조까? 우리 집은 그런 거 안 파는데?”
아주 공교롭게도 이제 기분이 좋지 않다. 댄의 형과 한 취객이 멱살을 잡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가족의 멱살이 잡히고 있다니!
“내가 술 좀 마시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왜 안 팔아!”
“취해서 바텐더한테 대드는 새끼가 술을 팔아달라고? 꺼져!”
댄의 형도 댄 못잖게 몸매가 참으로 우락부락했지만, 취객도 근육의 상태가 만만찮았다. 터질 것 같은 근육이라는 표현이 흔히들 쓰이는데, 이 둘의 팔뚝은 정말로 근육이 피부를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근육의 크기가 근력의 척도는 아니기에 다소 올바른 접근은 아니지만, 구태여 억지로 표현하자면 필시 3대 500은 무난하게 칠 수 있을 것 같은 몸매의 소유자였다.
“이봐 친구! 잠깐 내 얼굴 좀 보지 그래?”
문제가 있다면, 댄이 그런 인간들을 주먹으로 패고 다니는 괴물이었다는 점뿐이었다.
“넌 또 뭐···! 어, 어어어?”
손목이 꺾인 취객은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바이스가 별거인가. 압착력으로 물건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그게 바이스지. 다만 이 경우에는 압착력이 아니라 악력을 이용한 생체 바이스지만 말이다. 댄은 악력이 선천적으로 몹시 뛰어났다.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취객은 많이 당황했다. 제아무리 술이 현실에 실존하는 용기의 물약이라지만, 이게 헛바람을 잔뜩 넣어주는 거지 없던 근력까지 증진 시켜주는 것은 아닌지라 잠깐 당황하는 사이에 취객은 쉬이 제압되어 댄의 등에 잘 포장되었다.
다른 손님들은 저럴 줄 알았다는 듯, 안줏거리 삼아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자신이 한낱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취객이 얼굴을 더 시뻘겋게 만들며 댄의 속박을 풀기 위해서 그 거구를 최대한 활용하여 몸부림쳤으나, 운동으로 다져진 취객의 근육은 댄의 악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잘 들어 이 친구야. 미국이라면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이 ‘금주법’에서는 바텐더가 법이야. 심지어 내 형은 바텐더지만, 동시에 여기 사장이라고 알 간?”
“놔! 놓으란 말이야!”
취객의 요구대로 댄이 그를 바닥으로 던지자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개자식!”
열이 받을 만큼 받은 취객은 불행히도 댄에게 주먹을 쓰고 말았다.
“아, 해보자 이거지?”
“덤벼라! 이 겁쟁이야!”
그리고 댄은 결코 도전을 피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자유, 평등, 정의를 위해서!”
도대체 어디에 자유, 평등, 정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금주법의 기준에서 자유란 본인이 기분 좋게 술을 마실 권리였고, 평등이란 모두가 술을 마실 권리였으며, 정의란 난동 부리는 취객에게 사적제재를 가하는 일이었다.
그날 금주법 앞에서는 찰진 피떡을 만드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