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3화(124/377)
< 123편 >
“요즘 신문에는 이런 일도 올라가나?”
부시는 한 고속도로에서 취객 하나가 난동을 부리다가 바텐더의 동생과 싸운 끝에 전치 10주가 나왔는데, 병원비를 낼 돈이 없어 제대로 망했다는 소식까지 읽고 신문을 접었다. 부시도 지금 건수가 없어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의료보험 문제가 떠올라 괜히 제 발이 저렸던 탓이다.
물론 정말로 완전히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 여기저기 조져놓은 게 1년조차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더 무언가를 건드렸다가는 부시 행정부가 전부 감당하지 못할 공산이 컸다. 결과가 좋지 못하면 괜히 바꿔놨다가 욕만 잔뜩 먹을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슬슬 아군보다는 적이 더 많아질 시점이었다. 기득권은 이득을 위해 제정된 법안이나 본인들이 애용하고 있는 법안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지도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부시가 공화당 소속이라곤 하나 그들이 전부 부시를 따라주는 것도 딱히 아니었다. 부시가 껄끄럽게 생각하는 딕 체니를 부통령직에 그대로 둔 이유도 부시 혼자서는 공화당 전체를 장악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장악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옳은 단어 선정이 아니었다. 장악보다는 회유라고 하는 말이 맞으리라. 왜냐면 단 한 발자국만 잘못 걸어도 핵지뢰가 터지는 아슬아슬한 모험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장악이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사실대로 말하자, 연방 의회의 모든 인간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엄청난 부에 홀려있었다. 황금은 사람의 눈을 쉬이 멀게 한다고 하잖은가. 연방 의회의 상하의원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었다. 지금 부시 행정부를 비평할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할 수 있는 사람밖에 없다.
하지만 로비와 낙하산 인사가 합법인 나라에서 황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연방 상하의원이 돈에 환장한 미친놈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겉으로나마 나라 꼴이 잘 돌아가고 지지도도 괜찮고, 더불어 돈까지 잘 나오니까 부시를 구태여 규탄할 필요가 없는 거지.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이 혜택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부시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부시가 휘두른 방망이에 와장창 깨져버린 주 경찰 고위 인사들이라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기준에 미달해서 실직된 전 경찰 같은 사람들 말이다.
“언론은 언제나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찾기 마련이죠. 대통령님이 모조리 박살 내놓은 덕분에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적어야 하니, 이런 소식에 열심히 달려드는 거죠.”
“이런 소식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공무원들을 갈궈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그런 초월적인 결론에 다다르셨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비서실장은 부시의 파격적인 발언이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듯 평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게 어이가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공무원 몸이 편한 만큼 국민의 삶이 불편해진다는 건 상식 아냐. 그래서 자네랑 내가 이렇게 개같이 구르고 있는 거고.”
“어감이 다소 격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뭐 그런 셈이죠.”
실제로 이 둘은 거의 퇴근을 못 했다. 하긴 부시의 경우에는 퇴근하더라도 결국에는 자러 가는 곳은 백악관인지라,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시 집무실로 출근하러 가야 한다는 게 고충이라면 나름 고충이었다.
“이렇게 좋은 걸 저희 둘만 즐길 수는 없죠.”
다만 부시나 비서실장이나 똑같이 사람인지라 순수하게 나라 걱정만 하는 건 아니었고 ‘나만 구를 수 없다!’라는 발상으로부터 비롯된 오고 가는 정(情)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정이 일감이라는 형태가 되고 말았지만, 일단 미국식 정이었다. 일 많이 하기로는 둘째가 가라면 서러운 한국인의 혼이 비틀린 채로 반쯤 담겨 있어서 그렇지.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문제가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격하게 구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가한 부서도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필 지금 시기가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교체되고 있는 시기인지라, 대부분의 공기관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그런데, 공무원의 월급을 좀 더 올리더라도 좀 더 근무를 연장하는 방안은 어떨까?”
업무 시간이 늘어나면 당장 얼마간은 일을 마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무시간이란 게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국에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라, 몰라도 다음날에는 업무 효율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월급이 줄어들면 문제가 되겠지만, 월급도 같이 올라갈 테니까 문제없지 않을까?”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은 법상으로 꽤 무리가 있습니다. 거기다 효율도 좋지 못하고요.”
법이야 해석하지 나름이지만, 강제로 일을 시킨다고 해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물론 평소에 야근을 자진해서 할 정도로 열정적인 인재라면 전혀 상관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몇 명이나 되겠는가? 무보수로 열정만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야말로 동화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종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둘이 말하는 것만 보면 이게 악덕 사장인지 아니면 한 나라의 대통령인지 분간이 가지 않겠다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본디 행정이란 이런 것이다. ‘적은 자원으로 얼마나 고효율을 낼 수 있는가?’가 국가 행정의 핵심이며, 예산 운용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차라리 인원을 더 늘리시죠.”
“여기서 더? 예산이 풍부한 지금이라면 몰라도 후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읽어야 하는 보고서도 밀어놓고 1시간이 넘도록 토론을 이어갔지만,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긴 둘이 머리를 맞대서 이렇게 간단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는데 말이죠.”
사실 고작 1시간 동안 둘이서 머리를 맞댄 정도로 인류의 난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방정식이 도출될 정도였으면, 철인 정치를 해야지 민주주의 정치니, 양당제니 국회의원은 왜 있겠는가?
“국내 문제는 여기까지 다루고 해외 문제로 넘어가지.”
보고서의 산 위에 팔을 올렸다. 분명 처음에는 보고서를 읽으면 줄어들어야 하는데, 읽어도 읽어도 똑같은 높이를 자랑했다. 당연히 미국이 밤이면, 지구 반대편은 낮 아니겠는가? 부시가 백악관 숙소에서 쪽잠을 자는 동안에도 종이로 된 마천루는 제 과거가 나무라는 걸 기억이라도 하는 모양인지, 집무실의 천장을 향해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사실 해외 쪽이라고 해도 별일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별일은 부시가 구태여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새로운 소식이 없다는 소리다. 중국은 파멸하고 있었고, 중동은 파열하고 있었고, 유럽은 그 중동에 군대를 더 많이 파견하고 있었다. UN에서 나온 미국의 ‘중동 똑바로 관리 안 하냐!’라는 말에 외면하고 있던 문제를 직면했고 EU에서 내놓은 답은 더 많은 예산과 군대였다.
이게 아주 쓸데없는 행위는 아닌지라, 군대를 투입하면 투입할수록 치안이 안정되고는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중동은 여전히 끝없이 난민을 배출했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곳은 서이라크가 한계였다.
EU가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유럽의 지도자들이 은밀히 중동의 국가에 난민 배출을 그만둘 것을 촉구하는 압력을 넣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중동의 나라들이 어디 좋아서 난민을 뱉고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심지어 몇몇 국가는 당장 내전 중인데 난민이 문제겠는가? 국가의 모든 역량을 군대와 통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필 중동의 어떤 국가라도 바로 옆이나 옆의 옆 즈음에 EU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이라크가 붙어 있다 보니까. 반란군 제압 시에 백린탄 따위의 비신사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EU가 개입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소 번거롭더라도 재래식 무기와 전술로 대응하고 있었다.
실제로 EU가 군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중동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함이었다. 중동에서 난민이 나오는 이유는 중동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EU는 중동의 혼란을 종식 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지금 유럽 전역에서 들끓고 있는 난민들이 중동이 평화로워지면, 중동으로 돌아가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실 막연한 기대감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논리에 뼈대가 있었다. 일단 중동이 완전히 평화로워지면, 난민은 더는 ‘난민’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난민이란 UN 난민협약 제 33조 1항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종 종교 민족과 같은 불합리한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지만,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원치 아니하는 자.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불합리’로 난민으로서 자격이 사라지면, 그들은 더는 난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불법 체류자에 불과했다. 물론 실제로 행정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평화로워진 모국으로 돌아가도록 좀 거칠게 핍박하더라도 국제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따라서 EU는 지금 닥친 난국을 풀 열쇠로 ‘중동의 평화’를 꼽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중동에 파견하는 군대와 서이라크의 낙후된 인프라 재건에 쏟아붓고 있었다. 물론 서이라크 정부가 EU로부터 받은 원조를 이를 단순히 인프라 재건에만 쓰지는 않았다.
서이라크는 항상 EU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주 독립국 서이라크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군대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다만 정신 나갈 정도로 높은 세금으로 인해서 서이라크에서 계속해서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곤 있었지만, 업적 홍보와 체면 문제로 외면하고 있었던 EU가 본격적으로 자문위원회를 파견해서 정상적인 국가로 돌아가게끔 돌아가며 조인트를 까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독립국의 꿈은 더 멀리 날아갔고, 쓸데없는 세금은 과감하게 폐지되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뭐가 말입니까?”
“시베리아의 그리즐리가 조용하잖아.”
타타르의 멍에와 모스크바 대공국에 제정 러시아 시절을 거쳐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뒤로도 러시아는 한해 한해가 언제나 다사다난했다.
“그 왜 조용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도 있잖나.”
이 경우에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가 조용한 거지만, 의미는 거기서 거기였다. 무엇보다 지금의 러시아가 조용할 리가 없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붉은 광장 테러를 겪었고, 중동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포석을 닦았으나 내부 문제로 인해서 외부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부에서조차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건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도 언론까지 조용한 것을 보아하니, 이는 결코 미국의 정보력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러시아를 집권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상기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러시아가 무언가 준비하고 있음이 틀림없군.”
“그럼 러시아 쪽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CIA는 바쁘지 않나? 전력을 다해서 중국의 첩보망을 재건하고 있잖나.”
“CIA는 놀랍도록 인재가 상당히 많아서 말이죠. 그리고 월급만큼은 일해야죠.”
그날 CIA에 밥값 좀 하라는 명령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