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4화(125/377)
< 124편 >
한 기사의 질문조사에서 ‘현 정부에 어떤 문제가 있나요?’라는 대답에 IT업계에서 일하는 사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다 잘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근무 시간은 그대로인데, 내 월급이 5%나 인상되었어요.”
똑같은 질문에 히스패닉 계열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 문제 있지! 타국의 권리를 침탈하고 있잖아! 중동과 아시아!”
같은 질문에 폭력 사건을 일으킨 술집에서 일하던 덩치 큰 폭주족과 이민자로 보이는 중동인 종업원은 이렇게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 문제?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문제를 거론할 처지가 못 되죠. 적어도 저는 말이죠.”
그렇게 일일이 기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찾아다니며, 그렇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으길 1892명.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단기간에 모은 것치곤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안돼.”
그리고 기자는 최악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문제를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기자의 이름은 올리버. 부시 정부의 초창기부터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신문 기자였다. 부시가 취임 인사를 할 때도, 9.11 연설을 할 때도, 대통령 훈장을 9.11 테러의 생존자들에게 수훈해 줄 때도, 그가 한반도에 전투기를 타고 날아갔을 때도, 중국에 장쩌민을 만나러 갔을 때도, 동계 올림픽에서도, 심지어는 그가 폭주족과 법 규정에 맞는 부시식 폭주를 즐길 때조차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아예 부시의 경호원들과 안면을 트고 지낼 정도였다.
어쨌거나 올리버는 현 상황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의문이 아니라 지금 부시 정부의 치하가 꼭 이상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정부가 이상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현 정부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도할 정도로 많았다.
물론 그 어떠한 정부라 하더라도 정말로 ‘커다란 삽질’만 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 정도는 있을 수 있다. 현 체제에 우호적인 인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건 도를 지나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뭔가를 하려고만 하면 난리를 쳤던 사람들이 이젠 전부 정부에 맡겨 놓고 있었다. 이전보다 삶이 편해지고 안락해진 탓이다. 물론 당장이라도 정부에서 국민의 자유를 거세하는 등의 사건을 일으키면 시위를 하든지, 폭동을 일으키든지 하겠지만, 현 부시 정부의 방향성은 정반대였다.
현 정부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단지 현 정부의 이상적인 정치 때문에 점점 사람들이 정치에 흥미를 잃어 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별 탈 없이 모든 게 무난하게 잘 돌아가니, 사람들은 매사에 희망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게 변해갔다.
부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다소 이중적인 인물임은 확실했다. 어떻게 이중적인가 하면, 겉으로는 민생에 신경을 쓰고 국외에서 미국 패권을 견고히 하는데 몰두하는 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독재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우선 첫 번째는 주 경찰의 영향력과 권한을 대폭 줄이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방 경찰에 힘을 실어주었다. 부패 경찰을 쳐내고 청렴한 경찰을 만들겠다는 명목상의 목적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고 볼 수 있었다. 미국의 가장 강한 공권력 중 하나인 경찰이 대통령의 손아귀에 완전히 떨어진 거다.
연방 의회라고 해도 별다를 게 없었다. 중국에서 많은 예산이 들어왔고 그 와중에 많이들 드셨을 게 틀림이 없었다. 물론 불법은 아니었지만, 어디 법이란 게 항상 존엄한 것이던가? 단지 법 해석 하나만으로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직업이 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그리고 법이다. 법은 누가 만드는가? 바로 대통령과 의회가 제정하는 것 아니던가?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석으로 싸움하는 이유도 다 이놈의 법에서 나오는 이득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막말로 돈이 넘쳐나는 상하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월급 받지 않고 일하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올바른 정치에 뜻이 있지 않으면 도저히 할 짓이 못 된다. 게다가 정말로 정치에 뜻이 있더라도 정말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당연히 엄한 생각이 들 것 아닌가. 본인이 법을 다루는 사람인데 가난하게 지내고 싶겠는가?
다음에는 언론이 박살 났다. 박살 났다기엔 다소 어폐가 있지만, 현재 언론은 아주 개박살이 난 상태와 다름없었다.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하는 선에서 넘어갔지만, 정부가 원하면 언론의 입을 언제든지 틀어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물론 한 번 희석해야 했던 필요성은 올리버도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을 장악하고 있던 황색신문은 그다지 영양가 있는 언론은 아니었고, 언론을 한 번 갈아엎을 때 부시 정부의 주장인 ‘현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발언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언론이 박살 나고 있는 걸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꼬락서니가 되었음에도 그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황색언론이 한 번 갈아엎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확실히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니 언론의 가장 큰 강점인 언론 조장도 소용이 없었다.
문제는 이게 아직 1년조차 지나지 않은 정부에서 다 나왔다는 점이었다.
자, 벌써 경찰에 연방 의회에 언론이 나왔다.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군권과 외교권은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있으니 넘어가자. 그럼 그다음은 무엇인가? 검찰? 미국을 지탱하는 기업들?
모든 것을 손에 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국민이지. 오로지 국민이야.”
정부가 부패했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인물들은 국민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국민이 정부의 온순한 양이 되어가고 있었다. 초반에 이상적인 정치를 펼쳐서 국민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독재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좋지 않아. 이건 정말로 좋지 않아. 사람들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단 말이야!”
“알겠네. 알겠어.”
오랜 친구인 편집장 헝크가 흥분한 올리버를 진정시켰다. 헝크라고 해서 올리버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올리버의 사상에 대한 공감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크긴 했다. 언론이 돈을 예전만큼 못 벌게 되었고 헝크의 신문사도 마찬가지였다. 예산이 삭감된 덕분에 편집장 자리에서 잘릴 뻔했으니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편집장이라는 자리가 꼭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실력만이라면 올리버가 더 뛰어났지만, 올리버는 회사의 마음에 드는 인재가 아니었다. 편집장이란 무릇 뛰어난 실력, 회사의 입맛에 맞는 정치관 그리고 세계관. 이렇게 삽합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만 편집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반골 기질이 충만한 올리버와는 달리, 헝크는 회사에 순종적인 인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는 현 정부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이었다. 사실 우호적이라곤 하지만, 그냥 현 정부에게 개기지 않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윗선도 조그마한 트집만 하나 잡으면 회사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까발려주겠다면서 벼르고 있긴 했다.
물론 진짜로 회사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 이렇게 순종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기사를 올리는 건 힘들어. 현 정부를 까는 기사는 우리 신문 독자 입맛에 맞질 않아.”
적절한 기사는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점점 실물 신문의 역할이 온라인의 전자 신문으로 넘어가면서, 실물 신문만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의 장부에 기록되는 수익 상태는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이런 시발! 헝크! 아직도 회사 수익이 문제야?”
“올리버. 내 오랜 친구여. 제발 이러지 말게. 자넨 몰라도 내겐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둘이나 있잖은가. 자네가 잘려도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그 기사가 우리 신문에 실리게 되면 어떤 꼴이 날지 눈에 너무나도 선하잖나.”
헝크는 최대한 올리버의 불같은 성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조용히 꼽을 주고 말았겠지만, 하필 이 기사를 들고 온 게 인생에서 둘도 없는 친구인 올리버였기 때문이다.
“자네가 이 주제에 대해서 그만 말하겠다면, 반드시 신문에 실을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에 물어는 볼게.”
이게 헝크가 올리버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종 타협안이었다. 올리버도 헝크의 노골적이고 간곡한 부탁에 더는 밀어붙일 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올리버는 이내 힘이 다 빠진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본인의 기준에서 점점 나라가 망해가는데, 뭘 할 수도 없다니 정말이지 최악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올리버가 헝크를 위해 총대를 매고 자신의 밥줄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가족에 관련된 것만 제외하면 헝크는 나름 이타적인 인간인지라 시무룩해진 친구를 달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이 친구를 달랠 수 있을까 헝크는 고민을 하다가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번 기회에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머리라도 식히는 건 어때?”
‘시베리아라니? 이 친구가 지금 나를 유배라도 보낼 생각인가?’
올리버는 헝크가 약간 어리바리하긴 해도 개소리를 할 위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일단은 들어보기나 하기로 했다.
“러시아? 왜?”
“이번에 내가 러시아 쪽에서 특종 냄새를 맡았어.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네뿐이니까 그렇지. 이 일만 마치면 자네 지갑이 섭섭해하지 않을 거야.”
헝크가 올리버를 달래는 방법조차 돈이었다. 하긴 돈보다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는가. 당장 법정에서도 보상금 가지고 싸우는 마당에. 그러나 올리버가 생각하기에 헝크라는 친구에게 흠이란 게 있다면 상당히 돈을 밝힌다는 것이었다.
그 헝크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더니, 올리버에게 귓속말했다.
“어떻게 입수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CIA’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데.”
그야말로 어떻게 입수했는지 모를 정보였다. 도대체 이 작은 신문사까지 이 귀중한 정보가 어떻게 들어왔다는 말인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헝크가 올리버의 주의를 돌리려는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는 것이었다.
“함정 아니야?”
“아니, 그럴 리는 없어. 나름 믿을만한 정보통이니까.”
“어디?”
“미안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어.”
헝크가 말할 수 없다면, 그 대상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거나, 아예 CIA군.”
그 말을 들은 헝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침묵이 껄끄러웠던 모양인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러시아라.’
“오랜만에 모스크바에서 보르시를 먹어보겠군.”